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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의 지구인 변장
해저기지에서 오붓하고 다정한 시간들을 보내던 어느 날 아니가 지구탐사를 함께 떠나자고 제안했다.
쾌히 승낙하고 그녀의 탐사여행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녀는 지상으로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외계인들의 신선복장 대신 지구인 의상으로 갈아입었다. 해저기지에는 지상으로 여행할 때 사용하기 위해서 다양한 디자인의 지구인 복장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아니가 지구인의 복장으로 갈아입으니 영락없이 지구인 여성 그대로였다. 청바지와 가죽 재킷을 입고 늘씬한 키에 검은색 색안경까지 착용한 그녀는 배우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나도 아니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비슷한 커플 의상을 갖추어 입었다.
여행준비를 완료한 아니는 여행의 목적지와 일정들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목적지들은 대부분 지구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문화유적지들이었다. 지구인류의 다양한 현대문명을 체험할 수 있는 중요한 도시와 장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오래전부터 준비해 두었던 지도를 펼쳐 보이며 찾아갈 장소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여행 목적지로 지도상에 표시된 곳들은 지구의 동서양을 망라해서 다양했다. 말하자면 지구문명의 핵심지역들이 이번 여행의 목적지였다.
아니가 계획한 목적지들을 다 둘러보고 여행하려면 대충 잡아도 수개월은 족히 소요될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여행에 필요한 경비도만만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걱정되는 맘으로 아니에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가 계획하고 있는 탐사는 너무 광범위해서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고 경비도 많이 필요할 텐데 아니에게 그럴만한 시간이 있고 돈이 있소? 설마 샤르별에서 사용되는 돈을 이용하여 지구여행을 하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니는 기막힌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대답했다.
"호호호..., 샤르앙은 별걱정을 다하네요. 제가 그만한 준비도 없이 지구탐사를 제안하겠어요? 사실 우리 샤르별에는 여행을 떠나든 물건을 구입하든 돈이 필요 없는 세상이에요. 물건을 사고파는 제도도 없고 시장 같은 것을 운영하는 제도도 없는 우리 샤르별에서는 본래부터 화폐라는 제도가 발생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지구에서는 무엇이든지 돈이 아니면 거래할 수 없고 이용할 수도 없다는 상식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경비가 부족해서 여행을 중도에서 포기하는 일은 없으니 안심해요."
“그러면 여행 경비는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는 뜻이오? 그렇다고 지구인류들이 보는 앞에서 UFO를 타고 다니며 여행할 수는 없지 않소?"
“UFO를 이용하지 않으면 이번 지구탐사를 무사히 마칠 수 없어요. 지구에서는 나라와 나라를 경유할 때 허가가 필요해요. 그러한 절차를 피하기 위해서는 가끔씩 UFO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돼요. 그리고 지구의 먼 거리를 단숨에 이동할 필요가 있을 때도 UFO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 외 일반적인 활동은 지구인들이 사용하는 교통편을 이용하게 된답니다. 그러한 비용은 충분히 마련될 것이구요."
“듣고 보니 UFO의 도움이 아니면 지구의 모든 나라에 위치한 문화유적을 탐사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 같소. 지구에서는 나라와 나라를 경유하는데 엄격한 허가제도가 필요해서.... 그런데 당신들이 살고 있는 샤르별에도 다른 나라들을 방문할 때 지구처럼 허가를 받고 이동하오?"
“우리 샤르별에는 국가나 나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래서 지구의 70배에 달하는 넓은 세상을 어디나 마음놓고 다닐 수 있어요. 지구는 작은 땅에서 국가라고 하는 복잡한 경계들이 정해져 있어 살아가는데 참 불편함이 많겠어요."
"아무런 경계도 없이 넓은 세상을 마음껏 다닐 수 있는 당신들의 세상이 부럽게 느껴지오. 그런데 이번 탐사여행에 필요한 경비는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니 그 돈들은 누가 대주오?"
“아버지가 지구에서 사용할 돈 걱정은 말라고 했어요. 지구의 친구들이 잘 도와줄 거예요. 지난번에도 지구의 몇 곳을 둘러보면서 그러한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어요. 샤르앙에게 조금도 걱정을 끼치지 않으면서 지구의 유적지들을 여행할 것이니 샤르앙은 저와 함께 동행이나 하면서 친구가 되어 주세요."
“어떻든 아니가 하자는 대로 하겠소."
"고마워요. 그런데 샤르앙은 지구의 모든 지리들은 잘 알고 있는 편이에요?"
"그렇지 못하오. 책으로 읽어서 대충은 알고 있는 상식들에 불과하오."
"자기가 태어나 살고 있는 땅에 대하여 그렇게 알고 있는 지식들이 부족하다면 될 말이에요?"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현실이 그러한 걸 어떡하오. 사실 아니가 제안한 탐사 목적지들은 무척이나 구경하고 싶었던 장소들이오. 돈이 없으면 아무리 가보고 싶은 명소라도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 우리 지구인류들의 삶이오. 또 어떤 나라들은 돈이 있어도 방문이 어려운 곳도 있소. 그러한 나라에는 무서운 세력이 살고 있어 자칫하면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소. 이번 탐사목표 중 그러한 나라가 포함되어 있어 걱정이오.”
"그러한 상식은 이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들이 이번 탐사여행을 할 때 어떤 위험도 따르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 대책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어요. 이번 여행은 샤르앙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샤르앙에게 모처럼 좋은 구경거리도 보여 주면서 저도 흥미 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으니까, 이번 여행이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네요."
“어떻든 아니 때문에 좋은 구경 많이 하고 특별한 경험들이 될 것 같소. 또 마음속에서 본능적인 모험심이 유발되기도 하오. 찾아가 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장소들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면 그보다 값진 체험은 없을 것이오. 설령 여행을 하다 위험한 지경에 빠지더라도 아니와 함께 하는 시간들은 그 자체가 의미 있을 것 같소.”
"저는 가냘픈 여성이지만, 어떤 위험에 빠지더라도 샤르앙을 보호할 자신은 있으니 이번 여행에 아무런 부담도 느끼지 마세요. 홀가분하고 경쾌한 기분으로 지구탐사를 떠나도록 해요."
"그럼 마음 편하게 아니와 동행하도록 하겠소."
이런 대화를 마친 후 아니는 여행준비가 이미 완료되었다는 듯이 앞장서서 초시의 업무실로 들어갔다.
아니의 탐사계획을 이미 알고 있었던 초시는 우리를 UFO에 태우고 해저기지 밖으로 빠져나가 지상의 어느 장소에 도착했다. 유럽 지역의 나라에 위치한 아름다운 도시의 근교였는데 주변에는 무성한 숲이 우거져 있고 잘 가꾸어진 풀밭도 보였다.
초시는 그곳에서 누구에게 무선통신으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통신이 끝난 잠시 후 검은색 자동차 한 대가 우리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더니, 그 차에서 내린 남자가 초시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인 후 "우주기운 충만! 그레이스." 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 도시 주변의 가까운 위치에 살고 있는 인물인 것 같았다. 그레이스란 이름은 코디우거스 요원들 사이에서 초시를 부르는 지구식 이름이라고 했다.
초시도 그 남자에게 "우주기운 충만, 챨리!" 하고 반갑게 인사말을 건네면서 "미리 연락했던 우리 애들이오. 우리 애들이 이번 여행을 무사히 마치도록 당신이 잘 도와주시오.” 하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챨리라는 남자는 "그레이스, 걱정 마십시오. 부탁하신 대로 이미 준비는 잘 되었으니 당신의 따님과 아드님을 저에게 맡기셔도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초시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곧바로 UFO를 몰고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고, 챨리는 우리를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향했다.
챨리의 나이는 그때 62세였으며, 세계기구에 속한 환경단체에서 연구직을 맡고 있는 학자라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큰 농장도 직접 경영하며 지구의 환경에 대하여 여러 편의 논문도 발표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라고 했다.
이런 내용들은 이미 초시를 통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으므로 챨리가 직접 자신의 신분에 대하여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사실들이었다. 그래서 챨리의 신원에 대하여는 궁금한 점도 없었고, 그가 안내하는 대로 우리는 편한 마음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챨리가 도착한 집은 커다란 농장 안에 지어져 있는 통나무집이었고, 2층으로 지어진 통나무집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었다.
통나무집에 도착한 시간은 늦은 밤이어서 아니와 나는 챨리가 정해준 침실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이튿날 챨리 집에서 머물고 있는 다른 인물들을 소개받았다. 챨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들인데 환경분야에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들이었다.
챨리는 우리들이 여행에 필요한 경비로 충분한 돈과 여행할 때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 주었고, 중간 목적지에서 도움을 받을 연락처를 알려 주었다.
아니와 나는 기차도 타고 비행기도 타며, 자동차나 선박을 이용하기도 하면서 대략 45일 정도의 문화탐사 여행을 계속했다. 문화탐사 여행 도중에 땅속에 묻혀 있는 유물들과 땅속에 매몰된 지하세상도 탐방했다.
넘기 어려운 국경이나 긴 거리를 이동할 때는 UFO의 도움을 자주 받았다. 그렇지 않은 장소에서는 대부분 지구의 교통편을 이용했다.
여행을 하면서 중간에서 도와주는 인물들이 있었으므로 불편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아니를 외계인으로 알아보는 사람들은 전혀 없었으며, 우리들은 유창한 국제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떤 장소에 도착해서도 언어소통 문제로 곤란을 겪는 일은 없었다.
한 가지 애로사항이 있었다면, 여행을 하다 새로 사귄 친구들을 만났을 때 그들로부터 대접받는 음식이었다. 새로 사귄 지구의 친구들이 우리를 식당 같은 장소로 안내하려고도 하고, 때로는 그들의 집으로 직접 초대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때마다 손님 대접으로 내어놓는 음식 때문에 거절하느라 난처한 입장이 될 때도 있었다.
우스시어 우주식사만 복용하는 아니는 위장기능이 거의 퇴화되어 지구의 어떤 음식도 섭취할 수 없었으며, 나도 외계인들과 함께 지내면서 두 달 가까이 우주식사만 실천해 왔으므로 지구의 음식들을 섭취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어떻든 아니와 나는 지구의 문화탐사 여행을 즐기면서 지구의 전역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도 많았으며, 지구의 문명과 문화의 흐름들에 대하여 얻은 지식들도 많았었다.
난생처음으로 지구의 유서 깊은 문화유적지들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였으므로, 아니보다 내가 더 색다른 감명과 느낌으로 문화탐사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제까지 책을 통해 읽어 두었던 인류의 문명이나 기원에 대한 지식들, 해외여행의 기행문들을 많이 읽어 두었던 지식 탓에 아니와의 여행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도움이 컸던 점은 중요한 국제어들을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만능통역장치 때문이기도 했다.
만능통장치는 외계인들이 지구의 모든 언어를 자유스럽게 구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된 기계였다.
아무튼 지구는 우주에 비하면 손바닥보다 작은 공간에 지나지 않지만, 그 작은 공간에 펼쳐지고 있는 삶들은 천태만상으로 미묘하게 얽혀 있었다. 그렇게 미묘한 인류의 삶들과 문명의 흔적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나니 나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애착심이 더욱 깊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초시를 처음 만나 UFO를 타고 지구의 오지와 중요한 장소들을 대충탐사해 본 적은 있지만 아니와 꼼꼼하게 살펴본 지구탐사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지구의 내용을 훤히 들여다 보는 느낌이었다.
아니도 이번 여행의 기쁨이 너무 크다고 좋아했다.
아니는 지구인류들이 살아가는 문화탐사 여행을 하면서 중요한 내용들을 모두 사진에 담았는데, 해저기지로 돌아와서는 사진에 담은 내용들을 모두 전자책에 저장시키는 것이었다.
전자책에 저장시킨 내용들은 지구의 자세한 지도와 탐방한 문화유적의 사진들 그리고 그 문화유적에 얽힌 이야기나 탐방한 소감 등을 자세히 기록한 것들이었다. 이렇게 전자책에 기록한 문화탐방 내용을 아니는 자신이 알고 지내는 다른 외계인들의 전자책 속으로 전송시켜 주기도 했다. 전자책의 정보전달 속도는 초광속이었다.
그래서 멀리 떨어진 우주의 존재들끼리 전자책을 이용한 정보교류도 가능했다.
전자책은 이렇게 다른 전자책들끼리 책 속에 저장된 내용을 서로 전송해 주기도 하고 수신 받기도 하는 기능을 내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샤르별의 외계인들이 각자 휴대하고 있는 전자책 속에는 서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전송 받은 정보나 지식들이 가득 저장되어 있어서, 전자책 한 권의 내용 속에는 수억 권 분량의 책으로 환산할 수 있는 정보들이 저장되어 있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외계인들은 개인들이 저술한 학술서적, 연구서적, 교양서적, 문화서적 등을 모두 이런 전자책 형태로 출간하고 있었으며, 그렇게 새로 출간한 정보 내용은 다른 상대의 전자책에 전송시켜 주어 서로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며 살아간다고 했다.
아니는 지구의 문화탐사 내용을 전자책으로 기록하여 다른 외계인들의 전자책으로 전송을 끝낸 후, 나와 함께 시디바를 방문했다. 시디바는 아니가 전송해 준 전자책 기록들을 잘 받았다며 훌륭하게 마친 문화탐사 여행에 대하여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2 <해저 지하세계와 해저탐사 이야기> - 박천수著
첫댓글 감사합니다.
넵 감사합니다 ~~^^
사차원의 세계는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지구에서는 화폐가 없으면 움직임조차 제한되어 있는데
네 샤르별은 지구 보다 문명 문화가 앞서있어서 그렇지만
지구도 4차원 메타버스 초월문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지구 문명 문화도 바뀌어 갈겁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