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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3일째 입니다.
어제는 제니님의 안내로 동경시내 구경도 하고
동경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식 정식집에서 여왕처럼 음식도 먹으며
하루를 잘 보냈습니다.
오늘은 다른도시로 이동을 하면서 휴게소에 들렸는데 가이드가
이곳이 바로 문어빵인 "타코야끼"의 고장이라고 그것을 한번씩 사 먹어 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타코야끼를 정말 좋아합니다.
결혼전에 외가가 잘 살아서 외할아버지께서 일식집에 데리고 가 주셔서
이 타코야키를 처음 먹어 보았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따뜻한 타코야키 위에 얹혀진 가스오부시 가루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으면서
쫄깃하고 짭질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지요.
결혼하고는 그런 것을 먹어 볼 기회가 없다가
귀촌을 하고 언제 서울에 가면서 보니까 여주의 상행선 휴게소에서
이것을 팔았습니다.
거의 10년전에 8개 들은 것 한팩에 4000원을 했으니 상당히 고가의 음식이었죠.
서울만 가면 그것을 사 먹었습니다.
내려 올 때는 못 사니까 어떨 때는 위험하게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가지고
뛰어가서 사 오기도 했으니 어지간히 타코야끼를 좋아 하는 겁니다.
그렇게 좋아 하는 것을 이렇게 본고장에 와서 맛을 보다니.....
정말 감격적이고 기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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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몇 사람이 먼저 사고 드디어 우리차례가 되었습니다.
한국에는 한가지 밖에 없는데 여기는 소스에 따라 몇가지가 되나봅니다.
일본말로 한참 설명을 합니다.
일본말을 잘 못 알아 들었더니 영어로 이야기 하는데 이것은 알겠습니다.
그래도 그냥 한국에서 자주 사 먹는 것이 낫겠어서 그것으로 고르고 기다렸습니다.
요리 하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침이 막 넘어 갑니다.
거기다가 요리하는 남자가 완전 꽃미남 총각입니다.
그래서 더 멋있어 보입니다.
그런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제 성격인지라 일단 말해 보았습니다.
<유 아러 핸섬 보이~>
보이라는 표현을 하기에는 좀 나이가 있어 보이나
저 나름으로 젊어 보인다는 표현을 보이라는 단어로
대체 했습니다.
그 남자가 쎄~ 하고 환하게 웃었습니다.
말이 통하긴 통했나 봅니다.
제것은 특별히 더 맛있게 해 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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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대하던 타코야끼가 나왔습니다.
파를 무척 많이 뿌려 주었네요.
일본식은 그런가 봅니다.
그런데 에구나~
기대하던 맛이 아닙니다.
너무 느끼하고, 밀가루가 너무 많고
문어는 한조각 밖에 없고.....
좀 실망해서 정옥언니 두개 저 두개 간신히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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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야끼를 가장 맛있게 먹은 것은 언젠가 남편이 사다 준 것입니다.
한 6년은 되었을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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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도 딱 이맘때인데 나물을 뜯으러 다니던 계절이었지요.
하루는 남편이 일이 있어서 서울을 가야 하는데 저는 그 날 아니면 안되는
나물 뜯을 일이 있어서 데려다 달라고 했습니다.
해발 1000m 정도 되는 외딴 산에 저를 데려다 주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갔기 때문에 먹을 것을 가져 가지 않았고
그날은 월향초를 뜯는다고 산속으로 들어 가지 않고 평지에서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하니까 말동무도 해 주신다고 친정아버지께서
따라 가셨습니다.
그 때는 친정아버지의 건강이 좋지를 않으셔서 200m도 연속해서 못 걸어 가시고
쉬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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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지 깊고 깊은 산속에 아버지와 저 둘이 있었습니다.
남편은 우리를 내려 주고 가면서 될 수 있는데로 해 지기 전에 돌아 오겠다고 했지요.
저는 습관처럼 맛있는 것을 사 오라고 말했습니다.
나물은 하도 많아서 오후 다섯시도 안되서 서너자루를 가득 뜯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아버지께서 노닐던 강가를 내려다 보며 아버지의 어릴적 이야기를 들었지요.
해가 서산너머로 꼴까닥 넘어가고 주위가 어둑어둑해 지는데 남편은 소식이 없었습니다.
본래데로라면 해가 질 쯤에 올 시간이 지났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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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의 밤은 해가 지면 춥습니다.
낮에 더운 것만 예상해서 아무 준비도 안했으니 춥고 배고프고
아버지는 잘 걷지도 못하시니 산을 내려 올 엄두도 못 냈습니다.
만약 저 혼자 였다면 나물은 아침에 가져 오면 되니
걸어서 두세시간 거리였으니 걸어 왔을 겁니다.
그 당시만 해도 전화가 산에서는 터질 생각을 않았으니
연락할 길도 없지, 아버지는 지치셔서 힘들어 하시지....
아버지와의 이야기도 다 바닥이 나서 할 말도 없고.....
점점 불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사고가 난 것이 아닐까?
산 아래로 불빛이 올라오나 안 오나만 눈이 빠지게 기다렸지요.
밤 아홉시가 넘도록 남편의 그림자도 안 보였습니다.
불안이 절정에 다다를 즈음 저 아래에서 차가 올라 오는 헤트라이트 불빛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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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남편일 것입니다.
이 밤중에 이 아무도 살지 않는 산중에 올라 올 차는 우리차 밖에는 없겠지요.
남편이 맞았습니다.
아무 사고 없이 온 것이 얼마나 반가운지 눈물까지 찔끔 났습니다.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물었더니 웃으면서 타코야끼 팩을 건내 줍니다.
배 고픈데 얼른 먹으라구요.
남편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랬습니다.
점심 때 헤어지면서 저는 그냥 어렸을 때부터 엄마한테나
누구한테나 늘 하던데로 시내를 가면
<맛있는 것 사와~>
이것이 입에 뱄습니다.
그날도 아버지께서 계시니 어릴적 생각도 나고 아버지도 계시니
뭐 맛있는게 있으면 좋겠다 그런 뜻이었지 꼭 사오라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동요에 있는데로 비단구두 사 오겠다고 서울로 간 오빠의 의미.....
그런데 남편은 그것을 좋아하는 타코야끼를 사 오라는 소리로 들은 겁니다.
본래 한가지를 생각하면 두가지를 잘 못하는 남편의 성격에
서울로 올라 갈 때는 타코야끼 사는 것을 잊어 먹었다가
영월에 거의 다 와서 그 생각이 나더랍니다.
그래서 다시 차를 돌려 가지고 고속도로로 직행
여주휴게소까지 가서 타코야끼를 사 가지고 보니
다시 이천을 가야 차를 돌릴 수 있는 겁니다.
그러느라 거의 세시간을 오버 한 겁니다.
산에서 얼마나 마음 졸이며 기다린 것은 둘째고 오로지
마누라 좋아하는 타코야끼를 살 생각에 두가지 생각을 못한 남편.....
가뜩이나 배도 무척 고프고 이제 안심도 되고 난뒤에
먹는 타코야끼는 세상에 둘도 없는 맛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세개를 드시고 제가 세개 남편 몫은 두개인데,
그나마도 자기는 뭣을 먹었다고 한개를 제게 주더군요.
집에 와서 허겁지겁 하고 라면을 삶아 먹는 것을 보면서
뭣을 먹었다며?
하고 물어 보았더니 마누라 맛있게 먹으라고 없는말을 했다고 합니다.
에구~ 그 생각을 하니까 본고장 타코야끼가 더 맛이 없어 결국은
다른이들 주고 말았습니다.
멀지 않은 타국이지만 오늘 남편이 더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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