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면 서울을 떠나 시골 마을을 찾는게 어느덧 습관이 되어버렸다.
한국을 15년 떠나살며 친인척도 친구들과도 인연이 끊어진 외톨인데다 하나 뿐인 아들도 내 잔소리가 싫어선지 찾아오지를 않아 집을 지킬 이유도 없어 홀가분하게 떠나본다.
저런 초가집을 보노라면 도시에 찌든 내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따스한 추억만이 머리에 스며든다!
글쎄 산 햇수로 따지면 서울이 가장 오래 살았고 독일 베를린이 두번째 고향 원주도 작지만 도시라 시골 출신도 아닌데 난 이런 시골이 기와집보다는 살아 본적도 없는 이런 초가집이 좋다
농사 지을 주제도 되지 못하지만 추석이란 이런 시골에 잘 어울리는 단어다.
비록 농사꾼은 아니지만 추석은 도시를 떠나 시골과 함께 익어가는 모습이 엄니의 품처럼 포근하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이런 풍경을 보기 위해서 한 시간은 달려와야 하지만 ~~
저렇게 잘 생긴 초가집이 아니라도 좋다.
내가 너무 일찍 온 탓에 아무도 없는 마을은 바늘이 떨어져도 들릴만큼 조용하다
솥딴지를 짊어지시고도 잘도 걸으신다!
같이 좀 가시지! ㅎㅎ,
가마 솥인가?
김유정의 글에는 저기다 시루떡을 하시던가?
난 오늘 실래이야기길 완주하고자 한다
길 초입에 마주치는 데이지 꽃(들국화?)이 반갑다.
오늘은 추석 명절이라고 저 "시루" 카폐가 쉰단다
그 앞에는 코스모스들은 연중무휴로 반기는게 고마워서라도 담아 가야지 ㅎㅎ ~~
그리고 그 곁에 노오란 호박꽃이 얼굴을 내밀고 ~~
어린 시절 너를 꺽어 반디불을 몇마리 잡아 넣고 다녔다는 것 기억하는 건 아니겠지? ㅋㅋ
혹 아직 기억한다면 "미안하다!" 그땐 철이 없어서 ㅋㅋ
넌 바나나니?
생긴 건 완전 잘 익은 바나나 모양이지만 늙은 오이란다 ㅋㅋ
방울토마토가 탐스럽다
100일이 되려면 아직 멀어보이는 백일홍도 한 몫하고 ㅎㅎ
분꽃이다!.
이 마을은 요즘은 보기드문 아주 전통적인 우리의 꽃들로 가득하다
옛날에는 너무도 흔히 보던 꽃들이 이제는 이렇게 멀리 찾아와야 볼 수 있는 귀하신 몸들이다 ㅎㅎ
하지만 난 너는 잘 모르겠다
꼭 잘 익은 오디같은데? ㅎㅎ
넌 "후지뽕"이라던데
옛날 대둔산 정상에서 대둔산산장가는 길에 가득해서 신기하게 바라보는 내게 이거
먹을 수 있다면서 대전 분들이 알려준 열매인데 조금 달콤하다
책과 인쇄박물관이라는데 늘 등산 차림으로 와서 ~~
오늘도 무식하게 이정표만 바라보고 지나친다
가을 김장 배추인가?
너 너무 빨리 크는 것 아니니?
아직 한 달은 있어야 김장철이 아닌가?
나팔꽃 한송이도 자리를 지키고 ~
방울토마토 농장이다
저 정도면 농사를 잘 지신 것이겟지?
발 밑에 떨어진 밤들이 이뻐서 줍다보니 금병산 정상도 못가고 ㅎㅎ
잣송이 하나 발 앞에 있었는데 ~~
밤톨 몇개 줍는 사이에 청솔모와 다람쥐들이 순식간에 파먹고 잔재들만 이렇게 ㅎㅎ
그래도 내가 다시 오는 바람에 잣 몇개를 다 못먹고 피신하신듯 ㅎㅎ
들머리는 이렇게 잣나무 숲이다.
무서우리 만큼 조용한 이 길이 좋다
잘 다듬은 실레길을 따라 어린 시절로 돌아보면 그립다
난 과수원 동네에 살았다.
아마 우리 집은 빼고 말이다.
이버지는 가정에 지하수를 파서 펌푸를 만들어 주시는 분이라 농사와는 거리가 멀지만 텃밭에 약간의 야채는 심은 게 다였다
하지만 여름엔 난 집보다 친구들의 과수원에서 보내는 날이 더 많았다.
자정까지 원두막을 홀로 지키는게 힘들었던지 늘상 나를 불러 장기나 바둑을 두자고 했기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포도과수원에 내일은 배 과수원으로 그리고 다음 날은 복숭아 과수원으로 기타까지 들고 순연공연(?)을 다녔다.~~
이 마을 전체가 소설의 배경이랄만큼 공들여 옛날을 보존하려 애쓰고 있다
가다보면 땀을 훔칠 냇가도 나타나고 ^^
어머니가 뒤뜰에 가득 심었던 돼지감자다.
앞 마당엔 사르비아. 칸나. 봉숭아, 백일홍을 심으시고 집에 들어오는 양 옆에는 코스모스를 심으셨기에 도시에 살면서도 시골집 처럼 살아온 탓인지 아파트 생활 20년을 못 버티고 작고 불편하더라도 조그마한 마당이 있는 단독에 산다
월동준비는 이정도면 된것 같고~~ ㅎㅎ
보기만해도 등이 따숩다 ㅋㅋ
정원엔 질서 없이 핀 너희들이 대공원에 공들여 가꾼 어떤 꽃들보다 이쁘다.
서울에 이 정도 정원을 갖으려면 이렇게 놀면 안되는데 ㅎㅎ
향기 가득한 가을을 한 아름 안고간다
이렇게 대추도 실하고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푸른 하늘은 그대론데 그때 그사람들이 거의 다 내곁을 떠나고 없구나! ㅠ
재들은 내년에 다시 이 자리에서 반길텐데 다시 올 수 있으려나?
김유정 역사가 걸어가는 발걸음을 잠시 잡기에 한컷 담아오면서 추석이란 하루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