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도 세월 제주도일기 16. 꼭두새벽의 잠훼방꾼

[황순재]

새벽 두 시, 완이가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노래를 부르고 온 공간을 휘젓고 다닐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 가끔 보여주었던 한 밤 중에의 폭발적 울음은 없어졌지만 일주일에 한번 꼴로 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잠훼방을 하곤 합니다. 이럴 때 가장 힘들어 하는 건 태균이. 근이녀석도 덩달아서 사방을 휘젓고 다니니까요.

제가 잠시 안보이면 저란 존재를 놓고 근이와 완이의 태도는 확연히 반대입장입니다. 근이는 바로 찾아 헤매고 늘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제가 눈에 있어야만 합니다. 완이는 완전 이때다! 싶게 통제풀어놓고 한두가지 말썽을 반드시 저질러 놓고야 맙니다. 종일 통제교육을 시켜야 하는 저도, 행동제한을 받는 완이도 서로 힘들긴 마찬가지일 겁니다.

고삐풀린 야생망아지같이 하고싶은대로 산 세월이 10년이니 행동다듬기 작업이 보통이 아닙니다. 모두 다 통제할 수는 없기에 중요한 몇 가지에 치중하는데도 전쟁은 늘 치열합니다. 눈떠서 잠들 때까지 종일 먹을 걸 찾아 이리저리 뒤지고 다니고 찾았다싶으면 반드시 진한 범죄현장을 난삽하게 일거리 남겨놓고... 거의 고쳤다 싶었는데 지난번 태균이 입원으로 한 열흘 공백이 생긴 동안 훌떡훌떡 벗는 게 다시 도졌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스프링같아서 원래 자기 행동으로 돌아가는 건 늘 순식간입니다. 뭐 우리 아이들만 그러겠습니까? 일반 아이들도 똑같을테지요. 완이녀석 머리가 비상해 자기가 벌려놓은 범죄현장에 태균이를 꼭 끌어들입니다. 아직 소근육 조작이 안되서 혼자 일벌릴래도 가능하지 않으니 태균이 도움이 절실합니다. 순진한 태균이 그 꾀에 넘어가서 늘 공범자가 되곤 합니다.

며칠 전부터 냉장고하며 주방선반들에 잠금장치를 해서 못 열게 해놓고 어쩌다 찾아낸 과자들도 압수당하니 어제는 완전 폭발해서 자기 얼굴까지 긁어대며 울어제낍니다. 그럼에도 제가 눈하나 깜빡하지 않는 이유는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집착하는 단 것들은 새벽부터 잠들 때까지 계속 되는데다 지금까지의 나쁜 식사습관의 주범적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식사시간에는 무조건 자리잡고 자기몫은 먹어야 합니다. 이제 많이 자리잡혔지만 아직도 제가 보기엔 갈 길이 멉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근이는 그래도 제가 자기에게서 무엇을 바라고 어떻게 도와주려는가를 이해하면서 따르려고 하는 게 빠릅니다. 이런 기본적 사람 간의 관계 논리성을 이해하기에, 근이는 확실히 자폐쪽보다는 실행증을 크게 동반한 미성숙 케이스라고 보게 되는 것입니다.

요즘 근이녀석과의 식사시간이 즐거울 정도의 수준이 되었습니다. 왠지 이심전심같은 기분으로 배가 고팠어요! 이제 배가 불러요! 그만먹을래요! 신호를 얼추 다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식판은 손도 안댈께요 라는 의미로 자기몫의 식판을 가지고오면 두 팔을 X자로 만들어 다리사이에 늘어뜨려놓는 폼도 그 녀석의 마음이 담겨있어 가끔 울컥하기도 합니다.

어제 오후 잠깐 평대리해수욕장 놀러가는데 근이녀석 약간의 어깨와 허리결박, 좌석은 가능하면 앞좌석과 공간없이 만들어 주변에 있는 것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바닥으로 시선이 갈 필요없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었더니 역시 허겁지겁에서 만족스런 슬로우로 조금씩 변합니다. 손쓰기 훈련을 이럴 때 진입하면 좋은데 이 부분은 이제 엄마의 과제로 넘겨야 합니다.

완이나 근이의 가장 큰 소근육 문제는 6-8개월 아기들처럼 아직도 움켜지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데 있습니다. 움켜지기는 손가락을 쓰는게 아니고 손바닥을 쓰는 행위입니다. 아기들은 성장하면서 소근육 가동을 초기에는 손바닥으로 하게 되지만 차츰 손가락을 충분히 가동하게 됩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 손바닥으로 움켜쥐기 (Palmer Grasp)는 빨리 손가락을 집게처럼 사용하는 단계 (Pincer Grasp)로 가야만 합니다. 둘 다 이 단계에서 숙제를 해결해가야만 하는데 보통 큰 숙제가 아닙니다. 근이는 손가락집게 사용과 더불어 더 시급해보이는 것이 바로 손목앵글 가동력입니다.

아래에서 설명하듯이 손목관절은 180도에서 상세한 각도까지 다양하게 나와야 하는데 이 부분을 놓고보면 거의 뇌병변 수준의 동작성으로 표현됩니다. 어찌보면 근이는 재활치료가 필요하고 유효한 스타일일수도 있습니다.

아이들마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문제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고 열 살도 넘은 이 녀석들을 어찌 고쳐나갈 수 있을 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하루종일 그렇게 먹어대니 싸놓는 양도 많을 수밖에... 결국 이 꼭두새벽에 대변을 산처럼 싸놓고는 시원해하는 표정도 잠시 쥐새끼처럼 또 먹을 것 같아 이리지리 뒤지고 다니는 소리가 다 잡힙니다. 참 고치기 어려운 오래된 습관입니다.

그러고보니 정말 완이는 눈 하나는 끝내주게 좋아졌습니다. 제가 맡았던 올 3월만 해도 어둠 속에서는 몸이 얼어붙고, 햇빛 속에서는 눈도 제대로 뜨지못하는 빛조절을 위한 동공근육 가동이 참으로 큰 문제였는데 이제는 전혀 그런 부분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불 하나없는 이 어둠 속에서도 뒤지기작업은 끝이 없습니다.

올 3월만 해도 동공가동이 안되서 빛에 제대로 눈도 못뜨고 움추렸는데 몇 개월만에 이런 현상은 아예 없어졌습니다. 눈근육은 생각보다 빨리 개선될 수 있습니다.

바다즐기기도 명수가 되어가고 있으나 언제 대변은 변기에 볼 것이며, 새벽 첫 소변은 이불에다 안 쌀 것인지 과연 되기는 할 것인지 참 감각문제야 제가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지만 잘못된 생활습관들은 다시 되돌리기가 거의 불가능의 수준이네요.

[여에]

상상만 해도 고생이 넘 심하네요.

생활 습관에서도 저도 찔리는게 몇가지 있습니다. 🍒

[민지]

우리들의 삶은그야말로전쟁이지요.
그래서 비장애형제가 자식안낳겠다 하면 저는 두손들어 환영할거여요.
그만큼힘든걸 어쩌겠어요.ㅠㅠ

[민지]

그래도 삶의 매순간순간을 최선
다하면서 살아가고 있답니다.ㅎ
제 인생에 있어 게으른건
정말정말싫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