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반나절이면 감나무 과수원 이천 평 전정 작업을
끝낼 수 있겠다고 생각한 데에는 나름 근거가 있었다.
우선 나는 인터넷에 전동가위 업체가 올린 제품 소개 동영상을 한편 보았는데,
농사라고는 한 번도 지어보지도 않은 것 같은 미모의 외국 여성이
활짝 웃으며 포도밭에서 전동가위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보통 농부가 톱으로 또는 일반 전정가위로 가지를 자르며 용을 쓰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일그러진다던지
또는 턱의 힘으로 가지를 자르기라도 할 듯 이빨을 드러 내는게 자연스러울 텐데,
그 아름답고 가냘프기까지 한 여성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너무도 쉽게 가지를 싹둑싹둑 베어내고 있었다.
일을 한다기보다 즐거운 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또 어떤 블로거는 눈 내린 겨울날
전동가위로 사과나무 전정 작업을 하고나서
세상 참 좋아졌다는 후기를 올렸기에,
나도 감나무 밭 이천 평쯤이야 반나절이면
쓱삭 해치울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들었던 것이다.
오전엔 손님이 오는 바람에 작업이 중단되었지만(아니 시작을 못했지만)
오후에 방해꾼만 없다면 시간은 충분했다.
나는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 오전에 자르려다 중단했던
그 첫 번째 가지에 가위를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이상하게 가위가 싹둑 잘라내지 못하고 날이 박힌 채로 멈춰 섰다.
설상가상 가위를 빼내고 방아쇠를 다시 당겨보니
벌어지지도 않고 접히지도 않는 먹통이 되어버렸다.
이건 대단히 유감스런 일이었다.
동영상의 여자는 경쾌한 음악에 맞춰 쉽게 자르던데
도대채 나는 왜 안될까?
일단 사다리에서 내려와 공구상자를 뒤져보니
사용설명서에 응급조치 요령이 있었다.
전원을 오프했다가 다시 켜시오. 빨간 단추를 5초간 누르시오.
액정에 블레이드라는 글자가 깜박깜박하면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3초간 누르시오.
설명서가 시키는 대로 단추를 누르고 기다리니
다행스럽게도 가위가 다시 작동이 되었다.
이번에는 신중하게 손가락만큼 가는 가지를 연습삼아 잘라보니 싹독 잘렸다.
이제 잘 되는구나 싶어 다시 내가 원하는 굵은 가지를 자르는데
유감스럽게도 가지가 싹둑 잘라지지 않고
나무에 날이 또 다시 박힌 채로 요지부동이다.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전동가위를 잘못 빌려온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는데,
때마침 걸려온 전화가 나를 구해주었다.
오전에 빨간 경차를 끌고와 블루베리 다섯 그루 싣고간 아주머니 세 분중 한분이
갤로퍼와 남편을 끌고와 스무 그루를 더 가져가겠다는데
이미 밭에 도착해서 전화하는 거라고 한다.
감나무 전지도 중요하지만 블루베리 나무를 처분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
나는 기꺼이 전동가위용 특수조끼를 벗어던지고 블루베리 밭으로 달려갔다.
아주머니 세 분이 오전에 왔을 때는
사실 가져갈 나무 상태가 어떨지 몰라 한번 보기나 하자는 심정으로
작은 차에 우루루 타고 왔는데
막상 와서 보니 생각보다 수지가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나는 블루베리 나무 스무 그루를 파내기 위해 부지런히 삽질을 하면서도
머리 속에는 전동가위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러다 정작 전지는 하나도 못하고 가위를 반납하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감나무 과수원 윗 밭에서 오전부터 용수영감님이 밭을 갈면서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 같았는데,
정작 내가 작업을 하나도 못하고 수상한 조끼만 입었다 벗었다가 하고
왔다리 갔다리 하다 해넘어 가면 솔직히 망신인 것이다.
재미도 없는 이야기가 늘어져서 그냥 결론을 말하겠다.
블루베리 나무 사겠다는 사람이 세 번 더 오는 바람에
나는 세 번 더 갔다리 왔다리 했고,
전동가위는 쓰다 보니 요령이 생겨
굵은 가지는 여러번 나누어서 자르는 기술을 익히게 되었는데,
일이 손에 익을만하니 반납 시간이 되어
나는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했다.
내가 전정작업을 얼마나 했는지는 절대 밝힐 수 없다.
첫댓글 1그루
많으면 3그루.....
땡!
한그루라도 하기는 한건가요?ㅎㅎ
시간이 부족해서리...ㅎㅎ
우리집영택씨는
처음 전동가위 3일 빌렸을때는
하필 날씨가 너무 추워 도저히 못한다며
하루도 온전히 못쓰고 반납하고
두번째 3일 빌렸을 때는
또 다른 일이 있어 하루도 못쓰고 반납하고
다음에 제 이름으로 3일 빌려
겨우 2일 쓰고
사과나무 전정은 그냥 전지 가위로
마무리 지었다는 전설이......ㅋ
굵은 가지는 톱이 빠르겠더군요. 거창은 하루에 만원이라 좀 덜 아깝겠습니다.ㅎ
여긴 더하시네요. ㅋㅋㅋㅋ
1그루도 못했다. 한표
땡!
ㅎㅎㅎ~^^
기계치인것 같은데 우짜몬좋노!!! ㅎㅎ
임대로 아까우비~~~~
임대비가 아깝긴 하지만 블루베리 판 걸로 내시고요~~
요령이 생기기셨으니 다음엔 전동가위로 샤샤샥!!!!!!!!!
한 방에 해치우실 것 같아요~~♡♡♡♡♡
ㅋㅋㅋ
두그루 ㅎ
일을 얼마나 했는지는 밝히지 않아도 괜찮음.그래도 경험치가 남았으니...ㅎ
ㅋㅋ 가위 다시 빌려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