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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용 식탁]
S#1 지하철역 / 저녁
열차 문이 열린다.
인파들 빠져나가면, 그 사이로 노약자석 한 구석에서 졸고 있는 정원, 억지로 눈을 뜨고 어딘지 잠시 확인. 다시 눈을 감는다. 열차 안으로 들어온 인파로 정원의 모습은 가리워 지고 문 닫히고 열차 출발.
S#2 열차 안 / 저녁
졸음에 지친 눈을 가늘게, 무심코 뜬다.
(정원의 시점이기 때문에 눈이 열리는 기분의 화면)
정원의 앞 빈자리에 30세 가량의, 아이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5살 가량의 여자아이를 빈자리에 앉히고 ,다른 한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선다.
새로 열차에 들어온 사람들로 그들의 모습은 가리워진다.
(다시 눈을 감는 화면효과 일종의 훼이드 아웃으로 처리/눈을 감는 느낌)
다시 눈을 뜨면, 정원의 옆에, 좀 전에 남은 여자아이를 앉히고는 서있는 30대여인의 모습.(여인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몸통 사이로 좀 전에 맞은편의 빈자리에 먼저 앉은 아이는 손에 과자곽을 든 채 잠들어있는 것이 보인다.
다시 잠을 청하는 정원.
(시간경과)
내리고 타는 사람들, 점점 사람이 줄어드는 열차 안.
S#3 지하철 역 (프랫폼)
정원이 탄 열차, 역 안으로 들어온다.
스쳐 지나는 열차 안 , 각 칸에는 거의 사람들이 없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일어서려는 분주한 모습들.(종착역인 듯)
정원이 탄 객차, 화면 안에 들어오며 열차 멈춘다. 여전히 졸고 있는 정원.
일어서서 열차 문 앞에 서 있는 사람들 .
문이 열리고 사람들 피곤한 모습으로 내린다.
객차 안에는 정원, 아까 정원 옆의 여자아이, 먼저 앉은 맞은편의 여자아이 이렇게 셋만이 잠들어있다.
여자 아이 둘은 마주보는 좌석에서 작은 키 때문인지 등받이 뒤로 목이 젖혀져서 미동조차 없다. 꽤 오래 문을 열고 서 있는 열차의 안에서 들려오는 종착역이니 잊으신 물건 없이 모두 내려달라는 방송 소리 ,문이 닫히려는 듯 쉭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
소스라치게 놀라며 깨어나 열차에서 뛰어내리는 정원,
열차에서 빠져 나와 자신이 빠져 나온 열차를 무심결에 돌아보는 정원.
아직도 두 여자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걸 발견 ,하지만 곧 문이 닫힐 것 같아 잠시 멈칫하는 사이 열차 문이 닫힌다. 금속성의 굉음을 한번 짧게 울리며 열차 출발.
섬칫한 느낌이지만 이내 돌아서는 정원. 잠에서 막 깨어 피곤한 모습.
S#4 정원의 아파트 입구 / 동 저녁
비가 내리고 있다.
비에 젖은 정원 아파트 현관으로 뛰어 들어오며 옷과 머리의 물을 털며
엘리베이터로 뛰어 든다.
S#5 정원의 아파트 앞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정원 자신의 집 앞에서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꺼낸다.
열쇠를 꽂으려다가 문이 열려있는 것을 발견. 문고리를 돌린다.
안쪽에서 희미하게 기계음이 새어나온다.
S#6 정원의 아파트 안
거실의 불이 꺼진 채 부엌 쪽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드릴로 무언가를 뚫는 소리가 들린다. 부엌 쪽으로 향하는 정원.
정원 : 뭐해?
작업등을 천장을 향해 비춰놓고 청동 빛깔의 철재로 된 메탈릭한 느낌의 식탁 위에 올라서서 천장을 드릴로 뚫다가 정원을 돌아보는 희은.
희은 : 놀래라 , 어떻게 소리도 없이 들어와? 귀신 인줄 알았네...... 비와?
(시간 경과)
아파트 현관 신발장안에서 뭔가 뒤지고 있는 희은, 가려는지 가방과 공구 상자들을 메고 있다.
희은 : 우산 이런 거 밖에 없어 ?
펼쳐보면 유치한 색깔에 무슨무슨 은행이라고 크게 글씨가 새겨진 우산이다.
정원 :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하나 있었는데 .... 아... 지난번에 차에 두고 내렸다...
희은 : 할 수 없지... (우산을 집어들며 가방을 추스린다.) 갈께 .
피곤 해 보여.. 잘 쉬어
정원 : (끄덕 끄덕 ) 그래. (못나가 미안 한 듯 ) 차 요 앞에 있지?
희은 : 응 그럼. 바로 현관 앞에 댔어 .
참! 청첩장 디자인은 수진이가 맡아주기로 했어.
기대해... 담주 쯤 시안 나올거야.
정원 : (피곤한 얼굴에 미소가 번지며) 참...
식탁에 청첩장에 완전히 동창생 습격사건이네...
희은 : (명랑하게 웃으며)다 그런 거지 뭐!
(방심하고 서 있던 정원의 뺨에 쪽 소리나게 뽀뽀를 하고 돌아서며) 갈께!
희은 나가고, 피곤한 듯 터덜터덜 실내로 걸어 들어오다가 생각난 듯 부엌의 스위치를 올린다. 부엌 불과 식탁의 조명이 한꺼번에 들어온다. 부엌 쪽의 불은 전등 아래 달린 끈을 잡아당겨 끄고 식탁의 조명만을 남겨둔다.
거실 쪽으로 돌아와서 식탁을 바라보는 정원.
희은이 올라 서 있던 철재 4인용식탁이 잘 정리되어 놓여있고 천장에는 4개의 푸른색 램프가 4개의 의자에 각각 수직으로 빛을 떨어뜨리고 있다.
식탁의 모습 전체가 화면 정면에 , 그 위로
(소리)
희은 : 철웅이 죽는 소리치는걸 내가 뺏어 왔어. 잘했지?
그냥 축의금으로 내겠다는 걸 너 장가가면 너네 집 조명은 내가
다 공짜루 달아 주께 그러구선 겨우 갖구 왔지 . 너무 모던한 느낌
이라 그런가 잘 안나간데 재고가 잔뜩 쌓였더라구.
하긴, 나 정도 되니까 소화하는 거지.
식구들이 둘러앉아 밥 먹는 식탁 치곤 좀 차가운 느낌 이잖아......
걔도 큰 돈 벌긴 글렀어.......
정원 : 근데 왜 조명이 음식에는 안 가구 사람한테만 떨어지네 ?
희은 : 아.. 그게 감각이지... 요새 식탁은 밥 먹는데 아니야 . 식구들이
앉아서 대화하는 데지 . 식구 하나 하나를 다 주인공처럼....
멋지잖아?
식탁과 정원의 모습.
정원 : (피곤한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지며 작은 소리로, 혼잣말)
그래... 정말 멋지다.
식탁의 전경에서 F. O.
[Title] 화면.
“ 4人用食卓 ”
S#7 지하철 안/새벽
이른 새벽의 열차 안.
거의 사람이 없는 빈 객차들이 지상으로 난 철길을 달리고 있다.
열차 곳곳에 쓰레기들과 간혹 토한 자국들.
열차의 중간연결 부분의 문이 열려있고 안쪽 멀리부터 빗자루와 철로 된 쓰레받기 통을 들고 청소를 해 오고 있는 청소부 할머니가 보인다 곡선 구간을 달리는지 휘어지는 객차들.
스니커를 신은 작은 발이 바닥으로부터 살짝 뜬 채 화면의 전면에서 달랑달랑 흔들리고 그 뒤로 먼 곳에서 바닥을 쓸면서 다가오는 청소부.
바로 그 발 밑을 무심코 쓸다 비질을 멈춘다.
청소부 : 아--악 !
(비명 사운드연결-열차의 달리는 굉음)
빨리 달리는 열차의 외경.
S#8 건물 안 (인테리어 공사 중)/아침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건물 안의 한 넓은 실내.
인부들 너 댓 명이 일을 하고 있고 한쪽에서 작업을 지시하고 있는
정원과 창현. 공사장 한쪽 편 작업용 테이블 위에는 안테나를 길게 뽑은
라디오에서는 FM 방송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S#9 지하철 차량기지/정오
차량기지 안에는 경찰과 검시관들이 새워 놓은 열차 안 밖으로 북적대고, 기자들 후레쉬를 터트리고 방송기자들이 열차 앞에서 리포트하고 있고 그 사이로 들것에 실려 흰시트에 실려 나오는 작은 시체 시트 밖으로 보인 작은 발은 새벽의 그 열차 안에서 본 그 스니커를 신은 발이다.
방송국 기자의 리포트.
기자 : 예. 오는 새벽 6시 지하철 7호선...
S#10 건물 안 (S#8 의 공사 중인)/같은시간
인부들은 식사를 하러 갔는지 아무도 없다. 정원과 창현 만이 식사를 끝내고 왔는지 커피를 마시고 있다. 켜놓은 라디오에선 전 장면의 기자 리포트가 이어진다.
(소리)
기자 : ...열차 안에서 각각 6살과 ,5살로 추정되는 여자어린이의 시체2구가
도시철도공사소속 용역 청소원인 윤 복임 씨에 의해 발견되어
경찰에 신고되었습니다. 윤씨에 의하면 발견당시 이들은 열차 중간
부분인 7번째 객차 노약자 보호석 양편에 마주 앉은 채 숨져 있었
다고 하는데 현재 수사중인 경찰은 시체에 아무런 외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독극물에 의한 살해로 보고 사체를 국립과학수사
연구소로 보내 부검을 의뢰하고, 사체와 함께 발견된 과자봉지에든
과자에 대한 성분검사를 의뢰하는 한편, 이들이 유괴된 어린이일 가 능성이 높다고 보고 유괴 전력이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
하면서, 우선 이들의 부모를 찾는데....
식사하러 갔던 인부들이 소란스럽게 들어와 라디오의 소리를 묻어 버리고, 창현은 인부들에게 가서 작업 지시를 한다. 정원, 라디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혹시 하는 얼굴이 된다.
창현 : 야, 정원아 , 이 쪽으로 잠깐 와봐.
인부들과 창현이 있는 쪽으로 가는 정원.
(멀리서 보이는 그들의 모습)
인부들은 커다란 샨드리에를 옆에 내려놓고 모두들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다.
창현 : 야, 이거 브라캣에 선을 안뽑아 놨다.
이쪽이 맞는 거 같은데 전기 배선이 이거 이쪽으로 지나가는
거 맞지?
정원 : 어. 맞어 이쪽으로 이렇게 . 거기쯤 뜯으면 되겠다.
A자 사다리 위에 있던 인부1, 드릴로 그 부분에 구멍을 낸다.
인부1 : 없는데요.
정원 : 어. 맞는데.( 구멍 바로 밑으로 바짝 다가서며) 등이 커서 가릴 수
있니까 ,옆으로 좀더 뜯어보세요.
인부 1: (기계를 다시 천장에 들이대며)이렇게요? 안 보이는 데요.
인부가 천장을 조금 더 찢는 순간 정원이 서있던 쪽 구멍에서 각목
같은 폐 자제들이 쏟아져 내려오며 정원의 얼굴을 덮친다.
정원 : 아-악
창현 : 정원아!
S#11 병원 앞/저녁
병원 건물을 걸어나오는 정원, 왼쪽 눈 위에 거즈가 붙어 있다.
휴대폰을 꺼낸다.
정원 : 지금 끝났어. 어.... 한 7바늘.... 전기선 찾았어? 그래 ,내일 일찍
나갈게. 미안하다. 수고해라.
병원 앞에 나온 정원, 저 만치에 지하철 입구표시를 보다가, 도로로 내려와 손을 번쩍 들어 택시를 잡는다.
S#12 정원의 아파트 화장실 / 밤
(거울에 비친 모습 )세수를 이제 막 마쳤는지 얼굴이 촉촉하다. 수건으로 상처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얼굴을 조심스럽게 닦고 상처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정원.
S#13 정원의 아파트 거실 / 밤
불꺼진 어두운 거실,
정원, 작업대 위에 놓인 스탠드를 켜고 앉아 도면을 펼친다 .
전기배선을 찾는다.
(시간경과)
도면 위에 엎드려 잠들어 있는 정원.
잠결에 얼굴을 돌리다가 다친 곳에 통증을 느끼는지 얼굴을 찡그리며 잠을 깨는 정원.
도면에 얼굴의 거즈에서 스며 나온 피가 엷게 물들어 있다.
피로한 듯 얼굴을 쓸어 내리고 시계를 보는 정원 . 3시다.
스텐드를 끈다.
스텐드를 껐는데 여전히 밝은 빛이 얼굴에 닿는다. 이상한 기분이 드는 정원. 얼굴을 빛이 드는 쪽으로 돌린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정원.
식탁의 조명이 들어와 있고 식탁의 마주보는 양쪽 의자에 지하철에서 본 두 여자아이들이 똑같은 모습(고개가 등받이 뒤로 젖혀져 꺽이고 키가 작아서 발은 바닥에서 뜬 채)으로 푸른 조명을 받으며 창백하게 잠들어 있다.
S#14 도로 / 새벽
아직 해가 뜨지 않아 푸르스름한 기운이 도는, 차가 한 대도 없는, 고속도로를 정원의 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S#15 건물 안 (공사 중인) / 이른 아침
아무도 아직 나오지 않은 공사장. 한쪽 구석에 정원이 작업용 탁자에 엎드려 있다.
사무실 문이 열리고 이야기를 하며 들어서는 서너명의 인부들 .
소란스런 소리에 고개를 드는 정원.
인부들 : 아유, 일찍 나왔네요.
정원 잠이 덜 깬 듯 꾸벅 크게 목례를 한다.
인부1 : 아... 참, 머리 괜찮아요? 찢어 졌다면서요?
정원 : 아..예 좀 .. 괜찮대요. 한 일주일이면 붙는 대요.
이때, 창현, 들어선다.
창현 : 어 ? 아 왜 벌써 나왔어 ? 천천히 나오지 . 괜찮아? 피곤해 보인다.
통증이 심해? 잠 못 잔 얼굴이다.
정원 : 아니.. 괜찮아.
창현 : 야.. 이거 흉지겠다. 참.... 이 거 허우대만 멀쩡했지 아주 엉터리
건물이야. 천장에 건축 쓰레기가 안 들어 가 있나...
정원 : (한옆에 놓인 샨드리에를 가르키며) 전기선 아직도 못찾었어?
창현 : 그러게 말이다.. 이제 해야지... 쉬고 있어 .
창현, 인부들과 같이 어제의 위치와 는 다른 곳을 뚫고 있다.
정원 , 멍하니 앉아 있다가 불현 듯, 창현 일행을 향해.
정원 : 왼쪽 옆이야 .
창현 : (돌아보며 ) 응?
정원 : 거기가 아니구 왼쪽위.
인부1 : 여기요 ?
정원 , 끄덕인다. 인부1 드릴로 뚫는다.
인부1 : 아 ! 여기였구나.
창현 : 어? 찾았어요? 빨리 답시다. 이리로 끌어주세요. 야 뭐 이런 희안한
데 배선을 했냐? 나 원 참.
이때, 정원을 뒤에서 툭 치며 등장하는 희은.
희은 : (살짝 정원을 흘기며) 휴대폰은 폼으로 갖구다녀?
정원 : 어? 아.... 밧데리가 ..없다... 왠일이야?
희은 : 어? 얼굴이 왜이래 ? 싸웠어?
창현 : (일을 하면서 고개를 돌려 ,가볍게 손만 흔든다.) 왔어!
희은 : (정원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니 작품이야?
창현 : 아-아-니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르킨다.)
정원 : 어제 사고가 좀 있었어.
희은 : .... 흉지겠네... 괜찮아?
창현 장난스럽게 웃으며 다가오며
창현 : 겉은 왠만 한데,(손가락을 머리 옆에서 빙빙 돌리며 )속이 잘못 된 거
같애.
희은 : 응?(살짝 창현에게 눈흘기며) ....저녁에 집에 갈게 같이 저녁 먹어 .
나, 축하 할 일 생겼어.
정원 : 저.. 나 일산으로 옮겼어...
희은 : 어? 왜? 언제 ? 이거 때문에? 그렇게 심한 거야?
창현 : 엄살이 심한데...
정원 : 그냥 ..여러가지로 조금 피곤해서 .... 뭐야? 축하할 일은?
희은 : 김 빠지는데... (이내 미소지으며) 삼호 호텔 !
창현 : 하게 된거야?
희은 : (시계를 보며 ) 아 늦겠다. 거기 가는 길이야 . 제일 먼저 알리려구
아침 내내 전화했는데 ...이렇게 ...왔잖아.
정원 : 잘됐다. 축하해.
희은 : (정원을 탁자 앞 의자에 앉히며, 창현을 향해 ) 너 , 오늘 일 니가
다해. (손에 들었던 조간을 정원 앞의 탁자에 펼쳐 놓아주며) 여기
앉아서 신문이나 보면서 쉬어 . 일 하지마. 야, 너 오늘 내 남자 일
시키면 알아서 해!
나 간다. 악 ! 진짜 늦겠다. 전화해!
희은 , 급하게 뛰어 나간다.
창현 : 그래 , 잘가. (웃으며 정원을 향해 ) 그래 쉬어라.
창현, 인부들 있는 데로 돌아가고 , 정원 웃으며 희은이 놓고 간 신문을 펼친다. 얼굴이 굳어지는 정원, 일면에 크게 실린 사진은 지하철 여아살인 현장이다. 두 여아의 얼굴, 정원이 함께 탔던 아이들이다. 정원 , 신문을
옆으로 치운다. 잠시 어지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탁자의 한 곳에 우연히 시선이 멈춘다.
시선이 꽂힌 곳엔 건물의 도면이 펼쳐져 있다. 한참을 쳐다보다 천장을 올려다보는 정원. 멀리, 샨드리에를 달고 있는 창현과 인부들이 보이고, 정원, 도면을 다시 보고 그와는 다른 한곳을 올려다본다, 두려움에 휩싸인다.
샨드리에에 불이 들어온다.
S#16 교회 안 / 밤
텅빈 예배당 드문 드문 신도들이 앉아 있다. 그 안에 정원, 앉아 있다.
한 여자, 정원에게 다가와 한쪽 어깨를 살며시 잡는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정원. 정원의 놀라는 소리에 오히려 더 놀라는 여자, 돌아 보는 신도들.
여자(영서) :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작은 소리로) 오빠 왜 그래?
와서 저녁 먹어.
정원 : (겸연쩍어 하며) 어... 그래..
S#17 교회외경 / 밤
교회건물 안에서 나오는 정원과 영서 ,교회건물을 돌아 뒤쪽에 있는 목사관으로 향한다. 완공된지 얼마되지 않는지 아직도 교회마당 한켠엔 남은 건축자재가 덮게도 없이 보기싫게 쌓여있고, 이들이 방금나온 교회건물의 양 기둥에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축 완공. 일산의 새로운 은혜 충만의 성전”
“ 70년대 달동네 개척교회의 신화 강 재성 담임목사”
S#18 식당(목사관 안) / 밤
식탁에는 강 목사 ,정원 , 영서 세 사람이 둘러앉아 식사기도를 하고 있다.
강 목사 : 아멘.
정원,영서 : 아멘.
식사를 시작하는 세 사람.
강 목사 : 희은이가 놀랬겠다.
영서 : 놀래긴 우리가 더 놀랬지. 난 도둑 든 줄 알았다. 그 새벽에...
올래면 병원서 바로 오지...
강 목사 : 결혼식 때까지는 다 아물겠지?
정원 : 그럼요 .... 완공된지 꽤됐는데 저쪽 건축자재좀 치우라고 하시죠?
강목사 : 아직 좀 남은 공사대금이 있어서...
영서 : 나도 보기 싫어 죽겠어.
강목사 : 어떻게... 되겠지뭐..
정원 : (걱정스런 얼굴로) 신도들은 좀 많아 졌어요?
영서 : (신나서) 예전신도들이 여기로 찾아와.... 되게 멀리서도 온다.
아버지, 우리도 버스 있어야 겠어요. 그 쵸?
강 목사 : (못 마땅하다는 듯이) 왜 그렇게들 교회를 따라다니나 모르
겠어.....
S#19 정원의 방 (목사관內) / 밤
잠들어 있는 정원 . 눈을 감은 채 안구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정원의
눈의 빅 크로우즈 업.
그위로 ,
(소리 ) 잠시후 ,이 열차의 종착역인....(다음 신으로 사운드연결)
S#20 열차 안(정원의 꿈)
(앞 장면에서 사운드와 얼굴 연결되어)
(소리)..한 분도 빠짐없이 하차 하여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정원,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면, 달리는 열차 안 이다.
아무도 없는 열차 안에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다.(종착역이니 모두 내리라는)
앞자리에 그때 그 여자아이가 여전히 잠들어 있다.
정원, 그 여자아이에게 다가가서 흔들어 깨운다. 여아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흔드는 정원 의 얼굴이 화면 정면으로 보인다.
열차가 역사 안으로 들어온다.
아이는 여전히 깨지 않는다.
정원 초조하게 밖을 쳐다본다. 열차는 역 안으로 들어왔지만 좀처럼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마치 멈추지 않고 역을 그냥 지나치려는 것 같다.
안내방송은 계속 나오는데...이상한 느낌이드는 정원, 아이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까맣게 탄 아이의 시체가 똑같은 포즈로 앉아있다.
옷은 그을려 숯이 되었고 얼굴의 살은 다 녹아 내렸는데 특히, 입은 다 타버려서 커다랗게 탄 구멍만 나있다.
비명을 지르며 아이의 시체에서 떨어지는 정원 , 종착역이라는 안내방송은 계속 나오고 열차는 더욱 빨리 달린다. 문에 매달리는 정원, 문을 두드리며 울부짖지만 열차 밖으로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더욱 빨리 달리는 열차와 열차 안에서 절규하는 정원의 소리 없이 보이는 모습, 역사 안을 점점 크게 울리는 종착역이니 모두 내리라는 안내방송..
(열차는 종착역으로 들어와서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종착역 안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S#21 교회 안 / 새벽
날이 아직 밝기 전인 이른 새벽.
예배는 없는지 신도들 몇 명만이 각자 기도하고 있다.
그 한 쪽 구석에 정원 앉아 있다. 기도를 하는지 잠을 자는지 잔뜩 웅크린
자세로. 교회 안을 둘러보려고 들어온 강 목사 , 구석에 앉아있는 정원의 뒷모습을 본다.
심상치 않다는 표정. 조용히 교회 밖으로 나간다.
S#22 차 안 (지하주차장) / 낮
정원의 차, 정지한다.
창현이 운전석에 앉아 있고 정원 보조석에 잠들어 있다.
창현 : (안전 벨트를 풀며, 옆의 정원을 본다) 좀 잤어?
정원 : (팔짱을 낀 채 가만히 눈을 뜨고 있다.) .....
창현 : (차 열쇄를 빼서 정원에게 건네며 ) 자,
정원 : ... 아무래도 정말 머리 속이 이상해 진 거 같애.
정원을 쳐다보는 창현.
S#23 신경정신과 로비 / 동일 낮
대기실에 앉아 실내를 둘러 보는 정원 . 벽에 금속의 글씨 들이 박혀 있다.
“ 장 영일 신경정신과”
리셉션데스크에 서 있던 간호사 차를 한 잔 가지고 와서 정원에게 권하며,
간호사 : 마지막 환자 분이 약속 시간에 좀 늦게 오셨어요. 차 드시면서
기다리세요.
정원 : 아...예 감사합니다.
원장실의 문이 열린다. 30대 초반 가량의 여인(연)이 진료실에서 나온다. 뒤따라 40대의 원장 나오며,
원장 : (환자에게 )연이 씨 약 잊지 말고 가지고 가세요. ..
(정원에게 악수를 청하며)아, 강 정원씨 죄송합니다 .
오래 기다리셨죠?
정원 , 목례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서 악수를 한다.
원장 : 제사무실에서 얘기 할까요?
정원과 원장 사무실로 들어간다. 30대여자(연), 정원이 기다리던 자리에 앉는다.
S#24 원장의 사무실 안
(시간 경과)
두 사람 소파에 마주 앉아 있다.
원장 : 최 세일 치과 하는 이가 제 대학 동창이에요.
그 친구 병원 갔다가 인테리어가 참 마음에 들어서 제가 소개
시켜 달랬죠.
정원 : 감사합니다.
원장 : 요샌 병원들도 인테리어에 참 많이 신경들을 써요.
이것도 사실 사업이니까..
사실, 저희 과목은 치과처럼 뭐 그렇게 오기가 공포스럽거나 하진
않지요. 근데, 뭐랄까.. 일반의 인식이, 정신에 관계된 것이다 보니까
진료사실을 비밀로 하는 경우가 좀 있고...
환자들 간에 약속 시간 간격을 여유 있게 하는 데도, 입구하고
출구가 하나로 되어있으니까 아까 보신 환자 분처럼 늦게 오면 다른
환자와 마주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럼 어떤 환자들은 굉장히 불편 해 하더라구요.
정원 : 진료실의 중심으로 입, 출구를 분리하는 식으로 변경하는 걸 말씀
하시는군요.
원장 : 네, 그렇죠.
(시간경과)
S#25 병원 안 곳곳(몽타쥬)
원장의 안내로 병원을 돌아보는 정원. 변경할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S#26 병원 대기실
다시 원장실로 들어가는 정원, 약을 타는 연과 눈이 마주친다. 어색해서 눈을 돌린다.
그 뒤로,
(소리)
간호사 : 일주일 분 이에요. 수면제 성분이 들었으니까 외출 전에는 복용
하지 마세요.
S#27 원장실 안
원장 : ( 책장 옆의 작은 문을 가르키면 )그러니까 아까 말씀 드린 데가
이 문인데요.
정원 : (문안으로 들어서며 ) 좀 볼까요? (혼자 문안으로 들어선다 )
문안은 작은 창고 같은 텅 빈 공간이다.
원장 : (따라 들어가지 않고 문밖에 선 채로) 거기 그 쪽 또 하나 문을
열면 , 바깥 비상구 앞 쪽 복도로 나가게 되요. 이거 완전히 데드
스페이스죠. 이걸 터서 ...
정원, 밖으로 난 문을 열고 나가본다.(뒤에서 원장의 말소리가 작게 들린다.)
병원 밖의 복도로 통해있다. 다시 문안으로 들어가려고 몸을 트는데 병원의 입구 쪽 비상구에 서서 약을 입에 털어 넣는 연이 보인다.
잠시 멈칫하는 정원. 다시 문 안으로 들어간다.
S#28 지하주차장
지하주차장을 나가는 정원의 차.
S#29 병원 앞 도로 / 오후
꽉 막힌 도로. 도로를 메우고 있는 수많은 차들. 정원의 차도 꼼짝 못하고 서 있다.
(시간경과)
여전히 막힌 길 위에 서있는 정원의 차. 따분함에 주변을 이리저리 쳐다보던 정원. 인도에 서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 중에 섞여 있는 연이 눈에 들어
온다. 버스도 잘 오지 않는지 많은 사람들이 짜증스런 얼굴로 서 있고, 연의 얼굴도 창백하다. 다른 곳을 보다가도 자꾸 연에게 시선이 가는 정원.
눈에 띄게 안색이 변하는 연, 주위의 사람들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고, 정원 그런 연의 변화를 눈치채고 자꾸 시선이 간다.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는 차량들, 드디어 신호가 바뀌고 달리기 시작하는 차들, 정원의 차선도 움직인다. 출발하는 정원의 차.
인도에서 쓰러지는 연, 속도를 회복한 정원의 차. 사이드 미러로 쓰러진 연에게 몰려드는 사람들의 무리가 비치고, 사거리를 빠져나가는 정원의 차.
S#30 외과병원 치료실 / 오후
실로 꿰메어진 피부,(징그러운 모습) 정원의 수술부위다.
붉은 액체가 발리고 , 깨끗한 거즈가 덮힌다. 상처를 비추던 스탠드가
꺼진다. 치료용 의자에서 일어서는 정원 ,옆엔 희은이 서있다.
간호사 치료기구를 들고 나간다.
S#31 식당 / 오후
정원과 희은, 양 식당에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희은 : 7바늘이라고 그래서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생각 보다 심하던데?
정원 : 아직 살이 덜 붙어서 좀 징그럽지?
희은 : 근데, 아직도 밧데리 안 가지고 온거야? 다음 주부터 새 일 들어
간다면서 지장 없겠어? 집에 가서 그거 갖구 나오기가 왜 그렇게
힘들어? 그렇게 바쁜거야?
정원 : 그게.... (화제를 돌리려) 삼호 쪽 일은 어때?
희은 : 아휴 , 컨셉이 잘 안 잡혀서 고생했어 . 근데, 어제 번-쩍! 하나
떠올랐는데,
(하면서 빵이 놓였던 흰 접시에서 빵을 다른데로 치우고,
자기그릇에서 스파게티 가락을 빼서 뭔가를 만든다.)
다됐는지 접시를 정원 쪽으로 기울여 보인다.
접시에는 스파게티 국수 가락이 동그랗게 동심원을 그리며 코일 모양을 하
고 있다.
그 위로,
(소리)
희은 : 천장에 이런 식으로 할로겐을 빙-둘러 달고 머리를 밖으로 돌려서....
접시를 쳐다보는 정원 뭔가 심상치 않은 표정이 된다.
희은의 설명하는 목소리는 아스라히 작아지고
흰 접시 위 스파게티 동심원, 크로우즈 업 .
S#32 정원의 꿈
낯 선 거리에 혼자 서 있는 정원 .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거리는 70년대 달동네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골목 끝에서 커다란 쓰레기차가 나
온다. 정원이 서 있는 골목 끝을 가로로 막고 선다.
시동이 걸린 채 서있는 차의 소음.
정원, 불안한 시선으로 쓰레기차를 쳐다보다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자 자신이 서있는 발 밑을 내려다본다.
맨홀 위를 밟고 서 있다. 발을 하나 살며시 든다.
발 밑 맨홀 뚜껑에 난 구멍 사이로 갓난 아이의 손가락이 비어져 나와 있다.
그 작은 손가락 끝 손톱엔 보라색으로 피가 맺혀 있다.
고개를 드는 정원 . 정원의 앞에 7살 가량 의 소년이 책가방을 메고 서 있다가 고개를 드는 정원을 향해 자신의 작은 스케치북을 펼쳐 보인다. 크레파스로 빨강, 파랑, 노랑 삼단으로 칠해 진 한 페이지. 그 위에 빨간 색연필로 다섯 개의 동심원이 그려져 있다.
S#33 신경 정신과 (인테리어 공사장) / 오전
공사를 시작한 병원실내 여기저기가 뜯겨져 있는 어수선한 모습.
인부들과 창현, 정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여전히 라디오가 켜져 있다.
S#34 정원의 아파트 / 같은 시간
어둑어둑한 실내 , 열쇄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거실로 걸어 들어오는 희은 .
실내는 정원이 나가던 날과 똑같은 모습이다. 여기저기 무언가를 찾는 희은 탁자 밑에서 휴대폰 밧데리가 꽂혀있는 충전기를 찾아낸다.
바닥에 엎드려 코드를 뽑아내고 가방에 챙긴다.
몸을 일으켜 나가려다가 시선을 식당쪽으로 돌린다.
뭔가를 발견한 듯한 표정.
S#35 신경 정신과(인테리어공사장) / 정오
여전히 분주한 공사장의 모습.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갑자기 멈추고 뉴스속보를 전한다.
(소리)
라디오 뉴스 : 지난 3일 발생한 지하철 여아 독극물 살해사건의 범인은
여아들의 생모인 32살 김 화정씨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창현 : 뭐? (라디오로 다가가 볼륨을 높힌다.)
다른 쪽에 있던 인부들과 정원, 창현이 있는 라디오 쪽을 쳐다본다.
( 뉴스 계속) : .....어젯밤 봉천동 자신의 집에서 경찰에 체포된 김씨는
지난해 남편의 가출 이후 생활이 어려워 두 아이를 양육
하기 힘들게 되자 지하철에 아이들을 버리기 위해 수면제가
든 과자를 먹여 지하철에 태운 뒤 아이들이 잠이
들자 두고 내렸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병원의 문을 열고 연이 들어온다. 공사중인 실내를 보고 당황한 모습,
창현 : (라디오를 듣다가 들어온 연을 보고 )어떻게 오셨습니까?
연 : 저... 여기 병원 ..아니었나요?
창현 : 예, 지금 인테리어 공사중이라 이 번주 휴진 인데요 . 밖에 안내문
못 보셨어요?
연 : 예?
정원, 연이 있는 쪽을 돌아본다. (연을 기억하는 표정),멀리 있어서 연은 정원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다.
연 ,창현의 말에 당황한 듯 황급히 밖으로 나간다.
창현 , 뒤따라 나가서 떨어진 안내문을 입구에 붙인다.
정원, 라디오를 들으며 창 밖을 쳐다본다. 건물을 빠져나가는 연의 모습이 보인다.
(라디오 뉴스 계속) : 경찰에서는 약에 대해서 잘 모르는 김씨가 근처
동물병원에서 훔친 마취제를 과다하게 사용하여
여아들이 사망한 것으로 ......
희은 : 뭘 그렇게봐?
정원 : 언제 왔어?
희은, 정원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가져온 밧데리로 갈아 끼우고 파워를 켜서 정원의 손에 쥐어 준다.
희은 : 자! (휴대폰 충전기를 내밀며)그 휴대폰 살려놓기 정말 힘들다.
정원 : (놀라서) 집에.. 갔었..어?
희은 : .(살짝 눈을 흘기며) 뭐가 그렇게 급해서 불도 안 끄고 나왔어?
식탁 불 여태 켜 있더라.. 그럼 그게 벌써 며칠째 야... 전구 다 나갈
뻔 했구만
정원 : (놀라며) ... 그래서... 부엌에 가서 ... 껐..어?(뭔가 희은의 표정을
살피며)
희은 : (기막히다는 듯이 )그럼, 어떻게 했을 거 같애?
정원 : (뭔가 안도하는 표정 ) 그래....
라디오에서는 뉴스 속보가 끝나고 다시 음악이 흘러나온다.
S#36 정원의 아파트 건물 앞 / 저녁
아파트 주차장에 서서 자신의 집을 올려다 보는 정원.
S#37 정원의 아파트 안 / 동 저녁
현관문고리가 돌려진다. 어두운 실내로 정원 들어선다. 현관의 센서램프가 잠시 켜졌다가 이내 꺼진다. 거실로 천천히 들어서는 정원, 불꺼진 실내는 어둡고 정원의 실루엣만 보인다.
식당 앞에 선다.
실루엣 만으로 구별되는 정원과 아무도 앉아 있지 않은 식탁의 모습.
잠시 식탁 앞에 서 있다. 천천히 스위치로 다가간다. 켠다.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은 식탁. 긴장이 풀리는 정원, 안도 하는 모습.
천천히 뒷 걸음질 쳐서 식탁이 보이는 거실 탁자 앞 의자에 식탁을 보면서 앉는다,
집을 나오기 전에 앉았던 자리다. 한참을 식탁을 바라본다,
픽 하고 웃음이 난다.
가벼운 얼굴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식탁의 불을 끈다.
식탁의자 등받이를 한 번 탁 짚어 보곤 돌아선다.
현관으로 한 두 걸음 경쾌하게 옮긴다.
그 때,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로
(소리) : 오빠.
멈추는 정원, 멈추어선 정원의 얼굴측면이 밝아진다.(식탁에 불이 들어 온 것이다.) 빛이 얼굴에 비친걸 느끼는 순간, 정원 두려움에 몸을 부들부들 떤다. 눈물이 고인다.
다시 한번
(소리) : 오빠
몸을 천천히 식탁 쪽으로 돌린다. 정원, 두려움에 울고 있다 .
식탁에 그들이 앉아있다.
정원 : (울부 짖는다.)아-아 아 아-아 !
S#38 정원의 방 (목사관內) / 밤
(사운드 연결)
정원 : 아-하---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는 정원. 꿈이다. 정신을 수습하고 방안을 둘러보는데,
정원 : 악-!
어둠 속에 누군가 서 있다. 걸어나오며,
정원 : (그제서야 알아보고, 안도에 숨을 쉬며) 아- - ! , 아버지.
강 목사 , 정원의 침대 끝에 다가와 앉으며,
강 목사 : 요즘도 악몽을 꾸냐?
한 동안 괜찮더니...
정원 : 언제부터... 거기 서 계셨어요?
강 목사 : 글쎄... 좀 됐는데... 내일부터 새벽기도회가 있어.
기도 준비 좀 하느라고...
정원 : 예......
강 목사 : .....긴장 되냐?
정원 : ?
강 목사 : ... 자기 가족을 만든다는 건 확실히 긴장되는 일이지... ,
(일어서며) 내일부터 새벽 기도횐데... 나와 보겠니?
정원 : ..(끄덕 끄덕)
강 목사, 나간다.
강 목사가 나간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정원.
S#39 희은의 방 / 밤
책상에 도면 따위를 잔뜩 펴 놓고 일에 몰두 해 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문득 생각에 잠겼다가 전화를 쳐다본다.
다시 일에 몰두 한다.
S#40 교회 안 / 새벽
강 목사 , 제단에서 마지막 기도를 이끌고 있다.
교회를 가득 메운 신도들 사이에 정원도 앉아 있다.
S#41 교회 마당 / 새벽
기도회가 끝나고 나오는 신도들 , 아직은 어둑어둑한 이른 새벽이다.
한쪽 옆에서 몇 몇 신도들과 영서가 방향이 같은 신도들을 묶어서 카-풀을 해 주고 있다.
정원, 차를 몰고 온다. 영서가 남아있던 3명을 태운다.
뒤에 두 사람이 탄다.
신도1,2 : 아유 감사합니다.
정원 : (백미러로 꾸벅 인사하며) 예..
앞 좌석에 들어서는 여신도 , 연이다. 연의 얼굴이 낯익다고 느끼는 정원 ,기억이 난 듯한 표정(물론, 연은 정원을 모른다.)
연 : (가볍게 목례를 하며) 감사합니다.
정원 : ..예 (연이 눈치채지 못하게 얼굴을 한번 더 쳐다본다. )
출발하는 정원의 차.
S#42 OOO아파트단지 앞 / 새벽
정원의 차, 단지입구에 선다. 차의 뒷문이 열리고 ,신도 1,2 가 내린다.
인사를 하고 , 정원의 차 다시 출발한다.
S#43 달리는 차 안 / 새벽
두 사람의 신도가 내린 후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차 안
정원 : 멀리까지 다니시네요.
연 : 예.. 얼마 전까진 저도 일산 살았었어요 .
정원 : 아. 예.. 그러시군요.
연 : (정원의 차를 둘러보며-정원의 차는 사륜구동이다) 젊은 남자분들은 이런차를 더 좋아하시는거 같아요.
정원 : (연의 좌석 앞 쪽에 붙은 작은 상자를 열고 명함을 건넨다.) 그렇죠. 전 또 하는 일이 그래서요.
연, 명함을 받아든다. 명함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강 정원” 이라고 적혀 있다.
연 : ..아! 그러시구나.
정원 : (웃으며 )집 고치실 일 있으면 연락주세요.
연 : ...예...(웃는다. 어색함이 좀 가신 듯)
S#44 정원의 아파트 단지 / 새벽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는 정원의 차.
자신의 아파트 단지다. 불편한 표정의 정원.
정원 : (불안한 듯) 어느 쪽이죠?
연 : 저기 앞쪽에서 세 번째 에요.
정원 : 아.. 예..
자신의 집이 보인다. 지나치며 자신의 집 발코니를 올려다보는 정원. 집을 쳐다보다 앞을 보는 순간 ,
연: 악!
급정거 하는 차 . 정원 정신을 차리고
옆 좌석을 돌아 본다. 실신해 있는 연.
당황하는 정원 ,
차 안에서 연의 몸을 흔들어 깨우려고 하고 있는 정원의 모습.
차 밖엔 흰 고양이 한 마리가 배가 터져 차 앞에 떨어져 있다.
S#45 정원의 아파트 안 / 새벽 정원, 연을 소파에 눕힌다. 숨을 헉헉 거리는 정원 , 전화기를 찾는다.
연의 가방을 뒤진다. 성격책과 찬송가, 흰 편지봉투 하나가 나온다. 서울 지방법원에서 보낸 등기우편이다. 받는 사람에 “정 연” 이라고 적혀있고, 주소가 나와 있다. 다시 가방을 뒤지지만 수첩 따위가 없다. 연의 옷 주머니를 뒤진다. 주머니에서 쪽지를 하나 발견한다 . 쪽지를 보는 정원 이상한 표정이 된다. 누워 있는 연을 돌아본다.
쪽지에는,
“ 이름은 정 연입니다.
저를 발견하신 분은 놀라지 마시고 아래 연락처로 연락부탁 드립니다.
박 문섭 : 011-354-7814 “
(시간경과)
정신이 들어오는 연 , 낮은 신음 소리를 낸다. 옆에 쪼그리고 잠들어 있던 정원, 연을 돌아 본다.
눈을 뜨는 연, 정신을 차리고 놀라서 벌떡 일어난다.
정원 : 정신이 좀 드세요?
연 : (멍하게 정원을 쳐다보다가 생각을 해 낸 표정 ) 아...., 여기가 .. ?
정원 : 저희 집이에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이리로 왔습니다.
바로 이 앞에서 였어요. 기억나세요?
연 : (기억나는 얼굴 , 참담한 표정이 된다) ...놀라셨죠?..죄송합니다.
정원 : ...아니.. 뭐... 곧 남편 분이 오실 겁니다.
연 : 네?
정원 : 주머니에 있는 쪽지 보구 연락 드렸어요.....
( 연락처가 적힌 쪽지를 연에게 보이며)
어디가 많이 아프신가 봐요...?
연 : (쪽지를 보고 난감한 얼굴이 된다.) 예... 좀...
(화제를 다른 데로 돌리려고 ) 죄송하지만 물 좀 주시겠어요?
정원 : 아, 예.(정원 , 난감한 표정이 된다 부엌 쪽으로 몸을 돌리지만 발이
안 떨어 진다.)
부엌으로 가서 불을 켜는 정원 , 의자엔 그들이 앉아있다 , 연을 한번 돌
아본다.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는 연.
천천히 싱크대로 가서 컵에 물을 받는다.
겁에 질려있는 정원의 표정 ,그러나 연이 있어서 억지로 참고 물을 받고
있다. 연 ,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기고 옷을 입고 서 있다 창 밖을
내려다본다.
창밖에 승용차 한 대가 들어와 선다.
연 , 가방을 들고 황급히 부엌 쪽으로 나오며, 부엌 안의 정원을 향해,
연 : 지금 아래 왔네요. 죄송했습니다 가볼 께요.
(말 하다가 부엌안쪽의 식탁을 한 번 쳐다보더니 )
얘들......방에 눕히셔야 겠네요. 나오시지 마세요.
연, 황급히 부엌을 나가 도망치듯 현관으로 향한다.
정원 , 연의 마지막 말에 굳어진다. 컵을 팽개치고 연을 뒤따라 나간다.
현관에서 막 나가려는 연을 향해,
정원 :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연 : ..네? 네.. 가겠다구요... 아래 남편이 왔네요..
정원 : ...아니요.. 그거 ..말구
순간 , 초인종이 울린다.
연 , 정원에게서 눈을 떼고 문을 연다. 문섭이다.
연과 문섭 어색하게 눈이 마주친다.
문섭 : (연에게) 괜찮아? ( 뒤에 서 있는 정원을 향해) 아- 박 문섭입니다.
놀라셨죠 ? 죄송합니다 .
정원 : (더 이상 연에게 묻지 못하고) 아..예..강 정원입니다.
연 : (문섭에게 빨리 나가자는 눈치를 주며) 폐가 많았습니다. 쉬세요.
연, 황급히 현관문 밖으로 나간다. 문섭 , 정원에게 목례를 한 뒤 뒤따라 나선다.
정원, 멍하니 그들이 나간 현관을 쳐다 보다 황급히 발코니 쪽으로 간다.
문섭의 차에 오르는 두 사람이 보인다. 출발하는 차.
창유리엔 뒤쪽의 아무도 없는 불켜진 식탁과 문섭의 차를 내려다보는 정원의 앞 얼굴이 비친다.
창밖의 문섭의 차를 바라본다. 고개를 돌려 식탁을 바라보면 유리에 비친 식탁엔 여전히 아무도 없지만 , 정원의 시점에서 본 식탁엔 그들이 여전히 같은 자세로 앉아 있다.
정원, 좀전의 연의 주머니에서 나온 쪽지가 놓인 탁자로 다가간다. 탁자 위에는 연의 가방에서 나온 흰 봉투가 떨어져 있다. 봉투를 집어드는 정원. 봉투에 적힌 연의 주소를 확인한다.
S#46 문섭의 차 안 / 동 새벽
단지 안을 빠져나가는 차.
연 : 지금 어디로 가는 거에요?
문섭 : 집.
연 : 세워요. 여기 있을 거예요.
대답 없이 계속 차를 몬다.
연 : 어서 세워요! (문을 열려고 한다.)
문섭, 놀라서 차를 세운다.
문섭 : 왜이래! (분을 못 이겨서) 지금 뭐하는 짓이야!
당신 ,이번 주 들어 벌써 두 번째야, 알아?
연 : (한풀 죽어서) 번거롭게 한 거.... 미안해요 .
이 병... 하루 이틀에 낫지 않아요.
이런 일 있을 때마다 연락 할 사람.... 당신밖에 아직 없다는 거 ...
알잖아요.
문섭 : (화낸게 미안한 듯 한풀 죽어서)
......나한테 연락 하는 게.... 당연 하쟎아.
연 : (단호한 어조로 ) 곧 다른 방편을 마련하겠어요.
문섭 : 제발, 이제 그만 좀 해, 그만하면 됐어, 이제 그만 들어와.
연 : 그만 하라구요? 뭘요? 내가 뭘 어쨌는데요? 되다니 뭐가 됐다는 거죠?
문섭 : (핵심을 피해서 화를 내며) 그 몸을 해가지구 어떻게 거기 혼자
있겠다는 거야!!
연 : 병 핑계대지 말아요! 문젠 그게 아니라는 거 당신도 알잖아.
문섭 : .......
연 : ... ( 매몰차게 문을 열고 나가며 )..이따 법원에서 봐요.
괴로운 표정의 문섭,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가 입을 다문다. 차를 출발시킨다.
S#47 교회 사무실 / 동 아침
정원, 아직 직원들이 나오지 않은 교회 사무실에서 무언가를 찾는 것 처럼 두리번 거리고 있다.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영서가 들어온다.
영서 : 오빠, 여기서 뭐해?
정원 : 어... 저.. 영서야 너 혹시 우리 신도들 중에 “정 연” 이라고 아니?
영서 : 정 연? 외자 이름? 정씨 말이야? 글쎄... 모르겠는데 누구지...
영서 ,자기 자리에 앉으며, 컴퓨터를 켠다.
영서, “교인 명부” 라는 파일을 열어 이름을 친다.
화면에 이름과 주소가 나타난다.
“ 일산구 화정**** 아파트***/ 전화****-*****”
영서 : (여전히 모르는 사람이라는 듯) 누구지...?
정원 : 아... 이거 아닌데...
오늘아침 내가 데려다준 신돈데 집이 여기 아니야
영서 : 응? 그래? 오늘 아침 ? 근데 왜 찾아?
정원 : 어? (당황하며) 어... 저... 차에 뭘 두고 내려서...
영서 : 뭔데?
정원 : 어? 어... 저..성경책.
영서 : 나 줘. 혹시 찾으러오면 줄게.
정원 : 어, 저 ..차에 두고 왔어. 그러면 되겠구나....
정원, 어쩔줄 몰라하며 나가려고 사무실 문을 연다. 문을 열자 문 바로 앞에 마침 들어오려고 서 있던 강 목사가 서 있다. 정신을 놓고있던 정원 필요이상으로 깜짝 놀란다.
강목사 : 왜그래?
정원 : 아..아네요.. 거기 서 계셔서..
강목사 : 지금 나가냐?
정원 : 네.
황급히 나가는 정원, 영서, 정원을 향해
영서 : 어머 오빠 지금 가는 거야? 식당에 아침 차려놨는데!
영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가버린 정원, 강목사 이상하다는 듯 정원이 나간 쪽을 쳐다보다, 영서에게 다가가며
강목사 : 뭐, 급한 일이 있나 보지... (영서의 모니터를 쳐다보고)
뭐하냐?
영서 : 으 응.. 오빠가 누구 좀 찾아 달래서요..
강목사 : (안 쪽에 있는 자신의 책상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무심히) 누군데?
영서 : 응, 아침에 차에 뭘 놓고 내렸대요... 이름이 정 연 인가..
전화벨이 울린다. 영서 말하다 말고 전화를 받는다.
(강목사, 연의 이름을 되뇌이며 뭔가 기억이 난 듯한 표정)
창 밖으로 교회마당을 빠져나가는 정원의 차가 보인다.
영서 : (어두운 얼굴로 전화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있다가) 잠시만요.
저.. 아버지.
창가에 서있던 강목사 뒤를 돌아본다.
영서 : 우일건설 정사장님이요.
얼굴이 어두워지는 강목사, 수화기를 건네 받는다.
S#48 제OOO호 법정 / 오후
모두들 착석. 재판이 시작된다.
판사 : 첫 번째 증인... 정 연 씨, 앞으로 나오세요.
연 , 증인석에 앉는다. 방청석에는 문섭이 앉아 있다. 죄수복을 입은 정숙, 까칠 하지만 정돈되고 차분한 표정으로 피고석에 앉아 있다.
문섭, 늦게 법정에 들어온다. 증인석에 앉은 연을 쳐다본다.
검사 : 이 번 사건으로 증인이 아마 가장 큰 충격을 받으셨을 텐데요 .
이렇게 나와서 다시 상기시켜드리게 되서 정말 대단히 죄송합니다.
고통스러우시겠지만 , 되도록 자세한 정황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자, 증인은 피고 문 정숙씨와 친구 사이셨죠?
연 : 네.
검사 : 학창시절 친구는 아니죠?
연 : 네. 아닙니다.
검사 : 그럼 어떻게 아시게된 사입니까?
연 : 저희는 같은 아파트에 살았었습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동네 친구인
셈이죠.
검사 : 어릴 적 동네 친구를 말씀하시는 게 아니죠?
연 :아니죠. 그게..
검사 : 네 , 좀 자세히 두 분 사이를 설명해 주시죠.
S#49 병원 창고 안 / 오후
안은 원장실과 대기실에 있던 집기들이 공사를 피해 쌓여 있고 한쪽 구석에 캐비넷이 있다.
열쇄 꾸러미에서 이 열쇄, 저 열쇄를 넣어본다 .
맞는 열쇄를 찾아낸 정원, 캐비넷 안을 뒤진다 진료 기록철을 꺼낸다.
“정 연” 이라는 파일을 꺼낸다. 핸드폰 번호를 손바닥에 적는 정원, 그냥 덮으려다 . 병명란을 본다.
“Narcolepsy” 화면자막 (기면증)
그때,
밖에서 인부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잘 먹었네” “커피 좀 뽑아와” 등등)
정원, 얼른 창고를 나간다.
S#50 신경 정신과 병원 (공사장) / 오후
정원, 창고 문을 잠그고 인부들이 볼세라 얼른 공사하는 쪽으로 나온다.
인부들 이를 쑤시거나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작업 준비를 하고있다.
정원, 인부들을 향해
정원 : (부러 큰 소리로)식사들 잘 하셨어요?
인부 : 어, 벌써 올라와 있었네. 식사 다 했어요?
그때 창현, 손에 김밥이 든 비닐봉지를 들고 들어온다.
창현 : 야, 생각 없어도 이거라도 먹어.
S#51 제OOO호 법정 / 오후
연 : 그러니까 제가 결혼을 하고 , 지금의 일산 아파트를 분양 받아서
이사를 가기 전까지 과천의 그 아파트에서 아래 윗 층에 살았었습니다.
나이도 비슷하고 결혼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한 새댁들이라, 저희는
금새 친해 졌어요.
검사 : 근데 두 분은 그냥 동네에서 죽이 잘 맞는 친구정도가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 의하면 거의 친자매 이상이었다고 들었는데요.
연 : 네 . 그랬습니다.( 피고석의 정숙을 쳐다본다.) 저희는 첫애도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했는데 ...저는 형제도 없고 , 친정어머니도 일찍
돌아가신 데다 시댁에서 반대를 하는 결혼을 했기 때문에 해산을
돌보아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언니도 처지가 저랑 비슷해서 저희는
거의 함께 아이를 낳고 서로를 돌보았다고 할 수 있어요.
검사 : 그러셨군요. 그 정도면 증인이 결혼을 해서 이사하실 때까지,
그러니까 불과 3년 이었지만, 정말 가족이나 다름 없었겠군요.
연 : 네.
검사 : 그럼 , 그 날의 일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사건당일 증인은
일산 증인의 집에서 자신의 집에 좀 와 달라는 피고의 전화를 받고
과천 피고의 집에 아이와 함께 가셨죠?
연 : 네, 그날 아침 언니가 몸이 아프다고 전화를 했어요. 몸이 너무 아파서
아이를 돌보기 힘들 정도라고요. 그날 남편이 저녁을 먹고 늦게
들어온다고 차를 두고 나갔기 때문에 언니아이도 봐주고 병구완도
해 주려고 갔었습니다.
검사 : 도착했더니 문 정숙씨는 어떤 상태 였습니까?
연 : 생각했던 것 보다 심했어요. 한 사흘은 먹지 못한 것 같았어요.
기운이 없고 멍 해 보였어요.
검사 : 그래서 증인은 무언가 해 먹이려고 아이를 그 집에 놔두고 장을
보러 갔었죠?
연 : (무언가가 상기되어 괴로운 듯 떨리는 음성으로) 네.
검사 : 그럼 장을 보고 들어오는 길에 사건을 목격하신 거로 군요?
연 : (떨리는 음성) 네....
S#52 과천 아파트 현관 (연의 진술) - 플래시백
양손에 비닐 봉지를 들고 아파트 경비실 입구로 들어오는 연,
인사하는 경비 최씨를 보고
연 : 아저씨 안녕하셨어요?
최씨 경비실에서 나오며,
최씨 : 아유, 오랜만이네요, 1001호 다니러 왔어요? 아, 이리줘요.
연 : 아.예...
연이의 짐을 엘리베이터까지 들어다 준다.
S#53 정숙의 집 (연의 진술) - 플래쉬 백
양손에 짐을 들고 현관을 들어서는 연.
연 : 언니 ! 왜 문도 안 잠그고 있어? 언니?
뭔가 어수선한 분위기 , 연 집안으로 들어선다. 베란다로 나가는 문이 열려있고 , 정숙, 발코니에 기대어 밖으로 난 문을 활짝 열고 이쪽으로 등을 보인 채 서 있다.
연, 손에 짐을 든 채 마루에 서서,
연 : 언니? 언니 , 뭐해?
정숙 , 연이 있는 집 안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몸을 연이 쪽을 향해 트는데
양팔을 베란다 밖으로 내밀고 있고, 그 손에는 벌거벗겨진 연의 아이가 들려있다. 사색이 되는 연,
연 : 언니 ! 지금 뭐 하는 거야 . 빨리 걔 이리로 내려놓지 못해 !
정숙, 연을 한번 쓱 쳐다본다.
연 , 정숙의 발 밑에 자신아이의 옷과 함께 팽개쳐진 정숙 아이의 옷을 보고 경악하는 사이
정숙 , 아이를 놓아버린다.
(소리) 아-아-악 (연의 비명)
S#54 신경 정신과 공사장 / 저녁
인부들 , 연장을 챙기고 있다 . 파장 분위기다.
정원, 한쪽 구석에서 손바닥에 적힌 연의 번호로 전화를 건다.
전원이 꺼져있다는 메시지만이 나온다. 정원, 계속전화를 하고 있었던 듯 짜증스럽고 초조한 표정이다. 그때, 벨이 울린다.
정원 : 여보세요?
(E)희은 : 뭐야? 너 아직도 수정이 한테 사진 안 준거야?
정원 : 어.. 참.. 미안 어떡하지?
희은(E) : 뭘 어떡해 오늘 밤안으로 줘야지 담주까지 시안이 나오지!
오늘 늦게끝나?
정원 : 어.. 저...(창현이 있는 쪽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일정이 좀 늦어져서 오늘 좀 늦게까지 작업할거 같애
낼 나오다가 가져오면 안될까?
희은(E) : 몰라 , 너 자꾸 이렇게만 해봐 끊어!
S#55 연의 아파트 앞 공터 / 밤
주차장에 서 있는 정원의 차 안.
정원, 핸드폰을 들고 있다.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메시지.
전화를 끊는 정원.
좌석 포켓에서 흰 봉투를 꺼내어 연의 주소를 확인한다. 봉투가 개봉되어 있어서 아파트의 호수부분이 찢겨져 나가있다.
정원, 아파트를 올려다 본다.
봉투를 만지작 거리던 정원, 잠시 망설이다가 봉투안의 내용물을 꺼낸다.
S#56 교회 목사관內 식당 / 밤 강 목사, 영서 , 희은이 식사를 하고 있다.
강 목사 :(정원이 없는 것이 미안한 듯) 너희들, 밖에서는 자주 만나지?
희은 : 네.... 근데, 요샌 제가 좀 큰일을 맡아서 자주 못 만났어요.
영서 : 언니, 사진 정말 그거면 되요?
희은 : 할 수 없죠 뭐, 없다면서요.. 디자인을 조금 바꾸면 되요.
강 목사 : 무슨 사진 ?
영서 : 언니 친구가 청첩장 디자인 해 준댔는데 돌이나 백일 사진
필요하댔데요. 오빠 그거 없잖아요.
강목사 : 청첩장에 그건 왜?
희은 : 네, 요즘들 그렇게 하거든요 청첩장 앞에다가 신랑신부 돌이나
백일 사진 나란히 넣고 ...
천생 연분 이다... 뭐.. 이렇게(쑥쓰럽다는 듯)
강목사 : 아..허허 어쩌냐 ..사진이 없어서...
희은 : 국민학교 입학사진 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에요. 저도 거기 맞춰서
유치원 사진 쯤으로 넣어야죠 뭐.
그래두 아버님 너무 하셨어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인데 돌사진 하나두 없구..
강목사 : (머뭇머뭇) 그땐.. 살림이 너무 어려워서 엄두도 못냈지..
(위로 하듯이) 그런거 없어두 천생연분인데 뭘.
희은 : 히히...(기분 좋게 웃으며)
근데요, 인테리어 하는 남자라구 친구들이 집 단장은 걱정 없겠다고 잔뜩 기대 하는데 정원씨 ,생각 외로 무심해요 아버님.
강목사 : 허허...걔가 나닮아 그렇다
영서 : 언니도 한 솜씨 하잖아요 ?
희은 빙긋 웃는다.
강 목사 : 희은이 국 다 식겠다 , 어서 먹어라.
희은 : (챙피한 듯 웃으며) ..저 일부러 좀 식히는 거에요. 뜨거운 거 잘 못
먹어요.
영서 : 언니 아직 애기구나, 오빠두 그런데...
강 목사 : 왜 , 뜨거운 거 먹으면 내려가면서 뻐근하니 좋잖아.
희은 : 뻐근 하세요? 어떤 분들은 시원하다고도 말씀하시는데....
근데 , 저는 사실 뜨거운 걸 그렇게 삼키면 내려가면서 너무
아프던데....
강 목사 : 그 시원하다는 게 , 뻐근 한거고 뻐근하다는 게 사실 아픈거지.
S#57 교회 마당 / 밤
희은과 강목사 나란히 교회마당으로 걸어나와 희은의 차로 걸어간다.
차에 다다다르자.
희은 : 아버님 들어가세요 저 갈게요.
강목사 : 그래... 저.. 아버님께 정말 죄송하다구 전해 드려라....
이 땅 빌려주신 것만도 참..감사한 일인데..
참..은행에서 담보를 꼭 대야한다니..
신도수가 이제 조금씩 늘고 있으니까 대출금 곧 갚을 수 있을게다.
희은 : 그런 말씀마세요. 아버님. 이땅 정말 그냥 집안에 노는 땅이었어요.
하나님사업하는데 쓰시라고 정말 기꺼이 드린거에요.
강목사 : ....그래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지...
희은 : 저희 아버님은 오히려 목사님 며느리되는 거 정말 영광이라고 얼마나
좋아하시는데요.
강목사 : 영광은 무슨...허허.. 그래 어서가라.
희은, 자신의 차에 오른다.교회쪽에서 영서가 뛰어오는게 보인다.
희은 : (뛰어오는 영서를 보고) 저.. 정원씨한테는 말씀 안하셨죠?
강목사 , 뒤에서 다가오는 영서를 흘깃보고는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영서, 차앞에 다다른다.
영서 : 언니, 운전 조심해서가요.
강목사 : 그래 조심해서 천천히 몰고가거라.
희은 : 안녕히 계세요.
희은의 차 교회 앞마당을 빠져 나간다.
S#58 연의 아파트 앞 공터 / 밤
봉투의 내용물을 읽고있는 정원.
내용 :
서울 지방 법원 형사재판 증인 출두명령서.
사건 번호 : 0000 죄명 : 존속살해
피고인 : 문 정숙
위 사건의 증인으로
0000년 00월 00일 서울 지방법원 000호 재판정으로 출두바람.
이때, 아파트 광장을 가로질러 문섭의 차가 들어온다. 긴장하는 정원.
읽던걸 내려놓고 눈으로 문섭의 차를 쫓는다.
연이가 차에서 내린다.
문섭, 내리지 않고 문섭의 차는 떠난다.
아파트 현관 안으로 들어가는 연.
차에서 황급히 내리는 정원.
카메라 정원을 따라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선다.
현관안은 기둥들이 서 있는 넓은 빈 공간으로 양쪽으로 엘리베이터로 가는 비상구가 보인다.
정원, 들어서자 한쪽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불빛이 보인다.
그 쪽으로 황급히 뛰어가는 정원. 그러나 이미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출발한 후다.
허탈하게 몸을 돌리는 정원. 이 때, 반대편 비상구 쪽에서 빈 공간 탓에 유난히 크게 울리리는 열쇠꾸러미 떨어뜨리는 소리.
정원, 기둥들 사이로 반대편 비상구를 쳐다본다.
비상구 옆 우편함 앞에서 열쇠를 집어올리는 연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기둥들 사이로 한 걸음 나서며,
(소리)
정원 : 정 연씨-!
연, 뒤를 돌아본다. 기둥들 사이로 연의 시야에 나타나는 정원.
눈을 찡그리며 정원을 알아보려 애쓰는 연.
정원 : (그 자리에 선 채) 저.. 기억 하시겠어요? .
연 :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며) ......아.. 예... (놀라며, 약간 경계의 눈빛) 아 침엔 정말 감사했어요.
근데 변변히 인사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정원 : (가까이 다가오며) 괜찮으시다면... 여기서... 잠시 물어 볼게 있어요.
연 : ........?
정원 : ... 저희 집에서 나가실 때 뭐라고 하셨죠?
연 : 네? (이게 무슨 소리냐는 반응) 제가 뭐라고 했는데요?
정원 : 아이들...
연 : 아... 식탁에서 잠들어 있던 아이들... 방에 눕히시라고 한 거 말씀이세
요?
정원 : .... (눈이 빨개지며 눈물이 고인다.) .. 그 아이..들이 보였..어요?
당신 눈에도..
연 : (울먹이는 정원을 보고 , 놀라서) 왜 그러세요 ?
정원 : (울음을 억지로 참으며 ) 실례지만 ... 뭐 하는 사람이죠... 어떻게...
당신 눈에.. 그게 ...
연 : 내가... 본 게 ..(두려움을 느끼는 ) 뭔데요?
뭔가를 눈치 챈 듯한 연, 두려움과 그럴 리 없다는 감정이 엇갈리는
표정. 갑자기 몸을 돌려 비상구 쪽으로 뛰기 시작하는 연. 정원, 연을 쫓 아간다.
정원 : (드디어 연이의 팔을 잡게되는 정원) 잠깐만요. 잠깐 만.. 제발...
제발 ..(울먹인다.) 도와줘요.
연 : (단호하게 ) 당신... 미쳤어.
엘리베이터 도착하는 소리와 함께 내리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움찔하는 정원.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정원의 팔을 뿌리치고 비상구 안으로 들어가는 연.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사람들 사이에 서 있게 된 정원.
연이 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이를 바라보는 정원.
S#59 희은의 차 안 / 밤
운전하고 있는 희은 ,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는 희은 ,
희은 : 여보세요.
(E)창현 : 나야, 창현이. 어디야?
희은 : 운전중!
(E)창현 : 응? 뭐야 벌써 집에 가는 거야, 어디 다른데로 자리옮기는 거야?
희은 : 뭔 소리야? 집에 가는 중이지.
(E)창현 : 아니, 왜 벌써 집에 가? 회식도 빼줬더니....
아저씨들이랑 지금 회식 끝나서 아직 밖이면 오랜만에 너도 같이
한잔 하잘려구 했더니.... 그럼 정원인 없겠구나.
희은 : 어... 어 ..없어 .(이게 무슨 소린가 하는 표정)
(E)창현: 준비는 잘되가냐?
희은 : 응.. 뭐.. 저 창현아, 나 지금 운전중이라 ....
(E)창현 : 어, 미안. 그래 잘들어가.
전화를 끊는 희은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 .
S#60 교회 목사관 / 밤
어두운 목사관 복도, 정원 조심스럽게 걸어서 자신의 방앞에 다다른다.
문을 열려는 순간, 복도 끝쪽에서 서 있는 강목사.
강목사 : 이제 들어오니?
정원 : (깜짝 놀라며) 네. 아직 안 주무셨어요?
강목사 : 일이 많은가 보다.
정원 : 네... (문으로 들어서려는 )
강목사 : 저.. 아침에 찾던 그 신도 만났니?
정원 : 네? 아니.. 아니요. 주소가 바뀌었대요.
강목사 : 저녁때 희은이가 다녀갔다.
정원 : 희은이가요?
강목사 : 사진 가질러 왔다더라.
희은이가 결혼준비로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더라
그럼, 쉬어라....
방으로 들어가는 강목사, 그런 강목사를 바라보던 정원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S#61 희은의 방 / 밤
스캐너에 정원의 국민학교 입학식 사진을 올려놓고 뚜껑을 덮는다. 스케너의 불빛이 사진을 훓는다. 희은, 스케너의 불빛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모니터에는 스케너에서 받은 정원의 어린시절 사진이 뜬다. 왠지 우울해 보이는 어린 소년의 전신사진.
S#62 법원복도 / 오전
법원복도에는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다. 벽에 붙은 “오늘의 재판” 게시물.
연, 복도를 걸어 들어와 법정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벨이 울린다.
연 : 여보세요?
(전화 속)
(E)정원 : 저...
연 :여보세요?
(E)정원 : 저.. 강 정원입니다. 어제 저녁 집 앞에서...
연: .....
(E)정원 :끊지 마세요. 제발 끊지 마세요.
연 : ........
(E)정원 : 아무 한테도 말을 못했어요. 아무도...... 안 믿을 테니까요.
나도 믿을 수가 없는데... 근데 연이씨가 ,연이씨가 그게 보인다고
했어요..
그래서 .. 너무 답답했는데.. 연이씨도 그게 보인다고 해서...
놀라게 했다면 ...아니, 놀랐겠죠. 그래요. 미안해요
하지만 ,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나도 놀라고 답답해서... 그래서 얘기 해 보려구 ..그랬던 거예요..
아직도 너무 알고 싶어요... 어떻게 해서 당신한테 그게 보이는지...
나한테는 또 그게 왜 보이는지...
연 :........
(E)정원 : 연이씨? 듣고있어요? 듣고 있으면, ...연이씨도 놀란거 진정되면
만나주세요. 제 연락처는 ...
(E)딸깍
연, 전화를 끊는다. 혼란스러운 표정. 전화기의 파워를 끈다. 법정으로 들어선다.
S#63 제OOO호 법정
판사 : 증인 , 자리에 앉으세요.
김 인수, 증인석에 앉는다.
판사 : (서류를 뒤적이며) 증인은 문 정숙씨와 관계가..
인석 : 남편입니다.
판사 : (변호사에게) 시작 하세요.
(시간경과)
증인석에 앉아 있는 김 인수가 증언을 하고 있다.
김 인수 : 전 처음엔 젖이 안나와서 그러는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아내는 축유기로 짜서 젖병에 담을 만큼 충분히
나오는데도 절대 아이에게 직접 젖을 물리지 않았어요.
변호사 : 이유를 물어 보셨습니까?
김 인수 : 네.. 아내는 무섭다구 했습니다. 왠지 아이가 자신의 젖꼭지를
물어버릴 것 같다구.. 아직 이도 나지 않은 간난쟁인데도 말이죠.
그리구.. 그때 쯤부터 두통도 점점 심해졌습니다. 근데 ,좀 심한
두통인 줄 알았는데 , 하루는 구토를 하길래 이거 뇌에 이상이
생긴거 아닌가 싶어서 큰병원에 가보라고 했죠.
(시간 경과)
연 , 증언석에 앉아있다.
연 : (식은 땀을 흘리며 어쩔줄 몰라한다.)처음 본 건...
처음 본 건.... 대학 병원에서 였습니다.
그날 마침 형부가.. 아.. 김 인수씨가 출장을 가게되었다구 함께
가 달라구 했어요. 그래서 동행.. 했어요.
MRI 검사실에서 였습니다.
긴장하는 연, 연을 무표정하게 쳐다보는 정숙.
S#64 MRI검사실 - 진술재연
(화면이 보여지는 동안 사운드는 남편 인수의 법정 진술이 들린다.굵은 글씨)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검사실 안쪽엔 정숙이 검사대에 누워있고,
이쪽 유리벽 안 조작실에는 연이 서 있다. 조작실에는 여러대의 컴퓨터 모니터가 있고, 흰가운을 입은 의사로 보이는 사람이 조작을 하고 있다.
연은 그옆에서 검사대에 누운 정숙을 들여다 보고 있다.
인수 : 아내는 차를 타고 다닐때도 터널같은 델 지나는
걸 무척 싫어했어요.
둥그런 관모양의 MRI 검사기 안으로 정숙이 누운 판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정숙,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며, 식은땀을 흘린다.
판위에 누운 정숙의 몸이 서서히 둥그런 관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러자 정숙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인수 : 어쩌다 터널 안에서 차가 막혀서 서있게 되기라도 하면 안절 부절못하곤 했죠.
갑자기 정숙 발작을 일으키며 소리를 지르며 몸뒤틀며 판에서 내려오려한다. 유리벽 밖에서 잡은 모습이기 때문에 정숙의 기괴한 표정과 행동만이 보일뿐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인수 : 그때 까지만 해도 그냥 전 답답한 곳을 무척 싫어하는
정도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당황한 의사 벌떡 일어난다.기기옆에 서 있던 의사 놀라서 정숙을 붙잡고 진정시키려는 순간, 정숙, 무엇을 본 듯 눈을 크게 뜬다. 연과 눈이 딱 마주친다. 후레쉬처럼 번쩍하듯이 지나가는 영상-말라버린 우물 같은 곳의 바닥에 아기가 엄마의 젖가슴에 매달려 젖을 빨고 있다. 엄마는 눈을 뜬 채 죽어있다.아기가 빨고있는 젖꼭지는 아이의 이빨자국이 나있고 피가 떨어진다.- 무엇을 같이 본 듯한 표정 .갑자기 판위에서 정숙 졸도한다. 이때, 유리벽안에서 서 있던 연, 정숙과 동시에 아래로 픽하고 무너지듯 쓰러진다.
S#65 연의 아파트 / 주차장
아파트 현관에서 연을 기다리고 있는 정원.
아파트 주차장에 문섭의 차가 들어와 서는게 보인다.
기둥 뒤로 몸을 숨기고 바라보는 정원.
문섭의 차에서 신경질 적으로 내리는 연.
운전석에서 뒤미쳐 따라내리는 문섭.
격앙된 분위기의 두 사람.
문섭: 하루종일 그렇게 혼자 틀어박혀 있으니까 점점 이상해지는거야.
연: 내가 뭐가 이상한데요?
문섭: 그럼 당신이 봤다는게 다 사실이라는 거야?
연: 당신은 여전히 날 안 믿는군요.
문섭: 그럼 당신은 왜 아까 증언할 때 병원에서 그 날 그 여자와 같이 봤다 는걸 말하지 않았지?
그 자리에서 문섭을 노려보는 연, 주차장을 빠져나와
엘리베이터 쪽으로 간다.
연을 쫓아가는 문섭.
기둥 뒤에 몸을 숨기는 정원,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자
우편함쪽으로 간다.
우편함마다 열어보며 뭔가를 찾는다. 한 우편함의 고지서에서 멈추는 정원. 연의 이름이 적힌 고지서들. 연의 홋수를 확인한다.
정원, 고개를 드는데 눈앞에 문섭이 서 있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정원.
그 바람에 눈이 마주치는 두 사람.
정원을 알아보는 문섭.
문섭: 어, 안녕하세요? 일전에는 폐가 많았습니다.
정원: (어색하게) 아. 예. 부인은 괜찮으시죠?
문섭 : 예, 덕분에...
정원 : (어색하게 어쩔줄 몰라 하다가 문섭을 지나쳐서 나가며) 그럼 이만...
손에 들고있던 연의 고지서를 다른 우편함에 아무렇게나 넣고 자리를 피하는 정원. 지하주차장쪽으로 향한다.
정원과 엇갈려 나가던 문섭, 이상한 기분이 들어 다시 우편함쪽으로 간다.
정원이 고지서를 꽂은 우편함을 확인하는 문섭.
연의 고지서가 들어있다.
의아한 표정의 문섭, 정원이 사라진 쪽을 돌아본다.
S#66 신경 정신과 공사장 / 밤
불꺼진 공사장안을 정원,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불은 켜지 않고, 안쪽 창고로 간다. 창고에 불이 켜지는 게 보인다.
S#67 신경 정신과 창고 안 / 밤
캐비넷이 열려 있고, 정원, 바닥에 앉아 진료 기록철을 읽고 있다.
(의사의 목소리로)
“ 병명 : 기면증 , 수면발작증의 일종. 과대망상이나 피해망상 증세도 보임.
환자가 상담자에 대한 신뢰도는 비교적 높아 보임 .
상담시 녹음 필요. 환타지를 보는 듯함. “
캐비넷 안을 뒤진다 . 연의 상담 기록 녹음 테잎을 찾아낸다.
S#68 신경 정신과 공사장 / 밤
창고에서 나온 정원, 작업등을 하나 켜고 낮에 듣던 라디오에 달려있는 카세트 플레이어에 테잎을 집어넣는다. 카세트 테잎의 돌아가는 톱니가 빅 클로우즈 업된다.
그 위로,
(플레이어에서 나오는 소리)
의사 : 자, 시작 할까요? 지난 번에 말씀 드린 대로 지금 녹음하고 있어요.
저기 책상 위에 있는 거... 돌아가고 있죠? 괜챦죠? 긴장돼요?
(텅 빈 공사장에서 플레이되는 소리이므로 소리가 울린다.)
S#69 상담실 - 녹음 당시 장면의 화면 재현 / 오후
(앞 씬의 돌아가는 톱니바퀴 크로우즈 업 과 의사의 대사가 이어진다.
그러나, 다음은 대답하는 연의 얼굴이 실사로 보인다. 녹음되던 당시의 상담실 모습이 화면상에 재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운드는 앞 장면에서처럼 말소리들이 울린다.)
연 : ...예 ..조금
의사는 소파에 앉아 있고, 연은 긴 의자에 편안하게 누워있는 전체모습이 보인다.
의사 : 익숙해 질 거예요.
지난번에 처음 정신을 잃었을 때 얘기를 했어요.
기억나요?
연 : 그럼요...
S#70 연의 아파트- 연의 상담내용 / 플래쉬 백
-이 장면에서는 화면 속에서 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연과 의사가 상담실에서 주고받는 대화만이 들린다.
엘리베이터 안
(소리) 연 : 그 여자... 엘리베이터에서 한 번 ... 봤어요.
연과 어떤 여자 둘만이 타고 있다. 여자는 고양이를 안고 있다.
둘은 모두 층이 바뀌는 표시등만 쳐다보고 있다.
여자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뭔가 고양이에게 말을 한다 .연을 손가락으로 가르키기도 하면서 마치 고양이가 자기 아이라도 되는 양, 말을 한다. 뭔가 고양이 들으라기 보다는 연에게 들으라는 인상이 짖다.
(소리) 연 : 그리구....고양이를 빌미로 말을 걸어왔어요.
연 , 비로소 고양이쪽으로 눈길을 준다. 어색하게 고양이 주인을 향해 웃는다.
(소리) 연 : 저는...그런 식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싫어요..
그렇게 라도 해서 말을 걸고 싶어하는 여자들은 금방 알 수가
있죠.
고양이 주인, 한번 쓰다듬어 보라는 듯 연의 쪽으로 고양이를 조금 내민다.
(소리) 연 : 그러면 그 고양이를 몇 번 쓰다듬어 주기라도 해야 하쟎아요.
어색하게 웃으며 고양이를 한번 쓰다듬는다. 엘리베이터가 멈춘다. 연, 얼른 고양이에게서 손을 떼고 어색하게 고양이 주인에게 눈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소리) 연 : .... 하지만 난 고양이가 싫어요.
.... 아파트에선 그런걸 키우면 안 되는 거 쟎아요...
그리구... 고양이는 .....
연이 내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시작하면, 고양이주인, 고양이의 한쪽앞발을 자기 손에 쥐고, 마치 손을 흔들 듯 연을 향해 흔든다.
(소리) 연 : .....어머니가.... 고양이는 키우는 게 아니라고 하셨는데 ...
흔들리고 있는 앞발과는 대조적으로 무표정한 고양이의 표정, 닫히는 문 사이로 보인다.
엘리베이터 문, 완전히 닫힌다.
(소리)
의사 : 어머니가요? 왜요?
연 : ...고양이는 ..고양이는.. 복수 한다구요.... 잘못되면 .
다른 동물하고 달라서 영혼이 있다구요....
-닫힌 엘리베이터 문 , 비 내리는 발코니의 창과 오버랩 (O.L.)되고, 빗소리,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연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소리) 연 : 하지만 전 그런 건 안 믿어요.
난...., 그저 ,그 울음소리가 싫어요.
아이가 우는 것 같은 소리 쟎아요.... 그래...... 정말 똑같아.
카메라, 비 내리는 발코니에서 뒤로 빠지면 어두 침침한 실내.
연의 일산 아파트 거실이다. 연은 소파에 잠들어 있다.
고양이 울음소리 ,빗소리가 처음 보다 서서히 커진다.
연 , 잠을 깬다.
창 밖에 비가 오는 걸 본 연, 일어서서 발코니 쪽으로 간다.
발코니로 통하는 실내 유리문을 연다. 밖을 쳐다본다. 천천히 위쪽을 올려다본다.
그때 뭔가 시커먼 것이 윗 쪽으로부터 휙 떨어진다.
그 순간이 반복화면으로 보여진다.
긴 머리 여자의 머리통이 연의 창 밖으로 거꾸로 스쳐가는 순간,
추락하는 여자, 눈을 번쩍 뜬다. 연의 눈과 딱 마주친다.
연의 비명.
집 안엔 연이 그 자리에 쓰러져 있고, 창 밖을 보면 아파트 앞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가 박살난 여자의 시체가 쏟아지는 빗속에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고양이 주인여자다. 여자의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가 빗물에 흘러 아스팔트 바닥으로 퍼지고 있다.
(소리) 연 : 남편은 안 믿더군요.
체중이랑 가속도 얘길 하면서.... 너무 짧은 순간
이라구요.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의사 : 글쎄요 ... 누구도 그런 경우를 당한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남편 분이 쉽게 믿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요?
연 : 그렇죠....하긴... 맞아요.
전엔 격지 않고도 믿는 게 참 많았던 사람이었는데....
그럼 선생님은 사람들이 뭔가를 직접 겪으면 다 믿는다고
생각하세요....?
의사 : (희미하게 웃으며)글쎄요... 아닌 경우도 있겠죠...
연 : 그렇죠...아니죠.. 아니에요...
사람들은 ..말이죠 직접 겪었기 때문에 믿는게 아니에요....
사람들은 ..그게... 그게 뭐든간에 감당할 수 있을때만 ..그럴때만
뭔가를 믿어요.
(E) 탁-! (카세트 플레이어가 멈추는 소리)
S#71 신경 정신과 공사장 / 밤
플레이어에서 카세트를 꺼내는 정원, 옆에 놓아둔 진찰 기록을 본다.
(의사의 목소리)
의사 : 이 환자의 경우엔 남편과의 신뢰관계의 붕괴가 증상의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보는 환타지에 대해서는 오히려 별로 충격을
받지 않는다.
S#72 희은의 사무실 / 밤
아무도없는 텅빈 사무실에 희은만이 혼자 앉아있다.
희은 , 컴퓨터 앞에 않아 뭔가 열심히 작업중이다. 피곤한 듯 잠시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목운동을 한다. 책상 한 옆에 붙어있는 정원의
국민학교 입학사진을 보고 빙그레 미소를 짓던 희은, 전화기를 집어 든다.
S#73 교회 (목사관 안) 정원의 방 / 밤
텅빈 방안. 전화벨이 울린다.
S#74 희은의 사무실 / 새벽
수화기를 들고 있는 희은 .
신호는 가는데 받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린다.끊는다.다시 일에 몰두하려다가 순간, 생각에 잠기는 표정. 시계를 올려다본다. 새벽 2시다.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
S#75 신경 정신과 공사장 / 아침
아직 아무도 나오지 않은 텅빈 공사장. 한쪽 구석에 정원, 멍하니 서 있다. 정원, 손바닥을 내려다 본다. 손에는 아직까지 연의 전화번호가 흐릿하게 남아 있다.
손을 쥔다.
S#76 연의 집 / 아침
침대에 잠들어 있는 연. 피로에 지친 꺼칠한 얼굴이다.
울리는 전화.연, 벨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을 깬다.
계속울리는 전화벨.
수화기에 손을 대다가 잠시 멈칫하는 연. 결국 수화기를 집어든다.
연 : (경계하는 목소리)여보세요...
예..(얼굴이 굳어지며 ) 안녕...하셨어요?
여기 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네 .
.........네 . 네? 오늘요? 아니요. 네.
그럼 거기서 뵙죠. 네 .네.
전화를 끊는다. 어두운 얼굴.
S#77 삼호 호텔(10층 겔러리) / 아침
조명등을 다는 인부들에게 간간히 하품을 하면서 작업지시를 하고 있는 희은 . 조명은 지난 번 식당에서 정원에게 접시에 스파게티로 그려 보인 모양을 하고 있다.
S#78 연의 아파트 앞 / 오전
정원, 꺼칠한 얼굴. 차 안에서 연의 아파트 현관을 뚫어지게 쳐다보고있다.
연, 드디어 모습을 나타낸다. 정원, 재빨리 차에서 내린다.
연, 빠른 걸음으로 보도블록위를 걷는다. 정원, 연의 앞을 막아선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연. 뒤로 한걸음 물러선다.
정원 : 연이씨.
연 : 이게 무슨 짓이에요. 비켜요. (정원을 비켜서 앞으로 나간다.)
정원 : 연이씨. 제발...(연을 뒤따라 가다가 급해서 연의 팔을 잡는다.)
연 ,팔이 잡히자 멈춰서서 정원을 정면으로 쳐다본다.
정원 : 도와줘요...
연 : (차갑게 가라앉은 소리로 또박또박 하게) 소리지르기 전에 이거 놔요.
정원, 할 수 없이 손에서 힘을 뺀다. 연, 팔을 매몰차게 빼고 정원을 비켜서 앞으로 또박또박 걸어간다.
정원, 그런 연의 뒤에다대고, 다급하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원 : 난, 연이씨가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 있어요. 믿어요.
걸어가던 연. 잠시 휘청한다. 하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다시 계속 걸어간다.
S#79 삼호 호텔(로비 커피 숖) / 오후
연, 호텔 커피숖에 혼자 앉아 있다. 그때 누군가의 시선인 듯 다가오는 카메라. 연, 다가오는 사람을 발견하고 긴장하는 눈빛. 자리에서 일어선다.
송 여사다.자리에 앉는다. 연, 따라 앉는다.
송여사 : 얼굴이 많이 안됐구나.
S#80 신경정신과 공사장 / 같은 시간
작업 중인 창현과 인부들 , 정원은 한 옆에서 멍하니 창밖만 내다보고 있다. 창현, 작업하면서 간간히 그런 정원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본다.
S#81 삼호 호텔(로비 커피 숖) / 오후
송여사 : 거긴 언제부터 나와있었니?
연 : 석달...쯤이요.
송여사 : 그래... 너도 괴롭겠지.. 그런 일을 겪고... 누구 잘못이든 .. 얼굴
맞대고 있기 괴로울 거야.... 아이생각도 더 날거구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순 없겠지.
연 : ......
송여사 : 그래.. 서류정리는 언제쯤 할거니?
연 : 무슨 말씀이시죠?
송여사 : 무슨 말이냐니? 헤어질 생각으로 지금 그러고 있는거 아니냐?
연 : ..그런... , 그런 생각까지는 없었어요.
송여사 : ..(기가 막히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앞에 놓인 물을 마시고 컵을
내려논다.)
.....너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여전히.. 염치가 없구나.
연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염치라니요. 전 제 아들을 잃었어요.
송여사 : 난 내 아들과 손자를 잃었다! 내 아들을 이제 그만 놔줘!
연 : 붙잡고 있지 않아요!
송여사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뻔뻔스러운 년!
연 , 앉은 채 눈을 치뜬다.
송여사 : (선 채 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렇게 쳐다보지마!
다 재수없는 네년 때문이야!
송여사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연 , 앉은 채 부들부들 떤다. 자리에서 갖까스로 일어선다.한 걸음 걷다가 쓰러진다. 바닦에 쓰러진 채로 경련을
일으킨다.
사람들이 몰려든다.
S#82 삼호 호텔 (10층 겔러리) / 같은 시간
희은, 작업이 끝났다. 인부들과 인사를 한다.
S#83 신경정신과 공사장 / 같은 시간
창가에 서있던 정원의 헨드폰이 울린다.
정원: 여보세요?
(전화 속) : 강 정원 씨 되십니까?
정원 : 예 그런데요.
(전화 속) : 정 연 씨라고 아십니까?
정원 : 네? 네 압니다. 왜 그러시죠?
S#84 삼호호텔 (로비) / 오후
정원, 호텔 안으로 뛰어 들어 온다. 후론트에 무언가 묻는다. 후론트의 한사람의 안내로 안쪽으로 들어가는 정원. 직원용 의무실로 들어간다.
중앙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희은.
S#85 직원 의무실(삼호 호텔) / 오후
정원, 안으로 들어서자 연, 이제 막 정신이 들었는지 간이 침상에서 일어서고 있다.
정원과 함께 들어온 호텔 직원,
직원: 손님, 정신이 좀 드십니까?
연, 고개를 돌려 정원을 보곤 깜짝 놀라.
연 : 저 사람.... 어떻게
직원 : (연에게 명함을 한 장 내밀며) 아무리 뒤져도 연락처가 손님 외투
주머니에 이것 밖에 없길래 제가 연락 드렸습니다.
연, 받아들면 일전에 정원의 차에서 받았던 명함이다.
정원과 연 , 서로를 쳐다본다.
S#86 삼호호텔 로비 / 오후
희은 로비를 걸어 나가다가 한 옆의 선물 코너에 눈길이 멈춘다. 체크무늬 우산이 진열되어 있다. 희은, 그 가게로 들어간다. (가게 밖에서 본 모습) 우산을 고르는 희은 , 우산의 값을 지불하고 가게 유리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연을 부축한 정원이 앞을 지나간다.
가게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이를 지켜본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희은.
S#87 연의 아파트 / 늦은 오후
정원의 부축을 받으며 연, 안으로 들어온다. 긴 소파에 앉는 연.
정원, 서서 가만히 있다.
말이 없는 두 사람, 정원 어색해 하며 나가려한다.
연 , 말문을 연다.
S#88 거리 / 저녁
희은 번화한 거리(예를 들면 명동같은 )를 걷고 있다. 손에는 낮에 호텔에서 산 정원의 우산을 든 채. 정신이 나간 듯 멍한 표정이다. 거리에는 하나 둘씩 네온등과 간판의 불들이 들어오기 시작 한다.
S#89 연의 아파트 / 저녁
연, 정원과 식탁에 마주 앉아 있다.
연 : 나도 그게 왜 보였는지는 몰라요. 그냥 보였어요.
정원 : .....어릴 때 항상 같은 악몽을 꿨어요... 잘... 설명이 안 되는
연 : ...(얼굴이 굳어 진다.)... 그래요?
정원 : ... 7살 전에 기억이 없어요. 아버지가 산동네에서 개척교회 하실
땐데.. 그때 거기살던 집에서 내가 연탄 가스를 마셨데요. 그래서
기억이 없는 거래요. 그일 이후로 아버진 다른 동네로 옮기 셨데요.
그래서 정말 아무 것도...
연 : ...정말...알고.... 싶어요?
정원, 고개를 끄덕인다.
연 : (망설이다가) 전에... 당신 같은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 알고나서 많이 힘들어 했어요.
정말 알고 싶나요? 그게... 뭐라도?
정원 , 결심한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연, 일어서서 식탁의 불을 끈다. 완전히 어두워진 실내, 실루엣만이 보인다.
연, 자리에 와서 앉는다. 식탁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연 : 꿈 얘기 해봐요.
정원 : ....생전... 처음 보는 동넨데....
어둠 속의 두 사람, 점점 멀어 진다.(카메라 뒤로 빠진다.)
S#90 정원의 과거 - 환타지
(화면은 과거임을 느끼게 하는 낡고 흐릿한, 몽환적인 분위기이고 ,뮤직비디오 식의 짧은 몽타쥬로 이어진다., 장면 안의 사람들의 말소리는 에코우 처리되지만, 장면 전반에 사운드로만 흐르는 정원과 연의 질문과 대답은 울림이 없는 소리로(굵은 글씨로 표기) 이어진다.)
아이들이 흰 연기를 뿜고 지나가는 소독차를 따라 사라진다.(슬로우 화면) 소독차의 연기가 서서히 사라지면, 동네의 모습이 드러난다.
정원의 꿈에 나타난 적이 있는 70년대 달동네다.
아무도 없는 골목 안,
담장에 기대어 어린 정원(5살 가량) 이 앉아있다. 골목 안을 들여다본다.
골목 안 어느 집 열린 대문으로 돌잡이쯤 되는 아가가 아장아장 혼자 걸어 나온다.
골목 끝에선 커다란 청소차가 골목 안을 향해 후진하고 있다.
아가, 청소차 뒷바퀴에 깔린다. 정지하는 차 , 운전사 뛰어 나온다.
아가를 보고 놀라는 운전사 그 앞에 맨홀 뚜껑을 열고 아가의 시체를 던져 넣고 뚜껑을 덮는다. 차를 몰고 사라진다.
5살 소년, 맨홀로 가본다. 맨홀 뚜껑의 구멍으로 아가의 손가락이 보인다.
(구멍 가게 안)
어린 정원 ,술 취한 남자의 손을 잡고 가게에 서 있다. 소주 한 병을 사는 남자.
연 : 누구죠?
정원 : ...아버지... 우리 진짜 아버지...
가게에 몰려 있는 동네사람들의 목소리(에코우)
- 애가 없어졌데. 보름째.. 못 찾았데 누가 우리네 같은 사람들 애를
유괴할까..
- 애 없는 집에서 키우려고 데려간 거 아닐까?
어린 정원 , 몰려있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한다.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돌아보는 동네사람들.
정원 : ...저기 땅 속 구멍에 있어요....
(골목안 )
사람들이 웅성대며 몰려 있다. 멘홀 뚜껑이 들려 진다. 아이의 어머니 기절하고...
사람들 웅성대는 모습.
멀찍이 바라보던 소년의 아버지, 옆에 있던 소년을 내려다 본다.
(골목 안 )
7살 가량의 정원, 자기 집 대문 앞에 앉아 있다. 옆에는 여동생인지 더 어린 여자아이가 같이 앉아 있다. 대문 한 구석엔 깃발이(점보는 집을 표시하는) 꽂혀있다. 대문엔 “신동 보살 집” 이라고 적혀 있다.
또래의 아이들 책가방을 메고 지나가다가
다가온다 가방에서 종합장을 꺼낸다. 언젠가 꿈에서 본 빨강 ,노랑, 파랑의 삼단으로 칠해진 페이지를 보여준다. 거기엔 역시 꿈에서 본 다섯 개의 빨간 동심원이 있다.
어린 정원 : 이게 뭐니?
소년 : 잘 했다는 표시 . 선생님이 해줘. 다섯 개가 최고야.
유심히 들여다 보는 어린 정원.
(다른날)
젋은 날의 강목사 , 리어커에 모형으로 지은 교회를 언고 , 밀면서 골목을 내려온다.
동네 아이들이 리어카주변에 따라붙어서 신나게 함께 밀며 내려오고 있다.
강목사 , 대문을 빼꼼히 열고 내다보는 어린 정원과 눈이 마주친다.
다른 아이들은 리어카를 몰고 내려가고, 강목사 정원에게 다가 온다.
강목사 : 교회 가고 싶니?
정원 , 말을 않고 부끄러운 듯 땅만 쳐다 본다. 고개를 옆으로 젓는 정원.
강목사 : 그럼 뭐 하고 싶어?
어린 정원 , 땅만 쳐다보고 있다
연 : ...뭐 하고 싶어요 ?
정원 : ...학교 가고 싶어....
강목사 정원을 쳐다본다.
안에서 정원의 아버지 나와서 대문을 닫는다.
(방안 )
어린 정원 , 상 앞에 앉아 있고 옆에는 여동생이 놀고 있다. 상의 맞은 편엔
아주머니와 할머니 둘이 앉아서 정원의 얼굴만 빤히 들여다 보고 있다.
방의 여기저기엔 부적들과 보살 그림들이 붙어 있다.(점치는 집의 모습)
정원, 아무말도 않고 상위의 부적을 써 주는 노란 종이에 빨깐 물감을 뭍힌 부적쓰는 붓으로 다른 아이의 종합장에서 봤던 다섯 개의 동심원만 열심히 그리고 있다.
수근 거리는 아주머니와 할머니, 정원의 아버지 방으로 들어온다.
사람들은 나가고, 정원의 아버지, 정원을 때리기 시작 한다. 옆에 있는 정원의 여동생의 겁에 질린 얼굴. 울지도 않는다.
(방안 /밤)
어두운 방 안, 정원의 아버지는 잠들어 있다. 옆에 굴러다니는 술병으로 보아 술에 잔뜩 취해 잠든 것임이 분명하다. 정원 ,얼굴이 맞아서 부어있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부엌에서 연탄 화덕을 들고 방으로 들어온다.
연 :... 뭐 하는 거에요...?
정원 : .... 지난 주에 우리 옆집 세 식구도 이렇게 해서 갔어... 어른들이
그랬어....죽어서 편해 졌대....
불이 지펴져 활활 타는 화덕을 방안 머리맡에 논다.
연 : ..동생은 ...?
정원 : ... 은영이 ? ..은영이는 괜챦아... 내가 ... 잘 해놨어..
걔는 안전해...
어린 동생을 깨운다 . 벽장을 열고 그 안에 들여보내고, 젖은 수건으로 벽장 틈을 막는다.
어린 정원 , 아버지 옆에 눕는다.
(다음날/ 새벽)
정원의 집이 전소 되어 있다. 사람들은 몰려와 있고 소방차와 소방대원 들이 있다.
들것에 실려나가는 정원 아버지의 검게 탄 시체, 어린 정원, 얼굴이 그을려서 구조대원의 팔에 안겨 나오다 눈을 뜨는 정원, 타버린 집을 보고 놀라는 정원, 그때, 타서 형체만 남은 방안 의 벽장 안에서 입은 옷 째 검게 타서 숯처럼 되어버린 여동생의 시체가 소방대원에
의해 꺼내 진다 이를 본 어린 정원,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공포에 질리다 정신을 잃는다.
정원의 울음소리 점점 커진다.
S#91 연의 아파트-다시 현실 / 새벽 녘
(앞 씬의 정원의 울음소리가 이어진다.)
창엔 푸르스름하게 동이 터 오고 있고, 식탁 아래에 내려앉아서 울고 있는 정원을 연이 끌어안고 있다. 정원, 두려움에 질린 듯 한 울음소리로 거의 숨이 넘어갈 듯 .마치 그때당시의 나이로 돌아간 듯 연에게 어린아이처럼 매달려 울고 있다.
(아직은 어두운 실내의 실루엣으로 보이는 모습이다.)
S#92 희은의 사무실 / 새벽
창밖이 희푸옇게 밝아오는 새벽의 아무도 없는 사무실. 아직 어둑한 사무실에 컴퓨터 모니터만이 켜져있고 희은, 그 앞에 혼자 앉아있다.
멍하니 생각에 잠긴모습. 초췌한 얼굴이다. 한 손으론 무의식적으로 어제 호텔에서 산 우산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그때, 컴퓨터에서 경쾌한 벨소리가 울리며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라는 멘트가 나온다.
생각에 잠겨있던 희은, 반사적으로 마우스를 잡고 메일을 연다.
메일을 열자 ,음성 카드다. 배경음으로 경쾌하게 편곡된 웨딩마치가 깔리면서 친구 수정의 목소리로 :
“야, 어제 밤 꼬박샜어!! 청첩장 시안 보낸다. 검토하고 전화줘, 기집애 결혼 축하한다.”
화면가득 컴퓨터로 합성한 정원의 국민학교 입학사진과 희은의 비슷한 시절의 사진으로 꼬마 신랑 신부를 만든 청첩장 겉표지 디자인이 뜬다. 경쾌한 축하음악이 계속 흘러나온다. 희은, 갑자기 울컥하고 참고 있던 울음이 쏟아진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울리는 희은의 울음소리.
S#93 교회 목사관 / 새벽
강목사 , 걱정스러운 얼굴로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책상 앞 탁상 시계는 5시를 가르키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창밖을 내다 본다.
S#94 문섭의 차안 / 오전
운전중인 문섭, 헨드폰이 울린다.전화를 받는 문섭.(핸즈프리로 되어있어 차안에 통화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문섭 : 여보세요.
최씨 : 아.. 사장님. 저 쵭니다.
문섭 : (반갑지 않은) 아..예.
최씨 : 일전에 부탁드린거 어떻게 되가나 해서요.
문섭 : 제가 생각해 보겠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최씨 : 아이.. 왜그러십니까...
그동안도 신세 많이져서 죄송도 하고, 박사장님도 번번히 귀찮으실텐 데요.. 저두 이제 늙어서 이일도 힘들고...그래도 앉아서 할 수 있는
구멍가게라도 있으면 사장님께 폐도 안끼치고 좋지 않습니까...
문섭 : (차갑게) 제가 다시 연락드리죠.
최씨 : 그러시겠어요?
참, 출두명령서가 왔더라구요.. 이번달 3일인가... 가만있어
그럼, 낼인가....
문섭 : (분노를 억누르며) 알았습니다.
최씨 : 사장님도 오시죠? 그럼 낼뵙겠습니다.
문섭, 전화를 신경질적으로 끝어버린다. 끓어오르는 분을 참으려하지만 결국 분을 이기지 못하고 차를 갓길에 급하게 세운다. 문섭, 헨들을 마구 내려치며 소리를 지른다.
S#95 연의 아파트 / 아침
연의 침대에 잔뜩 웅크리고 누워서 잠들어 있는 정원, 얼굴은 야위고 핏기 하나없이 창백하다. 간간히 몸을 떨면서 경기를 일으키고 마치 신열에 들 뜬듯 작은 신음 소리도 낸다.
카메라, 정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침대를 따라 발쪽으로 쭉 내려오면 바닥에 앉아서 침대 끝에 기대어 무릎을 안고 웅크리고 있는 연. 간간히 들리는 정원의 신음소리에 몸을 움찔움찔 하면서 마치 안락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처럼 몸을 앞뒤로 왔다갔다한다.이때부터 잘 알아 들을 수 없는 자장가가 조금씩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
(정숙의 목소리로 부르는 건조하고 섬뜩한 노래,
가사를 처음엔 알아들을 수 없지만, 점점 자장가 소리가 커지면서 가사을 알아 들을 수 있게된다.
가사; “ 세상에 모든 아가들은 엄마를 파먹고 어른이 되지...파먹힌 엄마의 눈은 초롱초롱 아가의 눈.... ”)
카메라 연에게 서서히 다가가자 몸을 흔드는 정도가 점점 심해진다. 카메라, 연의 얼굴가까이 다가왔을 때 앞뒤로 흔드는 어깨를 잡아 멈추게하는 손.어깨를 끌어안는다. 자신의 무릎을 안고 있던 손을 풀고 안긴다. 정숙이 연을 안고있는 것이다.(연, 정숙에게 안기면서도 마치 노래가사에 반항하듯이
울면서 아니야..아니야..를 뇌까린다.)
S#96 제OOO호 법정 / 낮
재판이 진행 되고 있다. 방청석엔 문섭이 나와 앉아 있다. 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문섭, 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문섭, 자꾸 문 쪽을 쳐다본다.
판사 : 증인, 최 봉석 씨 나왔어요?(변호인석을 향해)
변호사 : 네.
변호사의 말에 긴장하는 문섭,
경비원 최 씨, 증인석으로 나온다.
나오면서 방청석의 문섭과 눈이 마주친다.
뭔가가 오가는 눈빛 , 계속 불안한 듯한 문섭.
(시간 경과)
최씨, 한창 증언 중이다.
최씨 : ...네 , (문섭이 있는 쪽을 한 번 쳐다 본다) 그러니까 제가 일산에서
온 새댁 아, 정 연씨의 장바구니를 그 ..저 에레베타까지 들어다 줬죠.....
S#97 최씨의 증언 - 플래쉬 백
(화면은 연이가 법정에서 증언 했을 때와 같은 톤으로,화면은 묵음이고 최씨의 법정안에서 하는 증언 만이 들린다.최씨의 증언은 굵은 글씨로 표기. )
최씨: 네... 그리구 조금 있었는데.... 난리가 난 거에요 그래서 뛰어올라
갔죠.
정숙의 집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카메라, 헨드헬드다. 마치 경비원 최씨의 시점인 양.
집안은 연 이 지난번 증언했던 것과 똑같은 모습 .
한 여자는 발코니에 서 있고, 다른 한 여자는 장바구니를 든 채 서 있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옷차림은 연이가 지난번 법정에서 증언했을 때의 장면과 동일하다. 경비원 최씨, 화면안으로 들어오면 장바구니를 들고 넋이 나간 여자가 화면 쪽을 쳐다본다 . 연이 아니다. 정숙이다. 여자가 고개를 카메라 쪽으로 돌릴 때, 그 화면 위로,
최씨: 정 연씨... 이었어요. 장바구니를 든 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더라구요.
발코니에 있는 연은 아무 표정이 없다. 그 화면 위로,
최씨: 저기 저 문 정숙씨는 정신이 아주 나갔더라구요 . 서 있기는 한데,
눈이 이렇게 넋이 나가서 는 ... 한눈에도 평소하구는 달랐어요.
S#98 다시 법정
(위의 최씨의 증언이 사운드로 이어진다.)
최씨 : ..... 제정신이 아닌 것 같더라구요.
변호사 : 그러니까 정상적인 정신상태라고 보여지지 않았다는 말씀이시죠?
문섭, 안도의 숨을 쉰다. 최씨 문섭의 표정을 살핀다.
S#99 신경 정신과 공사장 / 아침
창현이 혼자 나와서 작업을 지시하고 있다.
정원, 천천히 입구에서 들어온다. 창현, 정원을 보고,
창현 : 야! 너 어제 어떻게 된거야 , 도데체 어딜 가면 간다고 얘길 해야지
정원 , 아무 말이 없자.
창현 : ......(머슥 해져서 ) 걱정 했잖아.....
야, 저기(턱으로 한 구석을 가르킨다)
정원, 희은을 보고 놀란다.
희은 :(무표정하고 냉담하게)
집에갔더니 어제부터 안들어왔다길래 이리로 왔어.
정원 : (당황해서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머뭇거리다가) 어... 저... 어젠...
희은 : 나 서울역까지만 태워다 줄래?
정원 : 서울역? 어디...가?
희은 : 엊그제 삼호호텔 일 끝났어.
그 동안 너무 지쳤었나봐 잠깐 여행 좀 하려구.
정원 : 여행?
희은 : 창현아 미안하다. 오자마자 또 빼가서.
창현 :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희은의 기세에 눌려서) ..그. 래.
S#100 거리(정원의 차 안) / 오후
길이 막힌다. 하늘에선 곧 비가 쏟아 질 듯 우중충한 날씨다.
정원의 차도 막힌 길 위에 서있다.
희은, 말없이 차창 밖을 쳐다본다.
(차창밖 도로옆의 모습. 희은의 시점으로 )
커다란 교회가 있다 . 사람들이 교회에서 나온다 장례미사가 있었던 듯 모두 어두운 색의 옷들이다 엄청난 신도다. 모두 손에 금칠이 된 성경책을 들었다. 교회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파들 ....
지루하고 답답한 공기를 뚫고 희은, 입을 연다.
희은 : 옛날에 어떤 마을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마을 사람들은 믿음이
좋기로 유명했데,
마을 전체가..
근데 어느 핸가 가뭄이 들어서 몇 달째 비가 오지 않았어 그래서
그 마을 사람들은 교회에 모여 비를 내려달라고 기도하기로 했지.
마을 사람 전부가. 그리고, 믿음이 좋다고 소문이 나있던 이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도를 하느님께서 꼭 들어줄거라 믿는
사람들이었어 기도가 끝나면 반드시 비를 내려 주실 거라고 말이지...
그런 기도란 건 믿는 다는 게 중요 하잖어?
꼭 비를 내려 주실 거라는 확신 같은 거.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예배당에서 기도를 했대..
그리구 아주 긴 기도가 끝나 모두들 교회 밖으로 나왔데..
나왔는데..
정원 : (창 밖을 쳐다보며) 안 왔구나?
희원 : 아니 .. 왔어.
온거지.. 기도대루..
정원 : 끝이야?
희원 : 응 ,끝이야
정원 : 싱거운 얘기네...
희원 : 끝이야...
근데..... 그 마을 사람들, 그러니까 교회에 모인 사람들 중에
우산을 가지고 온 건 꼬마아이 하나 밖에 없었대.....
비가 올거니까... 기도를 하면 비가 올 거니까
우산을 준비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하나였대...
정원 : (지금까지 앞만 쳐다보고있던 정원 희은을 쳐다본다) .....
희은은 정원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다는 듯 여전히 차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밖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갑작스런 소나기에 교회에서 나오던 사람들 황급히 손에든 성경책을 누가 먼저랄 것 도 없이 머리위로 얹어 비를 막는다. 그 바람에 금 칠한 성경책이 반짝반짝 사방에서 번쩍거린다.
교회 문 밖으로 빠르게 달려나가는 사람들.
희은 : (멍하니 희은을 보고 있는 정원을 대신해서 와이퍼를 켜며)
사람들 참 이상해 ....
교회가 더 가까운데두 다시 ....들어가는 사람은 없다... 그지?
흠뻑 젖어두..... 다시 돌아가겐.... 안되나.. 봐....?
정원 : ........
희은 : (가방 안에서 흰 카드봉투를 꺼내서 손에 쥔다. 정원에게 주려다
말고 못참겠다는 듯)
너는 .. 도데체 내가 모르는 비밀을 몇 개나 더 가지고 있는 거니?
정원 : (놀라서) 무슨..
희은 : 나.. 엊그제 삼호호텔에서 널 봤어.
정원 : (깜짝 놀란다)저.. 희은아 .. 그건..
희은 : 싫어! 입다물어.입... 다물어. 지금은 안들을래. 지금은...
(흰 봉투를 건네며) 청첩장 시안이야.
갔다와서 얘기하자.
정원 : (청첩장을 받고 어쩔 줄 몰라하며)저.. 희은아...
지금..지금 다 설명할 수 없지만... 나..
희은 : (정원의 말을 자르며)안되겠다... 너무 늦겠어. 나 전철 타구 갈게.
(황급히 몹을 돌려 차 문을 연다.)
정원 : (나가려는 희은의 손목을 잡는다.) 저...
(뭐라고 해야할 지 몰라) 우산두 없쟎아...
희은, 가방안에서 우산을(정원에게 주려고 호텔에서 산 그 우산이다.) 꺼내서 하늘을 우산으로 찔러 보이며,
희은 : 오늘 비오라구 내가 기도한 거야. (차 문을 닫고 달려간다.)
멍하니 희은의 모습을 차창으로 바라보는 정원 , 성경책으로 머리를 가린 신도들 틈에 작은 체크무늬 우산을 쓴 희은 . 지하철 입구로 사라진다.
복잡한 표정의 정원.
S#101 제 OOO 호 법정 / 낮
모두기립, 판사가 들어와 앉는다. 모두 착석.
방청석에는 문섭과 연이 앉아있다. 같은 자리가 아니라 떨어진 자리에 앉아있다. 문섭은 계속 연을 쳐다 보지만 , 연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피고석엔 초최하지만 역시 단정한 모습의 정숙, 동요 없는 표정으로 앉아있다.
판사 , 판결문을 읽어 내려간다.
판사 :... 이에 피고 문 정숙을 국립 정신병원 보호감호에 처한다...
일제히 소란스러워지는 법정, 연, 정숙을 본다. 표정의 동요가 없는 정숙.
S#102 교회 앞마당 / 오후
비가 내리는 교회 앞마당에 정원의 차가 들어온다. 정원, 차를 세우고 앞을 쳐다본다. 퍼붓듯이 내리는 비, 와이퍼가 쉴새없이 움직인다. 정원 차에서 내리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다.운전석 앞창에 꽂아둔 청첩장 봉투를 집어 든다. 정원, 봉투를 손에 든채 가만히 쳐다보다가 눈물이 고인다.정원, 봉투를 열어 청첩장을 꺼내어 본다.청첩장의 겉표지로 클로우즈업 해 들어가면 정원의 초등학교 입학사진과 꼭 그때쯤의 어린희은의 사진을 합성해서 나란히 세워놨다. 그런데, 어린희은의 얼굴이 정원의 과거기억 속의 죽은 여동생 은영과 똑같은 얼굴이다. 정원의 울음섞인 숨소리가 겁에 질린 거칠은 숨소리로 변한다. 차의 앞유리창엔 사정없이 비가 퍼붓고, 정원의 숨소리는 점점더 공포에 질린다. 겁에 질린 정원의 어깨너머 앞 유리창엔 쏟아지는 빗속에 교회의 십자가와 교회의 전경이 보인다.
S#103 법정 밖 / 낮
법정을 빠져 나오는 방청객들로 소란 스러운 복도.
연, 역시 나오는데, 문섭 뒤에서 연을 따라나온다. 계단을 내려와 중앙홀에 이르자 갖까스로 연을 따라잡은 문섭.
문섭, 연의 팔을 잡는다.
고개를 돌려 문섭을 쳐다보는 연.
문섭 : 어머니 만났단 얘기 들었어.
연 : 곧 서류 준비 할께요.
문섭 : 그러지마. 이제 다 끝났쟎아. 집으로 들어와.
연 : 뭐가 다 끝났는데요? 당신은 여전히 날 의심 하쟎아요.
S#104 교회 목사관 강목사의 서재 /
비에 흠뻑젖은 정원, 강목사의 서재 문을 연다.
강목사는 없고 강목사의 책상을 정리하고 있던 영서 문열리는 소리에 깜짝놀라 돌아본다.물을 뚝뚝 흘리고 서 있는 정원을 보고 놀라서
영서 : 깜짝이야 .. 오빠.. (다가오며) 어머 다젖었네...
정원 : 아버지 어디계시니?
영서 : 아버지? 은행에.. 지점장님 만나러 가셨어... 오빠 괜찮아?
S#105 법원 2층 복도 /
교도관2 밖으로 나와서 살피면 복도에 좀전의 방청객들은 모두 빠져나갔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는 교도관2. 카메라가 교도관이 사라지면 복도 난간아래로 쭉 내려와 보면 법원 홀에 서서 실갱이를 하고있는 연과 문섭.
문섭 : ...아니야. 나도 이번 일을 받아 들이기 쉽지 않았어 힘들었어.....
연 : ..힘들었어요? 나만큼...이런 얘기 더 이상 하고싶지 않아요.
연, 문섭의 팔을 뿌리치며 현관쪽으로 걸어나가고 문섭, 다시 연을 뒤따라가 팔을 잡는다. 법원현관 유리문밖으로 호송차가 와서 서는 게 보인다.
S#106 교회 목사관 / 정원의 방 /
방안으로 들어온 정원, 침대에 힘없이 걸터앉는다. 뒤미처 타월을 들고 따라 들어온 영서.
영서 : (침대 옆에 앉아서 타월을 건네며) 얼굴 좀 닦아. 옷은 빨리 벗구..
정원 ,영서에게서 타월을 받아들고 얼굴을 닦는다.
영서 : 오빠, 어디 아퍼?
정원 : 아니. 좀 피곤해서 그래 ...
영서 : 어젠 어디서 잤어? 아버지랑 걱정 많이 했어.
정원 : (의미 심장하게 부른다) 영서야....
영서 : ? (아무느낌 없이 말똥말똥)
정원 : 너... 넌, 어머니 얼굴 기억 나니?
영서 : 응(푸-웃으며)? 나지.
정원 : ..아니.. 사진 말고... 기억나?
영서 : (말도 안된다는 듯이)내가 그걸 어떻게 기억해.
나자마자 돌아가셨는데... 그런 오빤 기억나?
정원 : (생각에 잠겨서) ..아니... 안나...
영서 : (장난스럽게) 엄마보구 싶으면 내얼굴 봐 .
엄마랑 붕어빵이라쟎아.
정원 : .....(가만히 영서를 쳐다본다.) 영서야 ..난?
영서 : 뭐가?
정원 : 난... 닮았니?..
영서 : (엉뚱하다는 듯이) 엥?
후후.. 오빠랑 아버지랑은 성격이 똑. 같. 애!
그럼. 젖은 옷은 갈아입구 자.
(침대에서 일어나 문으로 걸어나가다가 말고 마침 생각났다는 듯이)
참! 오빠, 그때 그 사람한테 성경책 돌려줬어? 정 연인가 그사람.
정원 : (놀라서 영서를 쳐다본다.) 아니, 왜?
영서 : 으응.. 어제 권사님한테서 들었는데,
그여자, 좀 안좋은 일이 있었더라구.. 글쎄, 아이가 죽었대.
우리 교회에서 장례예배했나봐. 아버지도 기억하시더라구.
정원 : 아이가... 죽어?
S#107 법원 홀/
이층 복도 난간 앞에 교도관 둘에 팔이 붙잡혀 나오고있는 정숙,
정숙 무표정하게 복도를 지나다가 홀에서 서서 실강이를 하고 있는 연과 문섭을 발견한다.
정숙, 갑자기 몸을 휘청한다. 정숙을 부축하려고 팔짱을 푸는 교도관.
정숙 : (큰소리로 연을 향해) 연이야!
연, 사색이 된다.
정숙, 난간 아래로 몸을 날린다.
정숙의 시체, 난간 아래로 추락하며 연의 눈앞에 떨어진다.
하얀 대리석 바닥에 피가 흘러나온다. 연, 패닉한 상태로 거의 발작에 가까운 비명을 지른다.
S#108 정원의 방 /
영서 : 글쎄...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병은 아니구 무슨 사고였나봐.
정원 : 사고? ... 화재사고... 같은 거 말이야?
영서 : 응? 불 ? 아니. 몰라.
그것까지야.... 모르지. 그럼 좀 자 .아버지 오시면 깨워줄게.
그때, 전화벨이 울린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정원.
S#109 연의 아파트 / 오후
정원 , 급하게 집 안으로 들어선다.
연, 거실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떨고 있다.
정원, 연에게 다가간다.
정원 : 연이씨...(어깨에 손을 얻는다.)
연, 온몸을 떨며 얼굴을 든다. 온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다.
무릎을 감싸고 있던 손을 풀며 정원을 와락 껴안는다.
정원 :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연 : 너무 ..너무 무서워요.... 무서워요.... 무서워....
정원씨 내 말 다 믿는댔죠. 다 믿는 댔죠?
정원 : 그래요.. 믿어요... 연이씨 믿어요.... 믿으니까... 진정해요...
연 : (울면서) 알고 싶다고 했잖아..알고싶다고..당신도 언니도..
난...난... 사실을 알려준 것 뿐이야...(운다..) 내가 뭘 잘못했지..
내가..난... 언니가 너무 불쌍해서 ...알려준 것 뿐인데...
내가 ...내가.. 뭘 잘못했죠? 정원씨, 당신도.. 당신도 알고 싶댔잖아
그랬잖아 ..도와달라고.. 도와달라고 했잖아...
정원 : 무슨 소리에요? 연이씨, 왜이래요?
연 : (정원의 말은 들리지 않는 다는 듯 갑자기 정원을 똑바로 쳐다보며
정색을 하고)
정원씨 , 정원씨 나 미워요? 당신..당신..기억 다 알게 해줘서...
나 원망하나요?
정원 : (괴로운 듯 얼굴이 일그러진다)...아니에요. ..원망은 안 해요 ...
하지만.... 힘들어요....(눈물이 고인다.)
연 : 나 믿죠 ? 믿는 거죠?
정원 : (힘겹게) ......... 그래요....
(그러나, 정원, 뭔가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는 듯한 눈빛이다.)
S#110 병원 중환자실
의식을 잃고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머리에 붕대를 감은 정숙.
산소호흡기에 의존하여 침대에 누워있다.
S#111 병원 중환자실 밖 / 복도
인수가 복도 의자에 앉아있다.
S#112 연의 아파트 / 아침
연은 긴 소파에 담요를 덮고 잠들어 있다.
정원, 담요를 잘 덮어주고 집을 나온다.
S#113 연의 아파트 현관 밖 / 아침
정원, 현관문을 살며시 닫는다. 몸을 돌리는 데 현관 앞에 떨어진 조간 신문이 발에 채인다.
신문의 일면 사진 - 피가 낭자한 법원의 대리석 바닥.- 정원, 신문을 집어든다.
신문 타이틀 ;
“ 과천아파트 주부 아이살해사건 피고인
유죄확정판결 받고 법정 자살기도!
무심코 신문을 읽어내려가던 정원, 두려움에 휩싸인 표정.
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문섭이 나온다.
두 사람, 서로를 알아 본다.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F.O.)
S#114 연의 아파트 앞/ 밤
부감으로 잡은 아파트 광장.
검은 승용차와 흰색 앰블런스가 같이 아파트 단지 안 주차장으로 조용히 들어오고 있다.
흰색 앰블런스에는 “*** 정신요양원” 이라는 글씨는 새겨져 있다.
S#115 정원의 방 (목사관 內 ) / 밤
불꺼진 방안 , 정원 침대위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머리를 감싸쥔다. 흐느낀다.
침대 옆에는 정숙의 법정 자살기사가 난 신문들과 연의 법정출두 명령서가 아무렇게나 널려있다.
S#116 연의 아파트 / 밤
초최하고 불안정한 모습의 연, 커튼을 살짝 들치고 밖을 본다.
(연의 시점)아파트 앞 광장에 앞서서 본 검은 승용차가 서고 뒤에 흰색
앰블런스가 나란히 선다.
검은 승용차에서 장정 두 사람이 나온다.
S#117 병원 중환자실 / 밤
정숙, 갑자기 호흡이 가빠오기 시작한다. 호흡기에서 요란하게 경고음이 울린다.이를 발견한 중환자실 간호사, 급하게 의사를 부르러 뛰어간다.
S#118 정원의 방 (목사관 內 ) / 밤
정원의 방 문이 열린다. 강 목사다.
인기척에 울음을 멈추는 정원.
강목사 불을 켜려하자 ,
정원 : (다급하게) 불 켜지 마세요! 불..켜지마세요.
강목사 , 불을 켜지 않고 방 안으로 들어온다.
강목사 : 왜그래? 무슨 일..있었니?
정원 : 아버지...
강목사 : ..그래..
정원 : 저.. 아버지...
정원 : 아버지, 저 ..... 저 아버지 아들 맞죠? 아버지 ..아버지 저 낳으셨죠?
놀라서 아무말 없이 한 참을 서 있다가,
강목사: (떨리는 목소리로) 왜그러니? 혹시 너 희은이랑 무슨일 있었니? ....
정원 : 대답.. 해주세요. 아버지.. 저.. 아버지 아들이죠?
강목사 : 정원아.. 나는 .. .나는 지금 참.. 행복하다...네가 이렇게 잘 자라서
희은이 같이 밝고 얘쁜 아이랑 결혼하게도 하게되고...
평생소원이던 내 교회도 갖게되고....
정원: ... 아버지!
강목사 : 그래... 네가 태어난 이후... 그 이후로..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
정원 :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럴 줄 알았어요.
강목사 , 다른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조용히 방을 나간다.
정원, 침대에서 일어나서 정신나간 사람처럼 제자리를 돌며, “그럴 줄 알았어” 란 말만 자신에게 다짐 하 듯 중얼거린다.
S#119 연의 아파트 앞 광장 / 밤
차 안에서 나온 두 장정, 연의 아파트발코니 쪽을 한 번 올려다 본다.
카메라, 뒤에 세워져 있는 검은 승용차 안을 비추면 .
뒷좌석에 문섭이 앉아있다.
S#120 병원 중환자실 복도 /밤
급하게 중환자실로 뛰어들어가는 의료진들 . 복도에 있던 인수, 자리에서 일어선다.
S#121 정원의 방 (목사관 內)
전화벨이 울린다.
정원 ,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는다.
(E)연 : 정원 씨, 어디 있어요? 날 좀 도와줘요.
집밖에 이상한 사람들이.... 우리집을 지켜보고 있어요.
무슨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요.
지금 , 지금 지금 빨리 와줘요.
정원 : 연이씨...저...연이씨.. 내말 잘 들어요. 나는..난...지금..
아니... 이제..... 갈 수 없어요. 아니, 아니..아니다...안가요...
그래...난 안가요...
(E)연 : 정원씨 왜 그래요? 무슨 소리에요?
정원 : ... 당신 왜 아이 얘기 나한테 하지 않았죠?
(E)연 : (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가만히 있다가)
아기?....내 아기?...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죠?
도데체 어디서 무슨 얘길 들은 거죠?
정원 : 연이씨 잘들어요... 이건 ...이건 병이에요.. 감기나.. 뭐.. 그런거
같은... 병이에요.. 고칠 수 있어요...고칠 수 있어요...
더 이상 나를 혼란스럽게 하지 말아요.
(E)연 : 내가 당신을 혼란스럽게 한다구?
당신하고 내가 본건.. 그건 어떻게 설명하지?
내가 본, 당신이 본. 당신의 그 기억들은 어떻게 설명하지?
정원 : 그건... 그건....
몰라.. 난 ..난 그런 건 ... 우리 아버지..우리 아버지가 아니랬어
나... 나.....그냥 ..우리 아버지 아들 이랬어... (운다)
(E)연 : 사실을 알고 싶다고....진실을 알고 싶다고...흥...그래...
감당할 수 없는 사실은 사실이 아니지....
감당못할 진실은 진실이 아니야...그래... 또 내가 잊고 있었어...
내가...내가.. 잊어버렸어...
정원씨...당신 ... 지금 ... 날 원망 하고 있지? 그렇지?
똑 같아 ....똑 같아.... 정숙 언니도 너도 ....
정원 : ... 아니야.. 아니야...아니야..... 아니야!
S#122 도로 / 새벽
정원의 차, 자동차가 거의 없는 도로를 전 속력으로 달려간다.
S#123 중환자실 / 밤
정숙의 주위에 몰려있는 의료진,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있다.
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정숙, 극박하게 재시도 해 보는 의료진.
S#124 정원의 아파트 / 새벽
정원, 불을 켜지 않고 , 거실로 걸어 들어온다. 현관에 놓인 철재의자를
하나 집어든다. 눈을 감은채 식탁으로 뛰어온다. 눈을 감은채 미친 듯이
식탁위에 설치되어있는 조명들을 의자로 쳐서 박살을 낸다. 눈을 감고 마구 휘두르기 때문에 주위에 있는 집안 살림들도 마구 부서진다. 조명등이 있을만한 곳을 휘두르더니 마지막으로 식탁 앞에서 의자를 번쩍 들어 올린다.
의자를 들고 있는 정원의 팔이 가늘게 떨린다.
S#125 병원 중환자실
극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의료진들 사이로 카메라 파고들며, 정숙에게 다가간다.
S#126 정숙의 아파트 (플래쉬 백)
거실 소파에 정숙 혼자 누워있다.
아이들 둘이 정숙에게로 기어간다.
누워있는 정숙의 다리를 만지는 아이.
정숙, 흠칫 놀라 소파 위로 다리를 올리고 소파 구석으로 몸을 웅크린다.
배란다로 나가는 거실 샷시문에 기대서 있는 정숙.
아이들은 계속 정숙에게로 다가간다.
불안해 하는 정숙.
발코니 밖을 보는 정숙.
정숙의 시점으로 본 발코니 밖, 그 때 화면 아래쪽에서 아이를 든 정숙의 손이 들어온다.
이 때, 화면 밖 사운드,
연: 언니!
뒤를 돌아보는 정숙.
연, 장바구니를 놓은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연: 언니, 지금 뭐 하는거야?
멍한 표정의 정숙, 시선을 자신의 손으로 돌린다. 정숙의 손에는 이미 아이가 없다.
그 위로 연의 비명소리.이어 정숙이 호흡기가 멈추는 소리가 이어진다.
( 다음 장면의 식탁의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같이 맞물려서 난다.)
S#127 정원의 아파트 / 새벽
정원, 식탁을 내리친다.
유리로된 식탁의 상판이 산산조각이 난다. 정원, 그 소리를 듣고 비로소 눈을 뜬다.
깨진 식탁의 상판 사이로 보이는 허탈한 정원의 모습. 서서히 주위를 돌아본다. 어느 새 실내 전체에 아침 햇살이 비친다. 정원,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창가로 간다. 아침 햇살이 눈 부시다.
한참을 창 밖을 쳐다보던 정원, 전화기 쪽으로 간다.
번호를 누른다.
정원: 여보세요? 희은이니? 나야.(운다) 우리집...우리집이야
여기서 기다릴게 사랑해 ..사랑해 기다릴께...어서와줘.
전화를 끊는다.
울음을 멈추고, 부서진 식탁을 쳐다본다.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이 때, 핸드폰이 울린다.
정원 : 희은이니? 여보세요?
(E) 연 : 당신.... 내말 ... 추락하는 여자랑 눈 마주쳤다는 말 ...사실은 믿지
못했죠? 아닌가요?
정원 : ..........그거 .....물으려고 전화했나요?
(E)연: 아니요.... 아니에요.... 믿게 해 주려구요... 내말 ..믿게 해 주려구.
정원, 섬뜩한 느낌이 든다. 순간 말뜻을 알아차린 정원
정원 : 안돼요 . 연이씨! 안돼요
(E)연 : 준비 됐나요? 눈을 크게 뜨세요. 한.. 순간도, 깜빡이면 안되요..
믿게 해 줄게요. 내가... 믿게 ..해 줄께요...
정원 , 핸드폰을 던지고 발코니 쪽으로 뛰어간다 .
순간 , 연이의 몸이 정원의 집 창밖으로 떨어진다.
정원 : 안 돼----!
정원 , 그 자리에 주저앉아 절규한다.
(F.O.)
S#128 정원의 아파트 / 저녁
비가 올 것 같은 어두운 저녁이다.
정원의 집 안, 어딘지 모르게 스산한 분위기가 감돈다. 가구와 물건들 위엔 먼지가 포얗게 쌓여 있다. 식탁에만 불이 켜져 있다.
정원, 부엌에서 쟁반에 무언가 받쳐서 나온다.
정원 식탁에 내려 놓는다. 식탁에 앉은 정원, 눈이 쑥 들어가고 피골이 상접한 미이라 같은 모습이다. 정원 이마의 상처, 다 아물고 흐리게 자국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시간이 꽤 흘렀음을 알 수 있다. 정원, 정신이 반 쯤 나간 사람 같다.
손을 약간씩 떨며 작은 냄비의 뚜껑을 연다. 김이 정원의 얼굴로 확- 피어오른다. 힘겹게 수저를 든다.
한 숟갈을 퍼 올리지만 먹지 못하고 들고 있다. 그리고 앞을 쳐다 본다.
카메라 서서히 뒤로 빠지면 , 정원의 양옆엔 예전의 그 여아들이
예전 그대로 잠들어 있고, 정원의 앞엔 연이가 턱을 괴고 앉아 있다.
식탁은 예전의 그 조명이 다시 들어오고 있다.
연 : (명랑하게 )맛있어요?
정원: (얼굴에 김을 쐬면서 정원 , 눈물이 글썽 한다.) 아직... 너무 뜨거워.....
카메라, 정원의 집 발코니 밖에서 안을 잡으면,
불꺼진 , 아무도 없는 식탁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냄비 앞에서 정원, 수저를 든 채 앉아 있다.
(F. O.)
The End.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