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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의혹과 관련해 지금 대한민국은 아주 뜨겁게 달아올라 있습니다. 그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 3월 25일 방송된 '시사기획 창'이라는 프로그램 때문이었죠. 탐사보도팀은 차량의 급발진이 전자부품의 오류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혹은 발생한 것임을) 처음으로 기술적인 접근을 통해,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급발진과 관련해서 그동안 정부 관계자와 자동차 회사, 그리고 상당수 자동차 전문가들은 기계적 결함이 아닌 운전자의 과실에 의한 것이라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 이야기했고,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 애를 태우던 운전자들은 그런 주장 앞에 무기력하게 속앓이만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방송을 통해 운전자의 운전 미숙이 아닌 자동차 자체의 결함에 의해 급발진할 수 있다는 것이 보였고, 이는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방송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작년 10월 배심원단에 의해 판결이 난 토요타 캠리의 급발진 소송 과정과 결과를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거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방송이 나가기 6일 전인 3월 19일, 미국 정부는 토요타에 우리 돈으로 1조 3천억 원에 가까운 벌금을 부과함으로써 토요타의 그간의 대응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공식화했습니다. 물론 앞에 언급한 두 사건은 직접 연관성이 없어 보입니다.
오클라호마 법원에서 판결이 난 캠리 급발진 소송은 2007년 사건에 대한 개별 사건이고, 미국 정부가 토요타에 부과한 벌금은 2009년과 2010년 대규모 리콜 사태에 따른 급발진 의혹 관련 수사를 종결하는 것을 합의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보기에 따라선 별개의 사건으로 볼 수 있겠죠. 하지만 과연 단언할 수 있을까요?
급발진 사건에 대한 4가지 궁금증
급발진과 관련해 주말 동안 두 개의 글을 쓰느라 보고 싶었던 몽마르트 회화 전시회도 포기하고 방에 처박혀 끙끙 앓고 있습니다. 어찌나 인상을 썼던지 아내가 무슨 안 좋은 일 있느냐며 얼굴 좀 펴라 핀잔을 주기까지 하더군요. 제가 이렇게 급발진 문제에 집중하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는 토요타의 그간의 태도에 대한 분노이고, 또 하나는 급발진과 관련해 다른 시각을 가진 집단들 간의 이견이 이번 방송과 미국의 판결을 계기로 어떻게 정리가 될 것이냐 하는 점 때문입니다. 오늘 블로그에서는 이 두 가지 이유 중 후자의 경우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야기라기보다는 공개적인 질문이라고 해야겠군요. 그럼 질문 시작하겠습니다.
토요타 베르소. 사진=netcarshow.com
1. 토요타에게 묻습니다
2009년 대량 리콜사태로 촉발된 토요타의 위기가 이번 미국 정부의 급발진 수사 종결로 끝이 났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당연히 아시겠지만, 귀사는 자동차 대량 리콜 사태를 두 가지 방향으로 끌고 갔습니다. 하나는 바닥에 까는 매트가 너무 두꺼워 가속페달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이었고, 또 하나는 실제로 가속페달이 일부 차량에선 불량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방송된 한국의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빅보스(토요타 사장을 지칭)가 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이 있었다는 걸 알려줬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더군요. "우리가 미국정부를 조종해야 하며 실제로 문제가 일어난 스로틀 시스템 대신 바닥 매트에 미정부가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이거, 사실인가요?
맞는다면 대단히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를 상대로, 아니 소비자들을 상대로 귀사는 혐오스러운 거짓말을 계속하게끔 최고 윗선에서 지시한 것이 됩니다. 이 내용대로라면 이미 당신들은 스로틀 밸브의 이상 작동으로 급발진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 아닙니까? 실제 토요타 직원의 또 다른 이메일에서는 "우리가 이 문제를 이제 더 이상 은폐하지 말고 드러내야 하는 게 아닌가요?" 라는 내용도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또 묻죠. 엔진 제어장치 ECU의 결함을 찾아낸 엔지니어들은 캠리 2005년형과 2008년형을 가지고 ECU 에러에 의한 급발진이 일어남을 직접 재현해냈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배심원들의 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군요. 일부 언론에 따르면 당신들은 "억울하지만" 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마지못해 합의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직도 ECU 결함은 없다고 생각을 하는 건가요?
당신들이 늘 급발진 관련한 소송과 문제 제기 시 당당하게 제시한 나사의 조사 내용이 오류와 부정 의혹으로 신뢰할 수 없게 되었는데, 아직도 이 보고서를 근거로 급발진은 없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미 도로교통국은 이 내용을 근거로 2011년 차량의 결함은 없다는 보고를 했고, 당시 교통부장관은 이를 발표했죠.
하지만 나사의 조사 자체가 가치를 잃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협력 업체의 백지수표 의혹과 보고서 여러 곳에서 오류가 발견됐다는 것이 반대 측 주장이었습니다. 결국, 이 내용 역시 판결에 큰 영향을 미쳤죠. 사실 최근 미국 정부의 벌금을 통한 3년간의 기소유예 처분도 제 눈에는 어정쩡한 합의로 보일 뿐입니다. 민간 회사의 노력으로 급발진이 재현되었는데 왜 미국 정부는 더 밀고 나가지 않고 합의를 했는지 아쉬울 뿐입니다. 설마 벌금으로 퉁치려는 건 아니겠죠?
어쨌든 귀사 사장님께서 미 정부와 합의를 끝낸 뒤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죠. 하지만 미 정부의 조사는 끝났을지 몰라도 운전자들이 개별적으로 벌일 소송은 여전히 유효하며, 급발진이란 시한폭탄은 여전히 째깍째깍 초침과 함께 작동하고 있다 봅니다. 아직 토요타의 바람대로 끝난 게 아니란 얘깁니다. 무엇보다 저는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거짓말을 한 당신들의 태도에 대해 사과를 다시 하는 것이 옳다고 보는데, 혹 이럴 계획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2. 현대차에 묻고 싶습니다
미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토요타 관련 사건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귀사는 현재 대한민국 운전자들로부터 급발진 의혹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자동차 회사입니다. 그리고 국내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급발진 관련해 귀사의 자동차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갖고 접근을 하려는 모양입니다.
토요타야 1년 영업이익이 20조를 훌쩍 넘는 회사라 두들겨 맞아도 버틸 힘이 있겠지만, 귀사는 토요타 만큼의 맷집이 없잖습니까? 그런데 만약 재현을 이뤄져 현대차의 전자적 오류에 의한 급발진을 증명한다면 이런 소송에 감당할 자신은 있는지 모르겠네요. 무엇보다 그런 상황에서도 급발진은 자동차 결함이 아니라고 증명할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시사기획 창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귀사에서 만든 YF 쏘나타 LPG 모델들에서 묘하게도 급발진이 의심되는 사건들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만약 당신들의 말처럼, 급발진이 운전자의 실수라면 굳이 정부에 보고하지도 않고 이 문제를 조사하고 ECU를 조용히 교체해줄 필요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제가 기계에 대해 아는 게 없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궁금한 게 있습니다. 엔진에 공기를 공급하는 스로틀밸브가 열린다는 건 공기가 엔진으로 들어간다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현대차 측에선 밸브가 열려도 공기양이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급발진이 일어날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탐사보도팀은 그 주장이 틀렸음을 실험을 통해 보여줬습니다. 어떤 분은 현대 엔지니어의 변명을 본 자신의 아버지가 가족 소유의 현대차 3대를 모두 팔고 수입차를 계약했다는 얘기를 포털 댓글란에 남기기까지 했더군요. 만약, 이런 소비자들의 반응이 잘못된 데이타에 근거한 것이고 현대의 주장이 맞는 것이라면 이를 공개적으로 증명해 보일 생각은 없는지 여쭙습니다.
철저하게 품질 관리를 하고 있다고는 얘기를 하셨지만, 발전기에 들어간 구리선이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전압을 떨어뜨리고, 그 떨어진 전압으로 ECU가 상황을 오독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죠. 서류위조와 거짓말이 판을 치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대한민국 상황이 한심하다 못해 슬프기까지 했습니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급발진 관련한 소송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뭔가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소송이 전개될 수 있겠단 생각입니다. 미국에서 어찌 되었든 급발진이 전자적 오류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재현되었고, 탐사보도팀의 끈질긴 노력 끝에 우리나라에서도 그 가능성을 재현해 보였습니다. 이런 근거들에 그동안 억울함을 호소한 소비자들은 큰 힘을 얻을 겁니다. 이제 현대가 전자적 결함이 없다는, 그래서 급발진은 오로지 운전자의 실수라는 것을 증명할 차례입니다. 그럴 준비는 되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3. 차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없다고 말하는 전문가들께 여쭙습니다
급발진이 운전자의 실수이고 자동차의 결함이 아니라는 주장은 자동차 회사만 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 전문지 기자나 전문가들의 상당수도 이런 의견에 동의하고 있었죠. 아마 급발진이라는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아우디의 미국 내 급발진 사건이 있었던 80년대를 거치며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분들이지 않나 합니다.
어쨌든 지금까지 급발진과 관련해 여러분의 주장은 두 가지로 압축되더군요. 급발진 사고를 인정한 선진국의 선례가 없다. 그리고 대부분이 운전자 과실로 드러났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작년에 미국에서 ECU 내 소프트웨어에서 오류가 발견됐고 이것이 급발진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실제로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물론 이 실험이 모든 걸 설명할 순 없다고 봅니다. 그래도 처음으로 드러난 자동차 결함의 증명이란 점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또 한국에서 실시한 급발진 재현 실험을 방송을 통해 보셨을 텐데, 이 부분에 대한 의견도 듣고 싶습니다. 기사나 사설 등을 통해 혹 반론을 편 것이 있나 몇 군데 확인을 해봤지만, 아직 저는 찾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끊임없이 언론이나 시민단체, 그리고 일부 자동차 전문가들이 전자장비 오류를 지적했죠. 그게 1999년부터의 일입니다.
사실 저는 우리나라 자동차쟁이들을 존경합니다. 자동차 관련 다양한 글을 쓰고, 업계 소식을 전하고, 시승기를 올리는, 그렇게 썩 돈 안 되는 직업을 그저 차 좋아한다는 이유로 열심히 해온 여러분의 열정과 능력을 제가 비판할 수준은 안됩니다. 그럴 마음도 없고요. 척박한 대한민국 자동차 문화의 한 축을 지켜내고 있는 당신들의 노력과 결과물을 존중하는 것이 오히려 맞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급발진과 관련한 여러분의 목소리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늘 급발진 의심 사건은 대부분 운전자의 과실이라는 이야기를 하셨죠. 자동차 메커니즘을 잘 알기에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미덥지 않았을 겁니다. 심지어 급발진연구회의 대표적인 인사 중 한 분도 대부분 급발진 사고의 70~80%는 운전자 과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 정도의 운전자 과실 주장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일부 운전자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자동차의 결함으로 잘못 인식했거나, 혹은 책임회피의 명분으로 삼은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급발진을 주장하는 많은 목소리 속에 오히려 진실이 담겨 있지, 자동차의 전자장비를 100% 신뢰한다는 것에 답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급발진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있을 것입니다. 시사기획 창이라는 프로그램도 급발진 관련 소식을 이번에 처음 다룬 게 아닌 거 아실 겁니다. 오랜 세월 이 문제를 파고들었고, 그랬기에 나올 수 있었던 결과물이었기에 저는 이런 노력이 계속 이어지는 한, 언젠가는 명백한 증거가 나올 거라고 믿습니다.
어쨌든 전 궁금해집니다. 오랜 세월을 차의 결함이 아닌 운전미숙이 급발진을 일으켰다고 보고 계신 여러분이 지금 미국과 한국에서 이뤄진 전자적 오류에 따른 급발진 재현을 어떻게 반박할지 말이죠. 오히려 이런 대립이 서로에게 자극되고, 그럼으로써 문제의 핵심을 찾아가는 동력으로 작용하길 바랍니다.
4. 정부에게 묻겠습니다
벌써 작년 일이 되었군요. 국토부가 급발진 재현 실험을 했고,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급발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었죠. 그러면서 미국이든 어디든 급발진을 밝혀낸 곳은 없다고 했습니다. 더 나아가 급발진 주장은 운전자들이 자신의 과실을 덮으려고 하는 주장이라고 말했죠.
심지어 정부 내 자동차 관련 인사 중 핵심의 자리에 있는 분은 "우리나라의 경우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어 자기가 실수를 했거나 확신범인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까지 말했습니다. 물론 바로 이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혼동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다소 수위를 낮췄죠.
이 얘기를 듣는 국민들 마음을 생각해보셨는지 모르겠네요. 물론 밝히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밝힐 수 있는 기술이 안된다는 항변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기술이나 현실을 탓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그 책임을 돌리고 도덕적 해이 운운하는 것이 정말 정부 관계자의 입에서 나올 얘기인가 싶습니다.
어쨌든 여러분이 그렇게 주장하는 재현이 미국에서 이뤄졌고, 그것이 근거가 돼 판결까지 났습니다. 또 한국에서도 일부 가능성을 실험을 통해 보여줬습니다. 제조사는 국민들의 도덕적 해이라는 그 운전자 과실 부분을 왜 밀어 부이지 않고 정부 몰래 ECU를 교체해줬는지 조사를 할 의향이 있는지 일단 묻고 싶네요.
그리고 바로 며칠 전, 그러니까 시사기획 창의 보도가 나간 후 한국 토요타 측에 급발진 은폐 의혹을 해명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우선 궁금한 것이요. 2013년 미국 오클라호마 법정에서 급발진이 제조사 책임이라는 판결이 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묻겠습니다. 만약 알았다면 그때 당장 한국토요타 측에 이런 공문을 보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거든요.
만약 시사기획 창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내린 결정이라면, 도대체 그동안은 뭐를 했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일어난 한국 내 급발진 의심 사고들에 대해 전면 재조사를 할 의향은 없는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유럽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차량용 전자장비의 안전을 공인하기 위한 준비를 했고 ISO26262라는 국제 표준이 독일자동차협회의 주도로 2011년 공식 마련됐습니다.
GM 등 미국 메이커도, 그리고 최근 토요타도, 그리고 심지어 중국 자동차 업체들도 한국 부품업체에 이 안전표준을 준수하고 지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우리 정부는 이런 것과 관련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아니면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무리 국민들이 못 미더워도, 중립적 입장에서 급발진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와 열정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급발진 문제를 지속해서 연구할 기구를 만들 생각은 없는지 알고 싶습니다. 제발이지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에 의지할 수 있도록 신뢰를 보여주기 바랍니다. 급발진 문제, 이제 리셋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