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겨울밤의 시작 12월 이다. 찬비는 하염없이 추적추적 가을색을 지우고 붉어진 단풍잎 낙화를 지운다.
어제 낮 부터 내린비는 그침이 없었고 겨울비 치고는 제법 많은 량의 비가 밭작물에 도음이나 되지않을까 어슬픈 기대를 담아 본다.
이번 비를 계기로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 올 것이라는 일기 예보에 마음은 미리 걱정을 앞서 간다.
어릴적 기억이다. 추위가 찾아 오기전 김장을 마무리 해야하고 무우는 땅을 파서 집으로 덮고 그위에 다시 흙을 덮어 무우가 얼지 않도록 해야 하고 보리 갈이가 끝이 나고 나면 또 낡은 초가지붕을 걷어내고 이엉을 엮어 새것으로 지븡을 바꾸어야 하고 또 메주도 끓여서 메달아야 하고 무우 청은 그늘 진 곳에 말려서 씨레기를 만들어야 하는 등등 ... 월동 준비 만도 끝이 없었다.
덜컥 추위가 찾아 오니 아직 김장을 다하지 못한 가정은 걱정이 한짐이나 늘어 났을 것이다. 더 추워지기 전에 마무리 했으면 좋으련만 일이란게 순서가 있으니 그리 만만치 않은것이 사실이다.
마당 한켠에 모닥블을 피워 놓고 시린손을 녹여 가며 김장을 했던 기억도 옛 이야기가 되었다 이제 세월이 바뀌어 핵 가족화에 자녀의 숫자가 줄어들다 보니 김장을 해야 하는 양도 옛날 만큼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일 것이다.
그렇게 김장이 끝이 나면 기나긴 겨울 짧은해 긴밤 지금에야 티비가 있으니 무료함을 달래기도 좋지만..
옛날에는 그랬던 것 같다 삼삼오오 어울림이 되면 먹꺼리가 귀했던 시절 주전부리 할만 한게 없으니 고구마를 삶기도 하고 시큼달달 시원한 동김치를 내어 오기도 하고 민화투로 내기도 하며 겨울밤을 보내던 시절...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햔실에 따라 각자의 긴긴 겨울밤을 보냈을 것이다. 글이 되든 글이 되지 안았든 각자가 보낸 겨울밤은 우리들의 상상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규방 속 아낙의 겨울밤은 공부를 하러간 님에대한 애틋한 그림움 이자 기다림이다.
獸炭噓成一縷烟 숯을 피우니 한줄기 연기가 올라오고 冬宵苦永正如年 겨울밤 괴로워 길기가 일년 같아라 梧桐葉上數聲雨 오동잎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니 獨坐屛間眠不眠 병풍 앞에 홀로 앉아 잠을 자려해도 잠이 오지 않네.
-김삼의당-
지금은 단지 추억일 뿐이다. 황량한 들판위로 싸늘한 바람이 휑하니 지나 가면서 흙 먼지를 일으킬 즈음 집집마다 피어 오르는 저녁 연기는 산허리를 감돌아 띠를 이루고 하나 둘 같이 놀던 또래의 아이들 저녁 연기를 따라 흩어지면 이내 산골 마을엔 어둠이 찾아들었다.
첫댓글 월동준비 합시내요
월동준비 합시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