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의 한파. 저녁미사를 마치고 성당을 나서니 눈발이 휘날린다. 성당에서 만난 할매를 태우고 집에 와 짐을 내렸다. 30㎏들이 쌀 한 부대, 두루말이 화장지 36롤 한묶음, 그리고 20개 들이 요구르트 3묶음... 큰 아들이 내일은 꼼짝않고 쉬려는지 마당에 차를 주차해 놓았기에 집에 바짝 붙여 트라제를 세워 놓으니 혹한의 밤에 안심이 된다. 지난 화요일 아침, 시동이 걸리지 않아 당황했던 기억이 되살아나 오는 월요일에 다시 그런 일이 발생할까봐 낡은 차를 워밍업시킬 겸 떨어져가는 쌀을 미리 채워 놓으려고 휘트니스클럽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시동을 걸어 오랜만에 수원유통센터로 향했었다. 가는 길에 코끼리주유소에서 연료를 넣으면서 보니 단가가 1080원. 참으로 오랜만에 1,100원 아래로 경유값이 내려가 무척 싸다는 느낌이다. 경유에 붙는 세금이 650원이니 실제 기름 가격은 430원에 불과한 셈이고 세율이 미국과 같다면 리터당 경유 가격이 600원에 불과할 터이지만 더 긁어대지만 않아도 다행일 세금이 줄길 바라는 건 망상에 불과하다. 만땅 5마넌 이하의 기름값을 오래 유지해 주기만 하여도 감지덕지인 거지..
[바닥치는 기름값, 치솟는 유류세] http://www.etnews.com/20151223000395
명절이 가까워선지 아님 주말이라선지 수원유통의 주차장이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여늬때와 다름없이 붐빈다.
우리가 즐겨 먹는 군산의 신동진쌀 매대를 찾으니 대야와 회현에서 올라온 쌀이 30㎏에 58,500원이다. 이처럼 미질 좋은 쌀이 10㎏당 이마넌 안쪽이라니 무척 싼 가격이라서 마니 내렸다는 기름값과 비교해도 쌀값이 너무 저렴한 건 아닐까 싶다. 커터에 쌀을 실은 후 두루말이 화장지와 요구르트를 더 싣고 계산대로..
수원에서 내려오는 길은 도로가 한가해서 다행히 미사시간에 맞춰 성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장봐온 물품을 자리 잡아 정리하고 나서 살펴보니 휘날리던 눈발이 가늘어졌고 구름을 봐서 큰 눈은 아닐 것 같다. 저녁기도를 드리며 행복감이 스물스물 피어 오름을 느낀다. 오래도록 지속돼 온 불경기 속에 공과금을 체납하지 않고 요즘같은 강추위에도 스스로 걷고 운동하고 쇼핑을 하면서 가까운 성당에 가서 할매와 함께 주일미사를 드릴 수 있으며 따스한 집에서 가족과 저녁시간을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도록 감사할 일이 많기에 더욱 행복한 사람이다.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오늘 하루도 이미 저물었나이다. 이제 저희는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모든 천사와 성인과 함께 주님을 흠숭하며 지금 이 순간까지 베풀어주신 주님의 사랑에 감사하나이다. ◎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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