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암자 트레킹

[장병덕(중리,34)]

지난 초여름 사돈과 식사후 좋은 곳에서 식사를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차일피일 이리저리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을 보내다 죄송스럽기도 하고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지난 달 오늘로 약속을 잡았다.

지난 밤 현풍의 비슬산 기슭에서 고향 친구들 모임이 있어 갔다가 새벽녘에 집에 온 터라 좀은 으긋하게 늦잠을 자고 약속 장소인 양산으로 가려고 했으나 몸으로 익힌 습관은 어김없이 아침 6시다.

이리저리 티비 리모콘을 돌리다 9시가 되어서야 씻고 나갈 준비를 하고 나니 아이들이 데리러 온다기에 기다렸다가 11시가 다 되서야 양산으로 향했다

우리가 도착한 식당은 양산의 소토 한우 갈비다
한옥으로 지어진 엄청난 규모의 시설에 놀라고 몰려든 손님의 규모에 놀랐다.

대궐 같이 잘 지아진 한옥 과 여백의 미학이 있는 정원은 작은 골짜기를 통으로 메운 식당으로 예약이 없으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자리를 획보할 수 있는 곳이란다.

고기는 식당 건물 내 별도의 식육점에서 직접 구입을 하고 나머지는 식당에서 서어비스를 하는 초장집 시스템으로 운영 되는 식당으로 한옥에 맞추어진 분위기 와 신선도가 담보되는 고기에 맛이 더한 유혹이 다음을 기약하게 한다.

좋은 곳에서 좋은 분들과 신선하고 맛있는 한우 맛에 체면을 내려놓고 간간히 덕담과 사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오로지 먹는 것에만 열중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식사후 우리가 간 곳은 통도사를 비롯한 통도사 암자 가는 길 트레킹 이었다
물론 사돈께서 사전에 계획한 프로그램으로 우리가 걸었던 곳은 통도사를 비록하여 극락암과 비로암이었다.

통도사 초입의 매표소를 지나는 순간 계곡을 가득 메운 솔밭의 운치에 넋을 빼앗기고 주차장을 거쳐 고찰의 기와 지붕이며 늙어 노송이 되었거나 속이 텅텅 비어 힘든 삶을 이어가는 나무가지 끝에 메달린 붉은 나뭇잎들...
말 그대로 만추의 절간이다.

우리 일행이 도착한 통도사는 만산홍엽 붉은 단풍도 멋있지만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 이며 노송과 고목들이 만들어 낸 만추의 가을 풍경은 동서남북 보는 곳이 곧 그림이 되는 한폭의 산수화 그 자체였다.

가을 산사의 뜨락을 걸으며 우리가 다달은 곳은 통도사 대웅전인 적멸보궁으로 부처님을 모시지 않고 대웅전 뒤 탑신에 봉안된 부처님 진신 사리를 모시는 절로

이 절의 스님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대웅전 뒤 유리창 넘어에 보이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탑신을 향해 참배를 드리도록 되어있는 구조다.

통도사의 주말은 사람으로 남쳐나는 인산인해다
물론 부산, 울산등의 대소시가 인접한 이유도 하나겠지만 워낙에 통도사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입지적인 자연 횐경이 뛰어난데다 우리나라 삼보 사찰의 하나라는 전통성과 많은 문화제를 간직한 것도 통도사를 찾는 또 하나의 동기가 될 것이다.

우리의 계획 속에 원래의 목적지가 통도사가 아니고 통도사 말사인 암자 가는 길의 트레킹 이었기 때문에 우리 일행은 통도사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통도사는 잠시 들러 가는 과정이었다.

통도사를 벗어나 우리기 향한 곳이 극락암이다.
통도사 와의 거리가 제법 되는 탓에 극락암 까지는 승용차로 이동 했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 작은 능선을 넘고 좁은 산골의 속의 작은 논빹 사이를 지나 솔밭 초입의 조용하고 아늑한 양지녘에 자리한 영취산 바위 군락 아래 극락암이다

암자 뒤로 병풍처럼 귀암괴석으로 들러선 영취산의 육중함 그리고 눈 시리도록 맑고 파아란 하늘에 얼룩을 지우듯 떠다니는 하이얀 구름....

깊어가는 만추의 절간은 군데군데 가을을 이야기 한다
이미 앙상한 나뭇가지의 느티나무, 븕게 물든 단풍 나무며 벚나무며 잎을 지운 감나무의 앙상한 가지 끝에 메달린 붉은 감 등 현재 진행형의 가을이다.

영취산 봉우리가 비친다는 극락영지와 돌로된 무지게 다리인 홍교를 지나 이곳저곳을 둘러 보며 주변 풍경에 취해 시간을 축내다가 대웅전을 마주한 월영루에서 쉬어 가기로 하고 잠시 신발을 벗었다.

월영루 문밖으로 비춰진 산사의 가을 풍경이 너무도 가을 스럽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따뜻한 차한잔이 생각 날 즈음 아무 생각없이 보온병에 챙겨간 보이차가 딱 어울리는 상황이 되었다.
여섯 잔을 나누고도 조금은 여유가 있는 분량이다.

따스한 보이차 한잔에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 마음에 먼지를 씻으며 절간의 풍경을 이야기 했다.
아직 다 식지 않은 보이차의 따쓰한 향이 가시기전 우리는 다시 발길을 비로암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울창한 노송의 소나무 숲속의 제법 경사가 있는 길이었다.
탐이 날 정도로 잘 자란 소나무 군락을 지나 작은 계곡의 만남은 단풍을 선물로 받았다.

노송 과 단풍의 조화 그리고 물소리 바람소리, 부는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 그리고 낙엽 밟는 소리의 사각거림, 카메라를 멈출 수 없었던 것은 자연의 유혹 때문 이리라.

옛날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 듯이 붉게 물든 고운 단충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마음은 다르지 않음인지 려말 선초 이숭인 선생은 절간의 가을 풍경을 이렇게 노래 했다

赤葉明村逕(적엽명촌경)
붉은 단풍 시골길을 밝혀주고
淸泉漱石根(청천수석근)
맑은 샘물 돌 뿌리를 씻어주네
地偏車馬少(지편거마소)
외진 곳이라 오가는 거마 없고
山氣自黃昏(산기자황혼)
산 기운은 절로 황혼 빛에 물드네

-도은 이숭인-

그렇게 작은 계곡을 지나 가픈 숨을 몰아 쉬며 도착한 곳이 통도사의 말사인 비로암이다.
제법 높은 곳이 위치한 암자라 암자 자체의 풍광 보다는 주변의 배경과 먼 곳이 조망이 되는 경치가 좋은 암자다.

비로암의 출입 문인 여여문을 지나니 한적한 절간과 주변의 풍광이 내 마음을 붙잡는 곳이다.
해는 기울어 산그림자를 드리우고 고저녁함이 감도는 가운데 이따금씩 들려오는 풍경 소리와 멀리의 까마귀 소리가 정적을 깨운다.

영취산 산상의 공제선 넘어에 파란 하늘 보이고
선이 고운 절간의 기와지붕 그리고 붉게 타는 단풍나무 무엇을 하기 위해 돌아야 하는지 물어도 대답이 없는 물래방아의 무한 반복, 인간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상처난 나무들의 몸부림도 싫지 않은 풍경들 이다.

더 물고 싶지만 기약된 시간은 아쉬움을 남긴다.
사돈과의 만남은 조심스럽고 어색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편안한 소통의 시간이었고 서로를 알아 가는 이해의 시간 이었다.

계획된 프로그람이 하나가 더 남었던 모양이다.
통도사를 빠져나와 우리가 간 곳은 토곡요의 전시장이 있는 찻집이었다.

역시 더 넓은 주차장이 꽉찰 정도로 많은 사람이 저물어 가는 가을의 아쉬움을 지우며 사진도 찍고 차도 마시고 도자기 전시장을 둘러 보기도 하며 만추를 즐기는 중이다.

초입의 찻집 건물과 여백이 있는 잔디 공간, 몇 그루의 모과나무와 감나무가 힘에 겨울만큼 옹골지게 열매를 달았고 여러채의 도자기 전시장 건물이 많은 이 들의 발길을 유혹 했지만 나는 석양속의 저녁 공기를 즐겼다.

통도사 암자 트레킹 참 좋은 시간 이었다.
좋은 곳에서 맛난거 먹고 서로간에 소통과 더불어 이해를 키우고 만추의 가을과 아름다운 산사를 만나게 해주신 사돈 내외 분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내려놓는다.

[릴리j195]

좋은글감사합니다-황상파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