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구석에서 지난가을 신문지로 꼭 싸둔 배추 한 포기 어둠을 밀어내고 노란 꽃을 피웠다 구석을 잠시 방치한 사이 햇살이 창문을 넘어와 봄을 부추겼나 보다 홀로 순산한 미혼모의 낯빛 같은 꽃잎 물 한 모금 얻어먹지 못하고 꽃을 피울 때마다 쏟아냈을 산고의 색채 겹겹이 두른 푸른 치마를 버린 몸이 처음이자 마지막 같다 다짐 같다 속살까지 다 내주며 붙잡고 있는 꽃대궁 비쩍 마른 어미젖을 물고 있는 배추꽃 겨울의 문을 열고 직립의 공간으로 빠져나온다
첫댓글만물이 살아간다는 것이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그 환경이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감내해내며 살아야만 하는 만물, 그 생명들. 참으로 생명이란 그런 면에서 대단하고 또 고귀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어떤 환경 속에서도 새로운 계절이 찾아왔음을 스스로 감지하고, 그 계절에 맞는 모양으로 변해가는 생명의 그 모습. - 윤석산 시인 -
첫댓글 만물이 살아간다는 것이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그 환경이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감내해내며 살아야만 하는 만물, 그 생명들. 참으로 생명이란 그런 면에서 대단하고 또 고귀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어떤 환경 속에서도 새로운 계절이 찾아왔음을 스스로 감지하고, 그 계절에 맞는 모양으로 변해가는 생명의 그 모습.
- 윤석산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