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현은 말을 맺지 못한다. 혜민의 사진을 앞에 놓고.....
" 기가 막히지? 사람을 그렇게 때릴수가 있어? 그것도 법을 다루는 사람이! 안 그래? 솔직히 나 이번에 창식이한테 실망했어! 어유 사람이 어떻게. " 영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 그만! 그만 해! " 기현 탁자를 탕! 치며 소리지른다.
' 오빠 저 왔어요. ' 혜민이가 결혼하고 처음 기현이한테 왔을 때 였다.
' 어 그래! 혜민아, 창식아 어서 와라. ' 혜민이 곁에 서 있는 창식! 그리 밝은 얼굴이 아니었다. 기현은 그게 이상했었다. 하지만 그냥 피로해서 그러는가 보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혜민을 만날때마다 늘! 멍이 들어 있었고 물어보면 언제나 같은 대답했었다.
' 제가 눈이 안보이잖아요, 그래서 일하다 잘 넘어져요. 오빠 걱정마세요,. 저 괜잖아요.. '
' 그래 맞아,. 아무리 내가 아줌마 두자고 해도 말을 안들어. 무슨 고집이 그리 센지... ' 옆에서 맞장구를 치던 창식!
갑자기 기현은 구역질이 난다, 마치, 그의 어머니 차 민정을 만날 때처럼....
" 난 바보였어! 그때 눈치채야 되는거였어! 영미야, 너무 내가 소흘했었어. 그래서 혜민이가 저렇게 된거야. 내가 저렇게 만들었어! " 기현은 주먹으로 탁자를 탕탕! 치며 울분을 토한다.
" 너무 그러지 마! 너만 그런 게 아니었잖어. 나도 그렇고 너의 부모님들도 모르셨잖어, 그러고 보면 우리가 창식을 너무 믿었던 거야. 그건 최 변호사의 잘못만 아니야. 알겠어! " 기현의 마음을 위로한다. 하지만 기현은 자책감 땜에 어쩔줄을 모른다.
영미는 그런 기현을 보며 안쓰러워 한다. 혜민이가 결혼할 때 몰래 숨어 담배를 피우던 그. 영미는 안다, 기현의 마음을!
그러기에 더 기현이가 안쓰러운 영미...
" 내가 사무장님께 그 사진들하고 진단서들을 드렸어.. 아마, 내일이면 고소장이 나올 거 같애. "
" 그래 고맙다! " 기현은 사진을 보며 대답했다. 그러면서 이를 악문 채 중얼거린다. " 두고 봐, 내가 가만히 안 둘거야! 그 두 사람 꼭! 복수할거다.. 내가 그들을 가만 둘성 싶니? 천만에 절대로 용서못해! "
기현은 마치 누구한테 말하는 것처럼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 기현아, " 영미는 속으로 불러본다,.
그 이틀 날 아침일찍 기현은 박경태하고 이 창식이가 살해당한 아파트에 갔다. 아파트는 아직도 피 비린내가 코를 찌르고 창식이가 칼에 맞아 쓰러져 있던 주방 바닥에 핏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박경태는 코를 만지며 인상을 찌푸렸다.
" 창식씨는 이 곳에 이렇게 누워있었습니다. 그리고 혜민씬 그 앞에 덜덜 떨고 앉아 있었습니다. " 박경태는 처음 목격한 것에 대하여 설명한다.
" 네! 그럼 누가 먼저 신고를 했습니까? "
" 그야, 수위 아저씨죠! "
" 아, 좀전에 그 아저씨 말입니까? "
" 네, " 코를 만지며 대답하는 박경태! 기현은 주위를 둘러보다 박형사한테 물었다.
" 그 아저씨 좀 불러다 주시겠습니까? " " 알겠습니다. " 하고 박경태는 나가 버린다.
기현은 창식이가 죽은 장소에 엎드려 관찰한다. 머리카락이라도 없나 하고.....
잠시 후 박경태가 수위 아저씨를 데리고 왔다. 일어서며 기현은 수위를 쳐다보았다.
" 이쪽은 최기현 변호사십니다. 이번 사건 변호를 맡으실 분입니다. " 박형사는 기현을 소개한다.
" 아 네! 안녕하십니까? 유 상철입니다. " 그는 모자를 벗으면서 공손하게 인사한다. 그렇게 인사하면서도 뭔가 경계하는것 같은 눈빛!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기현을 흘깃흘깃 흠쳐보고 있었다. 그리고 몸에서 진한 향수와 집안에 감올고 있는 피 비린내가 섞여 역겨움을 느끼게 한다.
" 사건 당일 날 먼저 목격하셨다면서요? "
" 네, " 수위는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 네... 그 경위를 말씀 좀, 해주실수 있으시겠습니까? " 기현은 수위의 모습을 살피며 물었다. 그러자 수위는 머뭇하다 말하기 시작했다.
" 네 그러니까, 이 곳에 사는 부부는 특이했습니다. 걸핏하면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때 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웃에서 항의가 많이 들어왔었지요,. 내가 아무리 인터퓨를 눌러도 못 들은만큼 크게 들어놓았습니다. 그럼 내가 올라와야 했습니다. "
" 음악이라고요? " 기현은 정색하며 물었다.
" 네, 그날도 이웃에서 항의가 들어와 내가 올라왔죠. 근데 그 날은 이상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왠지 뭔가 차가운 기운이 돌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냥 내려가려 하다 마침 옆집 아줌마가 문을 열고 날 보더니 들어가보라 해서 할수 없이 문을 두들겼습니다. 벨을 눌려봐야 듣지 못해서 매번 그렇게 했습니다. 그럼 남편되시는 분이 금방 문을 열어주셨는데 그 날만큼은 이상하게 사람이 나오질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손잡이를 살며시 돌려봤죠,.. "
수위는 여기에서 말을 멈추고 모자를 벗으며 이마에 땀을 닦아냈다.
" 그랬더니요? " 기현은 초초한 마음을 참지못해 물었다. 옆에 있던 박 형사도 마찬가지다. 수위는 침을 참킨 후 시작했다.
" 문이 열려져 있는 게 아닙니까? 그래 안으로 들어가 불러봤습니다, 음악이 너무 커서 나는 귀를 막고 올라가 음악부터 커 놓고 주위를 둘려봤습니다. 주위는 아수라장이었죠! 소파가 옆으로 넘어져 있었으며 탁자도 저쪽으로 밀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닥엔 옷가지며 집기들이 흩어져 있었고, 그 주변에는 피자국이 주방쪽으로 가늘게 나 있었습니다. 난 갑자기 섭짓한 생각이 들어 천천히 그 핏줄을 따라가보니 글쎄, "
여기에서 수위는 숨을 몰아쉬었다. 박경태도 담배 한 개비를 뽑아 입에 물려 하다 기현이한테 권하지만 거절하고 수위한테 계속하라 한다.
" 네, 내가 들어가보니 남편되시는 이 창식 검사님께선 이미 등에 칼을 맞고 바닥에 엎드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내인 유 혜민씨는 씽크대 옆에 그를 외면한 채 앉아있었습니다. 손에 피 묻는 칼을 들고서.. 아주 끔찍했죠! 피가 바닥에... 그래서 신고를 했습니다. 아유! 그 날 일을 생각하면 식은 땀이., "
" 아니, 잠깐만! " 두 사람 동시에 말을 가로막는다.
기현이가 앞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 뭐라 하셨습니까? 지금 유 혜민씨가 이 창식을 외면한채로 있었다고 하셨습니까? "
" 네? " 하고 수위는 눈을 동그렇게 뜨고 두 사람을 번갈아 본다. " 정확히 말씀을 해주십시요! 정면이 아니라 분명히 외면한채였습니까? "
기현이 얼굴에 초초한 빛이 감돌았다. 박경태도 담배를 입에서 떼며 수위를 쳐다보았다. 신문 기사에는 분명히 유 혜민이가 창식의 앞에 앉아 떨고 있었다고 했었다. 근데 지금 수위가 그걸 번복하고 있는것이다. 두 사람은 긴장한 채 수위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네, 저 기.... 내가 그날 너무 당황해서 잘 기억이... " 하고 수위는 식은 땀을 흘러가며 말을 얼버부린다. 그리곤 두 사람의 눈치를 슬슬! 살피는 유 상철~
" 아니, 아저씨가 밤금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혜민씨가 외면한채였었다고! 근데 그걸 또, 잘 모르겠다고 하시면 어떡합니까? " 박경태 형사는 언성을 높였다. 기현은 그런 박 형사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제시한다.
" 네, 그럴수 있습니다. 아저씨 다시 하번 잘 생각해보십시요! 정면이었습니까? 아니었습니까? "
기현의 물음에 고개만 절래! 절레! 흔드는 유 상철.
" 제기랄! " 하며 박 형사는 발길질을 한다. 그때였다. 기현의 코트속에서 울리는 핸드폰 소리.
" 네, "
" 나야! 최 변호사 지금 고발장이 나왔어! 그리고 새로운 제보가 들어왔어. 저기 사건 있던 날 어떤 여자가 창식이가 사망한 시각에 그 집에서 나온 걸 본 목격자가 있어! " 영미는 숨가쁘도록 말했다.
" 뭐라고, 그게 정말야? 누구야 그 사람이? " 기현 놀라며 물었다.
" 옆집 사람이 봤대. "
" 뭐? "
하며 상철을 쳐다본다,.
" 잠깐만 영미야! "
기현은 상철한테 묻는다.
" 저기 옆집 아주머니 지금 계실까요? "
" 네, 계실겁니다." 상철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대답했다.
" 박 형사님, 죄송하지만 지금 옆집 아주머니 좀, 불러다주시겠습니까? " 기현 돌아보며 빨리 가라 손짓한다. " 네! " 하며 박 형사는 뛰쳐나간다.
" 어, 알았어! 고마워. 나중에 보자! " 전화를 끊은 기현 상철을 보고 물었다.
" 한 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아저씨 사건있던 날 창식이가 사만한 시간에 어떤 여자가 여기에서 나가는 걸 옆집 아주머니가 봤다는데 혹시 그날 누가 찾아왔었습니까? "
" 네? " 하고 상철은 의아한 눈으로 쳐다본다. " 잘 생각해보세요. 그날 찾아온 여자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 " 글쎄요, 잘... " 상철은 머리를 극적이며 웃는다. 그 웃음이 어쩐지 어색해 보이는 건 무얼까?
잠시 후 박형사가 옆집 여자를 데리고 왔다,. 여자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눈치를 보며 들어왔다. " 아주머니 겁내실 거 하나도 없으십니다. 그냥 몇가지만 여쭤볼게 있습니다. 그러니까 물어보는 말에 대답만 해주시면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 그냥 여자는 고개만 끄덕입니다.
" 네, 아주머니, 사건이 있던 날 창식이가 사망한 그 시간에 여기에서 어떤 여자가 나온 걸 보셨다는 제보가 들어왔는데 맞습니까? " 여자는 주위를 둘려본 후 대답한다.
" 네, 봤어요. " 여자는 조심스레 말한다. 기현은 박 형사를 쳐다본다. 박형사는 의아하게 여잘 보다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번 웃고나서 말한다.
" 아니, 아주머니 내가 저번에 물어봤을땐 못 봤다고 하셨지 않으셨습니까? " " 그 그땐 무서워서... " ' 네, 알겠습니다. 그러셨을겁니다. 이해합니다. 아주머니, 그 여자 어떻게 생겼습니까? "
" 네, 저기 내가 수퍼에서 물건을 사갖고 엘레베이터를 내리니까 그 여자가 문을 열고 막! 나오는 중이었요! 그 여자는 나하고 시선이 마주치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내 옆을 지나갔어요. 나는 누구야? 속으로 생각하며 그냥 이 댁 아는 사람이겠거니. 하고 나는 들어갔어요! " 하며 여자는 무서운지 자꾸 눈치를 본다.
" 네, 그럼 여자의 얼굴은 보셨나요? " 기현이 묻는다.
" 네? 그건 그 여자가 모자를 쓰고 있었고 안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잘... " " 모자하고 안경을요? " 기현이 박형사 동시에 묻는다.
박형사가 흥분하며 말했다.. " 어떤 모자였습니까? " " 네, 챙 넓은거였어요, 얼굴을 가릴만큼,.. "
" 그래서 여자의 얼굴을 못보셨나요? "
" 네에... " 여자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안경은요? 어떤 안경을 쎴던가요? " 박형사는 수첩을 꺼내며 물었다.
" 선글라스였어요! 초록 빛 나는... " 하며 여자는 수위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말 없이 여자는 쳐다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