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 머니. 이 단어를 들으면 가슴이 알싸해집니다. 종이 모서리에 손을 베인 것 같은 싸~한 느낌이 들지요. 아마 대부분의 관객이나 독자는 이 단어에서 마이크 타이슨, 표도르, 파퀴아오 같은 스타 플레이어들의 이름을 떠 올리며 천문학적인 액수에 관심이 갈 겁니다. 그러나 파이터 또는 링 스포츠에 몸을 담그고 있는 이들은 그 반대입니다. 이 단어가 귀에 들어오는 순간 자기가 처음 받았던 파이트 머니. 정말 미미했던 액수를 떠올립니다. ![]() 3류 복서 록키의 삶을 지탱했던 그나마 쓰레기 같았던 그러나 소중했던 권투 이런 부분은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록키에서 실베스터 스탤론이 받은 대전료는 65달러 중 라커 사용료, 샤워 비용, 세금 제하고 40.55달러입니다. 땀과 피 그리고 관중들이 뱉어낸 담배연기와 술 냄새와 욕설을 대충 수건으로 닦아내고 실베스터 스탤론은 부은 눈을 간신히 뜬 채 지폐뭉치를 셉니다. 영화 레슬러에서는 어떻든 가요? 미키 루크는 경기가 끝난 후 아드레날린이 휘발된 이후 온 몸을 뒤덮는 고통을 간신히 억누르며 차가운 철제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고통과 열기로 뜨거운 몸과 차디 찬 철제의자. 그리고 매니저가 손에 쥐어진 지폐뭉치. 게다가 관객이 적게 들어서 현장삭감된 금액. 링에서 몸을 움직이는 이에게 경기를 끝내고 파이트 머니를 확인하는 행위는 매우 각별합니다. 왜냐면 싸움을 끝내고 무사히 현실로 돌아왔다는 일종의 생존신고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요. 주먹에 아직 상대방을 때릴 때 느꼈던 타격감과 고통스러운 기억이 남아있는 상태에서봉투 안의 지폐를 센다는 것은 그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 일본 SMASH에서 활동하며 제가 받는 ‘갸라’. 호텔방에서 이 봉투를 열어보는 것은 일종의 생존신고 파이트 머니는 한국에서 많이 사용하고 일본에서는 출연료, 계약금을 뜻하는 개런티 guarantee 에서 앞부분을 떼어내 ‘갸라’라는 말을 씁니다. 미국에서는 덤덤하게 보수 payout 이라고 하지요. 현재 UFC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받는 선수는 바로 척 리델, 랜디 커투어, 브록 레스너 등으로 경기당 40~50만 달러를 받습니다. 이것 이외에 인기 선수라서 케이블 유료시청권의 일정 부분을 샤이닝 보너스 형식으로 받으니까 100만달러까지 올라갈 때도 있다고 합니다. UFC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동현 선수는 3만 2천달러 그리고 승리 시에는 승리수당으로 100%를 더 받는 계약을 하고 있습니다. 언뜻 많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세계최고수준의 파이터와 목숨을 건 파이팅을 펼친다고 한다면 큰 금액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 상대가 미워서가 아니라 존중하기 때문에 가능한 격투기 경기 최근 모 기업 회장이 야구배트를 이용해서 탱크로리 운전자를 폭행하면서 야구배트는 대당 100만원, 주먹은 300만원이라는 매값을 일방적으로 매겼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2천만원을 주면서 파이트 머니라는 말을 입에 담았습니다. 2천만 원은 실로 큰 액수입니다. UFC 파이터들도 데뷔전에서 2~3천 달러를 받는 선수들은 수두룩 하니까요. 그러나 이것은 대전료가 아니라 일방적인 폭행에 대한 입막음용일 뿐이지요. 경기장에서 언뜻 선수들이 보여주는 물리력의 행사는 폭력처럼도 보입니다만 그것은 상대방보다 자신이 더 노력을 했다는 결과물일 뿐입니다. 결코 누군가를 증오해서 주먹을 휘두르진 않고 오히려 그랬다가는 쓸데없는 흥분으로 경기를 망치기 십상입니다. 링에서 경기를 치른 파이터들은 폭력의 의미를 알지요. 그들이 링 밖에서 물리력을 자제하는 것은 결코 신사다워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진창으로 얻어맞는 게 어떤 것인지 잘 알기 때문이지요. 왜 반항을 하지 않았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50대 남자가 40대 남자에게 무릎을 꿇고 야구배트로 10대, 주먹으로 3대 맞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바로 가장이기 때문입니다. 부인과 딸이라는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이 있기 때문에 그런 치욕을 감내했던 것이지요. 우리가 격투기를 보며 즐거워하는 것은 격차사회인 현실의 축소판이면서 양 선수가 룰 안에서 공정하게 싸우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공정이 배제된 말 그대로 ‘공정사회’이기 때문이지요. 언론에 갑자기 파이트 머니라는 단어가 회자되는 것을 보면서 링과 같은 공정사회가 현실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지 갑자기 궁금해 졌습니다.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