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부산머시마 님이 호승욱 선수의 근황에 대해 묻는 글을 보고 문뜩 떠오른 질문입니다.
비단 호승욱 선수뿐만 아니라, U리그 2회연속 득점왕에 빛나는 고경민, 거제고를 전국고교축구대회 우승으로 이끌며
FM에서 최고포텐을 받았던 정선비, 숭실대 시절 각급 타이틀을 휩쓸던 임경현, 신갈고 시절 최고의 주포로 활약했던
김다빈, 고려대 시절 박정훈 - 유준수 콤비, 유소년 축구유학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많은 선수들 (설재문, 정대환, 이강, 조범석 등)
등등 최근 고교, 대학축구권에서 각종 수상을 휩쓸며, K리그에서의 장미빛 미래를 점치던 유망주들이
정작 K리그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며 2군을 전전하거나 축구계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현상이 제법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어급 신인 한명 뽑으면 그 해 K리그 우승을 가늠할 수 있었던 90년대 초중반까지의 K리그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지요.
이러한 현상의 원인에 대해 크게 두가지 이유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첫째, 학원축구와 K리그간의 간극이 과거에 비해 너무 넓어졌습니다.
과거에는 K리그 소속 국가대표보다 고려대 축구부 소속 국가대표가 더 많을거라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로, 국가대표 내에서
대학 선수들의 비중이 상당히 컸습니다. 거기다 이 대학선수들이 국가대표 핵심을 차지할 지경이었죠. 여기에 대학 선수들이
주축이 된 88 올림픽대표팀이나 바르셀로나 올림픽대표팀이 K리그 선수들로 이루어진 국가대표진을 격파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도 했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위와 같은 예시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처럼 되버렸습니다.
청소년대표마저 K리그 유소년 팀 출신들이 채워지는 마당에 대학 선수가 주축이 된 올림픽대표는 꿈같은 소리거니와
이들로 K리거들을 이긴다는건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지요. K리그가 빠르게 발전하는동안 학원축구는 고유의 특성상
답보상태에 빠져있었고, 이는 K리그와 학원축구간의 상당한 수준차를 만들어낸거죠..
때문에 학원축구에서 날고긴다던 선수들도 K리그의 높은벽에 주춤할 수 밖에 없게되었고, 예상치못한 부진은 슬럼프로 발전해
선수를 갉아먹는듯 합니다. 결국 그 벽을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는한 학원축구 스타들도 K리그에서 퇴장할 수 밖에 없게된거죠.
둘째, 학원축구 스타 선수들의 플레이스타일 문제입니다.
스타급 플레이어들은 자신만의 장기가 있습니다. 일례로 임경현 선수같은 경우는 숭실대 시절 상대팀 수비수들
등 뒤로 돌아 들어간뒤 중장거리 패스를 받아 골을 성공시키는 플레이에 매우 능했고, 이를 통해 대학권 수위급 공격수로
군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K리그는 임경현 선수의 이 같은 플레이가 발휘될 여건이 못됐어요. 대학권 수비수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스피드와 오프사이드 트랩 구사로 임경현 선수의 장기를 전혀 살릴 수 없게 만들어버렸으니까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경현 선수는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을 고집했습니다. 부산에 있는 내내요. 그 결과 임선수는 그저그런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임선수의 선택이 이해는 갑니다. 자신의 장기를 특화시켜야만 살아남는다고 생각했을테니까요.
안타까운건 자신의 장기가 먹히지 않으면 아예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거나, 자신의 스피드를 끌어올리거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어버릴 세부 전술 연구에 주력했어야 했을텐데.. 임상협 선수는 똑같은 패턴으로
대학시절과 다를바없는 움직임만 반복하다 항상 막히는 모습만 반복했다는 점입니다.
비단 임경현 선수뿐만 아니라 고교 시절, 대학 시절 천재라 불렸던 선수들 중 상당수가 고교, 대학시절 플레이를 그대로 프로에도
적용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첫째 이유에서 언급했듯 학원축구 무대와 K리그 무대는 차원이 다릅니다.
한마디로 학원축구에서 먹힌다고 K리그에서도 먹힐거라 생각하는건 공자앞에서 문자하는 격이에요..;
하지만 이 선수들은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을 더 날카롭게 벼리거나 바꾸는데 주저함이 많습니다. 프라이드도 있고, 또한
자신의 장기를 버리는것이 불안하기 때문이지요.
반면, 스타급 플레이어가 아니었던 선수들은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는데 주저함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왜냐하면 그 선수들은
'일단 프로에서 살아남는게'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프라이드도 덜하고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서는 각팀 1순위 지명선수보다 후순위로 지명된 선수들의 성공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지요. 이도 위의 이유에서
기인하는바가 일부 있을 것이라 봅니다.
이와 같이 프로무대와 학원축구 무대의 차이, 스타급 선수들의 플레이스타일 고정화 문제 등으로 인해
학원축구계 유망주들이 K리그에서 변변한 활약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어린 선수들에게 정형화된 롤과 전술을 주입하지 않고 다양한 움직임을 능동적으로 행할 수 있도록
학원축구계의 축구 조련 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싶군요. 지금의 학원축구계의 전술은 너무 정석화되어 있으며
몇몇 소수 선수들에게 스폿라이트가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런 스폿라이트가 선수들에게 더러 독이 될수도 있음을 위의 이유를 들어 제시하고 싶네요.
첫댓글 나는 천재다 케케
제 생각엔 앞으로 10년후엔 프로유스의 시대가 열릴것같아요..
좋은 글이네요.잘 읽고 갑니다
스타일에대한 프라이드는 생각지도못했네요 날카로우십니다
예전부터 대학출신이 주류였고, 유망주들은 계속 쏟아져 나왔고, 묻힌 유먕주들도 많았죠.... 선수 개개인의 특성도 감안해야 할듯 싶은데요.
어찌됐건, 학원축구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클럽유소년축구가 메인으로 떠오르면서, 그들도 변하겠죠 뭐....
고경민은 미포조선에서도 방출되었더군요
좋은글입니다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