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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석산(492m)은 지금과 같은 늦겨울철에 찾아가기에 아주 좋은 산이다. 따뜻한 남쪽 바닷가의 산이면서 산아래 양촌에 온천이 있어 산행 뒤에 온천욕을 할 수 있고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맛있는 회를 저렴한 가격으로 실컷 먹을 수도 있다. 온천욕 또는 회를 맛볼수 있도록 산행시간을 1 시간에서 5시간까지 마음대로 알맞게 잡을 수 있으며 주변의 명소와 유적을 돌아볼 수도 있는 실로 일석 3조의 산행지가 적석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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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팀은 발산재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발산재는 여항산에서 뻗어 온 산줄기를 넘는 고개이기 때문에 고갯마루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길도 찾기 쉽고 등성이에 올라서는데 힘도 들지 않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2번 국도의 확장공사가 한창이어서 산을 깊게 깎아내려 등성이도 길도 모두 없어져 버렸다. 우리는 발산재에서 마산 쪽으로 200여 미터를 내려가 수발사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수발사가 있는 골짜기로 들어갔다.
산길은 수발사 입구 바로 앞에서 오른 편에 있는 대나무 밭으로 들어간다. 두 번째 넓은 묘역에서 길은 곧게 뻗쳐 올라 등성이로 이어진다. 느닷없이 나타나는 바위지대를 지날 때는 주변의 여항산 인성산 서북산 광려산 등이 보인다. 철탑 아래를 지나면 길은 임도와 만나지만 얼마가지 않아 임도는 등성이를 떠나 비탈로 갈라져 나간다. 켜켜로 쌓인 바위 사이를 비집고 오르다 큰 바위로 된 턱에 올라서면 고성의 연화산도 보이고 삼천포의 와룡산도 보일 듯하다.
깃대봉에서 적석산을 잇는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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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대봉은 여항산(744m)의 한 맥이 남쪽으로 뻗어 발산재에서 일어난 산으로 그 상봉은 520미터로 적석산보다 높다. 상봉은 수평으로 결을 이루고 있는 층석이 받치고 있고 곳곳에 바위와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아기자기하고 부드러운 산행의 맛이 있다. 마주보고 있는 적석산과는 대조적인 산이다.
왼편 골짜기 건너의 산줄기에 적석산 일대 지형의 특색인 수평절리의 바위 층이 보인다. 억새밭을 지나 조금 전에 건너다보았던 산줄기와 만나는 곳에 이르면 꽤 널찍한 바위가 시원스럽고 조망도 좋아서 절로 바랑을 벗고 쉬게 된다. 앉아서 쉬며 군것질을 하기에 알맞은 곳이다. 여기서 소나무 숲과 잘록이를 지나 납작바위를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이는 턱을 지나면 바로 표석이 있는 깃대봉이다.
발산재에서 1시간 20분쯤 걸린 셈이다. 깃대봉에서 적석산으로 가려면 왼편으로 적석산을 건너다보며 계속 남쪽으로 뻗은 산줄기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한참을 내려가면 큰 잘록이(고개)에서 임도를 만난다. 거기서 임도를 따라 적석산 쪽(동쪽)으로 내려가면 역시 넓은 잘록이인 벌밭등을 지난다. 벌밭등에서 임도를 일암리 쪽으로 내려 보내고 숲속 오솔길을 서서히 오르면 주평리(고성군 구만면)에서 일암리로 넘는 음나무재를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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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의 일암리에서 올라오는 3번 길을 이 음나무재에서 만난다. 여기에 안내표지도 있다. 음나무재에서 조금 오르면 적석산의 참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차곡차곡 쌓인 암봉에 매달리고 안고 돌며 오르면 위에 넓은 반석이 있다. 석문(통천문)을 지나 암봉에 오르면 조망이 좋고 동쪽으로 건너에 적석산 주봉이 한눈에 든다. 온통 바위로 되어 있는 데다 반석과 암벽 그리고 괴석들이 솟아 있는 적석산에 많은 사람들이 붙어 있는 광경이 마치 개미의 행렬처럼 보인다.
잘록이를 지나 적석산의 몸통에 붙으려면 먼저 사다리를 타고 암벽을 올라 사다리 끝에서 바위의 결을 따라 게처럼 옆걸음으로 암벽을 가운데를 10여 미터 가로질러야 한다. 겨우 한 사람이 지날 수 있는 좁은 바위지만 어깨 높이에 쇠줄이 매어져 있어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남북이 바위로 까마득하게 낭떠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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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석산의 머리는 넓은 반석으로 되어 있다. 남북이 바위로 까마득하게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다. 깃대봉에서 적석산 주봉까지 또 1 시간 30분이 걸린다. 적석산은 이름 그대로 납작바위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것처럼 보이는 산이다. 그래서 쌓을 적(積)자를 써서 적산이라는 별명도 있다.
온 산이 바위로 되어 있으며 기이하고 괴상한 바위와 돌들이 널려 있어 신기롭다. 온 산의 바위가 수평으로 결(수평절리)을 이루고 있는 산이어서 묘하고 결에 따라 넓은 너럭바위가 곳곳에 있어 또 신기하다. 적석산의 고스락은 마치 바위로 된 운동장같다. 널찍한 바위의 사방이 깎아지른 바위 낭떠러지여서 시원하고 조망이 좋다.
마산의 앞바다가 보이는가 하면 북쪽에 오봉산 동북쪽으로 여항산 서북산이 보이고 동쪽으로 광려산이 보이며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있는 마산의 무학산도 볼 수 있다. 서쪽으로는 고성의 연화산 학남산 무량산 대곡산이 줄줄이 보이고 남쪽으로 거류산 구절산 응암산이 보이며 통영의 벽방산도 보인다. 650미터의 벽방산 외에는 이 산들이 모두 400미터에서 500미터 정도로 별로 높지 않은 산들이다.
산행 뒤에 온천욕이나 회를 먹고자 할 때는 적석산만을 목표로 하면 알맞다. 그러나 오로지 산행을 목표로 할 때는 1 시간 남짓의 적석산 산행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이 곳 사람들은 깃대봉까지 포함해 한 바퀴를 돈다. 동쪽으로 암벽을 내려서면 잘록이에 이르기 전에 일암리 저수지 쪽으로 내려가는 2번 길(산행길잡이 참조)이 왼편으로 갈라진다.
저수지와 주차장의 차들이 발 밑에 보인다. 잘록이를 지나 봉우리에 오르면 길은 산줄기를 따라 남쪽으로 튼다. 이 산줄기의 등성이에 있는 길은 또 하나의 봉우리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오른편 아래로 임도가 보인다. 이곳을 계속 올라가면 358봉이다. 358봉에서 서쪽 2번 국도 옆의 양촌 온천단지를 내려다보며 한참을 하산하면 턱이 진 곳에 산불감시소가 있다. 이곳을 지나 또 한참을 내려가면 양촌에서 일암리로 들어가는 길에 내려선다. 바로 그 곳에 변씨의 3충신을 모신 성구사(誠久詞)가 있고 하마비가 길가에 서 있다. <글|김홍주 사진|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