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무치(厚顔無恥)
‘뻔뻔하고 부끄러움이 없다’ ‘낯가죽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으로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말이 있는데, 후안무치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옛날 하(夏)나라 계(啓) 임금의 아들인 태강은 정치를 돌보지 않고 사냥만하다가 끝내 나라를 빼앗기고 쫓겨나게 되었다. 그의 다섯 형제들은 나라를 망친 형을 원망하며 번갈아가면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 노래 중 막내가 불렸다는 노래에「萬姓仇予, 予將疇依. 鬱陶乎予心, 顔厚有(만백성들은 우리를 원수라 하니, 우린 장차 누굴 의지할꼬. 답답하고 섧도다, 이 마음, 낯이 뜨거워지고 부끄러워지누나)」이 대목에 나오는 후안(厚顔)이란 두꺼운 낯가죽 을 뜻하는데, 여기에 무치(無恥)를 더하여 ‘후안무치(厚顔無恥)’ 라는 말로 쓰이게 된 것이다.
《논어(論語)》<위정편(爲政編)>에서도 법의 가치를 표현한 말이 나온다. ‘법제로써 백성들을 인도하고 형벌로써 규제한다면, 백성들은 법망에서만 벗어나면 수치심을 느끼지 못한다. 덕으로써 백성들을 인도하고 예로써 규제한다면 백성들은 수치심을 알게 되고 감화를 받게 된다.(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나라의 통치란 법과 형벌로 하지 않으면 통제할 방법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보편적인 상식에서 벗어나 법과 형벌보다는 덕과 예로 백성들을 보살펴줄 때 인간이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백성들이 덕과 예에 감화되어 아름다운 질서를 회복하는 세상이 된다는 공자(孔子)의 이 말씀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그 공자가 가신지 2,50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도 예와 덕에 감화되어, 부끄러운 수치심을 지닌 사람은 찾기가 어렵다. 이제 대부분 인간의 심장에는 털이 났나 보다. 잡초가 무성하여 아무리 못된 짓을 행하고 아무리 큰 죄악을 저지르고도 전혀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고 수치심을 느끼지 모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얼굴에다 철판을 깐 후안무치의 인간이 아니고는 지위에 오르지도 못하고, 고관대작의 직책을 얻을 수도 없는 세 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큰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를 지은 일이 없다고 끝까지 부인하다가 용케 법망에서만 빠져나가면 만사가 해결되었다고 여긴. 죄를 짓고 잘못을 느끼며 부끄러움을 못 이겨 사죄하고 반성하여 뉘우침을 보이는 사람은 아예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저 하(夏)나라의 태강 때처럼 세상에는 덕과 예가 사라져버렸다. 오직 ‘법꾸라지’라고 불리는 인간들이 판을 치고 있다. 덕과 예도, 도(道)와 의(義)도 사라진 오늘에 이르렀다. 요사이 신문이나 T.V을 보면 구역질이 난다. 후안무치의 인간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재물과 권력만 추구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재물을 얻고 권력을 쥐게 되면 만인의 존경을 받고 큰소리치며 살아가는 세상이다. 수치심이 사람의 마음에서 사라진지 오래라는 말씀이다.
온갖 부정으로 부귀영화를 누리고 악행을 저지르며 국정농단에 깊이 관여하고도 법의 허점을 악용하여 구속을 면하는 법꾸라지 들이 버젓이 행세하는 세상이다. 얼굴이 두껍고, 수치심을 모르는 인간들이 사라져야 비로소 법의 정의가 실현되는 법의 날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매년 4월 25일은 법의 날이다. 법의 날은 법을 준수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법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위하여 제정된 대한민국의 기념일이다. 1953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법의 지배를 통한 세계평화대회’에서 모든 국가에 ‘법의 날’ 제정을 권고하기로 결의하자 대한민국도 1964년부터 법무부 주관으로 시행하기 시작한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법의 날을 맞는 법조인들의 심정이 매우 착잡하다고 한다. 법을 집행하는 검찰이 놓인 궁색한 처지 때문이다. 후안무치한 법꾸라지들의 횡행이 몰고 온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 결과 검찰은 개혁대상인 적폐(積弊)세력으로 전락했다. 현 대통령도 검찰 개혁한다고 했다. 국민 대다수도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정치권력의 영향 아래서 자유롭지 못했던 검찰이 자초한 면이 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누누이 이야기 했지만 세상에는 네 가지 큰 은혜가 있다. 바로 천지‧부모‧동포‧법률의 은혜이다. 이 네 가지 은혜를 믿고 신앙하고 실행에 옮길 때, 이 땅에 후안무치 법 꾸라지들이 사라지고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낙원이 오지 않을 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