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라디오 ‘생방송 오늘, PD리포트’ (FM 97.3 MHz) -인터뷰

[글샘]

 

KBS 1라디오   (FM 97.3 MHz)

수    신 : 고기복 공동대표 (외국인 노동자 이주대책협의회)

발    신 : 박천기 프로듀서 (781-3237, 010-9016-3186)

프로그램 : KBS 1라디오 ‘생방송 오늘, PD리포트’ (FM 97.3 MHz)              월 - 금 (오후 6시 10분 - 6시 58분)

1.방송일시: 2월 23일 (목) 오후 6시 30분경 (약 7- 8 분 소요)

  * 녹음: 16:00

2. 내용: “ 미등록 노동자 신변 보장 문제“    

1) 우선 이번에 문제가 됐던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존씨의 사례를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충남 아산시 신창면 소재의 W 업체에서 체불금품 (550만원)을 못받고 있던 우즈베키스탄인 ERKA BOEV TOHIRJON(죤)씨가., 동일업체 고용주가 2005년 7월 송금의뢰했던 210만원을 횡령한 부분에 대해 경찰 고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지를 아산외노센터에 의뢰해 왔다.

그 일에 대해 지난 2월 1일 아산센터는 아산경찰 민원실에 진정을 내기 전에 전화통화를 통해 담당 경사에게 전화를 걸어 미등록(불법)신분인 피해자‘존’씨의 신변에 대한 질문을 하였고, 담당 경사는 별일이 없으므로 나오라는 답변을 주었다. 하지만 2월 7일 ‘존’씨와 사업주에게 대질심문이 끝난 후 담당 경사는 사업주가 혐의사실을 시인했으나 죤이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출입국에 인계조치시키고 말았다.

2) 존씨가 미등록 노동자라는 사실을 사전에 경찰에 통보했나?

처음 상담을 진행했던 아산센터에서는, 경찰서에 진정을 넣기 전인 2월 1일 아산경찰서 외사과에 전화를 걸어 죤의 신분을 밝히고 선구제 조치가 가능한지를 불었고, 7일 출석전인 6일에도 역시 담당경사에게 신변안전에 대한 보장을 받고 출석하였던 것이다.

3) 현제 존씨는 어디에 있나?

죤씨는 인권단체들의 계쏙적인 항의로, 2월 17일,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출국을 전제로 1백만원을 내고 일시보호해제조치를 받았으며, 현재.아산외노에서 보호하고 있다.

3)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실제로 많이 발생하나?

그렇다고 본다. 가령, 사업장 내에서 내외국간의 다툼이 있었을 때, 폭행 피해자가 외국인인데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불법체류자일 경우 아무런 피해 구제도 받지 못하고 강제출국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쉼터의 경우도 작년 평택에서 회사에서 구타를 당했던 인도네시아인들 세 명의 피해구제를 위해 신고를 했던 업주가 불법체류자 고용에 따른 범칙금을 부과당하고, 피해 외국인들은 강제출국당하는 일을 당했다는 연락을 받고, 경찰에 항의를 했던 기억이 있다.

4) 경찰이 지나치게 단속위주란 이야긴데, 이에 대한 지방 노동사무소의 입장은 어떤가?

각 지방노동사무소의 경우, 체불임금 진정건이나,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한 외국인들의 경우, 불법체류자라 할 지라도 선 권리 구제 후, 출입국에 통보하는 형태로 실무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운영은 오랫동안 관련 인권단체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으로 간혹 노동사무소 앞에서 경찰에 단속됐다는 보고가 들어오긴 하지만, 노동부 자체에서는 선권리 구제 후 통보 조치를 명확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불법체류자라 할지라도 노동법상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5) 존씨와 같은 미등록 노동자가 몇 명이나 되나?

작년 하반기부터 큰 중감없이 18만 9천명선을 유지하고 있다가, 현재 약 18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

6) 방법엔 문제가 있지만 어찌됐거나 불법 체류자라는 사실엔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체류 자격 상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피해를 당했는데 피해 구제를 하지 말라고 하는 건, 불법체류자면 인권을 논하지 말라는 말과 똑같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사형을 당할 극악범에 대해서도 국가가 국선변호인을 대주고, 범죄인의 인권보호를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만일 정부가 범죄피해를 당한 외국인들이 불법체류자라는 이유 때문에 피해 구제를 외면한다면, 임금체불이나 범죄피해를 당한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피해 구제 신고를 외면하는 일들이 발생할 것이고, 그러한 신분적 약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럴 경우 내외국인간의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외국인 권리구제에 큰 장애요소가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불법체류자라는 사실과 범죄 피해 구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사실을 연결시키는 태도는 온당치 않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작년말 ‘범죄피해자보호법’을 통해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피해신고시 선구제 조치를 명문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 경찰이 죤씨를 강제구인조치한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7) 불법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지나치게 “온정주의”나 “인도주의” 시각으로만 보는 곳은 사태의 본질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냉청한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일정부분 동의한다. 불법체류라는 신분적 약점은 노동자 본인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그들을 고용하는 고용주들에게도 범칙금 등의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할 수만 있다면 고용주들에겐 합법적인 틀 안에서 외국인력을 고용하고, 이주노동자들에겐 합법적인 틀 안에서 취업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불법체류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문제이다. 인권단체들이 굳이 온정적이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말하지 않아도, 그들을 고용하는 고용주들이 먼저 불법체류자들을 고용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해 달라고 한다. 그 점에 있어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8)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가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과거의 산업연수생 제도에 비해 진일보한 제도라고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일단 집행기관인 노동부의 무사안일로, 송출비리가 끊이지 않는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에 대해서도 여전히 MOU를 유지하고 있어, 산업연수생 제도하의 송출비리의 끈을 자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또한 외국인력고용팀에 대한 인력 배치의 부족으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사후관리 서비스가 부재한 실정이다. 시행된다고 선전하는 몇몇 제도들마저 실상을 들여다보면, 요식행위이고 실효가 없는 것들이다. 우리 쉼터의 경우 최저임금 위반, 폭행, 임금체불 등의 이유로 한 달 평균 100건이 넘는 근무처변경 관련 상담을 받는데, 관할 고용안정센터에서는 그러한 일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담당 직원들의 신분이 계약직으로 관련 업무에 대해 전문성이 부족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자세로 일관하기 때문에 목소리 큰 고용주들의 눈치를 살피며 이주노동자들의 하소연엔 무딘 것이 사실이다.

굳이 점수를 매긴다면, 지금까지는 낙제를 면한 수준이다.

9) 정부가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순환제 고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까지 정부의 외국인력 정책 기조가 단기순환 정책이다. 1년에서 3년간 단기간 취업을 허용하되, 5년 이상의 장기체류는 불허한다는 것이다. 전문직 종사자 같은 경우는 이 같은 원칙이 배제되는데 비해, 단순노무 취업자에겐 장기체류를 금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주들의 경우 3년 정도 고용하면, 언어도 익히고, 기술도 익히고 얼굴도 익힌 이들을 내 보낸다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한 것이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노동자들도 3년 정도 일하고, 귀국하라고 하면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 점에 있어서 단기 순환 정책을 고수한다 하더라도, 출국 후 재입국 보장 등의 조치를 취해 준다면, 불법체류 문제도 없애고, 중소업체의 인력난도 해소하면서 노동자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정책이 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