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오규원 어느 집에나 문이 있다. 어느 집이나 문은 어느 집에나 문이 있다. 어느 집의 문 또한 그렇지만 어느 집의 문이나 문이 크다고 해서 반드시 잘 열리고 닫힌다는 보장이 없듯 문은 열려 있다고 해서 언제나 열려 있지 않고 닫혀 있다고 해서 언제나 닫혀 있지 않다. 어느 집에나 문이 있다. 어느 집의 문이나 그러나 문이라고 해서 모두 닫히고 열리리라는 확증이 없듯 문이라고 해서 반드시 열리기도 하고 또 닫히기도 하지 않고 또 두드린다고 해서 열리지 않는다. 어느 집에나 문이 있다. 어느 집이나 문은 담이나 벽을 뚫고 들어가 담이나 벽과는 다른 모양으로 자리 잡는다. 담이나 벽을 뚫고 들어가 담이나 벽과는 다른 모양으로 자리잡기는 잡았지만 담이나 벽이 되지 말라는 법이나 담이나 벽보다 더 든든한 문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 오규원 시인의 '문'을 읽는 순간 큰 아들이 쓴 '창문'이란 글이 생각났다. 단칸셋방에 창문이 있었다. 문을 열자 어두침침한 공간, 무서웠다. 집을 사서 이사를 왔다. 책상앞에 있는 창문을 열자 능소화가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행복했다. 늦은 밤 학교, 교실 창문을 열자 도로가 보인다. 나가지 못하는 교실 창문앞에 개나리와 연산홍이 웃고 있다. 나의 꿈도 '창문'안에서 익고 있다. 힘든 기숙사 생활을 하며 바라본 아들의 '창문'은 꿈과 함께 영글었고 이제 고시방에서 바라보는 그 '문'은 아들에게 어떤 색깔로 채워질지... 열린 문과 폐쇄된 문 대문을 열어야 집에 들어갈 수 있으며 취업의 문을 통과해야 직업인이 될 수 있으며 구원받은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천국 문, 또 다른 문 그리고 벽... 그것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그 누구도 열어주지 않는다는 것... 나도 남편도 두아들도 각자앞에 놓인 '문'을 열기위해 '문'앞에 놓인 벽을 바라보고 있다. 꿈꾸는 요셉처럼... 2012/8/1/수요일/오후 9:2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