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진승선(越津乘船)
나루를 건너고 나서 배를 탄다는 뜻으로, 일을 순서대로 하지 않고 거꾸로 처리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越 : 넘을 월(走/5)
津 : 나루 진(氵/6)
乘 : 탈 승(丿/9)
船 : 배 선(舟/5)
출전 :
○홍만종(洪萬宗)의 순오지(旬五志)
○정약용(丁若鏞)의 이담속찬(耳談續纂)
가까운 데 있는 것을 버리고 먼 데 있는 것을 취함의 비유나 순서가 뒤바뀜, 또는 당사자를 제쳐 놓고 엉뚱한 사람과 싸움의 비유를 일컫는 말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무엇이나 다 일정한 순서가 있는 법이다. 일을 아무리 급하게 끝내야 할 일이라도 순서를 빼 먹거나 무시한다면 마무리할 수가 없다.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속담 중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매어 쓰지는 못한다'가 잘 알려져 있다. 한자로는 수유망심 선불계침(雖有忙心 線不繫鍼)으로 번역했다.
질서를 무시하고 성급하게 결과를 찾을 때는 '우물에 가 숭늉 찾는다'고 핀잔을 듣는다. 일을 급하게 하려고 하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고 공자(孔子)는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 경계했다.
모를 빨리 자라게 하기 위해 뽑아 올린다면 오히려 벼를 죽게 한다는 알묘조장(揠苗助長)은 맹자(孟子)의 교훈이다.
그리고 '나루 건너(越津) 배 타기(乘船)'라는 우리 속담이 더 있다. 나루는 강이나 내, 또는 좁은 바닷목에서 배가 건너다니는 곳이다.
배를 타기도 전에 나루 건너 날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건너고 나서는 배를 탈 필요는 더욱 없다. 무슨 일에나 순서가 있는데 건너뛰어서는 할 수 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조선 인조 때의 학자 홍만종(洪萬宗)이 우리 속담을 한역한 '순오지(旬五志)'에 '나루를 건넌 다음에야 배를 탄다는 것은 가까운 것을 버리고 먼 것을 취한다는 말(越津乘船 言捨近取遠)'이라고 설명했다.
뒤의 풀이에 나오는 사근취원(捨近取遠)이라는 성어는 일의 순서나 차례를 바꾸어서 할 때 함께 쓴다.
정약용(丁若鏞)이 엮은 '이담속찬(耳談續纂)'의 이 속담 해석도 비슷하다. '내를 건넌 후에는 배를 탈 수 없다는 것은 모든 일에 순서가 있으니 이를 뛰어넘을 수 없다(未有涉川而後乘船 言事有次序 不可踰奧)'는 의미라고 했다.
가까운 데 있는 것을 무조건 버리라는 의미와는 약간 다른 사근도원(捨近圖遠)이란 말도 있다.
이것은 손자병법(孫子兵法)에서 장군이 마땅히 가져야 할 도리로 계획을 새롭게 하여 알지 못하게 하고, 가는 길을 우회하여 다른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원대한 깊은 뜻을 실현하는 일이 아니고서는 순서대로 진행해야 실패할 염려가 없다.
뛰어난 천재들에겐 월반(越班)이 가능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겐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듯이 차근차근 가는 것이 믿음직스럽다. '망건 쓰고 세수한다(先網巾 後洗水)'는 말처럼 순서를 건너 뛰어서는 이것도 저것도 안 되는 법이다.
나라의 정책도 앞서 최저임금제 등과 같이 좋은 목표를 실천한다며 무조건 밀어 붙이다 보면 목표에 도달하기도 전에 혼란만 가져왔던 것에서 교훈을 찾을 수 있다.
나루 건너 배 타기(越津乘船)
순오지(旬五志)와 이담속찬(耳談續纂)에 보이는 내용이다.
독일(獨逸) 우화(寓話)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산꼭대기에서 나무를 베어 산 밑으로 가져오는데, 인부가 통나무를 져 내리는 것을 보고 져 내리지 말고 통나무를 굴리면 된다고 했더니, 이미 져 내린 통나무까지 다시 져 올려 굴려 내렸다는 웃지못 할 이야기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시행착오가 많기에 앞 사람의 일을 되새겨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들어 온 말이지만 그것은 늘 남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라고 착각하면서 사는 것은 아닌지?
아주 어렵게 나루를 건너가서 다시 배를 끌어다 다시 타고 건너가는 어리석음이 우리에겐 없는지?
이 속담의 뜻을 새겨 봐야겠다. '앞뒤 순서를 건너 뛰어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가깝고 쉬운 것을 버리고 멀고 어려운 것을 취해서 행한다는 의미가 있는 말이다.'
▶️ 越(넘을 월, 부들자리 활)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달아날 주(走; 달아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넘다의 뜻을 가지는 글자 戉(월)로 이루어져, 물건 위를 통과(通過)하다, 넘다의 뜻이다. ❷형성문자로 越자는 '넘다'나 '초과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越자는 走(달릴 주)자와 戉(도끼 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戉자는 도끼 모양의 창을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越자는 무언가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走자가 높은 창(戉)을 뛰어넘는 듯한 모습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戉자가 발음역할을 한다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의미도 함께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越(월, 활)은 중국 춘추시대 말기의 나라로 ①넘다, 건너가다 ②넘기다, 넘어가다 ③초과하다 ④지나다, 경과하다 ⑤빼앗다 ⑥멀다 ⑦물정에 어둡다 ⑧어기다(지키지 아니하고 거스르다) ⑨흐트러지다 ⑩떨어뜨리다, 떨어지다 ⑪드날리다, 널리 퍼뜨리다 ⑫달아나다 ⑬다스리다 ⑭월(越)나라, 나라의 이름 ⑮이에 ⑯멀리 ⑰및, 와 그리고 ⓐ부들자리(부들의 줄기나 잎으로 엮어 만든 자리)(활) ⓑ큰 거문고의 하면에 있는)실구멍(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높을 탁(卓), 어조사 월(粤), 뛰어넘을 초(超)이다. 용례로는 권한 밖의 일을 함을 월권(越權), 차이가 현격함을 월등(越等), 남쪽으로 넘어감을 월남(越南), 북쪽으로 넘어감을 월북(越北), 국경 등의 경계선을 넘음을 월경(越境), 물건값을 받을 값보다 더 많이 부르는 일을 월가(越價), 차례를 건너뜀을 월차(越次), 담을 넘음을 월장(越牆), 겨울을 살아 넘김을 월동(越冬), 어떤 한계나 표준을 넘음을 초월(超越), 월등하게 뛰어남을 탁월(卓越), 뒤에서 따라가 앞이 것을 앞지름을 추월(追越), 우수하고 월등함을 수월(秀越), 다른 것보다 뛰어나게 나음을 우월(優越), 멀리 떨어져 있게 됨을 격월(隔越), 한 회계 연도의 순 손익금 또는 잔금을 차기로 옮겨 넘김을 이월(移越), 남보다 뛰어남을 도월(度越), 깨끗하고 훤칠함을 발월(發越), 소리가 맑고 가락이 높음을 청월(淸越), 침범하여 넘음을 능월(陵越), 국경을 넘어서 남의 나라로 들어감을 범월(犯越), 자기 직무를 완수하고 타인의 직권을 침범하지 않으려고 근신하는 생각을 일컫는 말을 월반지사(越畔之思), 자기의 직분을 넘어 부당히 남의 일에 간섭한다고 인정되는 혐의를 일컫는 말을 월조지혐(越俎之嫌), 밤을 타서 남의 집의 담을 넘어 들어감을 일컫는 말을 승야월장(乘夜越牆), 서로 멀리 하고 돌아보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시약초월(視若楚越), 오나라와 월나라의 다툼이라는 뜻으로 서로 화해할 수 없는 끈질긴 다툼을 이르는 말을 오월지쟁(吳越之爭) 등에 쓰인다.
▶️ 津(나루 진)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과 함께 '나아가다'의 뜻(進)을 나타내기 위한 聿(율, 진)로 이루어졌다. 강의 배가 떠나는 곳의 뜻으로 '나루터'를 말한다. 그래서 津(진)은 (1)풀이나 나무 따위 껍질 등에서 분비(分泌)되는 끈끈한 물질 (2)김이나 연기(煙氣), 또는 눅눅한 기운(氣運)이 서려서 생기는 끈끈한 물질 등의 뜻으로 ①나루, 나루터 ②언덕, 물가(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 강기슭 ③연줄, 인연(因緣) ④진액(津液), 침, 땀 ⑤직위(職位), 지위(地位) ⑥은하(銀河) ⑦경로(經路), 수단(手段) ⑧넘치다 ⑨윤택하다(潤澤--) ⑩전하다(傳--), 전수하다(傳授--)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나루터를 달리 이르는 말을 진안(津岸), 나룻터를 달리 이르는 말을 진역(津驛), 나룻터를 달리 이르는 말을 진하(津河), 나룻터로 나룻배가 닿고 떠나는 일정한 곳을 진구(津口), 나루터와 다리라는 뜻으로 물을 건널 수 있는 시설을 이르는 말을 진량(津梁), 생물의 몸 안이나 줄기나 뿌리나 열매 등의 안에 생명 현상으로서 생기거나 흐르는 액체를 진액(津液), 항구를 달리 이르는 말을 항진(港津), 하천가에 있는 작은 항구를 일컫는 말을 하진(河津), 소나무와 잣나무 따위의 줄기에서 내솟는 끈끈한 액체를 송진(松津), 흥미가 넘칠 만큼 많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흥미진진(興味津津), 길을 헤매는 나루의 훌륭한 배라는 뜻으로 삶에 가르침을 주는 책을 이르는 말을 미진보벌(迷津寶筏) 등에 쓰인다.
▶️ 乘(탈 승)은 ❶회의문자로 椉(승)과 동자(同字), 乗(승)의 본자(本字)이다. 나무 위에 사람을 올려놓은 모양으로 적의 정세를 보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에서 십자가에 못박기에도 이 글자를 쓰고 나중에는 말, 배 따위에 타는 데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乘자는 '타다'나 '오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乘자는 禾(벼 화)자와 北(북녘 북)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乘자의 갑골문을 보면 본래는 木(나무 목)자와 大(큰 대)자가 결합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갑골문에 나온 乘자를 보면 사람이 나무에 올라가 있는 모습이었다. 금문에서는 大자에 발이 엇갈려 있는 모습을 그린 舛(어그러질 천)자가 더해지게 되었다. 이것이 후에 北자로 바뀌게 되면서 지금은 乘자가 '타다'나 '오르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乘(승)은 (1)승법(乘法) (2)승산(乘算) (3)곱하기 (4)(범 Yana) 중생(衆生)을 태어서 생사(生死)의 고해(苦海)를 벗어나 깨달음의 세계에 이르게 한다는 뜻으로 불교의 교의(敎義). 대승(大乘)과 소승(小乘)의 다름이 있음 (5)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타다 ②오르다 ③헤아리다 ④이기다 ⑤업신여기다 ⑥꾀하다 ⑦다스리다 ⑧곱하다 ⑨불법(佛法) ⑩수레 ⑪넷(셋에 하나를 더한 수) ⑫기수사(基數詞: 수량을 셀 때 쓰는 수사), 양수사(量數詞: 기수사) ⑬사기(史記: 책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탈 탑(搭)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내릴 강(降), 덜 제(除), 떨어질 낙/락(落)이다. 용례로는 차나 배 등의 탈것을 타는 손님을 승객(乘客), 배를 타는 것을 승선(乘船), 차를 타는 것을 승차(乘車), 여럿이 함께 탐을 승합(乘合), 기회를 탐을 승기(乘機), 사람이 타고 다니는 데 쓰이는 것을 승용(乘用), 차를 타고 내리는 곳을 승강장(昇降場), 사람이 말을 탐을 승마(乘馬), 배나 비행기 등에 올라 탐을 탑승(搭乘),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 어떤 탈것을 다른 탈것으로 바꾸어 탐을 환승(換乘), 두 가지 이상의 요소가 서로 효과를 더하는 일을 상승(相乘), 차나 배 따위를 시험 삼아 타 봄을 시승(試乘), 같이 탐을 동승(同乘), 여럿이 함께 탐을 합승(合乘), 탈것에 나누어 탐을 분승(分乘), 같은 수를 두 번 곱함을 자승(自乘), 단단한 수레를 타고 살진 말을 채찍질함을 일컫는 말을 승견책비(乘堅策肥), 싸움에서 이긴 기세를 타고 계속 적을 몰아침을 일컫는 말을 승승장구(乘勝長驅), 밤을 틈타서 도망함을 일컫는 말을 승야도주(乘夜逃走), 밤을 타서 남의 집의 담을 넘어 들어감을 일컫는 말을 승야월장(乘夜越牆), 위태하고 험난함을 무릅쓰고 나아감을 일컫는 말을 승위섭험(乘危涉險), 성하고 쇠하는 이치를 일컫는 말을 승제지리(乘除之理), 뜻의 원대함을 이르는 말을 승풍파랑(乘風破浪), 날쌔게 말에 올라 탐을 이르는 말을 비신승마(飛身乘馬), 차비를 내지 않고 차를 타는 일을 일컫는 말을 무임승차(無賃乘車), 말도 갈아타는 것이 좋다는 뜻으로 예전 것도 좋기는 하지만 새것으로 바꾸어 보는 것도 즐겁다는 말을 마호체승(馬好替乘) 등에 쓰인다.
▶️ 船(배 선)은 ❶형성문자로 舩(선)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배 주(舟; 쪽배)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연, 선)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연, 선)은 沿(연)과 같아 흐름에 따라서 내려가는 일, 舟(주)는 나무를 파내어 만든 배, 배의 이름을 나타낸다. 옛날 중국의 동쪽에서는 舟(주)라 하고, 서쪽에서는 船(선)이라 하였다. ❷회의문자로 船자는 '배'나 '선박'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船자는 舟(배 주)자와 㕣(늪 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㕣자는 물이 고여 있는 '늪'을 그린 것이다. 그러나 船자는 舟자와 沿(물 따라갈 연)자가 결합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沿자는 물이 늪으로 흐르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물을 따라 굽어 내려가다'는 뜻을 갖고 있다. 船자는 이렇게 '물을 따라 흐르다'는 뜻을 가진 沿자에 舟자를 결합한 것으로 배가 물을 따라 흘러간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船(선)은 일부 명사(名詞) 다음에 쓰이어 배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①배, 선박(船舶) ②술 잔(盞) ③배로 실어 나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배 주(舟), 방주 방(舫), 배 항(航), 배 박(舶), 큰 배 함(艦)이다. 용례로는 배를 전문 용어로서 이르는 말을 선박(船舶), 선박의 승무원으로 배에서 일을 보는 사람을 선원(船員), 선박에 짐을 싣는 일을 선적(船積), 배의 머리를 선수(船首), 배의 뒷부분을 선미(船尾), 고기잡이 하는 배를 어선(漁船), 상업을 하기 위하여 항해하는 선박을 상선(商船), 배를 지어 만듦을 조선(造船), 가득 실은 배를 만선(滿船), 배를 탐을 승선(乘船), 배에 오름을 등선(登船), 배에서 내림을 하선(下船), 나무로 만든 배를 목선(木船), 풍파를 만나 위험하게 된 배 또는 그 상태를 난선(難船),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싸움터로 나가면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고 결전을 각오함을 이르는 말을 파부침선(破釜沈船), 남쪽은 배 북쪽은 말이란 뜻으로 사방으로 늘 여행함 또는 바쁘게 돌아다님을 이르는 말을 남선북마(南船北馬),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뱃전에 그 자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그 칼을 찾으려 한다는 뜻으로 판단력이 둔하여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다는 말을 각선구검(刻船求劍), 육지에서 배를 저으려 한다는 뜻으로 곧 되지 않을 일을 억지로 하고자 함의 비유한 말을 육지행선(陸地行船), 바람을 빌려 배를 빨리 달린다는 뜻으로 남의 힘을 빌려 제 이익을 꾀함을 이르는 말을 차풍사선(借風使船)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