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언정진(默言精進) / 고암(古庵) 큰스님
독립운동가 33인의 한 사람인 백용성 스님의 제자 고암스님이
겨울 한 철 묵언정진 하겠노라고 허락을 청하자
" 묵언이란, 입밖으로 말 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묵언이 아니요,
입밖으로 말 하지않는것은 물론,
마음 안에서도 말을 않는 것이 묵언 정진이야"
" 네 스님, 여법한 묵언정진을 한번 해 보겠습니다."
그리고는 겨울 한 철 동안 여법한 묵언정진을 무사히 끝나는 날,
용성 스님이 고암 스님에게 이르시기를
" 이제 말을 틀 것을 허락을 할 것인즉
어디 첫마디 한 마디를 일러 보시게나?"".
........................"
스승이 말문을 트라고 그듭 다그치는 데도 아무 말도 없이
빙그레 미소만 짓고 있자,
" 아, 이 사람아 스승이 말문을 트라고 허락을 하였는데도
어찌하여 말문을 열지 않으신가?"
고암스님은 용성스님이 말문을 열 것을 계속 다그쳤으나
계속 빙그레 미소만 지어 보이자.
" 아니 이 사람 한 마디 이르라 했드니
빙그레 웃음이 첫 마디 이든가?"
" 네, 스님, 그렇사옵니다."
" 하 ~하 ~하 ~~ 이 사람 자네가
아주 벙어리가 되어버린 줄 알았네 이 사람아."
" 그동안 묵언 정진하신 소감은 어떠하신가?"
" 네 스님, 말을 하고 살 적이나 말을 하지 않고 살 적이나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아옵니다."
" 그럼 묵언 정진은 무엇하러 했단 말인가 ?"
" 네 스님, 입으로 하는 말이 얼마나 쓸데 없는 것인줄
절실히 깨닫게 되었읍니다."
"오히려 자네가 나에게 법문을 다 하고 있네 그려.."
-----------
두 귀로 들리는 소리는 알아듣기 쉬우나
소리없는 소리는 알아듣기가 어려운 것.
즉 눈에 보이는 것, 소리로 들리는 것,
손으로 만져지는 것, 코끝에 냄새로 맡아지는 것,
이런 것들은 모두 다 허망한 것이니,
형체가 있고 빛깔이 있고 냄새나는 것에 집착하다 보면
깨달음과는 삼만 팔천리 멀어지는 것
마음에 눈으로 형체없는 것을 볼 줄 알고,
마음에 귀로 소리없는 소리를 들을 줄 알고,
마음에 코로 냄새없는 냄새를 맡을 줄 알고,
마음에 혀로는 무미의 맛을 느낄 줄 알고,
마음에 몸으로는 닿지 않는 감각을 느낄 줄 알고,
뜻으로는 일체가 각각 분리된 개체가 아님을 알고
모두가 일여한 것을 깨달으면 바로 무한 도(道)를 깨닫게
되리라........
깊은산골 초막한간 묻어놓고 한이없이 감사하니
사방에는 새소리가 아련하니 한이없이 즐거웁고
싱그러운 솔바람이 불어대니 한이없이 상쾌하고
초막가로 맑은물이 흘러주니 한이없이 풍족하고
푸른하늘 흰구름은 둥실둥실 한이없이 자유롭고
우뚝솟은 산봉우리 의젖하니 한이없이 당당하고
청산첩첩 푸르르고 잠잠하니 한이없이 평온하고
내도량에 척추세워 앉았으니 한이없이 정적해라
1967년 7월 고암 큰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3대 종정에
추대되었으며, 1972년 7월 제4대, 1978년 5월 제6대
종정을 역임했다.
1988년 10월 25일 원적에 드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