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에서 명상 수련】
그동안 뻔질나게 다녔던 소백산 등산이지만 올해 3월 명상공부를 시작한 이후로는
처음으로 소백산 등산을 하며 명상수련을 해보았다.
(풍기읍 삼가탐방지원센터 주차장에서 소백산 비로봉까지 5.5km,
왕복 11km 5:30시간 소요(중간 휴식시 단소연주 30분,
정상에서 간식 30분 등 휴식시간 1시간 포함)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들의 자태를 감상하며, 굽이굽이 서로 다른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계곡물 소리에 귀 기울이며, 얼굴에 와닿는 바람의 촉감을 느끼며,
길옆에 수줍게 피어있는 야생화와 인사를 나누며,
생각해보니 명상공부를 하기 이전부터
트레킹과 등산을 하며 사실은 명상수련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되었다.
그것이 명상수련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을뿐
점점 고도를 높혀가는 등산로를 따라 걷다보면 비로봉 정상을 500미터 앞둔
지점에 우물이 있는데 거기서부터 급경사 계단이 시작된다.
일종의 깔딱고개인데 저절로 숨을 헐떡이게 된다.
숨을 헐떡이며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잠시 부드럽게 지켜보다가
바로 호흡으로 주의를 가져와서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였다.
들숨과 날숨에 맞춰 걸으며 숨을 깊게 쉬면서 공기가 몸속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을
지켜보는데 체력소모가 커서인지 몸속으로 들어왔다 나가는 공기의 량이 엄청나다.
집이나 강의실 등에서 앉아서 호흡명상을 할때는 음료수를 빨대로 빨아먹는
정도의 공기량이라면 이것은 컵뚜껑을 열고 컵채로 들이키는 정도의 공기량이다.
공기량이 엄청나다보니 공기가 몸속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감각이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내 호흡을 그렇게 적나라하게 느껴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며 걷다보니 일종의 희열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며 공기가 몸속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즐겁게
지켜보며 걷다보니 잡념은 근처에도 오지 못하고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한 사마타 상태에서 어느덧 정상에 도착했다.
동서남북 사방이 탁 트인 비로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또 하나의 힐링타임이다.
숨이 몸속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는 느낌을 알아차리는 것이 힘든 사람들은
이렇게 급경사를 오르며 들숨 날숨에 집중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는 20층 아파트 계단을 올라가면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보면 될 것 같다.
【家家有本难念的经】
家家有本难念的经
직역하면 집집마다 못 읽는 경 한권은 있다.
의역하면 집집마다 말못할 고민이나 걱정꺼리 하나 정도는 다 있다.
즉 이 세상에 고민이나 걱정꺼리 없는 사람은 없다는 뜻의 중국어입니다.
우리나라 산들중에서 해발고도로 따져 11번째로 높은 소백산(1,439m)도
멀리서 바라보면 능선이 완만하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의곡, 희방사, 삼가야영장, 초암사코스 등 어떤 등산로 든지 막상
등산로에 접어들어 등산을 해보면 소백산이 그리 만만한 산이 아니란 걸 알게됩니다.
완만한 길도 있도 있지만 가파른 오르막길과 급경사 계단길 등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혼재해 있습니다.
가끔씩 이 세상에서 나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다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는
때가 있습니다. 남들은 저렇게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데
내 팔자는 왜 이런가 하고 탄식할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는 그 사람들도 다
고민꺼리 걱정꺼리 한보따리씩 안고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도반님네중 어떤 사람이 직장에서 동료 또는 상사와의
인간 관계로 인한 갈등이나 고객과의 갈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사는게 사는게 아닌 삶을 살아오던 어느날
친한 친구와 약속이 있어 뷔페식당에서 만나 오랜만에 수다도 떨고
와인도 한잔하면서 때로는 하하 호호 웃기도 하고 친구에게 하소연도 하면서
저녁 한때를 보내고 있을 때
그 옆자리에서 도반님네를 보고 있는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누군지 참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네”
몇 달을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힘들게 살아오다 그날 저녁
잠시잠깐 수다떨고 있는 도반님네를 보고 다른 누군가가 부러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그것이
그 사람의 단면일뿐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려 할 때 ‘내게 이런 생각이 일어나고 있구나’ 하고
얼른 알아차리고 위빠사나 모드를 작동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통찰할 수 있게 됨으로써
비관적인 마인드와 우울한 마인드로 빠지지 않고
자기 나름의 삶을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2023년 5월 15일
소백산의 정기를 듬뿍 받은 도천(道泉)
첫댓글 도천님, 소백산 등산을 하면서, 몸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숨을 적나하게 지켜보면서
등산 속에서 알아차리는 명상적 체험. 다른 도반들과 함께 공유하여 주어서 감사합니다..
멋진 등산을 격려합니다.
소백산 비로봉! 아름다운 능선과 봉우리로 기억합니다. 철쭉이 필 때, 운무 가득한 장마철에, 낙엽지는 가을에 그리고 하얀 눈 덮인 겨울에 철 따라 가본 정경이 눈에 선하네요. 그 환상적인 절경에서 명상을 하셨다니 축복받은 행복이라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