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주목해야 할 아시아 여성 경제인 10인’ 중 한 명으로 이행희
![검색하기](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s.joins.com%2Fnews%2Fver200508%2Ficon_as01.gif) (41) 한국코닝 사장을 뽑았다. 이 사장은 수상 소감을 아주 흔한 말(자고 일어나 보니 유명해졌다)로 했다. 사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가 나기 전까지는 잘 알려진 인사가 아니었다. 기자는 수상 소감을 다시 물었다. “학교 다닐 때 얼떨결에 끌려간 묵화반에서 일주일 만에 장원을 땄던 기분과 똑같다.”
그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일화다. 담임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친구들과 장난을 자주 치는 꼬마 ‘이행희’를 묵화반으로 보냈다. 거기서 차분한 성품을 배우라는 주문이었다.
생전 처음 잡아본 붓이었지만 호기심이 발동했다. 점차 재미가 붙자 붓에 날개가 돋친 듯했다. 일주일 만에 교내 대회가 열렸는데 장원을 땄다. 한 달 뒤 도 대표로 나갔다. 본인 스스로 놀랐다고 했다.
무슨 일을 하든 재미를 붙이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성격이다. 1988년 한국코닝에 입사한 그는 15년간 ‘한 일이라곤(본인의 표현)’ 주어진 일을 재미있게 한 것뿐이다. 그러다 보니 아시아에서 주목받는 여성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에서 공부한 경력이 없다. 오너 일가의 일원도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점을 들어 그를 추천했다.
‘월권’ 질책받을 정도로 일 욕심
그는 숙명여대 사학과를 졸업한 순수 문과 출신이다. 그래서 졸업하자마자 잡은 첫 직장이 한국문화재관리국이었다. 보조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러나 그는 이곳에서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사표를 내고 한국코닝에 들어갔다.
한국코닝은 미국 본사가 100% 출자한 회사다. 자동차 매연정화기와 광통신 소재, 세포배양기 등을 생산하는 첨단 하이테크 기업이다. 문과 출신이 일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그가 이 회사에서 처음 한 일은 무역 보조 업무였다. 영업직원에게 고객 자료를 만들어 타이핑을 해주는 것이었다.
“한번은 무슨 배짱이었는지 고객에게 전화해 한번 만나자고 했습니다. 제가 밥값을 내고 안면을 텄죠. 어느 날 상사가 저를 부르더니 호통을 치더라고요. 왜 시키는 일만 하지 않고 ‘월권’을 하느냐는 게 이유였죠.”
이 사장은 상사의 호통에도 개의하지 않았다. 본인 업무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극 만났다. 안면을 트고 일하다 보니 영업사원이 힘들어하는 계약까지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 사장의 행동을 월권이라고 질책하던 상사들도 점차 그의 업무 능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를 영업부서로 발령냈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인사였다.
“영업직에 오자마자 수만 개에 달하는 화학 제품 이름 외우는 것을 제1 목표로 정했습니다. 미국 본사에 요청해 회사 제품 설명서를 전부 보내달라고 했죠. 지금은 e-메일로 쉽게 받을 수 있지만 당시는 이런 것들이 모두 책자였어요. 수십 박스 분량의 책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외웠죠.”
그는 주말에 회사에 나와 공부하고 외웠다. 당시 공부한 책자를 보관하기 위해 나무 책장도 직접 짰다. 그 책장은 지금도 후배 직원들이 쓰고 있다.
공부를 해 자신감이 생긴 뒤 발로 뛰기 시작했다. 고객이 발주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스케줄을 미리 짜서 친절하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했다. 고객들의 반응은 금세 나타났다. “대기업 자재과는 구매할 품목이 많아 간혹 발주 시기를 깜빡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 미리 체크해 먼저 알려주면 무척 고마워하죠. 나중에는 전화만 해도 ‘아, 그거 그냥 이행희씨가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하더라고요.” 한번 거래를 트면 오래 유지되는 것은 당연했다.
“전화만 해도 될 일을 굳이 찾아다녔죠. 남자 영업사원이 고객에게 담배를 권할 때 저는 정보를 제공했어요. 노력해도 안 되는 일에 미련을 갖기보다는 내가(여성)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거죠.”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잘 만나주지 않는 고객은 꾀를 냈다. 그 고객이 자기 회사에서 주말 당직 설 때를 미리 알아놓고 직접 찾아갔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곧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고객과 만날 땐 업무 얘기와 별도로 최근 경제 동향 등을 추가로 준비해 갔습니다. 평소 신문을 꼼꼼히 읽는 건 필수죠. 고객이 나를 만나서 무언가를 더 얻어간다는 느낌을 받아야 해요.” 고객과 풍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풀어놓을 ‘거리’가 많아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코닝이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시장 정보 등을 많이 접할 수 있었던 건 그에게 행운이었다.
그의 적극성은 세계 시장을 누비면서도 십분 발휘됐다. 외환위기가 오기 직전 이 사장은 동유럽권 오지를 홀로 누비고 다니면서 고객을 만났다. “대우자동차가 전 세계 지사를 가지고 있던 때였습니다. 동유럽권 오지에도 대우그룹 직원들이 파견을 나가 있었는데 그런 구석까지 찾아다니며 영업을 했죠.”
이 사장이 비행기와 기차·자동차를 번갈아 타며 몇 날 며칠을 걸려 오지에 도착하면 사람들은 눈이 다 휘둥그레진다고 했다. 오지까지 여성의 몸으로 찾아온 것에 감복했던 것이다.
“동유럽권에 흩어져 있던 대우자동차 직원을 폴란드로 불러 회의도 했었어요.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지원 설명회를 한 셈이죠.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무너지면서 계약은 됐어도 만족할 만한 성과가 별로 없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신명이 나요. 그때 저는 30대 문턱을 막 넘은 차장급에 불과했거든요.”
언제나 비즈니스 에티켓을 강조
이 사장 밑에서 9년간 함께 일한 정소영 과장은 그를 높이 평가한다. “아침을 거르고 오는 직원을 위해 샌드위치와 주스를 갖다놓을 정도로 세심하고 자상합니다. 반면 업무에서는 빈틈없는 프로 근성을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젊은 직원들이 거래처에 보낼 공문서를 만들 때 비즈니스 에티켓을 무시하고(웃는 모양 이모티콘을 넣는 등) 작성하는 것을 보면 따끔한 지적을 하십니다.”
그는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95년 고려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2002년 숙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땄다. 2001년에는 숙대에서 강의도 했다.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강조한 말도 ‘스스로를 먼저 무장한 후 당당함을 펼쳐라’였다. 스키와 수상스키, 골프 등은 프로급으로 알려졌다.
이행희 사장의 성공 비즈니스 노하우
■ 맡은 일에 재미를 붙여라. ■ 열 번 전화하는 것보다 직접 찾아가는 게 낫다. ■ ‘못하는 일은 없다’.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라. ■ 고객이 묻기 전에 먼저 정보를 줘라. ■ 비즈니스 에티켓을 지킨 후 친밀감을 표현하라. |
이행희 한국코닝 사장 1964년생. 1986년 한국문화재관리국, 1988년 한국코닝 입사, 2003년 영업&마케팅 이사, 2004년~ 현재 한국코닝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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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비지니스 노하우 !! 가슴에 담아갑니다.
잘 보았습니다.
역시 일은 재미있어야, 현이사님! 잘 지내시죠. 다음에 또 뵐께요.
안춘노님 감사해요........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