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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cafe-editor-text">열무를 심어놓고 게을러<br />뿌리를 놓치고 줄기를 놓치고<br />가까스로 꽃을 얻었다 공중에<br />흰 열무꽃이 파다하다<br />채소밭에 꽃밭을 가꾸었느냐<br />사람들은 묻고 나는 망설이는데<br />그 문답 끝에 나비 하나가<br />나비가 데려온 또 하나의 나비가<br />흰 열무꽃잎 같은 나비떼가<br />흰 열무꽃에 내려앉는 것이었다<br />가녀린 발을 딛고<br />3초씩 5초씩 짧게짧게 혹은<br />그네들에겐 보다 느슨한 시간 동안<br />날개를 접고 바람을 잠재우고<br />편편하게 앉아 있는 것이었다<br />설핏설핏 선잠이 드는 것만 같았다<br />발 딛고 쉬라고 내줄 곳이<br />선잠 들라고 내준 무릎이<br />살아오는 동안 나에겐 없었다<br />내 열무밭은 꽃밭이지만<br />나는 비로소 나비에게 꽃마저 잃었다<br /><br />극빈, 문태준<br /><br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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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좋은 시
극빈, 문태준
하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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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9
20.04.19 23:3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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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껴지는대로 느껴 보시길요 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