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 시간에 이 글을 보게 된건지...
이 동네는 떡볶이 배달해주는데도 없는데...씨~이!!
--------------------- [원본 메세지] ---------------------
토요일에 모처럼 떡볶이를 먹으러 갔습니다.
제가 바로 신당동 근처에 살고 있기 때문에(신당동 떡볶이 타운에서부터 집까지 천천히 걸으면 한 20분 정도 걸립니다) 친구(저보단 나이가 좀 어린데...친구라고 불리면 불만을 가질까요?...용서하십시오...^^;) 한 명을 만나 그리로 갔죠.
떡볶이란...참 묘한 녀석입니다.
불그죽죽하니 참 매워 보이는데, 딱 맵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이 달착지근하기도 하고 짭조롬하기도 한 오묘한 맛을 냅니다. 아마도 떡볶이의 주양념인 고추장이란 것이 본래 오묘한 맛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일 겁니다. 된장이 만들어지는 메주 가루에(고소한 콩이 주원료죠) 쫄깃한 찹쌀반죽(탄수화물은 당화되어 단맛을 내죠)과 매운 고춧가루, 짠 소금이라는 온갖 맛을 합한 것이 바로 고추장이거든요. 이런 맛을 내는 장은 우리나라밖에 없을 겁니다. 이런 것이 주재료이니 당연히 오묘한 맛을 내겠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설탕이나 물엿, 때로는 후추가루, 참깨가 들어갑니다.
이 오묘한 매운 맛의 장점은 그 조합에 따라 더욱 다양해져서 어느 분식점이나 떡볶이가 있지만, 그 각 가게마다 독특한 맛이 따로 있습니다. 이름은 모두 떡볶이여도 다 같은 맛이라고 할 순 없다는 뜻이죠. 하지만 모두 맵고 달착지근한 맛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매콤한 맛이 매력적인 조합을 이루며 나타나면, 매워서 연신 물을 마셔가면서도 계속 떡볶이를 집어먹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물론 진정한 주인공인 가래떡을 빼놓고 떡볶이를 말할 순 없겠죠?
떡볶이는 단순한 간식만이 아닙니다. 왜냐, 바로 이 가래떡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순수 탄수화물인 이 쫄깃한 떡은 배를 든든하게 해줍니다. 위장이 한참 튼튼했던 소시적엔 그저 이 떡볶이 하나로 끼니를 내내 챙기기도 했답니다. 매일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았죠.
떡볶이에 들어가는 가래떡도 자세히 보면 모양이 제각각입니다. 굵은 가래떡을 뭉텅뭉텅 자른 굵직한 놈이 있는가 하면(이건 정말 몇 개만 먹어도 배가 뿌듯해집니다), 새끼손가락보다 더 얄팍한 놈도 있죠(신당동 떡볶이 떡이 대표적입니다. 씹을 때마다 아쉬워서 자꾸자꾸 먹는 속도가 빨라진답니다). 또 떡국 떡처럼 어슷어슷 얇게 썬 것으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는데 이때의 약점은 팬이나 냄비에 눌어붙기 쉽다는 겁니다. 물론 스탠다드 굵기의 떡볶이 떡도 있습니다(학교 앞에서 많이 파는 종류의 떡볶이 떡을 말함입니다...). 굵기뿐만은 아니죠. 길이도 사실 차이가 꽤 납니다. 아주 어렸을 때 100원에 떡볶이 가락 10개, 뭐 이런 식으로 파는 떡볶이를 사 먹을 때는 길이를 엄밀 비교해서 사먹었던 기억이 나는군요...(그래요...전 먹탐 많은 소녀로 자랐답니다...ㅜㅜ)
또 떡에 따라 성분도 차이가 납니다. 100% 순수 쌀떡, 100% 순수 밀가루떡...
중고등학교 시절 매일매일을 떡볶이와 함께한(지금도 일주일에 두세번은 함께하는) 진정한 떡볶이 매니아인 제 친구 말에 의하면 쌀과 밀가루가 7대 3의 비율일 때 진정한 떡볶이 떡의 맛이 난다고 하더군요(이 부분에 대해선 따지고 들지 말아 주십시오. 전 떡볶이에 관한 한 이 친구의 말을 바이블처럼 떠받들고 살았기 때문에, 이 친구의 말을 분석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야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좋은 쌀떡과 매끄러운 감촉이 좋은 밀가루떡이 좋은 조합을 이룬다더군요.
그럼 떡볶이는 이렇게 매콤한 양념과 떡이라는 두 주인공으로만 이루어지는 걸까요?
물론 그렇게만 만들어지기도 합니다만 그건 제일 하급 떡볶이이고, 대개는 어묵과 각종 야채가 들어가서 입을 더 즐겁게 해줍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어묵이 많이 들어간 떡볶이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파와 당근, 양배추도 많이 넣는 편이죠. 이렇게 야채와 어묵까지 들어가야 제대로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양념을 화려하게 만들면 그냥 떡볶이만 먹기엔 너무 아깝기 때문에 삶은 달걀도 넣고, 튀김도 묻혀 먹고, 만두도 넣어서 먹게 됩니다. 참 라면과 쫄면 사리도 빼놓을 수 없군요.
이쯤 되면 정말 근사한 요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때 주의할 점! 부재료가 주재료인 떡을 가릴 정도로 많으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야채만 너무 많으면 물이 너무 많이 생기고 떡에 가야할 양념을 야채가 다 뺏기 때문에 맛이 싱거워집니다. 또 튀김 같은 걸 너무 많이 넣어도 그 느끼함 때문에 산뜻한 매운 맛이 사라지고 맙니다.
면 사리가 너무 많으면요? 그럼 라볶이나 쫄볶이지 떡볶이가 아니죠... 그렇지 않습니까?
어쨌든 우리에게 잘 맞는 쌀과 외국에서 건너 온 밀가루, 또 전통적으로 먹어 온 고추장과 외국에서 건너온 튀김, 어묵들이 어울려 국민 모두가 즐겨 먹을 수 있는 간식이 탄생한 것입니다.
참, 떡볶이는 원래 매운 맛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고추장이 들어간 떡볶이는 그 역사가 짧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 떡볶이는 국민 간식으로서 한국인의 입맛을 맵게 길들이는 일등공신입니다. 김치는 안 먹는 어린아이도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떡볶이는 먹습니다. 그러면서 매운 맛에 길을 들이게 되죠.
또 떡볶이는 여러 사람이 함께 먹어야 더 맛있습니다. 뭐 다른 음식도 매한가지겠지만 한 접시로 나눠 먹는 떡볶이는 더욱 그렇습니다. 경쟁적으로 하나하나씩 집어먹어야 그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한 접시의 떡볶이를 나눠 먹으면서 친구 사귀는 법을 배우고 사회 생활도 익히게 됩니다(함께 먹고 돈 계산하는 요령, 서로 양보하면서 먹는 요령, 요령껏 상대방보다 하나라도 더 챙겨 먹는 요령 등...).
이 얼마나 대단한 역할입니까... 떡볶이를 먹으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레 매운 맛을 즐기는 사회인으로서 자라게 되는 것입니다... 매운 맛을 즐길 줄 알아야 진정한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떡볶이는 이렇듯 교육적인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아...슬슬 오바의 기미가 보이죠? 자제를 해야겠군요...자제 자제...)
뭐 어쨌든 떡볶이를 먹을 때 같이 즐겁게 먹어 줄 친구가 있으면 더욱 행복하단 건 사실입니다. 서로 경쟁하듯 먹으면서 수다도 떨고, 물도 따라 주고 그래야 제대로 떡볶이를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묵묵히 혼자서 떡볶이를 집어먹고 있는 모습...어딘지 처량해 보이지 않습니까?
토요일...그래서 더 기분 좋게 떡볶이를 먹었습니다. 같이 먹은 친구가 워낙 맛있게 먹어서, 저도 모르게 도를 넘는 양을 먹어 버리고 말았습니다만. 먹거리란 이렇게 맛있게 먹는 친구와 먹어야 좋은 거구나...새삼 느꼈습니다. 제 모습은 어땠을지 모르겠는데... 거의 먹탐으로 가득한 아귀와 같은 건 아니었을까... 좀 걱정스럽네요...
문득 울 시사 식구들과 저는 이렇게 함께 떡볶이를 먹는 친구들이 아닐까...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함께 어울려 즐겁게 수다도 떨면서 한 접시에 든 떡볶이를 열심히 즐기는 우리들...
그렇담 뉴논이 떡볶이가 되나요? ^^;;
떡볶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우리의 떡볶이가...(죄송...^^;;) 어떤 변화를 겪으려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주재료에서 몇 가지가 빠졌구요. 앞으로 몇 가지가 더 빠질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도 떡볶이는 여전히 떡볶이입니다. 이름에는 변화가 없으니까요.
모양이 바뀌고 재료가 바뀌고 당분간은 싱겁거나 뭔가 허전한 맛일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떡볶이는 그 이름과 지금까지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분명 색다른 재료, 맛있는 재료를 다시 찾아내서 첨가할 게 분명합니다.
물론 그전의 맛은 아닐지 모릅니다. 재료가 바뀔 테니까요.
그렇지만 그때도 떡볶이고, 앞으로도 떡볶이입니다. 맛은 좀 바뀔지 모르나 여전히 그 매콤하고 오묘한 맛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려고 애쓸 게 분명합니다.
적어도 우리가 즐기던 떡볶이 집 주인장과 주방장은 바뀌지 않았으니까요...
그럼 우리는 또 그 맛에 대해 평가하면서 즐길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이 정말 이상한 결론에 이르렀군요.
첨에 쓸 때는 정말 떡볶이 얘길하려던 거였는데... 결국 또 뉴논 얘기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래서 밤에 글을 쓰면 안 되는데... 낮잠을 너무 잤더니...ㅠㅠ
어쨌든...음... 다양한 떡볶이를 즐기듯... 새롭게 바뀔 뉴논도 즐겁게 기다려 봅시다...
사랑하고 좋아하던 연기자들이 속속 빠지고 있는데 이런 말을 하는 게 도리가 아닐지 모르겠으나... 그들이 새로운 각오로 새 길을 가고 있는데, 시청자라는 입장에서 이렇게 맥없이 우울해만 하고 있는 건 어쩐지 옳지 않은 것 같기도 하네요.
잠깐 쓴다는 것이 길어졌군요...
이 두서 없는 글을 끝까지 보신 분들이 혹 계신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글고...혹 이 글을 끝까지 보시고 이 글쓴 사람, 먹는 거 굉장히 밝히나 보다...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저 그 정돈 아니거든요...? 요샌 위장이 약해져서요...그렇게 많이 먹지도 못하고요...매운 것도 잘 못 먹구요...그냥 먹는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거지 뭐...그렇게 밝히지는 않아요...(아 정말 마무리 안 됩니다...제가 왜 이런 글을 썼을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