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1m76, 몸무게 66㎏. 눈빛이 하다 초롱초롱하기에 ‘초롱이’로 통한다. 스피드가 굉장히 빠르다. 타고난 수비수수로 헛다리짚기가 일품이었다. 그는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몸담아 미드필더 풀백이라는 자신의 포지션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지난해 현역에서 은퇴해 축구해설위원으로 변신한 이영표(37·온누리교회 집사)다.
‘대∼한민국’ 기적을 낳은 주역이다. 2002년 6월 14일. 제17회 한·일 월드컵에 개최국으로 참가한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3번째 경기가 열렸다. 대 포르투갈 전. 이날 경기를 이기면 한국은 오매불망 바라던 월드컵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세계 최강 포르투갈을 꺾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포르투갈을 1대 0으로 꺾고 말았다. 골은 박지성이 넣었지만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해준 선수는 이영표였다. 18일 대 이탈리아전에서 안정환이 넣은 역전 골든골도 다름 아닌 이영표의 어시스트 덕분이었다. 무려 4강까지 태극전사들은 기적을 이어갔으며 모든 꿈을 다 이뤘다.
2014 브라질월드컵 출정식이 열린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후배 선수들이 자존감을 찾고 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으로 즐기면서 그라운드를 누비면 된다”면서 “브라질월드컵에서도 12년 전 못잖은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20회 브라질월드컵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요즘 이 위원은 선수시절보다 몇 배 더 힘들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캐나다 밴쿠버 화이트캡스 FC 시즌 마지막 경기의 주장으로서 팀을 승리로 이끈 뒤 은퇴, 올해부터 5년간 KBS 축구해설위원이 된 그가 이번 브라질 월드컵 때 KBS 중계 해설을 맡았다. 지난달 30일에는 서울대 관악캠퍼스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린 ‘청춘 토크 또 하나의 크로스를 올리다: 소통과 공감’ 강연에서 “리더는 팀원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에게 이번 브라질월드컵은 사실상 해설가로 데뷔 무대인 셈이다. 하나님은 앞으로 이 위원을 통해서 어떤 그림을 그리실지 아무도 모른다. 마치 요셉처럼 말이다. 이 위원은 어떤 믿음으로 기도했을까. 하나님은 어떻게 응답하시고 역사하셨던 걸까.
-이 위원에게 축구란 어떤 의미인가요.
“나에게 축구는 예배입니다. 나의 실력과 위치를 인정하고 겸손히 무릎 꿇고 고난과 역경을 이겨냅니다. 성공과 실패가 중요하지 않아요. 오직 한 곳을 향해서 달려갈 뿐입니다. 내 역할을 다할 때 아름다운 기적이 일어납니다. 나는 하나님을 위해 축구(해설)를 하는 예배자입니다.”
-2002년 월드컵 때, 처음 두 경기는 출전조차 못했지요.
“개막 사흘 전인가, 연습하다 부딪혀 넘어졌는데 근육이 12㎝쯤 찢어져 6주 진단에 회복까지 3개월이 걸린다는 통보를 받았어요. 깁스를 했고 아파서 걸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월드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월드컵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리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는데 왜 뛰지도 못하게 하시는 걸까 생각하니 너무 섭섭했고, 실망과 분노로 힘들어할 때 주님 음성이 들려왔어요. ‘너 나를 위해 월드컵을 포기할 수 있니?’ 말로는 월드컵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겠다고 했지만 사실 내 속에는 잘해서 인정을 받아 유럽에 진출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곧바로 월드컵을 포기하겠다고 진심으로 회개하며 기도하니 평안해지더군요.”
-어떻게 포르투갈을 이길 수 있었나요.
“다음날 히딩크 감독님을 만났는데, 예상 밖으로 저를 안 바꾸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때 감독님이 외국인 치료사 두 명을 데리고 왔는데 그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한명을 하루 종일 저에게만 붙여주셨어요. 다음날 신기하게도 다리가 아프지 않은 거예요. 목발 없이 걸었고 사흘 뒤엔 뛰게도 되더라고요. 의료팀에선 오진(誤診) 아니었느냐, 재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고. 하지만 저는 재활 훈련을 하기로 해서 처음 두 경기는 쉬고 세 번째 포르투갈 전에 나갔던 건데요, 보통 선수가 10일 정도 쉬면 체력이 떨어져 90분을 소화하지 못하는데 저는 전혀 힘들지가 않더라고요. 그날 어시스트한 공이 들어가 16강 진출이 결정되자마자 믿는 선수들끼리 무릎 꿇고 한참을 감사하며 기도드렸어요.”
-유럽무대까지 진출 비결은요.
“월드컵이 끝나고 6개월간 거의 매일 새벽기도를 했어요. 그러던 2002년 11월 24일 주일예배 때 찬양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마음에 감동이 밀려오고 눈물이 났어요.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해주셨거든요. ‘내가 너를 유럽에 보내주겠다.’ 하나님이 말씀을 바꾸실까봐 찬양 끝나고 성경책에 메모지 붙여 바로 날짜 쓰고 이렇게 적었어요. ‘하나님이 나를 유럽에 보내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상황은 전혀 변한 게 없었지만 마음엔 유럽에 간다는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정확하게 2주 후, 개인 일로 한국에 다시 온 히딩크 감독님이 저를 찾으셨어요. 그리고 또 정확히 5주 후,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박지성과 함께) 아인트호벤으로 갔어요. 제 능력이라기보다 그분의 보이지 않는 손이 보내주신 것이죠.”
-인생의 성공은 뭐고 실패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운동하면서 성공이나 승리의 경험보다 어쩌면 실패하고 패배한 적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또 경기는 늘 결과로 평가되기에 잘했다 못했다는 평가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저 자신의 삶을 돌아봐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을 보더라도 처음엔 실패한 것 같지만 나중엔 그걸 딛고 일어서 성공하는 경우를 많이 봤고요. 반대로 당장은 성공한 것 같아도 실패의 길로 가는 사람도 종종 봤어요. 그러니 현재의 성공한 모습 또는 실패한 모습이 전부라고 본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이겠어요. 저는 그래서 성공과 실패가 반대말이 아니라 한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이기고 볼 일 아닌가요. 지면 끝인데요.
“모든 가치를 성공과 실패라는 두 패러다임으로 보면 안 됩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면 감사하고 나쁜 결과가 나오더라도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며 감사하고 축복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패널터킥을 예로 들어볼까요. 믿음이 있는 골키퍼와 공격수가 있다면 하나님은 어떤 선수의 손을 들어주실까요. 모순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순간을 기뻐하고 감사하며 축복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도전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실수와 실패를 맛보고 괴로워할 수 있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성공했다고 교만하지 말아야 하고 실패했어도 좌절해선 안 됩니다. 그러니까 결국 성공과 실패는 같은 말이지요. 그래서 몇 년 전 냈던 제 책 제목이 ‘성공이 성공이 아니고 실패가 실패가 아니다’(홍성사 )였잖아요. 중요한 건 인생에서 무엇이 성공이냐 실패냐가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에 근접한 결정을 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선수로서 월드컵을 3연속 출전했고 이번엔 해설자가 되셨습니다.
“제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강원도 산골 소년이 태극마크를 단 것도 그렇고요. 제 체격을 보세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누가 축구 선수라고 하겠어요. 은퇴 이후 해설자가 된 것도 그 분의 은혜죠. 말도 어눌한데 해설이라니요. 처음엔 너무 떨려서 발음도 제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당신 뜻대로 해달라고 기도했더니 신기하게도 말이 술술 나오는 거예요.”
-올바른 신앙을 이어가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인생에서 가장 기본적인 진리와 가치는 변하지 않아요. 상황에 따라 사람의 마음이 변할 뿐이죠. 그런데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항상 겸손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도 확실한 방법은 우리 모두가 죽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아닐까요? 내가 죽음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순간, 절대자 하나님 앞에서 잠잠해지는 것이죠. 우리가 그토록 무기력한 존재인 것을 생각한다면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찾을 수밖에 없고 무릎 꿇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저는 우리가 어떤 생각과 비전을 가지고 어떻게 사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분과 함께 동행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그리고 늘 겸손하고 최선을 다하는 삶이 중요한데, 저는 자기가 부족하다고 말만 하는 건 진정한 겸손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기에게 어떤 부분이 부족하단 걸 겸손해서 잘 안다면 그걸 채우려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연습하는 태도가 진정한 겸손이 아닐까 싶은 거죠. 그래서 하나님 앞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과 성공을 위한 탐욕은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청소년들에게 또 이런 말을 해주곤 합니다. 힘들어도 지금 해야 할 일을 하면 나중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고요. 제가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한 가지는 바로 ‘노력’인데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올라갈 때 체력을 키울 결심을 하고 한 번에 줄넘기 2단 뛰기 1000번이 가능하도록 도전했습니다. 그러니까 3학년이 될 때 그게 되더라고요.”
-홍명보 감독과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리더에게 제일 중요한 건 전술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면 팀원들이 알아서 열심히 뛰고 팀을 위해 희생하기 마련입니다. 전략과 전술은 그 다음입니다. 바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전 감독님이 그랬습니다. 좋은 패스는 (공을) 받을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입니다. 동료 선수가 패스 미스를 하더라도 불통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좋은 패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역경을 극복하는 비결이 있나요.
“성장의 속도는 눈에 잘 보이지 않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조급해합니다. 얼마나 노력했느냐가 성장의 높이를 결정하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 노력한 대가는 당장은 보이지 않아도 결국은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매 순간 어려움이 찾아와도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아요.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높은 산도 자신의 눈높이 보다 높지 않아요. 한 걸음이 중요하지요. 세상에 못 오를 산이 없어요. 저는 땀방울이 만드는 거대한 기적을 믿습니다. 그러면서 목표를 향해 구하고, 두드리고, 찾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조용히 기다리지요.”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의 성적을 어떻게 전망하는지요.
“12년 전을 돌이켜보면 답이 쉽게 나옵니다. 그 때 저를 포함한 믿음의 태극전사들이 많았거든요. 정말 간절히 기도했어요. 꿈을 이뤄달라고요. 당시 국민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였고요. 우리가 다시 그 때 그 마음과 신앙으로 돌아가면 기적은 분명히 다시 일어납니다. 믿음의 태극전사들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윤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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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남양주시노인자살예방센터 원문보기 글쓴이: 구름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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