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룻배가 있었다. 옥강정 강가에 나가면 나룻배가 있어 노를 젓거나 삿대로 강바닥을 밀어 배를 움직였다. 그 강을 건너 안반네(가금)로 갔었다.
그림처럼 안개가 끼면 강 건너를 향해 '배건네줘!' 하고 목청 높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배가 건너 올 동안 강 주위를 이리저리 걸었다. 아이들은 걷고 어른들은 큰 돌맹애 위에 앉았다. 자갈밭도 걷고... 모래사장도 걷고... 돌맹이도 던지고... 강 한번 바라보고... 안개 속 해 한번 쳐다보고..
노를 젓는 소리가 '삐걱삐걱' 들리면 안개 속에서 나룻배가 나타났다. 아이들은 배가 금방왔다고 느끼고 어른들은 왜 이리 늦게 오냐고 한다. 배를 타고 안개 속으로 들어간다. 사방이 물이다. 물위에 둥실 떠 있다. 간혹 낮선 사람과 같이 떠 있게 되면 정적이 흘렀다. 여학생이 된 동창과 같이 떠 있게 되어도 서로 정적이 흘렀다. 순진한고 부끄러운 어린시절이 후회되는 부분이다.
한참을 떠 있다보면 새로운 강변이 나타난다. 월상리 강변이 아닌 안반네 강변이다.
보조댐이 생겨 그 나룻배가 없어진 한참 후에도 난 가끔 그 나룻배 꿈을 꾼다. 그 나룻배를 타고 강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우리가 무서워 했던 깊은 강 '하방소' 위에 떠 있곤 한다. 꿈 속에서... 그 배에 소녀를 태우고 노를 젓는다. 꿈 속에서...
오늘... 난 파랑새를 찾아 하늘을 날고 싶지만 몸은 그냥 그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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