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강가로 나가
지난 주말 비가 내리면서 포근했는데 다시 겨울답게 빙점 아래로 내려간 일월 셋째 화요일이다. 아침나절 근교로 나서는 산책 행선지를 강둑으로 정해 아파트단지를 벗어났다. 동정동으로 나가 대산 유등으로 가는 2번 마을버스를 탔다. 용강고개를 넘어 용잠삼거리에서 동읍 사무소 앞을 지나니 우회 지방도 신설 공사는 개통을 앞두어 차선이 그어지고 가드레일 설치를 마쳤다.
주남삼거리를 지난 동판저수지 갯버들 사이로 얼음이 얼지 않은 수면에는 고니와 오리들이 놀았다. 주남 들녘을 지나 대산면 소재지 가술에 이르니 버스 승객은 다 내려 혼자뿐이었다. 차창 밖으로는 ‘우영우 변호사’에서 ‘소덕동 팽나무’로 더 알려진 북부동 팽나무가 바라보였다. 추수 후 들녘은 겨울에도 작물을 키우는 비닐하우스단지들이 계속되었는데 대부분 당근 농사였다.
모산에서 북부동을 거쳐 종점 유등까지 갔다. 유등은 대산 들녘을 구불구불하게 흘러온 죽동천이 샛강이 되어 낙동강으로 흘러들었다. 그곳 강변은 들판이라 샛강을 기준으로 창원과 김해의 행정구역 경계를 이루었다. 승마장으로 가는 농로를 지나면서 양수장 언저리를 살펴봤다. 엊그제 비가 오고 난 뒤 추위로 지표면이 얼었는데 겨울이 오기 전 싹이 터 자란 냉이들이 보였다.
강둑에서 둔치로 내려서니 거구의 싸움소 한 마리가 말뚝에 고삐가 묶인 채 웅크려 앉아 되새김질을 하고 있었다. 강변 마을에는 싸움소를 키우는 이들이 몇몇 있었더랬다. 건초와 축산 사료 외에도 보양식을 제공해 특별한 훈련을 시켜 소싸움 마당으로 데려갔다. 그 훈련의 한 방법은 소의 목에다 쇠뭉치를 걸치고 걷게 하거나, 돌덩이를 얹힌 타이어를 끌게 해서 근육을 단련시켰다.
4대강 사업으로 강둑은 물론 둔치도 잘 정비되어 자전거 길이 나 있었다. 멀리 삼랑진으로 건너는 경전선 철교가 보이고 술뫼가 드러났다. 평일이었지만 라이딩을 나선 자전거 동호인이 지나쳤다. 색이 바랜 물억새는 겨울바람에 흔들리기를 반복하다가 몸매는 매끈해지고 더 야위면서 봄을 기다렸다. 강변으로 나가면 물억새가 자라 시드는 변화만 봐도 계절감을 절로 느낄 수 있었다.
자전거 길을 따라 걸으니 강 건너편 밀양 명례였다. 가덕도로 결론 난 신공항 예정지와 맞서 한때 영남 내륙에 공항이 들어선다는 설로 그곳 주민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던 상남 들판이다. 겨울이라 썰렁해진 오토캠핑장 곁은 천주교 전래 과정에서 순교자 생가터에 세워진 명례성당이었다. 유장하게 흘러가는 물길을 굽어보는 강 언저리는 전주 이씨 재실 낙주재가 덩그렇게 있었다.
시산동산과 인접한 둔치 잔디밭은 파크골프장이 들어서서 동호인들이 즐겨 찾았다. 그보다 상류의 대산이나 북면에도 파크골프장이 있었으나 술뫼 파크골프장이 더 넓고 찾는 이가 많은 듯했다. 나는 골프와는 인연이 없기에 그곳과 방향이 다른 강변의 자전거 길을 따라 시산마을을 지났다. 시산 언덕에 농막을 지어 전원생활을 누리는 지인에게 전화를 넣었더니 부산 자택에 머물렀다.
한림배수장으로 내려가 한림정역까지 걸으려다 마음을 바꾸어 시산마을에서 시호마을로 나갔다. 지름길로 역까지 걸어갈 셈이었는데 마을회관 앞에 할머니 세 분이 진영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그분들과 합류해 김해 시내에서 한림면 소재지를 거쳐오는 버스를 타고 들녘 마을을 지나 진영으로 나왔다. 승객이 의외로 많아 나는 서서 왔는데 내가 제일 젊은 층이었다.
진영에서 창원 시내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 동읍 덕산을 지나 용강고개를 넘어 소답동에서 내렸다. 집으로 곧장 가질 않고 2일과 7일이면 소답 오일장이 서는 장터로 가봤다. 설을 앞둔 대목 장터는 다른 장날보다 손님들이 많았다. 과일과 채소는 기본이고 생선도 다양했다. 제수에 쓰일 고사리나 밤도 보였고 즉석에서 어묵이나 강정을 만들어 팔기도 했는데 나는 구경만 하고 왔다. 22.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