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삼척에서 마읍천길을 걸으며 하루를 보내고 내일 연곡천을 걷기 위해 신사임당, 초희(허난설헌)께서 자란
강릉으로 향한다.
두 분 모두 다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셨지만 개인적으로 사임당보다 초희(난설헌)를 더 대단하다고 느끼기에
강릉에 오면 허난설헌 생가를 꼭 찾고 싶어 지는데 몸이 천근만근이라 지척에 두고도 못 찾아간다.
이렇듯 천성이 게을러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화투판의 흑싸리 껍데기보다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오늘은 백두대간 오대산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강릉의 연곡천으로 진행한다
이른 아침 택시로 굽이돌아 올라온 진고개
새벽에 대간꾼들이 한바탕 지나가셨나
있어야 할 이슬과 거미줄이 사라지고 없다
진고개에서 잠시 오르면 만나는 오대산 자락의 동대산
국립공원 오대산의 유래는 5개의 봉(峰) 비로봉을 중심으로 상황봉, 두로봉, 동대산, 효령봉과 대(臺)가 있어 생긴 것이라 한다
동대는 1만 관세음보살
서대는 대세지보살
남대는 1만의 지장보살
북대는 미륵보살
상원사 문수보살
가운데 중대는 오만(五萬) 보살을 모신 신앙의 중심(中心)이기에 적멸보궁의 호국 법신불로 공양하고 있다고 해서 오대산이라 부른다.
장화는 독사가 물면 뚫어지니 등산화에 두꺼운 각반을 하고
이렇게 하면 거의 탱크나 장갑차를 타듯 철벽방어를 하는 것 같아 발아래 기어가는 녀석들이 겁나지 않는다.
오늘 한놈 걸리면 그냥...
지나간 경로와 하천 159번째 누적거리 9,667km
끝이 보일 것 같지 않던 하천길도 이제 10여개만 남아 있으니
곧 1만km가 눈앞에 다가와있다.
누가 이런 하천길을 걸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10대 강은 꼭 걸어봤으면 좋겠다.
동대산에서 왔던 길로 100미터가량 돌아 나와
동쪽 계곡으로 오라는 이는 없지만 막무가내로 기어 들어간다.
때는 9월 중순이지만 성질 급한 녀석들은 벌써 이렇게
가을 산행의 묘미는 이런 거란 걸 느끼게 해준다.
어딜 가나 엄청 우거진 계곡길
뫳선생들이 다녀가셨는지 여기저기 흙이 파헤쳐져 있어 조심스레 내려가고
낙엽은 무릎까지 빠져들고
아래로 내려 갈수록 돌무더기가 형성되는데 조용할 것만 같던 길에
잠시 서서 귀 기울이면 물소리가 졸~졸~졸~반갑게 들린다.
물 보이시나요
물 맛은 국립공원 물맛이고
전국을 다니면 발원지의 물맛은 다 보는데
물 맛은 냉장고에 넣어둔 시원한 물이 최고로 맛 좋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이곳에서 물이 흘러 연어가 찾는 연곡천이 되고
매일 삼다수 물만 먹다가 계곡의 물 맛도 좋고
계곡길은 늘 조심스럽다
물은 뒤돌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흐르지만
이곳을 찾는 이는 앞만 보고는 못 걷기에 뒤도 돌아보고
주위에 뭐 특별한 것이 있나 싶어 살펴본다.
내려온 곳
한쪽은 돌무더기 한쪽은 낙엽이 쌓여있고.
맑은 물소리를 벗 삼아 내려가면
계곡으로 내려오면 만나는 진고개 오름길의 도로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계곡길은 시멘트 방수포가 많이 있어 도로 따라 내려간다.
이짜는 해발 900미터
도로 옆으로는 온통 야생화 천국이고 안개가 자욱하다
도로가에 폭포가 시원함을 더하고
도로가에 자리하는 송전약수
연곡천의 살아있는 전설의 약수터란다.
약 60년 전에 이곳에 살던 신씨성을 가진 시각 장애인이 이사 와서 살았는데 하루는 꿈에 하얀 도포를 입은 노인이 나타나
뜬금없이 "내가 너를 이곳에서 잘 살게 해 주겠다"라고 하고는 사라졌는데 실제로 꿈에서 깨어나니 마늘 하늘에 천둥 번개가
치면서 냇가에 물줄기가 바뀌고 바위가 깨어져 나간 자리에 약수물이 샘 솟았다고 한다.
이후에 약수물이 나는 자리의 땅주인이 노인의 소식을 듣고 찾아와 약수터를 찾았으나 가랑잎이 쌓여 찾지 못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신씨네는 30년간 이곳에 살다가 80년대 초 도로가 생기면서 많은 금액의 돈을 받고 큰 부자가 되어 도회지로 이사를 갔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약수터다
약수 한잔 하려고 바가지로 물은 담으니 온통 찌꺼기가 가득하여
마시지 못하고
물은 깨끗하나 돌들은 때가 묻었는지
갈색빛이다
돌들은 모두가 둥글둥글
세월 따라 얼마나 많이 굴러 다녔는지
다음 큰 비가 오면 이곳보다 더 멀리 굴러가 있을 것 같고
물은 스스로 물길을 만들어 지나는데
쉬어갈 곳과 빨리 갈 곳을 찾아가며 아래로 흐른다.
바다의 품에 안기기까지 맑게 흐르면 좋겠지만
지구상에 아무 쓸모없다는 인간에 의해 더럽혀진다
맑게 흐르는 하천에는 크고 작은 돌들이 올망졸망 모여있으나
지난번에 경북 영양군에서 너무 투명한 물을 봐서 그런가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
연곡면 삼산리 마을에서
어느 계곡 골짜기로 흐르는 폭포도 보이고
멀리 진고개 방향
삼산면 하천가에 자리 잡은 산신각
박정희 대통령 당시 새마을 운동 사업을 하면서
미신 조장한다는 명목으로 전국의 산신각이나 성황당(마을을 수호하는 신)을 대부분 부숴 버렸죠
지금은 강원도 산골마을 입구에 가보면 산신각이나 성황당(서낭당)을 다시 복원한 곳이 많다.
장천마을
비가 올 듯 말 듯 구름만 가득한 길에
바위 위에 글을 써놓았는데 뭐라 쓴 건지
밥때 되어가니 밥은 먹고 다니냐!~로 해석해본다.
하천가로는 대부분 민가나 펜션단지가 있고 내 땅이라며 울타리가 쳐져있어
하천 옆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지나는 길에 다리에 서서 한장담아 본다
도로가에서 만난 위풍당당한 사슴벌레
어느 녀석과 한판 붙었는지 앞다리 하나가 없다"내가 이정도면 같이 싸운놈은 얼반 죽었다"
이런 날 기분도 그런데 누구 하나 걸리면 이판사판 이라며 저러고 있다
이 녀석에게 괜히 시비 털다가는 곤란할 것 같아 머리만 쓰담해주고
아직 2 급수 정도의 물이 흐르고
이곳 연곡천에도 연어가 올라오는데 올해 초에 연어 치어 120만 마리를 방류했다고 한다.
어린 치어는 이곳에서 약 30- 50일가량 머물다가 동해바다로 나가 북태평양에서 휘돌아 2-4년 살다가 다시 태어난 이곳으로
다시 오는데 기후변화와 환경 영향으로 돌아오는 연어가 갈수록 적어진다고 한다.
연곡천
도로가에 자리 잡은 아름드리 소나무
멀리 황병산에서 대관령으로 가는 대간길 마루금이 보이고 저 넘어 흐르는 물은 한강으로 흘러드는 송천이 자리하며
대관령이나 황계의 고랭지 채소밭 430만평에 뿌려지는 거름 때문에 물이 아주 더러운 곳이다
댐을 만들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더러운 댐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도암댐
도암댐의 물을 방류는 못한다고 하지만 시멘트 방수포 따라 아래로 흘러 한강으로 흐른다.
운계봉 방향으로
혹시나 연어 산란철(10월-11월)을 맞아? 좋은 자리를 찾아 서둘러 올라오는 녀석들이 있을까 하여
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봤지만 아직 9월이라 연어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날 삼척 오십천을 걸으면서 다리 위에서 한, 두 마리씩 올라오는 연어를 봤는데...
연곡천에 너무 일찍 온듯
구름 사이로 노인봉
좌측에 대궁산이다.
내려가는 길에
매년 황어나 연어가 올라오는 연곡천 인위적으로 제방을 만들지 말고
스스로 물길을 내는 물에게 맡겨 보는 건 어떨지
큰 물 한번 지나갈 때마다 공사를 한다면 그 세금은 누가 다 부담하겠는가
동해바다와 영진교
이제 바다가 보이는 곳이니 집으로 갈 시간이다.
지나온 연곡천
연곡천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은 어디로 가고 없지만
오는 초겨울에 북태평양에서 살던 연어가 왕창 살아서 돌아와 이곳에서 산란을 했으면 하고 바라본다.
그 덕에 나도 연어 고기 좀 먹어 보자
연곡천이 흘러와 바다에 안기는 곳에서
강릉으로 지나가는 버스를 타고 강릉 버스터미널로 들어와 조금 기다렸다가 대구로 향한다.
다음 하천은 공기 좋고 물 좋은 경북 영양으로 다시 한번 더 가본다.
첫댓글 방장님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네요.
연어가 돌아오는 하천. 말만 들어도 좋습니다.
바위에 새겨진 글자라... 방장님 눈에는 그런 게 잘 띄이시나 봐요.
보이는 대로 읽어보자면,
"후대에 남겨진 자취들은 모두 글 아는 자들의 잘못이니...."입니다.
그러니 방장님께서 해석하신 게 맞지요.
목 마르면 물 마시고,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야지.
그 밖에 뭐가 필요하겠나. 대충 이런 뜻입니다.
추정컨대 도가(道家)에서 온 말이 아닌가 합니다. ^^
ㅎㅎㅎ
역시 한문학 박사님
최고 입니다
저같은 돌팔이 하고는 차원이 달라요
이번 하천은 뭔가 좀 허전합니다 길을 비추는 팔광으로.....
ㅎㅎㅎ 연곡천은 계곡형 하천이라 민가와 펜션단지 그리고 사유지가 많아서 진행이 좀 거시기 합니다.
그리서 좀 허전하죠
고생하셨습니다^^
늘 많은 관심 감사합니다.
늘상
두눈을 잠시나마 감게 만드내요
수고하셨습니다
힘든 하천길도 이제 막바지입니다.
다음주에 그끝을 보게되네요
조용한날 연락 드릴께요
어느 하천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발원지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이 험난함을
두꺼운 각반에서 느낄 것 같습니다.
때론 암릉으로 된 계곡도 만날텐데
그럴때는 당연히 빙 둘러 돌아 갈 수 밖에 없으니
그 또한 힘든 일이지요.
또 한걸음 걷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계곡으로는 뱀들이 많아서 늘 부담 백배입니다.
이제 하천이 끝나면 다시 산으로 갈 준비를 하는데
시작은 저도 낙동이 먼저 될것 같네요
산길에서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