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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로켓 발사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 준비현황과 배경에 대해 주변국들의 우려가 모아지고 있다.
미국 Johns Hopkins University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는 29일(현지시간) 웹사이트 '38 Noth'에 게재된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 26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검토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연구소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로켓의 2ㆍ3단 로켓을 운반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트레일러 2대가 발사대에서 약 800m 떨어진 조립동 옆에 주차되어 있었으며, 기지 안의 연료 저장소로 보이는 건물 옆에 연료와 산화제를 담았던 용기로 추정되는 물체가 나타났다.
또한 발사 과정을 관리하기 위한 제어소로 추정되는 건물 인근에 통신 선로 및 안테나 등을 설치하는 움직임, 고위층 인사가 현지지도를 왔을 때 발사 과정을 관람할 수 있도록 마련된 건물 인근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모습 등도 관측되어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4월 '은하-3호'를 발사할 당시처럼 국제기구에 로켓 발사 계획 및 전파 사용계획을 통보하지않았고, 로켓을 발사할 경우 핵심 우방인 중국과의 관계가 멀어질 수도 있고, 발사에 실패할 경우 김정은 체제의 통치력에 흠집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올해 안에 로켓을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전문가'들의 분석과 관측은 틀렸다. 지난해 말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도, 올해 초 김정은 후계 체제가 출범할 때도, 로켓 발사 이후 정국에 대해서도, 리영호 총참모장 숙청과 관련해서도 소위 '전문가'들의 관측이 들어 맞았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가 말이다.
들쑥날쑥 군부 인사, 김정은 절대권력 장악의 증거?
북한의 로켓 발사 여부는 먼저 북한 권력 핵심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김정은은 김정일 사후 급속히 권력을 장악해 현재 유일무이한 절대권력자로 입지를 굳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연 그럴까?
실제로 군부 최고 실력자 가운데 하나였던 리영호 총참모장이 숙청됐고, 스물 아홉의 나이에 공화국 원수 칭호를 받았으며, 현지지도 사진에서도 고령의 군부 지도자들 앞에서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피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김정은이 김정일의 권력을 온전히 물려 받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우선 김정은 1인 독재체제 구축을 위해 김정일이 남겼다는 유훈 자체가 틀어지고 있다. 김정일은 유언에서 黨, 政, 軍을 이끌어갈 인물들을 일일이 지명해 후견인 그룹내에서 특정 인물 또는 세력으로의 권력 집중을 막고자 했다.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목되더라도 후견인 그룹 내에서의 세력 균형이 깨지면 얼마든지 김정은에게 역심(逆心)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정일은 당에는 혈육인 김경희를, 군에는 죽마고우(竹馬故友)인 리영호와 김격식을, 내각에는 충직한 최영림(崔英林)을 배치해 김정은을 지키려 했던 것이다.
김정일이 역시 유교적인 가치관이 아직 남아 있는 북한 사회에서 20대 중반, 경험도 없는 새파랗게 어린 청년이 지도자로 절대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봤을 것이다.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권력을 균형있게 분배해 김정은 곁을 지키게 하고, 김정은에게 과거 김일성의 이미지를 투영시켜 지도층과 주민들의 불신을 불식시키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의 이러한 계획은 장성택에 의해 산산히 깨졌다. 장성택은 1995년부터 2004년까지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맡으면서 당내에 자신의 세력 기반을 다졌었고, 2010년부터 리제강(李濟剛), 리용철(李庸澈), 박정순(朴正淳) 등 조직지도부 내 다른 실력자들을 숙청 또는 사고로 가장해 암살한 뒤 이 자리에 자신의 최측근 중 한명인 김경옥을 앉혀 당권을 장악했으며, 최근에는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도 갑작스레 신병을 이유로 싱가포르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최근 군부의 권력을 모두 흡수해 급격히 권한이 강화된 노동당에서 더 이상 장성택을 견제할 인물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당권을 장악한 장성택은 자신의 아바타로 불리는 최룡해(崔龍海)를 총정치국장에 기용해 군부 장악에 나섰다. 먼저 김정일의 최측근이자 연평도, 천안함 테러의 주역으로 알려진 김격식(金格植) 前 서해지구사령관을 상장으로 강등해 좌천시켰으며, 김영춘(金榮春) 인민무력부장을 권좌에서 끌어내려 후방총국장으로 밀어내고, 그 자리에 측근인 김정각(金正閣) 前 총정치국 제1부국장을 앉혔다.
이어서 올해 4월에는 우동측(禹東測)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을 처리하고 후임에 김원홍(金元弘)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을 인선하고, 이어서 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가진 김명국 인민군 작전국장을 소리소문없이 제거했다.
장성택의 군 장악 최종 마무리 작업은 지난 7월 15일 리영호 총참모장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현영철 前 8군단장을 앉히는 것으로 끝났다. 즉, 당권에 이어 군권까지 장성택이 장악하게 된 것이다. 김정일이 김정은을 지키기 위해 배치했던 군부 핵심 인사 4명, 소위 '김정일 운구차 호위 군부 4인방'인 리영호, 김영춘, 우동측이 제거됐고, 최근에는 김정각마저 밀려난 것이다.
리영호 前 총참모장은 김정일과 절친한 친구 관계이자 김정은에게 군사학을 가르쳤던 스승이자 멘토였고, 김격식 상장 역시 김정일과 '격식 없는 대화를 나눌 정도'로 절친했던 인물로 알려져 김정일이 오래 전부터 깊이 신뢰하면서 김정은을 부탁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던 인물들이다. 이들이 제거되었다는 것은 집단 지도체제 형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됐던 김정은 후견인 그룹에서 장성택 계열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최고 통치자를 최상위에 두고 부하들에게 권력을 골고루 분산해 특정 인물 또는 세력으로의 권력 집중을 막아왔던 기존의 통치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선군정치 하에서 막강한 권한과 특혜를 누려왔던 군부 강경파가 자신들의 권력을 모두 빼앗긴 상태에서 잠잠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리영호 前 총참모장 역시 권력 투쟁 과정에서 패배해 숙청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숙청된 리영호가 살해되지 않고 함경북도 경성군 을주 온천에 연금되어 있는 것은 장성택 계열이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부의 선두주자로서 군내에 넓은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리영호를 살해할 경우 쿠데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정은 절대 권력 장악설'은 오판이다. 절대 권력을 장악한 독재자가 쿠데타가 무서워 자신이 숙청한 장군을 휴양소인 고급 온천에 연금시켜 놓고 신변 처리조차 못하고 있을까? 절대 권력자가 무엇이 두려워 굳이 전국 분주소(파출소) 소장 회의를 소집해 "박혁명 분자들을 모조리 색출해 짓뭉개버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거나 이례적으로 보위부를 방문해 얼굴이 공개되서는 안될 주요 실세들과 기념촬영한 사진을 공개했을까?
로켓 발사 준비 움직임, 그리고 김격식의 복권
최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움직임과 함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은 김격식 前 4군단장의 복귀다. 김격식은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테러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을 주도했던 군부내 대표 강경파로 인민군 총참모장까지 올라갔으며, 이후에는 김정일의 특명을 받고 대장 계급임에도 불구, 황해도 지역을 관장하는 4군단장으로 내려가 천안함 폭침 테러와 연평도 포격 도발을 지휘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김격식은 리영호와 함께 군부 내에서 김정일의 최측근 가운데 하나였다. 세명 모두 1940~1942년생으로 연배가 비슷하고, 어린 시절 동문수학했으며, 김정일의 후계자 내정과 함께 핵심 직위를 두루 역임했던 군부 내 핵심 실세들이자 선두그룹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고, 광산 개발과 마약 거래 등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는데, 이후 김격식은 상장으로 강등되어 철도성 부국장으로 좌천되었고, 리영호는 숙청되어 온천에 연금되고 말았다. 물론 이들이 쥐고 있던 각종 경제적 이권은 모두 장성택 계열과 노동당이 흡수했다. 자연히 이들을 따르며 '떡고물을 받아 먹던' 군부 내 추종 세력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김정은 체제에 대한 반감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컸다.
지난 1994년 김일성 사후 등소평(鄧小平)과 강택민(江澤民)은 조전(弔電)을 통해 '김정일을 중심으로 단결할 것'과 '김정일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전달해 당시 김정일과 권력을 놓고 경쟁을 벌이던 김영일과 김평일 추종 세력을 잠재운 바 있었다.
1994년 당시 중국 지도부는 "조선인민들은 김일성 동지의 유지를 계승하여 김정일 동지를 지도자로 하는 조선노동장 주위에 단결, 조선반도의 평화와 발전을 도모하기를 바란다"며 '김정일을 중심으로 뭉칠 것'을 이야기했으나, 지난해 조전에서는 '조선인민들이 노동당을 중심으로 단결해'라는 표현으로 그 구심축을 바꾸고 이후 표현에서 '김정은 동지의 영도 하에 슬픔을 힘으로 전환해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할 것'이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당을 중심으로 단결'하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당권은 이미 장성택이 장악했고, 중국을 경계하라는 김정일의 유지(遺志)는 사라진지 오래다. 즉, 중국은 김정은 그 자체를 후계자로 인정하고 지지한다기보다는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친중파가 장악한 노동당을 중심으로 북한 권력 구도가 재편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김정일의 선군정치 아래서 최고의 특권을 누려 왔으며, 반중(反中)ㆍ주체(主體)적 고립 성향을 유지하며 김정일의 유훈을 따라 북한 정치를 주도해 나가길 원했던 군부 강경파 세력의 뜻과 배치되는 것이며, 중국을 등에 업고 주요 요직을 장악하며 권력 쟁탈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장성택 계열 친중파와 군부 세력 간에 갈등이 빚어지지 않을 수가 없는 구조다.
이번 로켓 발사 움직임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장거리 로켓 발사 움직임의 배후에는 김정은과 장성택 등 현재 권력의 주류 세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코너에 몰린 군부 강경파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후원으로 2006년 복권에 성공했고, 권력을 장악해 나가고 있는 친중파인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노동당 세력이 중국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즉,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 움직임은 점차 수세에 몰린 군부 세력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통해 자신들이 아직 건재하며, 현재와 같이 군부의 각종 특권을 박탈하며 군부 옥죄기를 계속할 경우 국제사회, 특히 현재 주류 권력세력의 최대 지지기반인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는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함으로써 장성택을 곤란한 상황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일종의 위협인 것이다.
김격식의 복권은 이러한 당-군 권력 싸움에서 당 세력이 한발짝 물러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표면적으로 그럴 듯한 자리 하나를 내주고 군부 세력과의 협상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외견상 김격식이 화려하게 권력의 중앙으로 복귀한 것 같지만, 인민무력부장은 군령(軍領)이 아니라 군정(軍政)만을 담당하여 실질적으로 무력 행사가 어려운 자리이며, 역대 인민무력부장은 모두 차수급 군사칭호를 가진 인물이 맡아왔으나 대장 계급인 김격식의 계급을 올리지 않고 인민무력부장에 임명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전문가'들의 분석대로 '김격식이 충성도 점수를 높게 받아 복권된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로켓 발사는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증거
정리하자면 이번 로켓 발사 움직임의 배후에는 군부가 있고, 장성택과 노동당 세력은 이번 발사를 막으려고 할 것이다.
군부는 오는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1주기를 맞이해 이를 애도하고, 그의 업적을 기리는 이벤트의 주역으로서 장거리 로켓 발사 명분을 분명히 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건재를 다시 한번 과시하며 장성택과 노동당 세력의 '군부 옥죄기'를 견제할 것이다.
물론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시진핑(習近平)과 함께 출범하는 중국의 제5세대 지도부와의 관계 악화를 의미한다.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감지된 직후부터 이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아 보인다. 장성택과 노동당이 군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장거리 로켓 발사 시도를 저지할 경우, 군부의 입지는 크게 좁아지고 당 중심의 권력 구도가 공고해질 수 있겠지만, 군부가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할 경우 이를 계기로 당-군간의 권력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즉, 장거리 로켓 발사 움직임, 김격식의 재등장, 보안 및 치안 기관에서 연일 충성을 강조하는 김정은의 행보 등 일련의 이상징후들은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대단히 취약하며, 북한 체제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동안 일부 국내 전문가들이 '김정은이 절대 권력을 장악했다'고 분석해왔던 것들이 모두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소위 '전문가'들은 리영호 총참모장 경질 사태 당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절대 권력을 장악했고, 북한 권력 세습이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입을 모으며, 본회가 제시한 '북한 내부 체제 불안정 상황과 향후 권력 암투'에 대한 분석을 '사이비'로 몰아갔다. 불과 3개월만에 그들은 로켓 발사 준비 움직임과 군 수뇌부 인사이동 빈번 상황을 놓고 말을 바꿨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 했다. 적에 대한 분명하고 명확한 이해가 있어야만 싸워 이길 수 있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전문가(Expert)'가 필요한 것이다. 의학 전문가는 과학화ㆍ객관화ㆍ체계화된 의학을 전공했고, 법학 전문가는 법전에 나와 있는 법과 판례에 정통해 전문가가 되지만, '북한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정치학이나 사회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북한에는 가보지도 않고, 또는 북한 사람들과 접촉해 북한에 대해 이해하려 하지도 않으면서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다. 연구 대상인 북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소위 '명문대'를 나오거나 '스펙'이 좋으면 '대북 전문가' 대우를 받는 세상이다.
그 '전문가'들이 정부와 언론, 학계에서 연일 헛다리를 짚고 있으니 제대로 된 대북 정책이나 분석이 나올 턱이 없다. 우리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항상 질질 끌려다니다가 뒤통수 얻어맞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북한 문제는 대한민국에 있어 생존, 번영과 직결되는 문제다. 북한에 대해 좀 더 정확하고 냉철하게 분석할 수 있는 인재 양성과 임용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해 보인다.
첫댓글 김정은 입장에서는 위험하게 칼날이 번뜩이는 무신권력보다는 문벌귀족정으로 전환하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