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닫친다고
김민술
전주 두 번째 폭설이 내렸다. 북극 한파가 폭설을 짊어지고 우리 동네 인정사정없이 퍼 부어 놨다. 화두는 몇 십 년만의 한파라고 귀를 쫑긋 세웠다. 문제는 기후 변화이고 따라서 가진 질병이 고단위로 처방이 어려워 의료계를 비웃고 있다는 것이다.
종식할 줄 모르는 코로나 19 때문에 죽느냐 사느냐 사생결단 하는 소상공인들이 단판을 정부에 요구하며 살얼음판인데 귀를 째어가는 강풍이 그렇게 얄미울 수 없다. 차라리 가슴에 품은 뜻이 마치 비 온 뒤 볕이나 면서 부는 바람 광풍 光風이 없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전주가 낮에도 영하15도라니 밖에 체감 온도 30도나 될까, 갑자기 시베리아 준비 없이 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당황스럽다. 눈은 녹지도 않고 이면 도로는 눈 덩어리로 콘크리트 한 것처럼 자동차 바퀴를 꽉 물고 꼼짝 않는다. 자동차가 길게 횡으로 가는데 눈길이 미끄러워 종으로 스케이트처럼 밀려 정지된 차에 부딪치고 선다.
율산이 완주군청으로 출근한다. 새벽 잰걸음으로 나가는데 얼마나 마음 졸일까, 날 좋을 때 편리를 다 잊어버리고 오늘 무지하게 자동차가 귀찮고 싫었을 것이다. 메시지라도 보내 운전 조심하라고 아니면 버스로 가라고 하고 싶지만, 괜히 마음 더 아플까봐 망설였다. 대중교동이라면 집에 있는 사람까지 안심되는데 부모 말고는 이 생각 아무도 모른다.
아내가 율산이 허허벌판에서 덜덜 떨고 와서 애들 저녁 챙기는데 반찬이라도 만들어 준다고 생갈치 무넣고 조려 냄비체 갖다 주라고 보에 싸 내 등을 밀어낸다. 청량한 젊음이 지나간 뒤라 소소한 잔병들이 표현할 수 없이 몸뚱이를 다듬이질 하는지 쿵쾅거리는데 완전 무장 하고 한 손에 스틱 집고 몇 걸음 나갔는데 율산이 엄금 기어오며 나를 보고 반가운지 아빠, 하고 내 손 냄비체 낚아챈다. 차는, 하였더니 어제부터 버스로 출근하니 이렇게 편해요, 입이 찢어져라 웃는다.
내 심장은 퍼렇게 얼어 붓는가. 했는데 율산 웃는 얼굴 그림에 사르르 녹아내린다. 역시나 율산은 선견지명으로 백미白眉이다. 어렸을 때 학교 다닐 때도 알게 모르게 영특함이 날 여러 번 놀라게 했다. 그 뿐인가 지금도 우릴 책임 질것, 간섭하고 이번 강추위에 보일러 불 안 들어가는 방 동파된다고 방을 안 써도 불은 가동하라고 계좌에 십만 원 넣다 며 강추에 훈훈하게 보내시라고 문자가 왔었다. 율산과는 숨겨진 불가해한 삶과 가끔 마주친다. 웅숭깊은 사유가 멋대로 작용한다.
겨울이라 아파트 넘어 학 산 협곡 아래 해는 도망갔고 짙푸른 소나무 숲이 하얀 면사포 쓰고 시려오는 영혼 달래준다. 가로등이 눈 위로 은빛 쏟아내 저녁인대도 눈부시다. 노약자 빙판에 넘어지는 일, 자동차 사고 없는 겨울이면 참 좋겠다.
(20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