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버들나들이 명찰과 가이드 송수신기 ©조성희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드디어 걷기 좋은 계절이 왔음을 직감한다. 서울시 로컬브랜드 육성사업으로 선정된 구로구 '오류2동 버들시장'으로 떠나는 '버들나들이' 투어 프로그램에 다녀왔다. 9·10월 운행 프로그램 중 첫 날인 9월 6일 오전 10시~12시에 성공회대 구두인관에서 출발해 구로구 명소 곳곳을 돌고 오류버들시장까지 둘러보는 코스였다.
버들나들이 9월 첫 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 ©조성희
오류버들시장 버들나들이 투어는 서울시와 서울신용보증재단, 구로구청, 도's토리연구소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잠재력 있는 골목상권을 선정해 지역 기반 로컬 콘텐츠와 연계하고 골목상권 특색을 반영하여 추진하는 상권 단위의 종합지원사업이다. 버들나들이는 해설사와 함께하는 '동행투어'와 자유롭게 여행하는 '개별투어'로 나뉘는데, 이번에 해설사와 함께하는 동행투어 중 2코스(성공회대 구두인관 - 더불어 숲 - 항동철길 - 옛 주막거리 - 삼천리 연탄터 - 오류버들시장)에 참여했다.
성공회대 구두인관 앞에 모여서 출발했다. ©조성희
세대별로 즐기는 버들나들이는 시작 지점은 다르지만, 오류버들시장을 경유하는 코스로 진행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참여한 사색코스는 쉬어가기 좋은 길로 먼저 성공회대 구두인관에서 집결하여 출발했다.
구두인관은 성공회대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첫 번째 벽돌 단층 건물이다. '찰스 구두인'이라는 신학자를 기리기 위해 '구두인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독립운동가이자 정직한 기업 경영인, 교육자였던 유일한 박사의 이야기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성공회대는 울타리 없는 학교로 마을과 소통하는 대학이라 내가 자주 산책하는 곳이기도 했는데, '구두인관'이라는 이름 때문에 신발과 관련된 장소인 줄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성공회대의 건물과 나무들,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역사적 내용들을 들으니 평소에 산책하던 곳이 더욱 의미있게 와 닿았다.
천왕산 성공회대 순환길 ©조성희
성공회대 구두인관에서 다음 코스인 더불어 숲으로 가는 비밀의 숲길은 이 지역의 토박이인 남편도 처음 가보는 길이라며 신기해 했다. 천왕산 성공회대 순환길은 서울시, 구로구청, 성공회대가 협력 조성하고 성공회대에서 주민에게 24시간 개방한 주민편의시설 공간이라고 한다. 우리에겐 더불어 숲으로 향하는 비밀의 장소를 처음 접한 날이라 더욱 신이 났다.
신영복 선생의 서화에 대해 안내하고 있는 해설사 ©조성희
더불어 숲과 이어진 건지산을 오르면서 숲향기에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이 좋아졌다. 높지 않은 건지산 정상을 오르고, 드디어 더불어 숲에 이르러서 내가 존경하는 신영복 선생을 만나게 되었다. 이곳에서부터 항동철길까지 신영복 선생의 시화가 새겨진 안내판이 이어졌다. 시를 음미하며 산책할 수 있어 무척 행복했다.
'삶'을 '사람'으로도 읽으셨던 신영복 선생께서는 글씨를 쓰시다가 틀리게 되면 지우지 않으시고, 그 글자를 이용해서 새롭게 바꾸거나 보완해 쓰셨다는 해설사의 설명을 들었다. 우리의 삶에서도 사람이 실수하고, 실패할 수 있지만, 그것을 활용하여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항동철길 ©조성희
항동철길에서 찰칵! ©조성희
신영복 선생의 멋진 글귀를 보며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항동철길에 이르렀다. 1959년 이곳을 지나던 오류선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여행을 시작했다. 경인철도 개통 시 생긴 7개의 역 중 하나인 오류동역의 개통은 당시로선 굉장히 혁명적인 일이었다. 오류선이 지나던 항동철길은 현재 휴선 상태이다. 탁 트인 하늘 아래 길게 뻗은 철로를 따라 걸으며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산책 코스였다. 철길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퀴즈에서 받은 엽전 ©조성희
항동철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지금까지 안내 받았던 내용을 비롯해 오류동과 관련된 여러 가지 역사 퀴즈가 시작되었다. 맞추면 엽전을 지급해주는 재미난 방식이었다. 이 엽전은 하나는 기념으로 가질 수 있었고, 나머지는 오류버들시장에서 구매한 채소, 과일, 화분 등을 경매를 통해 받는 데 쓰였다. 이런 재미난 이벤트 요소가 마을의 역사를 알아가는 데 재미를 더해주었다.
오류동역은 한양에서 인천까지 가는 중간 지점이자, 우편물을 교환하는 중간 장소이기도 했다. 1855년 흥선대원군이 청나라에 다녀오면서 묵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바로 오류동 주막거리 객사이다. 항동철길에서 오류버들시장으로 가는 길에 동부제강과 일신제강에 대한 이야기는 옛날 동화처럼 재밌게 느껴졌다.
오동나무와 버드나무가 많아서 지어진 이름 오류동의 지명에 대한 이야기도 알게 되었고, 안양천을 중심으로 동부에는 대성연탄이, 서부에는 삼천리 연탄이 있었던 시절도 마치 당시 그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것처럼 느껴졌다. 대성연탄이 있던 신도림에는 현재 디큐브시티가, 삼천리 연탄이 있던 자리엔 삼천리 아파트가 들어섰다.
브레드 홍 대한민국제과제빵 명인 빵집 ©조성희
드디어 오류버들시장으로 들어서는 장소에는 서울시협의회에서 지정한 제과제빵 명인이 운영하는 브레드홍 빵집이 보였다. 15년 이상의 오랜 시간을 빵에 대한 애정과 노력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맛 좋은 빵을 공급하고 있는 브레드홍 제과점에서부터 오류버들시장 탐방이 시작되었다. 오류버들시장은 골목시장으로 규모가 엄청나게 큰 시장은 아니지만, 지역 주민들의 식재료, 음식점, 카페, 침구류, 생선, 과일, 야채, 고기류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는 가게가 쭉 늘어서 있다.
삼농송석도길 구로구 명예도로 ©조성희
오류버들시장을 소개하면서 구로구의 명예도로인 '삼농송석도길'을 만나게 되었다. 호가 삼농인 송석도 선생은 "사람, 작물, 가축의 농사가 중요하다" 하여 호를 삼농으로 삼았다. 송석도 선생은 6.25 때 배고픈 고아들에게 숙소와 일하면서 먹을 것을 제공해주는 고아원을 운영했다고 한다. 옛날 오류버들시장은 고아가 된 아이들의 허기를 채워주고, 지금은 이 지역 서민들의 배를 불려주는 곳이라는 해설사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야채와 고기를 사던 곳이 우리에게 이런 의미를 전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하니 오류버들시장이 일상 속 의미 있는 장소로 다가왔다.
오류버들시장 판매 물품들 ©조성희
버들나들이 동행투어는 지역의 유래, 역사 문화 자원, 생활사 등을 스토리텔링 형태로 참여자들에게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내가 늘 다니던 일상의 장소인 마을 곳곳에 숨겨진 명소를 찾아서 세대별 코스를 즐기며 더욱 마을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되는 매우 소중한 프로그램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사는 지역의 골목시장인 오류버들시장이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왁자지껄한 곳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로 인해 오류동의 상권이 살아나고, 결국 이곳의 상인과 지연주민이 하나되어 더 살기 좋은 곳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응원하고 기대한다.
오류버들시장 연계 '버들나들이' 9·10월 참여자 안내 Ⓒ구로구청
오류버들시장 버들나들이
○ 서울신용보증재단 구로지점 공식 블로그
○ 오류버들시장 공식 인스타그램
○ '버들나들이' 투어 신청
○ 문의: 02-6326-6769 (평일 10:00~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