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세계지도도 귀하던 그 시절
선생님이 칠판 옆에 붙여놓고
시베리아벌판을 넓게 원으로 그려주시던 그 막연한 기억으로
또 교과서에 기록된 우리나라의 40배에 달하는 면적을 가진 나라라는 것으로도
소련이라는 나라의 광대함을
그저 상상만 했었다.
소련하면 시베리아벌판 아니던가
주인공 최석이 오두막집을 짓고 살았던
타이가 숲도 보고 싶었다
아마 이런 자작나무와 전나무들이 빼곡히 서 있었겠지
겨울엔 눈을 머리에 가득 이고
내가 이 '유정'을 읽으며
제일 눈물을 흘린 대목은
정임이 일본에서 써내려간 일기글이었다.
고아가 된 나를 돌봐준 아빠의 친구분
아빠라고 부르며 받았던 어릴 적 따뜻한 사랑
성장하면서는 이성의 사랑으로 발전해간 과정들
그리고 그 사랑에 대한 갈등과 절절함 들에 엄청 울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아련하지만 기억나는 정임의 일기 한 귀절
'지금 내 앞의 그는 온전히 내 것이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뭐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다른 연애소설의 한 귀절을 착각하고 있는지도...)
나중에 유정을 다시 읽고 정정하기로 하자.
지금도 기억나는 게
우리나라는 여름이 한창 일텐데
이 곳은 가을이 깊어졌다는 최석의 편지글도 있었다
아 시베리아는 정말 추운곳이겠구나
내가 이 곳을 여행한 8월초도 선선한 기온을 즐길 수 있었다.
이제 세계 각 지역의 날씨의 다름에
신기함을 느끼기엔 너무 많이 체험하고 다녔다.
자 이젠 여행이야기를 시작하자
이번 여행준비는 귤빛 그라데이션으로.
언뜻 보면 연한 봉숭아물이 점점 빠져가고 있는 듯하다
모닝캄 회원자격으로 KAL 프레시티지 라운지에서
간단한 점심식사
음식은 그다지 풍부하지 않다
(매번 L 라운지만 가다가 좀 기대했는데)
그래도 편안한 의자에 앉아 두어시간 남짓
여행의 기대감과 준비과정을 이야기하며
달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라운지 아닌가.
여행의 시작이 되는 곳
오후라서 그런지
제 2공항이 한적하다
휴가철이라서 좀 서둘러 나왔건만
소금을 만드는 사람들은
소금이 왔다고 하겠지.
치즈를 만드는 사람들은
치즈가 엉겨붙기 시작했다고 하겠지
또, 전쟁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폭발하는 장면같다고 할테고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구름은
무한 상상력의 보고다.
우리 도착지인 이르쿠츠크는
비행시간이 4시간 정도다
그래서 비행탑승에 대한 부담이 없다
영화 한편 보고
잠깐 졸다 눈 떠보니 벌써 이르크추크에 접근중이다
비행기에서 내리는데 허허벌판에 트랩이 연결된다
트랩을 힘들게 받치고 있는 건 분명 트럭 맞지요?
어머, 근데 환영인파는 다 어디있나요?
레드카펫 준비 아직 안된거예요?
난 손을 흔들며 우아하게 치맛자락 잡고 내리고 싶은데
봐줄 사람도 사진기자도 아무도 없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이나 하자.
눈을 트랩계단에 고정하고 어기적어기적 내려오기.
경호차량 여러대 동반한 국기달린 까만 세단이 보이지 않는다.
어허~~날 마중 나온 차가 너무 큰 거 아닌가요?
그냥 큰 버스에 한꺼번에 우릴 싣고
대합실로 데려간다.
오래 걸릴 거라는 예상을 깨고
입국심사 받는 인원도 적어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생각보다 일찍 숙소에 들어왔다
아 편안한 잠을 잘 수 있겠구나
바이칼 호를 끼고 있는 도시 이르쿠츠크로 들어왔다.
호텔도 깔끔하고 잠자리가 편안하다
이곳에서 3일을 머무르니 좋다
날마다 가방을 싸지 않는게 얼마나 좋은지.
룸메이트는 내가 샤워하는 동안 신나게 옷장을 차렸다
데카브리스트(혁명가)들이 대거 이 곳으로 피신하거나 유배되어 살면서
과거 귀족적인 생활에서 즐기던
문학, 음악, 미술, 춤 등
다양한 문화를 전파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곳을 '러시아의 파리' 라고 부른다로 한다.
자 이제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이 지역을 여행하기로 한다
첫댓글 이광수의 '유정' 이라는 소설속 배경이 바이칼 호수인지 며칠전에 알았네요.(내용은 모르고 제목만 알고 있었음)
너무나 낭만적인 곳, 소련이 아니고 러시아라서 좋았습니다.
여행기 읽으면서 여행을 한번 더 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유정' 의 무대는
하얀 눈과 얼어붙은 호수.
자작나무엔 하얀 눈꽃을 이고 있어야 더 느낌 나는데
겨울에 다시한번 가보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