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오후 국정농단의 책임을 물어 전 대통령에게 1심법원이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정작 당사자는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선변호인만 자리를 지켰는데
그다지 보고싶지 않고 알고싶지도 않은 전 국민에게 생중계도 했습니다.^*^
우리말에 ‘반죽이 좋다’란 표현이 있습니다.
‘반죽’은 “쌀가루나 밀가루에 물을 부어 이겨 놓은 것”이지요.
이 반죽이 잘 되면 뜻하는 음식을 만들기가 쉽기 때문에,
마음먹은 대로 원하는 물건에 쓸 수 있는 상태를 ‘반죽이 좋다’고 말합니다.
이 뜻이 변해서 오늘날에는
“쉽사리 노여움이나 부끄러움을 타지 않을 때”에도 ‘반죽이 좋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의 ‘반죽이 좋다’를 흔히 ‘변죽이 좋다’고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죽’과 ‘변죽’의 발음이 비슷해서 헷갈리는 경우이겠지요.
‘변죽’은 “그릇이나 과녁의 가장자리”를 뜻하는 말입니다.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입니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변죽을 울리다’인데, “바로 집어 말을 하지 않고 둘러서 말을 하다.”
곧 ‘남이 눈치를 챌 수 있을 정도로만’ 말하는 것을 뜻합니다.
가령, “재개발이 변죽만 울리며 몇 년째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말은,
재개발을 할 것처럼 주변에서 말들이 오갈 뿐 몇 년 동안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변죽’과 ‘반죽’은 서로 전혀 다른 말이므로 잘 구별해서 써야 하지요.
자기 말고는 모두가 잘못이라 해도 스스로가 인정하지 않는 것도 따지고 보면
반죽이 잘 못된 것이고, 판결 역시 변죽만 울린 게 됩니다.
변죽, 반죽과 형태가 비슷한 ‘딴죽’이란 말도 있습니다.
씨름이나 태껸 같은 데서 발로 상대자의 다리를 옆으로 쳐서 쓰러뜨리는 재주를
‘딴죽’이라고 하는데, 발로 상대자의 다리를 걸어 당기는 동작을 “딴죽 걸다”라고 합니다.
그리고 발로 남의 다리를 후려치는 동작은 “딴죽(을) 치다”라고 합니다.
이 말은 “서로 약은 체를 하고 딴죽을 걸고 있다.”와 같이,
“서로 동의했던 일을 어기고 딴청만 부릴 때”에도 비유적으로 쓰는 표현이기도 하지요.
법원 근처에서 '무죄방면'을 주장하는 무리들은
도대체 무슨 염치로 딴죽을 걸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