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부터 비가 온댄다.
15년엔가 후배 윤철의 안내를 받아 고개 위 전망 정자까지 다녀갔었다.
1982년이던가 83년이던가 중리 해수욕장 지나 예송리 깻돌해수욕장에서 하루
후배들과 놀고 난 그 날 오후에 나갔던 것 같다.
그 때 후배들은 김교수님과 예송리 분교장 교실에서 잠을 잔다고 했다.
몸이 아픈 바보는 계속 밖에서 잘거냐고 묻는다.
난 민박집이 있을거니 못 자겠으면 그리 옮기자고 한다.
파헤쳐진 상록수림 옆의 좁은 도로를 따라 가니 공터가 보이고 여러군데 민박과 펜션이 보인다.
차를 세우고 바닷가로 내려가 걸어본다.
둘 다 힘이 없다.
소주 한병을 사고 고개 위 정자로 올라간다.
지나가는 차들이 끊이지 않아 텐트는 펴지 않고 돼지고기를 굽는다.
소주 한병을 다 비워갈 무렵 올란도 한대가 와 멈추더니, 여기서 잘 거냐고 한다.
그렇다고 하니 자기들은 차 안에서 자겠다며 취사도구를 꺼낸다.
취나물에 두릅에 고기를 싸 술 한잔을 권한다.
60이 넘은 듯 그래도 젊어보이는 남자 혼자서 한참을 음식 준비하고
우리랑 어울려도 차에서는 반응이 없더니 나중엔 부인이 나와 이야기가 길다.
전주 출신인데 인천에서 살며 대우자동차에서 퇴직하고 전국 여행을 다니곤 한댄다.
어젯밤 인천을 나서 새벽 한시에 월출산 아래서 자고 새벽에 산에 오른 다음
보길도로 왔댄다.
세연정은 그렇지만 공룡알해변은 별볼일 없었노라고 한다.
우린 다 먹은지라 산책하겠다고 일어서며 그들에게 자릴 양보한다.
우산을 들고 마을에 걸어서 맥주 두 캔을 사오니, 남자는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어놓고
큰 소리로 노랠 부르고 있다.
맥주를 나눠먹고 그 분의 이야기가 언제 끝나려나 하는데 다행이 자기 차로 들어간다.
9시 반이다.
배게가 적당치 않고 지나가는 차소리가 들리고 아래 깻돌밭에서 파도에 휩쓸리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잠자리에 누우니 거친 숨소리도 잦아들며 잠이 든다.
새벽에 여전히 보슬비가 뿌리는데 젊은이 몇이 차를 멈추고 긴 대화를 나누고 떠난다.
일어나 햇반을 끓이려는데 가스가 사그라지고 만다.
차를 끌고 마을 가게에 내려가 찾으니 가정용 부탄가스만 있다.
더 자고 싶어하는 바보를 깨워 보길면 소재지에 나와 된장찌개로 아침을 먹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