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땅값 10배' 커피 한잔이 만든 기적
`국내 대표관광지 100선' 뽑혀 동해바다 가까이서 볼 수 있어 200m상권에 27곳 밀집 영업
주말 관광객 1만명 이상 몰려 상경기 살아나 지역발전 활력 주차공간·안내판 등 개선 시급
서울에 사는 한모(49)씨는 지난 주말, 20여년 전 한때 거주했던 강릉시 송정동 강릉항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과거 안목항으로 불리며 한적했던 시골 바닷가 분위기가 완전히 관광지로 확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커피거리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직접 와서 보고는 `천지개벽'이란 말을 실감했다. 한씨는 “이렇게 변할 줄 알았으면 그때 땅이라도 좀 사 놓을 것을 그랬다”면서 웃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조성= 안목항으로 불리던 강릉항이 `커피의 항구'로 거듭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선정한 `한국인이 좋아하고 꼭 가봐야 할 국내 대표관광지 100선'에도 선정됐을 정도로 이곳에 조성된 `커피거리'는 유명하다. 강릉항에 `커피거리'가 생긴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 바다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장점과 유명 관광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땅값 덕분에 2000년대 초반 네스카페 지점이 처음으로 문을 연 뒤 강릉을 대표하는 커피커퍼, 1994, 산토리니, 엘빈, 코지 등 강릉토종 커피 브랜드의 매장이 잇따라 자리잡았다.
지금은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스타벅스, 할리스 커피 등 대한민국 유명 커피 체인점까지 몰려들어 강릉항의 200m 상권에 커피숍이 27개가 밀집해 있는 커피거리가 만들어졌다.
■입구부터 20분 이상 정체= 이 때문에 주말과 휴일의 강릉항 주변은 대형버스를 비롯한 차량들이 몰려 입구부터 20분 이상 정체될 정도이고 관광객들도 1만여명 이상 찾고 있다는 것이 최만집 강릉시번영회장의 설명이다. 이 같은 영향으로 상경기도 살아나 횟집 등의 주말 매출도 크게 뛰었다.
땅값도 폭등하다시피 했다.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공시가격에 따르면 강릉항 162번지는 1990년 1㎡당 9만1,000원이었으나 2000년에는 32만9,000원으로 올랐고 커피거리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지난해에는 공시지가가 1㎡당 120만원에서 최고 160만원까지 뛰었다. 최근에는 강릉항 대지가 3.3㎡(1평)당 2,000만원에 매물로 나오면서 실거래가는 10년 전보다 10배 이상 치솟았다. 커피거리는 강릉항을 강릉의 대표관광지로 변신시켜 강릉항과 남항진해변을 잇는 솔바람다리를 비롯, 각종 스포츠 레저시설까지 들어서게 했고 낚싯배 등 관광 프로그램이 개발되기도 했다.
■ 안내판 설치 등 시급= 그러나 아직 개선할 점도 많이 노출되고 있다. 이해람(여·38·남양주시)씨는 “여고 동창생들과 함께 왔는데 유명세에 비해 주차공간이 많지 않고 특히 입구 양쪽은 아예 주차장이 없어 상당히 불편했다”면서 “또 관광지임에도 안내표지판도 거의 없어 생각보다 준비가 안돼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임용수 강릉시 관광과장은 “2017년까지 50억원을 들여 커피를 특화할 방안 등 강릉의 관광 육성 계획에 대해 용역조사를 벌이고 있는만큼 커피의 거리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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