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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요트
FaM CaFe. 에고이스트
연자루
蓮慈鏤
作. 담희
05
한 나라의 임금인 자신을 이리도 만만히 보다니, 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장내를 그리 박차고 나오기는 했으나 휘의 속은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연화궁으로 갈 것이다. 채비를 하도록 해라"
"예, 전하"
연화궁으로 향하는 왕의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 졌다. 장내에서의 소란을 예루는 몰랐으면 하는게 왕의 바람이었다. 제 여린 연인이 궁의 더러움을 모르고 살아가기를 바랬다. 연화궁은 그런 마음으로 휘가 내어준 궁이었다. 제 모친이 살아 생전 살던 궁이기도 했고, 외딴 곳이라면 외딴 곳일 수 있지만 휘의 처소와는 그 어느 궁보다 가까운 곳이었다.
"폐하"
예루가 휘를 보고 살며시 웃어 보이며 예를 갖추었다. 허리를 숙여 인사하려는 것을 휘가 손을 저었다. 그의 손짓에 주춤한 예루지만 그래도 끝까지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예루다.
예루는 마치 대나무 같았다. 휘어지지도 끊어지지도 않았다. 항상 올곶은 이라, 휘가 살며시 웃어 보이며 예루와 함께 연자루로 향했다. 따라오던 무사들은 자연스럽게 연자루의 앞에서 멈춰섰다. 연자루를 들어 갈 수 있는 이는 고귀한 왕의 혈통 뿐이었다.
"연자정으로 가자구나"
연자루에 하나 있는 정자에 올라선 두 사람의 미색이 고웠다. 아직은 저물어 가지 않은 태양이 두 사람을 비추었고 예루는 태양빛에 투명해진 물을 바라보았다.
"연자루, 사람의 인연이 이어진 곳이라 이름 붙였다 하더구나. 선왕께서 나의 어머니를 위해 만들어 주신 곳이다."
휘가 방그레 웃으며 예루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 주었다. 예루의 옥같은 얼굴 때문인지, 머리가 칠흙같이 어두워 보였다. 그런 휘의 시선을 아는 지 모르는지 예루는 그저 물을 바라보기 여념이 없어 보였다. 심통이 난 건지 휘가 예루의 허리를 잡아 당겨 제 품에 안았다.
"예루야"
"예…. 폐하"
"연자루는 선왕폐하와 나의 모친처럼, 너와 나를 위해 만들어 진 곳 같구나"
귓가에 속삭이는 휘의 말이 달콤했다. 예루가 살며시 왕의 어수를 잡았다. 참으로 당돌한 여인이라, 휘가 낮게 목울대를 울렸다. 예루가 그 웃음에 얼굴이 붉게 변하여 손을 놓으려 하자 휘가 예루의 손을 덮어 왔다. 투박한 예루의 손에 비해 큰 휘의 손은 따뜻하기 까지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지키마. 나의 예루야…"
제 어미 처럼 허무하게 죽게 하지 않으리라 하는 휘의 다짐이었다. 궁내 여인들의 투기에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버린 제 어미 처럼 예루도 죽게 하지 않으리랏다 하셨다. 가만히 휘의 품에 안겨 있는 예루가 왕의 용포를 쥐었다. 아마 이 사람을 저를 사랑해 주리라, 저를 홀로 두지 않으리라. 강한 믿음이었고, 연모의 정이었다.
숙원 예영, 왕의 후궁중에서도 가장 낮은 품계를 받은 예영이었다. 사가에서 데려온 보희만이 예영의 곁을 지킬 뿐이었다. 왕의 애정은 이미 다른 이에게 가있고, 하물며 왕과 대적중인 대위의 여식이며 가장 낮은 품계를 받은 이라 궁인들의 홀대가 심하였다.
"나인들을 불러오너라"
"예, 마마"
보희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궁내의 나인들을 불러 보았다. 말이 좋아 불러 모인 것이지, 그것은 마치 애원가 같았다. 제발 가주오. 하는 보희의 애원에 나인들은 어쩔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영이 내정받은 궁은 도은궁이었다. 밝을 도, 은혜 은이었지만 나인들은 달아날 도, 숨을 은이라 예영을 조롱하기 급급했다.
"내 너희에게 할 말이 있어 이리 불렀느니라"
"…"
얼마 되지 않는 나인들이었지만, 그중 아무도 예영의 말에 대답하는 이없었다. 제 아비와 왕의 사이 때문에 제가 이리 몰락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지 않으려면 우선 궁에 제 사람부터 만들어야 함이었다.
"네 이년들,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게냐. 어찌 이리도 오만방자하기 그지 없어! 이봐라, 회초리를 가져 오너라"
제 아랫사람을 대하는데에 익숙한 예영이었고, 그런 예영에게 익숙한 보희였다. 갑작스러운 예영의 호통에 나인들이 저들 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숙원의 첩지에도 예영은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다녔다. 마치 왕에게 굴복하지 않는 제 아비 처럼말이다.
"윗전의 말을 도외시 한것이 너희의 첫 번째 죄요, 예를 갖추지 않음이 두번째 죄라."
회초리소리가 바람을 가르기도 전에 바닥에 무릎을 꿇은 나인들도 있었고, 죽을 죄를 졌다 눈물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예영은 가차 없었다. 도은궁 내에 가장 높은 상궁 부터 회초리를 두대씩 예영에게 맞아야 했다.
"내 폐하의 성은을 아직 입지는 못하였으나, 내가 그대들의 윗전인 것은 변함 없는 사실이오. 그대들은 나를 대함에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하네."
"예, 마마"
예영은 제 구순을 꾹 깨물었다. 저보다 예루가 먼저 입궁해 왕의 정을 모두 독차지 함에 대한 화였고, 제 아비의 왕에 대한 무례함에 대한 화였다. 간택이 있던 날이면 왕은 자연스레 간택된 후궁의 처소로 와야 했지만 휘의 모습은 도은궁에 비춰지지 않았다.
"…빈 마마께 예를 갖춰야 겠구나, 연화궁으로 가자"
"마마, 송구하오나 폐하께서 다른 이들의 출입을 막으신 터라…"
"다른 이라 하면, 폐하를 제외한 이들을 말하는 것이냐"
"예, 마마. 사공과 사도의 출입만 허가 하셨사옵니다."
사공 윤우, 사도 남제. 아까전 장내에서의 윤우의 모습으로 충분히 자신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예영은 알고 있었다. 연화궁에 아무런 제지 없이 들어 갈 수 있는 이는 이제 남제 뿐이었다. 하지만, 남제는 지금 제나라의 원군으로 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만 나인을 물리고 보희를 불러 앉힌 예영이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보희 네가 해 줘야 할 게있다."
"예, 마마. 하명하시옵소서"
"네 은밀히 사가에 다녀오거라"
예영은 제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이용할수 있는 모든 것들을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령, 그게 제 아비라 할지라도 말이다.
연자루
蓮慈鏤
作. 담희
06
바람불어 혹시 알아차릴까, 보희의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원체 작은 아이라 이리 어둑한 밤이면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발걸음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조심스럽게 궁의 뒷문으로 들어온 보희가 서둘러 도은궁으로 향했다.
"마마, 가져 왔습니다."
보희가 조심스럽게 내 민것은 비단줌치였다. 예영이 보희를 물러내고 그 줌치를 풀었다. 그 곳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배냇저고리였다. 가만히 그것을 들어 올린 예영이 홀로 타고 있는 초에 그 배냇저고리를 태웠다. 배냇저고리가 반쯤 타 들어 갔을 까, 예영이 그 배냇저고리를 비단 줌치위에 올렸다. 점점 붉게 타오르는 배냇저고리를 보며 예영이 비릿하게 웃었다.
"여봐라, 밖에 누구 없느냐!"
어두워 진 밤, 왕이 찾지 않은 후궁의 처소에 남아 있는 이는 거의 전무했다. 보희마저 물린 터라 홀로 타들어 가는 배냇저고리를 보는 예영이 마치 저같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한 숨쉬듯 조용히 비단줌치를 놓아 두고 궁 밖으로 나선 예영이다.
침상에 예루를 누인 휘가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그 웃음이 수줍어 예루도 따라 웃어 보였다. 휘는 또 그 웃음이 어여뻐 제 입술을 예루의 볼에 가져댔다. 살며시 닿은 입술이 부끄러워 예루의 볼이 발간 물을 들였다.
"그대를 연모해"
휘의 입술이 예루의 입술에 닿았고, 고를 풀었다. 예루가 고개를 뻣뻣이 뒤로 젖혔다. 고개를 뒤로 해서 인지, 예루의 가슴이 봉곳해졌다. 휘가 살며시 감싸듯 예루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아 하는 소리에 예루가 서둘러 제 입을 막았다. 아랫 것 들이 듣고 있는 지라 예루는 제 눈에 고인 눈물도 알아 차리지 못하고 입을 막는데 급급하였다.
곧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된 예루가 다리를 비틀어 제 여린 숲을 가렸다. 곧 왕도 속적삼, 속고의를 모두 벗어 던지고 예루를 품에 안았다. 워낙 몸에 열이 많은 이라 가만히 살을 맞대고만 있어도 저절로 열이 나는 것 같은 예루였다.
탄식 처럼 새어나온 신음소리를 채 막지도 못하고 곧 휘에 의해 다리가 벌려진 예루는 얼굴이 붉어져 걸국 고개를 돌려 버렸다.
"짐을 보오"
"…망극하옵니다"
짐을 보오, 하는 휘의 목소리에 예루가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휘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저를 보는 시선은 이리 다정하시어 예루는 보스스 웃어 보였다. 그 얼굴에도 웃음 꽃이 만연했다. 살며시 닿은 입술 사이로 휘가 가지런한 치아를 훑었다.
"평생 내가 주는 숨을 먹고 사오, 내 우리 안에서만 사오. 그리 해 주오. 응?"
다정하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예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비의 손은 거침없었지만 다정했고, 뜨거웠다.
단한번의 관계로도 힘이 쭉 빠져 버린 예루가 휘의 품에 기대어 반쯤 눈을 뜨고 있었다. 설핏 웃은 휘가 상궁에게 일러 수건을 가져오라 명했다. 어느 순간인가 잠이 들어 있는 예루를 제 품에 꼭 끌어 안고 휘는 상궁이 가져온 수건으로 예루의 몸을 닦아 주었다.
그대는 짐의 여인이라, 천하에 제일 가는 사내의 단 하나뿐인 연인이라 그리 약조한 휘가 아무것도 없는 예루의 손가락에 옥가락지 두개를 끼워 주었다. 그리고는 예루의 손 가락에 살며시 제 입술을 대었다.
예루를 가지런히 침상에 눕혀주고, 제 품에 꼭 끌어 안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우의 목소리에 눈을 뜬 휘다.
"전하, 사공 윤우 급히 드릴 말씀이 있어 늦은 시각에 찾아 왔나이다"
윤우가 이리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하니 휘는 인상을 찡그렸다. 윤우의 목소리에 잠에서 깬건지 제 품에서 뒤척거리는 예루를 다시 자도 괜찮다는 듯 등을 두드려 재우고 나서 의대를 걸친 후 나온 휘다.
"무슨 일인가"
"도은궁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하옵니다. 궐내 장정들이 물을 퍼다 나르고 있다 하오나…"
"그래서, 숙원은?"
"다행히도, 정원을 거닐고 계신 터라 별 탈이 없으시다합니다."
"그럼 되었다. 궐내 장정들을 더 보내고 한동안 숙원에게는 사가에 가 있어도 좋다 일러라. 난 아직 곤해 침수를 들어야 겠네."
참으로 매정타, 저 연모하는 이가 아니라 하여 화재 났다 하여도 발걸음도 하지 않으시는 모습에 윤우는 한 숨을 내뱉았다. 이리 한 여인에게 목을 매는 것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 윤우가 연화궁을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은궁의 화재가 진정되었다 이르는 소리에도 휘는 깨어나지 않았다.
"폐하께서 숙원에게 사가에 가 있어도 괜찮다 하명 하시었소."
"사가에는 가지 않아도 좋습니다만, 도은궁에 병사들을 늘려 주시지오"
예영이 차분히 고개를 숙이고 말을 이었다. 왕이 직접 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예영의 목적은 바로 병사들을 늘리는 일이었다. 제 아비의 적이 이 궁안에는 너무나도 많았고 도은궁은 너무나도 위험했다. 외곽에 위치한 터라 산짐승도 자주 나타나는 곳이라 궁인들 사이에서도 위험한 곳이렸다.
그러나, 예영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반쯤 태웠던 그 배냇저고리 필시 예루의 것이라. 태어나자 마자 곱다 하여 예루의 어미가 입혀 놓았던 배냇저고리였으나 제 어미가 그것도 사치스럽다 바로 벗겨내었던 그것이었다. 은밀히 전해 내려 오는 말에는 그런 배냇저고리를 태워버리는 필시 그 주인에게 악영향이 가는 데다, 이를 태워버리는 이는 아이가 생긴다는 말이 있었다. 왕손을 가지는 것 보다는 예루에게 저주를 퍼붓겠다는 뜻이 더 강한 예영이었다.
"도은궁에 병사가 부족하다하시면 내 그리 늘려 드리지오. 그만 침수드소"
"예, 사공께 그저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허리를 굽혀 예를 갖춘 예영이 발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제 시야에서 사라져 가는 예영을 보다 한숨을 내뱉은 윤우였다. 얼굴이 어두워 필시 안좋은 일을 한 것이라. 허나 그것은 그저 제 생각에 불과 했고 이리 타버린 도은궁을 보니 제 마음도 편치 않은 터였다. 왕에게 아뢰니 그저 되었다 하니, 예영도 불쌍하기는 매한가지었다.
"이게 길운이온지, 액운 이온지…"
서녀가 갑자기 나라의 명실상부한 최고의 여인이 되고, 재색을 겸비한 이는 궁에서 가장 천한 취급을 받고 있으니 윤리에는 맞지 않으나 백성과 왕에게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였다.
차별받던 서자들에 대한 대우도 개선하시겠다 하시었고, 가문에 상관없이 인재를 등용하신다 하시었던 것은 좋으나 이것으로 인해 대위의 심사를 거스르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노릇이었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여담↓)
제가 인소닷과 제 팸카페, 그리고 다른 곳에서 연자루를 연재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상황 때문에 팸카페와 인소닷에서만 연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부족한 소설이지만, 항상 봐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네요, 아침에 학교 가기도 이제 힘들어져요!
감기 조심하시고,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감사합니다.
첫댓글 내일도 춥다니 감기 조심하시구요 ㅠㅠ 오늘도 잘 읽었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신데렐라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팸이름이 뭐가요?
쪽지로 보내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항상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