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흘리가 결승전에서 일본의 마치다 젤비아를 꺾으면서 두 시즌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우승으로 사우디 축구계는 여덟 번째 ACLE 트로피를 따냈다.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이다. 이 기세라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멀게만 느껴졌던 역대 최다 우승국(대한민국, 12회)의 기록 역시 수 년 안에 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영광 뒤에는 '설계된 왕좌'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사우디 팀들의 전력이 우승권이라는 것에 어느 누구도 이견은 없지만, 8강부터 결승까지 한 장소에서 치러지는 '집중 개최' 제도는 아시아 축구 팬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물론 파이널 스테이지 집중 개최국은 대회 개막 전에 결정되고, 모든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개최 비드를 받아 선정하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은 있다. 그러나 8강부터 결승전까지 모든 경기가 한 국가에서 개최되는 시스템의 성격 자체가 특정 팀에 과도한 어드밴티지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또한 개최국 선정 과정에서 '한 번 개최한 국가는 향후 특정 기간 다시 대회를 개최할 수 없다'라는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한 막대한 자금과 뛰어난 시설을 보유한 사우디가 실사 평가에서 항상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점도 찜찜한 부분이다.
8강에서 서아시아와 동아시아 클럽이 강제로 격돌하게 되어있는 대진 시스템도 문제로 꼽힌다. 이 역시 ACLE 개편 과정에서 새롭게 도입된 규정인데, 사우디 팀들이 본격적으로 돈을 쓰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 사우디 팀들은 이 규정 덕분에 8강에서의 '팀킬'을 피할 수 있게 됐다.
AFC는 당분간 현행 시스템을 바꿀 생각은 없어보인다. 최근 ACLE 참가 팀을 32개로 확대하며 동시에 UEFA 챔피언스리그처럼 16강 토너먼트 자리를 놓고 녹아웃 플레이오프를 도입하겠다는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집중 개최 시스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최상위 대회 2연패라는 대업을 이뤄낸 알아흘리를 깎아내리고 싶진 않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느껴지는 현 대회 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이어질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ACLE 사우디 시대'에 대한 의심의 시선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이는 결국 대회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