어제의 약속대로 한실장과 아침 7시30분에 출발하여 경남
산청 고향으로 간다. 반겨주던 사람들은 가고 없지만 냇물은 유년을
그대로 흐르고 여전히 고향은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다.
석가탄신일과 여러 일을 가지고 새벽 출발을 한 것이다
그곳에 도착하여 식당에서 점심도 맛있게 먹고 같이 자란 친구도 만나고
고향집에도 둘렀다. 마당엔 잡초가 자라고 고목이 된 감나무가 나를 반겨준다.
내원사를 방문하여 국가 보물로 지정된 비로자나불 불상과 법당에 인사를 올렸다 .
그 법당의 부처님 오른 쪽 자리에 세상을 작별한 정태범교수 연등이 달려있다. 그 옆에는
생전의 부부인 내 이름으로 된 연등도 달려있다. 세상에서 언제나 낮은 자리였는데
그곳에서 나는 남편과 나란히 좋은 자리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원사 주지 스님의 배려가 크신 것 같다. 반가이 맞아주시며 염주와 햇고사리 선물도
주신다. 차를 마시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그냥 바쁘게 돌아 왔다.
오는 길 칠정의 주령사 그곳 보살님은 94살의 노 보살님이다. 우리 집 안녕과 축복을 위하여
두 손의 지문이 다 닳도록 아침저녁 기원을 드려주신 분이다. 얼마 전 나를 좀 오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더라는 따님의 전하는 말이다. 댓돌에 하얀 고무신을 나란히 벗어놓고 인공호흡기를
꽂은 채 병상에 누워계셨다. 겨우 나를 알아보시며 더운 손을 잡아주셨다. 나는 하얀 봉투를
드리며 조금 전 내원사의 영산스님이 선물로 주셨던 염주를 여윈 팔목에 감아드리고 나왔다.
서울에 오후 7시까지 도착해야 된다며 분주히 달려오는데 타이어 공기가 빠진다는 신호가
온다고 한다. 정비소에서 6월에 갈아 끼우자고 해서 조금 미룬 것이 사고가 생긴 것이다.
조금은 갈 수 있어서 인삼 랜드 휴게실까지 와서 보험사로 연락을 한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며 그곳에서 한실장은 우등버스표를 타서 서울로 나를 먼저 보내준다.
승용차는 렉카에 업혀 금산으로가서 타이어를 갈아 끼우고 한실장은 나보다 2시간 반을
늦은 밤 10시 넘어 도착 했다. 예전에 혼자 운전하여 지리산 어머님께 갔다 오다가 이런
일이 있어서 자동차 정비소에서 밤을 새운 일이 있었는데 한실장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신속하게 처리해 주어서 고마웠다.
고속도로에서 생긴 일이라 그만하기 다행이다. 날씨도 청명하고 출발은 좋았는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순간은 순간이며 그것은 지나간 것이다.
그것으로 일단은 끝난 일 이다. 내일은 다시 내일로 가득할 것이다.
크고 크신 은혜에 감사드리며 또 하루를 접는 축복의 시간이 삼경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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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윤정 영상 : 크림로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