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대나무의 신비 2. 대나무의 문화 3. 대나무의 종합적 이용 4. 대나무의 종합적 이용 5. 대나무의 새로운 이용기술
예로부터 대나무는 죽세가공, 농·어업용자재, 문필구, 조경소재, 식·약용 원료, 건강식 소재 등으로 널리 활용되어 왔다. 현재 우리 나라의 대나무 관련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 첫째, 식생활 변화에 따른 죽순 소비의 급격한 감소와 둘째, 산업화의 진전에 따른 각종 대체품의 등장이다. 셋째, 벌채 및 가공에 따른 노동력 저하 및 인건비 상승과 넷째, 중국 및 동남아산 값싼 죽세공품의 대량 유입 등으로 국산 대나무의 용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현재 죽림농가의 소득원이 크게 감소 하였으며 죽림 경영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여 죽림은 방치되고 있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성장력과 생명력, 번식력이 강한 대나무가 방치되어 덤불 숲처럼 변모되고 있는 현상에서 죽림의 유효활용을 위해서는 대나무의 새로운 용도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임업연구원 남부임업시험장에서는 국내 죽산업의 활성화를 도모코자 대나무 신용도 개발에 노력하여 왔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 남부임업시험장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중심으로 대나무의 새로운 이용기술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덧붙여, 중국과 일본에서의 죽재의 이용에 관한 필자의 연수 내용을 바탕으로 양국 간의 대나무 신용도 개발에 관한 연구 내용을 살펴보면서 금후 대나무 이용의 새로운 연구 방향을 모색코자 한다.
대나무숯
최근 대나무숯의 새로운 많은 특성이 밝혀져 연료로서의 이용 외에 주거성 개량, 농지 개량, 오수정화, 전자파차폐, 침구류로의 이용 등 탄소재로서의 새로운 용도가 개발되고 있다. 임업연구원 남부임업시험장에서는 1996년 국내 최초로 대나무숯 연구에 착수하여 전용탄화로를 개발하고 제탄스케줄을 확립하였다. 대나무숯은 단단하고 은빛을 발하며 발열량이 우수하고 참숯에 비해 미네랄 함량이 많다. 구조적으로는 육각형 다공질체로 미세공극이 풍부하며 탈취성능, 중금속제거율, 수질정화능, 항균성능이 우수하며, 원적외선 방사율이 0.93으로 매우 높고 전자파차폐 및 음이온방사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800℃ 이상의 고온에서는 대나무 표피부분의 칼륨, 실리카 등의 무기성분이 녹아 냉각시 굳어지면 표면이 매끄럽고 숯검정이 손에 잘 묻어 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일반 목탄과 달리 은빛을 발하므로 저자는 이를 은빛 대나무숯이라 명명하였다. 그간 수많은 상품들이 개발되어 시장에 선을 보였다. 고급 연료용 대나무숯은 참숯에 못지 않은 높은 발열량과 원적외선효과에 의해 고기의 겉과 속을 동시에 익혀주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밥숯은 탈취효과, 미네랄용출효과, 근적외선(2∼5㎛)효과에 의해 밥이 맛있게 지어지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물숯은 염소 흡착효과, 미네랄용출효과, 알칼리수 변환효과에 의해 피부를 보호해 주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탈취숯은 흡착효과, 마이너스 이온효과에 의해 냉장고 내의 각종 악취를 흡착 분해하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숯베개는 공기정화작용과 음이온발생에 의한 심신안정효과, 탁월한 흡착작용에 의한 방 안의 불쾌한 냄새를 제거하는 냄새제거효과, 수면 중 발생하는 수분의 흡수발산을 반복하여 습도를 조절하여 머리결과 피부건강을 유지하는 조습효과, 우수한 전기전도성에 의한 전자파차폐효과, 원적외선방사효과에 의한 신진대사촉진효과 등을 이용한 것이다. 특히 대나무숯으로 여과한 소주 ‘참眞이슬露’의 선풍적인 인기로 인해 대나무숯의 대량생산의 길이 열렸으며 대나무숯의 위상 제고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한편, 최근 들어 대나무숯을 이용한 작품전시회도 개최되고 있는데, 과거 한낱 숯덩이로 취급되던 숯이 예술가의 손에 의해 검은 예술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볼 때 대나무숯 개발자인 필자로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가 많다.
죽초액
대나무를 숯으로 굽는 과정 중에는 연기가 많이 발생되는데, 이를 냉각·응축하면 진갈색의 조죽초액(粗竹酢液)이 얻어진다. 숯가마에서 갓 채취한 조죽초액을 수일간 정치하면 3층으로 나누어진다. 최상층에는 경질유의 엷은 피막, 중층에는 수용성의 죽초액, 하층에는 비중이 큰 유용성의 침천타르가 생성된다. 실제 이용시에는 중층의 죽초액만을 사용한다. 죽초액은 목초액과 마찬가지로 토양개량제, 탈취제, 감농약제, 식물생장촉진제, 항균제 등으로 이용 가능하다. 대나무의 줄기나 죽순껍질, 잎에는 살균작용이 있으며 벼과의 다른 식물보다 탁월한 항균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죽초액은 대나무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유용 성분이 농축된 상태로 회수된 것이므로 항균력이 더욱 크다. 죽초액에는 초산, 개미산 등의 산류와 페놀, 크레졸, 구아야콜 등의 페놀류가 다량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초산은 암모니아나 유황화합물 등 알칼리성의 냄새성분을 중화하며, 페놀류는 강한 훈취를 지니고 있어 마스킹(Maski-ng)이라 불리는 화학적 작용으로 악취가 없는 물질로 변화시켜 소취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분뇨와 같이 악취원으로 생각되는 성분이 다수인 경우는 단일성분으로 모든 악취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며, 오히려 많은 성분의 혼합체인 죽초액 쪽이 소취재로서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상기와 같은 죽초액의 항균성과 탈취력을 이용하여 화장비누와 탈취제의 시제품을 개발하였다. 젊은 여성 50명을 대상으로 화장비누에 대한 설문서를 받아 분석한 결과 거품일기, 세안력 등이 좋다는 반응이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대부분 죽초액을 숙성하여 유기농업자재로서 농약을 절감하거나 당도향상 또는 식물성장제로서 이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잘 정제된 죽초액을 수퍼마켓의 진열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주로 목욕용이며 500ml에 1,600엔 정도로 높은 가격에 팔고 있다. 최근에는 죽초액이 몸 속의 노폐물을 빨아들이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일본에서는 히트상품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으며, 작년부터 서서히 우리 나라에 수입 판매되어 신문이나 잡지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그 외 민간에서는 죽초액을 잘 정제하여 무좀치료, 아토피치료, 당뇨병치료 등에 이용하고 있다.
대나무수액
봄철 죽순이 올라오고 난 뒤 대나무를 자르면 그 잘려진 단면으로부터 투명한 물이 흘러나온다. 이 물이 대나무수액이며 옛날부터 ‘약수’ 또는 하늘이 내려준 물, 즉 ‘신수’라 하여 귀하게 여겼다. 대나무수액에는 대나무의 생육에 필요한 무기물, 아미노산, 당류 등 각종 영양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식용 음료로 가치가 있으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몸 속의 각종 노폐물을 씻어 내는데 효과가 있다. 대나무수액은 예로부터 사람들에 의해 이뇨, 심신안정 등의 효능으로 음용되어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음이 증명되고 있으며, 또한 과학적으로도 영양학적 가치가 인정되고 있어 천연음료로의 개발이 유망시 되고 있다. 남부임업시험장의 노력으로 대나무수액이 2001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식품으로 정식 인정받기에 이르러 새로운 음료시장이 개척되었다. 대나무는 매년 벌죽하더라도 매년 생장이 가능하여 재생산이 매우 빠른 환경친화형 소재이므로 대나무로부터 수액을 채취하여 높은 수익을 올리고, 채취한 다음은 이를 대나무숯으로 제조하면 일석이조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대나무잎
대나무잎에는 약리작용이나 방부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조릿대잎은 민간약으로서 화상, 토혈, 객혈, 뇨결핍에 응용되어 왔다. 최근, 紫田 등은 조릿대 열수추출물에 항염증, 항궤양, 진정, 이뇨, 해독, 혈압강하, 고혈당증, 고지혈병의 개선 등 각종 약리작용이 있으며, 조릿대잎 중에 포함된 다량의 칼륨이 순환기에 대한 작용에 크게 영향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조릿대 성분이 나타내는 많은 약리작용 가운데서 특히 가용성 헤미셀룰로오스 분획의 항종양효과가 주목되어 새로운 타입의 제암제로서 그 이용에 높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酒井 등은 조릿대잎 온수추출물을 투석, 이온교환수지 등으로 정제하여 이식종양에 유효한 성분을 얻었다. 久保山 등은 보다 인간의 암과 비슷한 모델로서 발암제로 유도된 종양에 대하여 뱀포린의 경구투여에 의한 항종양효과를 확인하였다. Walb도 암환자에게 투여하여 연명, 적혈구의 증가, 복수삼출의 감소, 동통완화 등의 효과가 얻어짐을 보고하였다. 현재, 임상적으로는 조릿대잎 엑기스제제의 자연 발생암에 대한 항종양효과는 치유될 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일시적으로 동통의 경쾌, 사망 직전까지 전신중독증상의 경감 및 식욕증진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조릿대잎 성분이 다종다양한 약리작용을 지니고 있음은 알려져 있었지만, 靑山은 이용도가 낮은 그 죽간에서도 간단한 방법으로 키시로올리고당이 얻어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올리고당은 소위 난소화성 당질로 정장작용이 기대되는 한편, 면역부활작용, 고혈당 등의 당뇨병 증상의 경감작용, 칼슘이나 철분 등 미네랄의 소화흡수, 체내보유율을 높이는 효과 등이 보고되고 있어 성인병의 보조약제나 건강식품으로써 그 응용이 기대되는 바이다.
대나무숯벽돌
대나무숯벽돌은 대나무숯의 특성을 살린 새로운 건축소재로 내수성과 압축강도가 우수하며 원적외선방사율과 탈취력이 뛰어나다. 대나무숯의 대량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아이디어 제품으로 2001년 남부임업시험장에서 개발하였다. 시멘트의 독성을 줄여줄 수 있는 벽돌, 블록, 자갈에 대한 연구도 수행 중이다.
페놀수지주입 죽재
대나무로 만든 울타리는 색깔과 모양이 좋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빛에 바래어 회색으로 변하여 대나무 고유의 빛깔을 잃거나 곰팡이나 벌레의 피해로 쉽게 망가진다.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서 대나무 울타리를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기술로 대나무에 페놀수지를 주입하여 경화시키는 방법이다. 일본 큐슈대학의 通口교수가 개발한 방법으로 저분자량 페놀수지의 제조법에 대한 기술과 진공주입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삼나무에 대해 이 방법으로 처리하여 놀이시설용으로 널리 이용하고 있다. 완전 경화되어 인체에 무해하며 내구성과 방부성이 매우 뛰어나다.
환죽재의 건조·주입기술
환죽재 이용의 단점은 ① 쪼개지기 쉽다. ② 충해를 입기 쉽다. ③ 야외열화가 심하다. ④ 부재로서 표준화하기 어려운 점을 들 수 있다. 이들 과제의 개선에는 목재와 같이 수지주입이나 약제처리, 도장처리를 실시하는데, 환죽재는 표면적의 대부분을 점하는 표피부가 왁스층으로 덮혀 있어 수지·약액 등의 침투가 곤란하다. 죽재의 조직구조상 재중의 수분은 주로 통도조직인 도관을 통해 이동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특성에 착안하여 횡단면을 액중에 침투하고 다른 한쪽을 감압 흡인함으로써 수지나 약제를 주입 처리하는 방법이다. 이 장치를 이용하여 PEG-MA를 주입한 처리재의 할렬율은 무처리재의 환죽재가 10%인데 반하여 처리재는 80%였다.
표피의 부착성 개선 및 녹색보존기술
죽재의 표피는 평활하며 왁스층이 있어 도료의 부착성이 매우 떨어진다. 대나무 표피에 자외선을 조사하면 도막부착율이 98%로 향상되어 부착성 개선에 매우 효과가 있다. 또한, 무처리재와 내후도장한 처리재를 2년 이상 야외폭로하여 색차(ΔE)를 측정해 본 결과, 전자는 곰팡이나 할렬풍화가 진행되어 ΔE=37이었으나, 후자는 ΔE=8로서 거의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였다. 자외선 처리는 비접촉으로 개질하기 때문에 죽재표피의 미관을 손상하지 않고 도장이나 착색, 접착을 가능케 하는 점이 우수하다. 한편, 서있는 대나무는 늘 녹색으로 푸르지만 벤 대나무 표면은 점차 노랗게 변하고 마침내는 회색으로 바랜다. 대나무의 녹색을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연구도 흥미 있는 아이템이다.
핸드백, 분재 및 대자리
일본은 인간문화재의 탁월한 솜씨와 현대적이며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대나무핸드백을 만들어 세계 패션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으며,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도 있다. 또한, 중국은 소불복죽 등 대나무분재를 인공 재배하여 전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대자리도 경쟁력이 있으므로 전 세계로 수출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한국의 죽산업 발전을 위한 제안
한국의 죽산업은 영세 소규모이므로 국가 차원에서의 노력과 지원이 필요한데, 우수한 전통 죽공예 기술의 체계적인 보전 및 21세기의 죽산업 발전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전문교육기관이나 직업훈련학교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남 담양의 직업훈련학교에 1년 과정의 죽공예과를 설치하여 우수한 죽공예 전통기술의 보전에 노력하며, 관련대학에 부설연구소를 설립하여 죽공예 전문기능인을 양성토록 해야한다. 임업연구원 남부임업시험장에 대나무연구실을 신설하여 대나무의 재배·이용·병충해방제 및 기술지도를 행할 수 있는 종합적인 죽재연구 시스템의 도입이 요망된다. 이로써 한국 고유의 우수 전통 죽공예 기술의 보전 및 전문기능인의 양성, 국제경쟁력을 갖춘 죽제품의 개발로 지역주민의 소득증대 및 죽재 연구의 고도화를 통한 임업기술발전 및 국제교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 정부는 일본의 우수한 전통 죽공예 기술의 보전을 위해 죽향인 벳부시에 벳부고등기술전문교를 설립, 전국 유일의 죽공예과를 설치하여 1년간의 과정으로 죽공예의 전문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직업훈련 차원에서 수업료는 무료이며 교재와 작업복 등은 실비로 개인이 지불한다. 중국 정부는 환경보호차원에서 생장에 장기간을 요하는 목재를 대신하여 단기간에 생장 가능한 대나무로 대체하고 있다. 합판, 마루판, 펄프 등도 대나무를 이용하고 있으며 수년 전부터 국가적인 프로젝트로서 죽재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끝으로, 수십년을 키워야 비로소 경제적 가치를 발휘하는 목재, 그리고 목재의 이용을 마치 환경파괴의 주범인양 몰아대는 오늘날과 같은 환경 최우선 시대에 있어서 대나무는 매년 벌죽하더라도 매년 생장이 가능하여 재생산이 매우 빠른 환경친화형 소재이다. 그러므로 우리 임업인들은 귀중한 바이오매스자원으로서 대나무의 가치를 새삼 인식하여 죽림경영의 활성화 및 대나무 신용도 개발에 깊은 관심과 지원을 보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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