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다. 잘 하면 온 세상이 칭송해주고, 잘못한 것은 모두 땅이 묻어주니까." 이런 질시 어린 농담의 대상이 되기도하지만, 의사는 누가 뭐래도 목숨을 살리는 '성직(聖職)'이다.
다른 사람들을 죽음에서 지켜주는 의사들, 그렇다면 본인의 죽음은 어떻게 맞이할까. 그들도 죽는다. 다만 죽음을 대하는 자세는 사뭇 다르다. 대단히 차분하다. 자신에게 어떤 선택이 남아있으며, 무슨 일이 진행될 지 뻔히 알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의 한계를 익히 안다. 가장 두려운 건 고통 속에 홀로 외롭게 세상을 떠난다는 것임을 수없이 목도했다. 세상 마지막 순간에 직면한 환자들에게 행해지는 '헛된 치료'의 부질없음을 본인 스스로 잘 안다.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최첨단 기술을 집중하는 허망함을 안다. 몸이 절개되고, 구멍을 뚫어 튜브를 꽂고, 생명유지장치에 연결되는 고통을 겪다 끝내 세상 떠나는 모습들을 지켜봤다.
의사들은 무의미하거나 해로운 줄 알면서도, 모든 치료방법을 고집하는 환자 가족의 요구를 묵살하지 못한다. 소송이 두려워서다. 고통만 더할 뿐 소용없는 줄 알지만 곤란에 휘말리는 걸 피하려고 약을 쓰고 수술을 한다. 책임은 면할 요량이다.
충격과 겁에 질린 가족은 의사가 추가 치료에 회의적인 충고를 하면 돈·시간·노력을 벌려는 비열한 동기에서 그러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의사들의 알코올 남용과 우울증 비율이 높은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원하는 대로 해주고 돈이나 더 받으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이들도 있다.
그래서 의사들은 본인의 죽음을 앞두고 가족과 동료 의사들에게 미리 당부한다. 화학요법, 방사선, 외과치료 등을 받지 않고 가족 곁에서 편안히 생을 마감하게 해달라고 말해놓는다.
화분이 죽어있는 진료실의 의사는 다시 찾지 말라고 했다. 십중팔구 환자 생명은 귀히 여기지 않고 온갖 필요없는 처치를 해놓고 돈만 챙기는 의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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