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하루,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2월 27일 토요일 전화를 통화한 후 처음으로 받는 전화였습니다. 중간 또 중간에 안부가 궁금하다 하면서도 안부를 챙기는 일을 잊으며 보내왔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생뚱맞은 말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떠오른 생각을 그 즉시 해결하지 못하면 뒤로 자꾸 처지고 밀리는 것이 노년의 삶인데... 왜 그렇지 왜 이러는거야 하면서 안부를 묻는 일에 인색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우연히 길에서 만난 선배께서 정주하던 거처를 옮겼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깊어져 가는 노년의 삶이란 스스로 지탱하는 활기를 점점 잃어간다는 뜻과 일치합니다. 그럴 때 자식에게 의지하고 싶고 의탁하고 싶은 것이 바로 노년입니다. 더군다나 덜컥 병이라도 찾아들어 오면 그러한 심정은 깊어지기 마련입니다. 그 선배는 일남일 녀의 자식을 둔 선배로서 안 사람께서 덜컥 암에 걸려 상당기간 혼란을 겪으며 살아야 했습니다. 지독한 보수주의자 성격상 혼자서 어려움을 감내하며 안내를 지켜내기에는 평소의 삶을 비추어 보았을 때 어려운 일인 것만은 사실이었습니다. 앉아서 모든 것을 아내로부터 받고 살아온 성격상, 여러 가지 일상 속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에 대하여 너무 부담스러웠던 것입니다.
결국 아들에게 두 양주는 의탁하고 살겠다고 통지를 합니다. 이미 재산을 줄 것은 다 준 터이라 마지막으로 갖고 있는 현금과 부동산을 다 넘겨준다는 사실도 약속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대답은 며느리가 앞장서서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성사가 이루어지지 않었습니다. 다시 시집가서 두 아이를 낳고 부부 공무원 신분으로서 잘 살아가는 딸과 사위에게 자신들의 뜻을 전합니다. 단박에 허락을 받습니다. 너무나 감사하여 자신의 살던 집을 처분하고 딸 내 집도 처분한 후 돈을 합쳐 대형 평수의 아파트를 매입하여 딸과 사위의 명의로 변경하고 리모델링을 하여 생활 동선을 두 가구가 별도의 생활에 편리하도록 공간을 확 바꿔버립니다. 그렇게 살기를 3년, 동안 느끼지 못했던 여러 가지 생활환경에서의 고초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상급학교 진학을 하기 위하여 공부하는 손자들 때문에 산사의 고요함 이상으로 소음을 방지하고 살아야 하는 것과 딸과 사위가 매일 출근하고 나면 쌍둥이 손주의 뒤처리는 모두 노인 부모들의 몫이 되어 사소한 일에서부터 큰일까지 묶이게 됩니다.
간신히 항암치료와 여러 가지 임상치료 덕분에 재생된 삶을 유지하고 있지만 완치는 아니었습니다. 중노동에 시달리게 된 부인의 모습이 안타까워 선배는 가끔 저에게 전화를 걸어 푸념을 한곤 하였습니다. 길고 긴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하는 고충이었지만 노년의 삶에서 가장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일에서 벗어나고 싶어 선택한 일이 무산되었다는 상실감이 너무 큰 것을 느끼고 대화를 단절을 시킬 용기가 나질 않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재 분가에 대하여 부추깁니다. 동안 별도로 세를 주고 있던 아파트에 입주자를 내 보내고 다시 노년의 신혼의 살림으로 돌아가시라 권고를 부추기 시작한 것입니다. 살림은 고정 파출부를 채용하여 해결하고 건강에만 신경 쓰며 마음 편한 일상을 찾아 모든 것을 회복하라 권고한 것입니다. 그렇게 실천하여 옮겼다는 이야기와 함께 날을 잡아 집들이 성격으로 초대를 받게 됩니다. 그날이 바로 길에서 우연히 만난 날입니다. 혼자 가기에 멋쩍어 함께 자주 잘 어울렸던 친구와 셋이 만나 저녁 외식을 한 후 방문하여 차 한 잔을 나누고 집들이 행사를 마감하자고 제언하여 승낙받고 헤어졌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친구에게 전화를 넣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쉽게 통화를 하지 못하고 뒤로 미루기만 했던 것인데, 7월 초하루 전화를 받게 된 것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전화기 통화 누름 장치를 냉큼 누른 후 " 이게 얼마만이신가? 별 일이 없으시지요? 백신은?" 하는 사이 축축한 목소리로 " 나는 동안 일이 있어 전화를 못했지만 별일 없지... 상대의 말이 채 정리되지 않었는데도 불구하고 말끝을 뺏아놓고 되물었습니다. " 무슨 일이야?" 침묵이 흐른 후 안 사람이 암이 발병되어 항암치료 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모처럼 오늘 쉬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방문을 하겠다고 하였더니 오려면 가벼운 차림으로 오라고 부탁을 받았습니다. 검단산이나 올랐다가 내려와 점심을 함께 먹고 헤어지자는... 서둘러 행장을 꾸리고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긴 여러 가지 상념에 빠지며 여섯 개의 역을 지나 도착해 보니 숲 공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손 인사를 하고 산으로 가는 길 따라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오르면서 나눈 이야기는 8차 항암치료가 끝났으며, 2월 초 건강진단과정에서 발견되었고 대장암 판정을 받았고 전이된 곳은 간, 그리고 혼자 간병해 나가려니 죽을 맛이라는 것과 아산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얼마 전에는 병원 모니터 자막에 아내의 이름이 뜨면서 사망이란... 이를 발견하고 아득해지며 거의 실신 상태까지 같는데 알고 보니 동명이인이란 사실을 확인하고 가슴을 여러 차례 쓸어내렸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비탈을 오르면서 자꾸 배낭이 무겁다는 이야기를 하곤 하였습니다. 마음을 조리고 동안 해보지 않던 병간호에 힘이 부치고 피곤이 중첩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메어보는 등짐이 적응되지 않아 그렇고 근력이 상실되어 발생되는 현상이라 조언해 주며 언제 시간 여유가 있냐고 하였더니 홀수 달 매주 목, 금요일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내를 잘 뒤바라지를 하려면 우선 본인이 건강해야 한다는 것을 주지 시켰습니다. 어차피 아이들이야 직장 때문에 주말이나 시간을 낼 수 있으니.. 그리고 무엇 보다도 부부중 한 사람의 손길이 환자를 가장 안정된 심리를 유지 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간호라는 조력이 환자에게 필요한 부분입니다. 쉬엄쉬엄 걸으며 약 7.2km를 걸으었지만한 30km 걸으며 긴 이야기를 나눈 것만큼 많은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간간히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하산하여 찾아 간 식당, 흑염소 탕 집을 선택하였습니다. 보양식을 섭취하여 원기를 돋우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짜 다는 핑계로 다 먹지 못하는 친구에게 잔소리를 건네주었습니다. 환자나 친구나 이제부터는 체력 싸움이니 잘 먹어야 한다고 잔소리를 한 것입니다. 아무리 약이 발달되어 선택적 공격으로 치유의 결과 확률이 높아졌다 하더라도 적정량의 영양분을 섭취하여 정상적인 신체를 만들어 면역력도 높여야 하는 것이 암환자들입니다. 항암치료 회차가 많아질수록 입맛을 상실하여 체력이 고갈되어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히 암환자들의 특성입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항암치료를 해야한다기에 이를 악물고 음식을 넘겨야 하고 친구 또한 적절한 섭취로 체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어느 해인가? 고산등반을 함께 한 적이 있던 친구입니다. 기상조건이 최악의 날이었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 정상에 올랐습니다. 예상시간보다 서너 시간이 더 걸렸던 산행이었지만 강건한 지구력으로 버티며 결국 정상에 서서 서로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토하며 환희의 절규를 정상에 뿌려 놓고 뒤돌아 섰던 추억을 소환해 놓고 모든 것을 이겨내고 다시 조용하고 행복한 일상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며 헤어졌습니다. 희망을 기본으로 한 꿈의 실현은 단 한 걸음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산을 왜 오르는 가의 질문을 받은 노련한 산악가의 답변은 산이 거기에 있기에 오르는 것이라 말을 합니다. 이처럼 병을 치유하려면 병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적응해 나가며 긍정적인 마인드가 있어야 치유가 가능합니다. 소 걸음처럼 치유로 가는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치유의 끝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단숨에 걸리기는 쉬어도 단숨에 났는 방법은 없습니다. 세상의 이치도 별안간 일이 생기기는 쉬워도 단박에 수습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절차의 방식을 정해 놓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다 보면 어느새 성취가 되어 수습이 완료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고산을 오를 때 시작점에서 정상을 올려다보면 도저히 오를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기가 꺾이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정상을 향해 한 걸음 또 한 걸음씩 딛고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을 딛고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러한 자세로 친구에게 용기를 주며 홀수 달 목요일 산으로 가는 길 동반자가 되려고 합니다. 전철을 타고 귀가하면서 주모경을 통해 저에 마음을 전하며 희망과 실현의 날을 주시옵소서 하며 기도를 드렸습니다. 꼭 응답을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아멘. ~~~^&^ 참 갈수록 주변이 어수선한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生老病死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삶의 행로라지만 닥치면 참 힘듭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이겨내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최선의 결과를 주시리라 믿습니다. 仁兄! 부디 힘내시기 바랍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