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황선우, 박태환도 우승 못한 ‘자유형 200m’ 금빛물살 도전
[도쿄올림픽]박태환 보며 수영 꿈꾼 ‘박태환 키즈’
朴이후 9년만에 경영 결선 첫 진출
오늘 결선… 체력 회복이 관건
26일 도쿄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선에서 출발하고 있는 황선우.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수영 ‘기대주’ 황선우(18·서울체고)의 올림픽 결선 진출은 ‘마린보이’ 박태환(32) 이후 9년 만에 수영 볼 맛을 선사해준 쾌거다.
황선우는 26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선에서 1분45초53을 기록해 전체 16명 중 6위로 상위 8명이 진출하는 결선에 올랐다.
올림픽 경영 종목에서 한국 선수가 결선에 오른 건 남유선(36·은퇴), 박태환 이후 세 번째다. 또 2012 런던 올림픽의 박태환 이후 9년 만이다. 자유형 200m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목에 건 박태환도 정복하지 못한 종목이다.
이번에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황선우는 ‘박태환 키즈’다. 수영 동호회 출신 부모님을 따라 2008년 수영을 시작한 황선우는 그해 올림픽에서 박태환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봤다. 황선우는 “그때는 어려서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와닿지 않았다. 선수로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고 한계를 경험하며 올림픽 금메달이 정말 미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태환의 뒤를 따르던 황선우는 박태환이 한국 수영사에 남긴 흔적들을 지우고 있다. 자유형 100m(48초25), 200m(1분44초62) 한국기록의 주인은 이제 박태환이 아닌 황선우다. 올림픽 ‘진출’이 목표였지만 ‘결선’ 진출, 그리고 ‘메달’로 꿈도 커지고 있다.
수영인들의 눈에 황선우는 일찌감치 ‘재목’이었다. 수원 매현중 2학년 당시 서울체중으로 전학 간 황선우는 중3 때인 2018년 동아수영대회에서 5관왕에 오르며 잠재력을 터뜨렸다.
황선우의 키는 186cm에 몸무게는 72∼73kg을 오간다. 두 팔을 벌린 윙스팬은 193cm다. 전성기 시절 183cm에 74kg, 윙스팬이 196cm이던 박태환의 신체조건과 유사하다. 황선우를 지도하는 이병호 서울체고 감독은 “박태환을 (스카우트) 놓치고 약 14년 만에 박태환 같다고 생각한 황선우를 품게 됐다. 천부적으로 물을 잘 탄다”고 평가했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당시 대표팀 최고참으로 황선우와 함께 대회를 치른 박나리 본보 해설위원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선수들 중에서도 물을 잘 타 눈에 띄었다. 골반이 뒤틀릴 수 있으니 평소에 다리도 꼬지 말라고 (몸 관리법을) 조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부터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오히려 황선우에게는 도약의 계기가 됐다. 대회가 줄줄이 취소된 사이 황선우는 웨이트 훈련에 집중하며 힘을 키웠다. 진가는 그해 10월 열린 첫 전국대회부터 빛을 발했다. 이후 대회를 치를 때마다 황선우는 자신의 기록을 새로 쓰며 기세를 올렸다. 그 사이 한국기록(자유형 100m, 200m)뿐 아니라 주니어 세계기록(자유형 200m) 보유자 타이틀이 붙었다. 세계신기록은 박태환도 못 해본 일이다.
결선까지 황선우에게 주어진 과제는 체력 회복이다. 25일 오후에 열린 예선에서 한국기록을 세운 황선우는 약 15시간 뒤인 26일 오전에 치러진 준결선에서 페이스가 떨어졌다. 이 감독은 “선우가 하루(24시간 이내)에 두 번 이상 ‘100%’를 쏟아본 적이 없어 고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선은 황선우가 준결선을 치른 뒤 정확히 24시간 뒤에 열린다. ‘예선 전체 1위’에 오르며 거센 돌풍을 일으킨 황선우가 결선에서 한국 수영의 새로운 역사를 꿈꾸고 있다.
도쿄=김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