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安度眩)-구월이 오면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위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을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어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안도현(安度眩) 시인은 1961. 12. 15.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부터 왕성한 시작활동으로 백일장 등에서 수십 차례 상을 타 일찍부터 그 재능을 인정받았습니다.
*시인은 중, 고등학교 교사와 대학 교수로도 활동하였고, 시인의 대표작 “연어” “연탄 한 장” “너에게 묻는다” “스며드는 것” “가을엽서” “우리가 눈발이라면” “그대에게 가고 싶다” 등은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 외 시인의 작품으로는 “분홍지우개” “사랑은 싸우는 것” “사랑” “그대에게 가는 길” “간격” “강” “첫눈 오는 날 만나자” “그대에게” “그대를 만나기 전에” “애기똥풀” “기차” “숭어회 한 접시” “미꾸라지” “염소의 저녁” “봄날은 간다” “바다” “그대를 위하여”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모퉁이” “물집” “눈물 드는 5월에” “겨울 강가에서” “먼산” “낡은 자전거” 등이 있습니다.
*시인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것들을 소재로 힘겨운 사회 현실을 섬세한 감각을 통하여 희망으로 승화시킨 서정적인 시를 주로 지었습니다.
*위 시는 시인의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에 실려 있는 것을 올려본 것인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차별 없이 정을 나누고 베푸는 사회를 기원하는 시인의 마음이 담겨진 것으로 다가옵니다.
첫댓글 구월에는 좋은 사람들과 어께나누며 산행하기를 소망해봅니다....
가을이 익어가는 계절에 담소나누며 정을 나누길 소망해봅니다.....
말씀처럼 9월은 모든 악재가 물러나 모두 정말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