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 반.
알람이 정확히 울린다.
요즘은 수면 부족이다 보니
저절로 일어나지는 무설재 쥔장의 시계가 고장났다.
어김없이 이른 새벽이면 떠지던 눈이,
움직여 지던 몸이 반항을 하고 거부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다시 과부하 걸릴 예정이니 쉬라는 예고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은 계속되고
때론
무리에 무리를 더하는 경우가 있다.
아직 무제에서의 정확한 마무리 시간에 익숙치 않은 탓이다.
이야기 하다 보면 밤을 넘기기 일쑤인
쥔장의 넘치는 배려도 문제가 있다 ㅎㅎㅎㅎ.
암튼
이유야 어찌 되었던 할 일은 해야 하는 것이고
출장이 주어지면 떠나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웬만하면 당일치기를 고수한다.
비어있는 무설재, 무제를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요
헛 발걸음에 야속한 마음을 지닐 무설재 식구들에게 낭패감을
맛보이고 싶지 않아서 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이틀간의 일정도 하루에 소화해 내야 한다.
그런 까닭에
신 새벽 댓바람에 발길을 놓았더니 안개가 하루종일 자욱한
분위기 만점인 날 이다.
함께 동행을 자청한 秀茶님과 秀慈님.
그들과 하루종일 시작될 시간들에
이미 웃음발은 기본이요 준비된 먹거리에 압도 당하기 직전이다.
하루종일을 운전하여도 생전
먹을거리를 차에 싣고 다니는 법이 없는 무설재 쥔장으로선
기대 이상의 호식을 누리는 셈이다.
게다가 알뜰히 챙겨온 보이차까지...
하루종일의 운전에도 불구하고
피곤을 감당케 하는 원동력이요
우리만의 비법이다.
잠깐 들러
온 몸의 휴식과 재 충전...수다.
아침 일찍 부안으로 달려가니
하루 해가 길다.
봉황농원의 쥔장의 반가운 수 인사와 더불어
야생화 탐험이 시작 되었다.
온갖 종류의 야생화를 탐닉하고 나니
들려올 손길이 흐뭇하다.
이 꽃 저 꽃에 탐심을 들이고
종자 나눔에 가담하고
아부성? 발언 날리기를 서슴치 않는다.
한 명도 아닌 세 여자의 손길에 고루 고루 나눠주시는 야생화 군락.
받아드는 손끝에 작은 정성을 보태니
주고 받는 마음 자락 나눔이 보기에 좋다.
아마
자주 부안으로 날아갈 모양새...
잠시 잠깐 김제에 들러 한탕 거리 잠시 나누고
곧이어 바로 전주로 날아드니
그야말로 홍길순이가 따로 없다.
홍길순이던 안성댁들이건
전주 외곽 효자동에 자리한
완산다원의 벅수 아저씨의 반김에 절로 흥겹고
너나들이의 열린 문이
눈과 마음을 사로잡으니 일정이 행복으로
치닫게 될 조짐이, 느낌이 팍팍 온다.
마주 앉아 나누는 다담이 보기에 좋은
무르익는 오후...
따뜻하고 고운 심성의 쥔장의 손길에서
대접의 마음이 묻어져 나온다.
숱한 고난에도 꿋꿋이 자신의 의지를 지켜온 차인의 모습이다.
완산 다원의 정성이 가득한 찻상.
완벽한 배려감이다.
완주 다원을 찾아드는 발길들은 아마도 저절로 행복할 것이다.
기본 대접은 물론이요
배려감으로 차인을 맞는 기본 자세가 완벽한
찻자리의 셋팅에서 기본가을 상실하지 않은
차인의, 찻집의 진수가 보여진다.
다화 하나하나에도
애정을 쏟은 기색이 역력하다.
취재가 끝나고
안면도로 향하는 길목에서 기절할 뻔 했다.
왼쪽위 안면도, 오른쪽의 태안 표지 알림판이
기가 막히게도 터널 그림으로 준비 되어 있는 것이다.
아마도 안면도를 찾는 초행 운전자들은
그대로 직진 돌입할 태세이다.
아마도 표지판을 제대로 읽고 보지 못한다면
그대로 들이 박을 일만 남은 것이다.
아마도 들이막는 차가 많았음인지
직진금지라고 아예 써놓았다.
글로 써 놓을 일이 아니다.
플래카드 팻말 자체를 없애야 함이 당연하다.
도대체 안면도를 찾는 사람들에게 쏟는 애려감이란
눈을 씻고 볼래야 볼 수가 없다.
불쾌감이다.
암튼
우리야 무사히 터널에 직진하지 않고
살아서 황도를 찾아들었다.
이리저리 팻말을 따라가다 보니
바닷가 쪽으로 전망좋은 집이 나타난다.
황도 펜션이다.
쥔장이 잠깐 출타중...약간의 시간차로 돌아올 예정이나
그 시간을 못참고
고추밭 습격사건 삼매경.
그것도 어린 고추를 마구잡이로 훼손하고 있다.
나도 어린 것이 좋다 라나 뭐라나...
그런데 황도펜션엔 고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염생이란 녀석이 슬쩍 슬쩍 눈치를 보더나 슬렁거리면서
어린 장미꽃과 잎사귀를 잘근 잘근, 와작와작
잘도 씹어대고 물어 뜯고...그것도 모자라면
다리를 들고서라도 박살을 내야 직성이 풀리는지
한참을 물어뜯기 자아도취경에 빠진 모습을 보여준다.
웃으며 넘기기엔 염소가 얄미워...
2000 여평에 지어진 황도펜션은 각자 독립적인 공간을 지니고 있어
쾌적함 속에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랴부랴 돌아온 쥔장의 후다닥 음식 솜씨.
역시 달인이다.
청소하느라 빨래하느라 손님맞으랴 언제나 정신없이 바쁘지만
그녀, 꽃사슴은 늘 웃는 얼굴에 마음 씀씀이가 넉넉하다.
늦었다.
하지만 서둘지 못했다.
잠시 잠깐 낙조에 몰입을 하고야 만다만서도
많은 일몰과 교류하지 못한다.
어제 인연 자락 하나 더 엮었다.
전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어느 곳에서라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어른들을
만나는 기쁨을 누렸다.
민족문화 추진위원회 전주 지부장 蘇康來님.
서울의 柳龍善님이 그들이다.
하지만 그들
무설재 님들 중
새끼공자 김태완님과 김용근님과의 일면식이다.
인연이란...알 수 없다.
돌아오는 발걸음 속에서도
여전히 신경쓰이는 표지판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마치 자살로 이끄는 듯한 유도 팻말이라는 생각이 들어
짜증이 온 몸을 감고 지나간다.
낼, 태안군에 전화할 일이다.
.....
밀린 피로가 몰려온다.
자야할까?
아님
밀린 글을 게재해야 할까?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댕큐... 함께 한 그녀들이 많이 피곤 했을 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