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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8848m)가 세계 최고봉이란 타이틀 때문에 지금까지 1,900명 정도가 등정한 반면 버금가는 높이임에도
K 2 (8611m)는 현재까지 그 10분의 1인 190명 정도가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러는 동안 13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1986年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49명의 영혼이 묻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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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2 (8611m)에서 바라본 Masherbrum(7821m)과 Chogolisa(7665m).. 히말라야산맥의 서쪽 연장선인 카라코람산맥이 넓게 분포되어있는 인도/파키스탄 접경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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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年 상반기에 들어와 국내극장가의 돌풍을 몰고왔던 버티칼 리미트(Vertical Limit, 2000)… 고산병와 갖은 악천후속에서 K 2 등정에 도전하는 상업 등반대들의 액션스릴러였죠…. 7,5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미국서의 흥행은 평범했지만 전세계적으로 2억달러 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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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2 의 위치와 높이는 1858年에 측정되었고 1902年부터 본격적인 탐험겸 등정에 나서게되는데,…여러 차례 인명피해만 입고 실패하다가 1909年 이탈리아의 아브루치공(Luigi Amedeo, Duke of the Abruzzi)이 루트를 개척한 後,..45年이 지난 1954年에 그 南東능선을 따라 같은 이탈리아원정대가 첫 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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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年 유럽출신 女性으로 처음 에베레스트에 올랐던 폴란드의 Wanda Rutkiewicz는 1986年에 女性 최초로 K 2 등정에 성공하는데….그 이후 다섯명의 女性 알피니스트들이 정상에 선 뒤… 모두 목숨을 잃어 그로부터 K 2는 일명 "curse on women" 이라는 전설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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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女性 최초 등정자였던 Wanda Rutkiewicz 역시 6年뒤인 1992年에 캉첸중가(Kangchenjunga, 8586m) 원정에서 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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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고통을 스스로 부르며 험난한 길만 찾아 가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이 오름짓…. 그렇게 어렵고 힘들고 위험해도 자연에 당당히 맞짱뜨는 인간들의 몸풀기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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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갈 때는 청년이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노인이 되어 내려왔다." 힘든 코스만을 골라 그것도 겨울철과 야간에 단독으로 알프스 전지역의 난벽들을 상대하며 혹독한 등산훈련을 한 괴력의 사나이 헤르만 불은 열악한 1940~50年代 알피니즘 환경을 이겨내고 세계 최초로 8000m이상 고봉을 단독으로 오른 신화적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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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에 가까운 가파른 경사로 이뤄졌지만 헤르만 불에 의해 등정에 성공하기 前까지 3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해서 "The Maneater", "악마의 山", "Killer Mountain" 등 온갖 악명높은 별명을 다 가진...세계에서 아홉번째로 높은 낭가파르바트(Nanga Parbat, 8125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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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첨단장비도 없는 상태에서 1953年 정상 부근에 도달한 그는 무산소에 셀파나 파트너 한명없이 홀로 꼬박 이틀동안 버터내며 등정에 성공하고 무사생환합니다.
아랫사진의 저서(8천미터의 위와 아래/원제 8000m Druber und Drunter)에서 묘사한것처럼 下山길에서도 절벽에 등을 기대 선 채로 조금씩 눈을 붙여 밤을 지새워가며 극한 비박상황을 이겨냅니다. 캠프에 도착한 그는 동상 후유증으로 결국 발가락 두개를 절단해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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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年 세계에서 12번째로 높은 파키스탄 카라코람의 Broad Peak(일명 K 3, 8125m)의 사상 첫 등정에도 성공한 헤르만 불은 내친 김에 Chogolisa(일명 Bride Peak, 7665m) 등반을 시도하던 中 악천후로 철수하다가 눈처마 붕괴로 추락…33年의 生을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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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코람산맥과 인더스江 상류을 이루는 파키스탄 카시미르지방의 Skardu V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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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훈자王國(12~13세기)의 왕궁 요새에서 바라본 해발 2,500m 이상의 스카르두(Skardu)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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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르두(Skardu) 마을인근의 Shangrila 호수에 세워진 Shangrila Resort 인데요,…주로 등반 여행객들의 쉼터로 유명하며 오른쪽 비행기는,…근처에 추락한 동체를 개조해 레스토랑으로 활용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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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찔리면 피 나올것같은 Laila Peak(일명 Hushe Valley, 6096m)입니다만,…. 작년 여름부터 北유럽 스키어들이 스키타고 내려오는 장면들을 해외토픽을 통해 많이 보셨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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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la Peak의 북능을 찍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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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첸중가를 중심으로 본 위성사진…1 Drohma peak 6850 m, 2 Kumbhakama 7719 m, 3 Kambachan 7902 m, 4 Kangchenjunga 8586 m, 5 Kabru 1-3 7353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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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투어로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인 안나푸르나(Annapurna, 8091m)는 네팔 히말라야에 모두 여섯개의 봉우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1950年 프랑스원정대에 의해 처음 정복되었고 동시에 세계 최초의 8000m급 등정이었으며 이를 시작으로 범세계적으로 히말라야 고봉 원정에 박차를 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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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韓國과 日本등반대와 인연이 깊은 "Mountain of the Spirit" 마나슬루(Manaslu, 8156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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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年 日本원정대가 처음 등정에 성공한 後…韓國원정대도 1971年, 1972年 연속으로 도전하였으나 모두 비극적으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특히 72年 원정대는 6950m 지점의 캠프가 눈사태로 매몰되며 셀파 10명을 포함해서 모두 1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1980年되서야 동국대 원정대에 의해 겨우 등정에 성공한 악명높은 마나슬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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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m급 봉우리 14좌 리스트와 세계 7대륙 최고봉(Seven Summits)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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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반 당시 인도를 식민지로 지배하던 英國은 지도를 만들기위한 대규모 측량사업의 일환으로 1849年 히말라야 삼각측량에 들어갔고 3年뒤 P 15 라 표시되었던 봉우리가 8848m로 세계 최고봉임을 확인해 전임 측량국장 조지 에베레스트의 공적을 기려 그의 이름을 따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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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에 대한 도전은 20세기 넘어와서야 시작되었습니다…. 1922年 조지 핀치와 제프리 브루스가 산소통을 사용하여 정상에서 500여미터를 남겨둔 8320m까지만 진출하는데 만족합니다…..1924年 英國 3차원정대가 조직되어 출정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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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어지는 이름, 조지,…..조지 말로리와 앤드류 어빈은 북릉과 북동릉을 거쳐 8450m까지 올랐으나 안개속에 실종되고 맙니다,….아직까지도 에베레스트 최초 정상 등정에 성공한 인물일지 모른다는 논란과 의혹에 휩싸인 조지 말로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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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에 의해 여러가지 이론을 낳으며 생각해낸 그의 루트 그림中 하나입니다만,…결국,…. 1999年 5月 英國 BBC방송과 과학다큐 TV 시리즈 Nova의 후원으로 조지 말로리… 시신 발굴원정대가 조직되고 현장으로 파견되어 그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부패되지않고 75年동안 언 상태에서 8155m 지점에서 찾은 조지 말로리의 시신… 그러나 단서가 될 그의 가방속의 코닥카메라…정상에 올랐다면, 분명 사진촬영의 기록으로 남아 있을텐데….그만 필름 현상에 실패하면서 영구미제로 남아 아직까지 연구는 계속 되고 있답니다…
케인즈학파의 그 유명한 존 메이너드 케인즈와 친구이기도 했던 조지 말로리.. 죽은 者는 말이 없으나 그는 이미 “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에베레스트에 오르려하는가?”란 질문에 "Because it is there”(거기에 그것-에베레스트-이 있으니까)의 명언을 후세에 남겼고 그의 친손자가 1995年에 “확실히”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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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30年이 되도록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는 인간의 정복을 허락하지 않다가 지구상 최고봉으로 인정된 후 거의 백년의 세월이 흐른 1953年이 되서야 아홉번째 英國원정대에 정상의 자리를 내줍니다….잘 아시는대로 뉴질랜드출신의 에드먼드 힐러리경과 텐징 노르게이 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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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年 힐러리경과 텐징 셀파가 탔던 똑같은 루트로 女性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日本의 다베이 준코(田部井 淳子)…당시 30代중반이었던 그녀는,… 1992年 53세의 나이로 세계 7대륙 최고봉 정복까지 해낸 최초의 女性으로 기록된 여장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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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정상!!~~, 더 오를 곳이 없다!~.”…..1977年 9月 15日 대한민국을 흥분시켰던 소식,…. 8500m의 마지막 캠프 C 5을 떠난 뒤 일곱시간 사투끝에 정상을 밟아 세계 여덟번째 에베레스트 정복국가가 되었고 고상돈씨는 세계 58번째 등정자로 기록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고상돈씨는 2年뒤 北美 매킨리봉 등정後 下山하다 추락사해 영원히 山에 묻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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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남동릉 루트를...그것도 가을시즌에 오른 것은 지금 기준으로 하면,…. 대단치 않았지만,….당시 보잘것없던 국가 위상으로는 큰 쾌거였는지라 귀국직후 공항서부터 시내 카퍼레이드에 거국적인 환영행사를 벌였다합니다,…그것은 海外등반이 국력이나 경제력과 비례한다는 의식과 맞물려 전국민들의 등반욕구를 자극하며 海外원정 후원 등 열기를 뿜어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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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봉이 고작 1950m인 열악한 환경에서도 海外 8,000m이상 거봉 14좌를 완등한 등반가를 3명이나 보유한 세계 유일의 산악 선진국으로 발돋음할 수 있게 한 대한민국 알피니즘의 요람역할을 한 북한산 인수봉은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천만인구의 대도시에서 아주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잇점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큰 관심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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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돈이후 꼭 10年뒤인 1987年에 겨울시즌 에베레스트 등정과 1993年 역시 봄시즌에 에베레스트 종주에 성공해 두차례 오른 이가 있었으니. 등반가에서 세계적인 탐험가로 영역을 더 넓힌 허영호씨로 지구 3극점과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으로 어드벤쳐 그랜드슬램을 거둔 모험가로 우뚝 섭니다.
대한산악연맹 여성원정대는 1993年에 韓國 첫 女性 에베레스트 등정을 기록했고 국내 女性 산악인으로는 최초로 에베레스트 단독 등정에 성공했던 오은선씨는 국내서 허영호와 박영석 다음으로 2004年末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을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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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피니스트들의 발목을 잡는 공포의 크레바스(Crevasse).
대부분 등정에 성공한 뒤,…下山과정에서 예기치못한 악천후를 만나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죠.
만약 실종되었을 때는 거의 희생된 걸로 간주하고 귀국후 다시 원정대를 구성해 동료 시신 발굴에 나서는데 안타깝지만 백사장에서 바늘 찾는 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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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원정길에 오른 등반객들이 등반을 시작하는 마을인 Lukla….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경비행기로 이동할 수 있는 이곳은 해발 286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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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네팔 그리고 티벳과의 소금 무역으로 유명한 마을 Thame… 에베레스트와 더 가까워 高山族 셀파들의 오랜 거주지이며 아래 사진은 에베레스트 16차례 등정에 빛나는 Appa Sherpa의 집이자 등반가들의 숙소로 쓰이는 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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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가는 길의 마지막 빅(?)타운이자 전진기지격인 남체 바자(Namche Bazaar, 344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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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빵이다!~~……..커피향까지,……. 해발 3800m에 금정(Khumjung)이란 촌락이 더 있군요…. 금정이란 이름이 정겹게도 우리말과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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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올라가면 또 있군요,…..해발 4400m에 소재한 마체르마(Macherma)…TV나 인터넷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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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8200m에 당당히 붙박혀있는 고쿄(Gokyo)마을과 초유(Cho O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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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쿄(Gokyo) 제 2 호수와 고쿄(Gokyo) 제 3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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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쿄(Gokyo) 제 4 호수와 고쿄(Gokyo) 제 5 호수
수많은 트레킹 등반객들로 몸살을 앓는 에베레스트의 현장 사진…. 정상 바로 밑의 South Col에는 50톤 이상의 자연 분해되지않는 산소통과 빈병들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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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8000m에서도 벌어지는 도둑질.. 에베레스트 다음으로 높은(8611m) K 2봉 정상 가까운 부근에서…. 등정하러 자리를 빈(?) 사이 어느 등반가가 텐트 속 주요장비를 훔쳐간 현장인데요….. 머시기 텔레캅 등 보안경비업체 카라코람 지부라도 있어야 할 판,….
1786年 몽블랑(Mont Blanc, 4807m)을 맨처음 올라 알피니즘의 효시가 되었던 자크 발마(Jacques Balmat)의 동상…. 샤모니광장에 세워져있는 이 동상에서 몽블랑을 가르키며 상금으로 등정을 선동(?)한 이는 소쉬르(HB De Saussure) 결국 인간의 山에 대한 정복욕에 훨씬 앞서 나갔던 것은 “돈”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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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은선이 안나푸르나(Annapurna 8,091m)
정상에 오르기 까지..
[철의 여인]을 깨운 건 새벽 공기의 상쾌함이 아니었다. 오은선은 27일 오전 1시 30분(한국 시간 오전 4시 45분·이하 현지 시간)
깨질 듯한 두통과 멈추지 않는 기침에 눈을 떴다. 이 순간 자신의 별명이 원망스러웠다. 별명처럼 그의 몸은 철을 두른 듯 무거웠다.
자신을 강한 여자로만 기억하는 주위의 시선이 야속했다. 텐트 문을 살짝 열자 영하 30도의 찬 바람이 눈가를 때렸다. 이내 정신이 들었다.
[그래 나도 연약한 여자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다시 마음을 잡았다. 8시간 전 [컨디션이 조금 안 좋습니다. 일단 내일 시도는 해볼게요]라고
엄살을 떨었던 게 괜스레 후회가 됐다.
오전 1시 45분 오은선과 한국방송(KBS) 촬영팀 2명 그리고 셰르파 3명은 서로의 몸을
로프로 묶었다. 일명 안자일렌 방식. 함께 등반하는 데 유리하지만 한 명이 처지기라도
하면 모두 어그러질 수 있다.
땅보다는 구름과 가까워지고 나니 곁의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나 소중하다. 오은선은 좋지 않은 컨디션을 동료들에게 솔직히 얘기했다. 대원들은 별 말이 없다.
그저 웃어보였다.
6명은 정상을 향한 발걸음을 한 발짝 한 발짝씩 옮겼다. 걸음 하나하나에 혼을 실었다. 강한 바람이 겨우내 쌓인 눈을 날려 버린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무릎까지 오는 눈길을 헤치며 와야 했던 어제(26일)에 비해선 한결 낫다.
오전 6시 50분 음지에서 양지로 들어섰다. 태양과 가까워져서일까. 햇빛은 베이스캠프(해발 4200m)에 있을 때보다 30분 일찍 여인을 맞아줬다. 태양이 외투에 붙은 눈을 녹여주니 몸이 한결 가벼웠다.
1시간 후 오은선 원정대는 7600m 지점에 다다랐다. 여기까지였다. 지난해 10월 오은선은 이곳까지 와서 발길을 돌렸다. 왼쪽 옆에 누운 바위가 어렴풋이 보인다. 눈에 익다. 오른쪽으로 펼쳐진 낭떠러지도 왠지 익숙하다.
하지만 더 생생한 건 반년 전 그날의 기억이었다. 그날 오은선은 강한 바람과 화이트 아웃(짙은 안개로 1m 앞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
발이 묶였다. 등반을 계속할지를 놓고 함께 정상을 향했던 다른 원정대와 의견이 갈렸다.
오은선은 단호했다. 그는 [안전하게 내려가는 게 중요하다]며 발길을 돌렸다.
6개월 전의 실패, 그리고 다시 찾고야 만 의지..
복잡한 심경을 간직한 그의 마음을 알았을까.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는
자신을 뚜렷이 보여줬다.
외길 끝 왼쪽에 자리한 봉우리는 주변의 그 어떤 봉우리도 자신보다 하늘과 가까운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바로 저기였다. 정상이 손에 잡힐 듯했다.
초속 13m의 바람은 세찼지만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경쟁자였던 스페인의 에두르네 파사반이 오를 때는 초속 5m였는데.. 하지만 조금이라도 여신의 마음을 노하게 할까 이내 원망을 접었다.
오은선은 정상에 가까워지니 연방 허리를 숙였다. 마치 안나푸르나 여신께 거듭 허락을 구하는 인사처럼 보였다. 사실 숨쉬려다 보니 절로 허리가 숙여진 때문이었다.
낮 12시 30분 드디어 정상을 향하는 마지막 구간이 시작되는 협곡에 도착했다. 만년설로 치장한 저곳을 지나 몇 발짝 옮기면 맨 꼭대기였다.
하지만 사투는 그때부터였다. 11시간 가까이 눈길을 걸으며 먹은 거라곤 비스킷과 사탕 두세 개 그리고 물이 전부였다. 전날도 10시간 넘게 걸어 지칠 대로 지친 상태. 반걸음을 떼기도 쉽지 않았다.
생과 사, 성공과 실패가 한 길에 섞였다. 그때 예보에도 없던 강풍과 짙은 안개가 오은선을 덮쳤다. 11시간 전 그때처럼 정신이 들었다. 44년을 기다리고 17년을 사랑했으며 13년을 꿈꾼 순간이 바로 앞에 있었다.
2시간 30분이 흐른 오후 3시(한국 시간 오후 6시 15분) 마침내 정상에 섰다. 거친 숨소리가 바람결에 휘날렸다.
[정말 고맙습니다. 엄마, 아빠가 가장 생각납니다.]
우는 것 같기도 웃는 것 같기도 했다. 아기 같은 오은선의 목소리는 바람을 타고 곳곳으로 퍼졌다. 그는 두 손을 모아 연방 감사함을 표했다. 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의 주인공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베이스캠프를 떠난 지 128시간이 지났다. 차분했던 그의 목소리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변했다. 그 목소리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리고 보는 이의 숨마저 차오르게 만들었다. 풍요의 여신의 심장도 여느 때보다 세차게 뛰는지 바람 소리도 점점 커졌다. 울음소리 같기도 했다. 새 생명의 탄생은 늘 울음소리와 함께 찾아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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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은선이 걸어온 길..
키 155cm. 오은선(44·블랙야크)은 작다. 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의 경쟁자였던 스페인의 에두르네 파사반(180cm) 옆에서면
꼬마 같다. 그는 어릴 때부터 크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얼굴도 별로 예쁜 편이
아니다.
오은선은 예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때 별명이 오랑우탄이었다. 성이 오씨인 데다 생김새도 비슷했다. 그나마 지금은 많이 나아진 거다]라며 웃었다.
오은선은 어릴 때부터 산에 끌렸다. 서울 중곡초등학교 5학년 때 가족들과 나들이 가던 중 북한산 인수봉을 봤다. 11세 소녀의 눈엔 웅장한 거벽이었고 언젠가 오르고픈 동경의 대상이 됐다.
수원대 1학년 때 산악부에 들어가 2학년 때 인수봉을 찾았다. 처음에는 그저 텐트만 지켰다. 인수봉은 다시 그를 불렀고 오은선은 바위를 오르기 시작했다.
오은선은 수원대 졸업 후에도 주말이면 산을 찾았다. 그는 좋아하는 산에 가기 위해 평일에는 더욱 열심히 살아야 했다. 컴퓨터 학원 강사, 학습지 교사 등 다양한 일을 했고 음식점 직접 꾸리기도 했다. 그는 [내가 스스로 밥벌이를 하면서 산에 간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살았다]고 말했다.
오은선이 처음 히말라야와 연을 맺은 건 1993년 에베레스트 한국 여성 원정대에
참가하면서부터이다. 그는 아쉽게도 정상 공격조에 속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방을 둘러싼 만년설은 그의 몸과 마음을 휘감았다. 그때부터 히말라야는 오은선에게 아련한 그리움이 됐다.
그는 1997년 7월 가셰르브룸Ⅱ(8035m)를 무산소로 등정하며 처음으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고봉 등정자에 이름을 올렸다. 오은선은 [그때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고산 등반을
안 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의 각오는 오래가지 않았다.
오은선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히말라야를 포함해 세계 곳곳의 산들을 찾아 다녔다. 2004년 5월에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50m) 등정에 성공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자그마한 체구의 여성이 불과 몇 년 만에 국내외의 주목을 받는 인물이 될 줄은
오은선 자신도 몰랐다.
2006년 12월 한국 여성 최초로 7대륙 최고봉 등정에 성공한 그는 이듬해 7월 K2(8611m)도
한국 여성으로는 처음 올랐다. 그는 K2 등정을 마치고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 5월 무산소로 마칼루(8463m) 정상을 밟았다.
그는 [마칼루 등정이 큰 전환점이었다. 그 전까지 무산소로 오른 산은 8100m 내외였는데
8400m 이상 고봉을 무산소로 오르니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그때부터 그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해 4개, 2009년 4개의 히말라야 고봉을 오르며
단숨에 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의 선두주자가 됐다.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지난해 7월에는 낭가파르바트(8126m) 등정 후 경쟁자이자 동료였던 고미영 씨를 잃었다. 지난해 말에는 5월 등정한 칸첸중가(8586m)가 미등정 논란에 휩싸이며 곤혹을 치렀다.
크고 작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그가 역사의 주인공으로 선 데는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의지]가 바탕이 됐다. 155cm의 오은선은 지금 누구보다 크다.
그의 얼굴도 주름살만 늘었을 뿐 어느덧 아름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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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여성산악회 배경미 회장(46)이 본 오은선..
1985년 수원대 산악부에서 오은선과 처음 인연을 맺은 그는 오은선에게 산악 선배이자
친한 언니, 그리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친구다.
배 회장이 오은선이란 이름 석 자를 알게 된 건 대학산악연맹이 1년에 한 번씩 여는
체육대회. [키도 작고 유순하게 생긴 신입생이 마라톤 대회에서 1등을 하더군요.
악착같이 완주한 뒤 환하게 웃던 얼굴이 지금도 생생해요.]
이후 배 회장이 오은선과 [절친(절친한 친구)]이 된 계기는 1993년 에베레스트를 함께
등반하고부터. [은선이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학 졸업 후 1년 가까이 등반을 쉬었어요.
그래도 만나면 언제나 산 얘기만 했죠. 에베레스트에 가기로 했을 때 그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고 (얘는 산악 유전자를 타고났구나) 생각했어요.]
배 회장이 본 산악인 오은선의 터닝포인트는 2003년 매킨리 등정이었다. 당시 배 회장이 이끈 여대생 원정대에 오은선이 합류했는데 혼자 무리에서 떨어져 등정에 성공하면서 단독 등반에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 [그 등반 이후 은선이가 조심스럽게 얘기하더군요. 좀 더 큰 목표에 도전하고 싶다고..]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 오은선은 어떤 모습일까..? 배 회장은 [성격은 ‘털털, 깔끔, 담백’이란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며 웃었다. 또 [평소엔 털털하지만 목표가 생기면 무서울 정도로 전력투구하는 깔끔한 성격]이라며 [엄청나게 철저하고 냉정해 말 걸기가 무섭기도 하지만 뒤끝 없는 담백한 성격]이라고
전했다.
배 회장은 [은선이가 마음고생하는 걸 지켜보며 가슴 아플 때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오은선의 [14좌 완등 이후 인생]에 대해서도 살짝 귀띔했다. [학업에 전념하고 여성 산악인을 위한 삶을 살 거예요.
평소 14좌 완등보다 더 힘들다고 한숨 쉰 것도 하나 있는데.. 바로 결혼이죠.] 큼큼~
Francis Goya 연주곡 연속 듣기
01. Concerto Pour Une Voix
02. Saaremaa Valss
03. Sunday In Kadriorg
04. Jolanta
05. El Condor Pasa
06. Starry River
07. Emmanu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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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Who Pays The Ferryman
09. Romantic Encounter
10. Dizzily Valley
11. Terre D'Asie
12. Muinaslugu Muusikas
13. I Just Call To Say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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