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 평균 75세 6,135명 추적 관찰
노쇠한 고혈압 노인, 정상 혈압 군 대비 치매 위험 32% 감소
지나친 혈압 저하가 뇌 혈류 줄일 수 있어 맞춤형 관리 필요
노쇠한 고령층의 경우, 고혈압이 치매 발병 위험을 늦출 수 있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신체 기능이 떨어진 노쇠한 고령층의 경우, 고혈압이 오히려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연구팀은 평균 연령 75세 성인 6,13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고혈압 관리에서 일률적인 수치 기준보다 환자 개인의 신체적 노쇠 정도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평균 연령 75세 성인 6,135명을 평균 9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은 잦은 피로감, 신체 활동 저하, 느린 걷기 속도, 악력 저하, 의도치 않은 체중 감소 등 5가지 증상을 노쇠의 기준으로 정의했다. 이 중 3가지 이상의 증상을 보이면 노쇠, 1~2가지를 보이면 노쇠 전 단계로 판단했다. 연구 시작 시점에 참가자 중 334명은 노쇠 상태였고, 2,376명은 노쇠 전 단계였으며, 2,383명은 건강한 상태였다.
나이, 흡연 여부, 당뇨병 등 치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반영해 분석한 결과, 노쇠하거나 노쇠 전 단계인 고령층에서는 고혈압 환자의 치매 발병 위험이 정상 혈압 군보다 32% 낮게 나타났다. 반면, 신체가 건강한 상태의 고령층에서는 고혈압 환자가 정상 혈압 군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39% 더 높았다. 똑같은 고혈압이라도 개인의 신체적 노쇠 여부에 따라 치매 발병 위험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이유를 뇌로 가는 혈액 공급량의 차이 때문으로 분석했다. 노쇠한 고령층은 혈압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뇌 혈류가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높은 혈압이 오히려 치매 위험을 낮춰준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원인과 결과를 직접적으로 입증한 것이 아니라 연관성만을 확인한 관찰 연구다. 따라서 고혈압을 그대로 방치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혈압 수치와 함께 전반적인 신체 기능과 건강 상태를 반드시 살펴야 함을 의미한다.
연구 책임자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제이슨 R. 스미스(Jason R. Smith) 박사는 “고혈압은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에게 중요한 건강 문제지만, 혈압 관리 방법을 고려할 때 사람들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노쇠 징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미스 박사는 “80대 노인들에게도 노쇠 징후 유무에 따라 최적의 혈압 목표치를 설정함으로써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혈압을 관리하는 것이 치매 위험을 실제로 낮출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High Blood Pressure is Associated with a Lower Risk of Dementia in Frail Older Adults: 혈압은 노약자의 치매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습니다)는 2026년 6월 '미국신경학회 의학 저널(Neurology)' 게재됐다.
정보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