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차를 보내주시고
좋은 시음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까지 총 3번의 시음을 가졌습니다.
차가 도착한 후 비닐 봉지에서 꺼내
이틀 정도 거풍을 했습니다.
토요일에 3g으로 저 혼자 한번,
일요일 저녁에 자주 모이는
다우님 세 분을 모시고 5g으로 또 한번,
오늘 다시 3g을 취해
저 혼자 시음해 봤습니다.
오늘 시음평은
이 세번의 총평입니다.
모두가 차린이이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 유념해 주시고,
시음기는 지극히 주관적이란 점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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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명 시음기
품다한 차 종류 : 2020년 햇차
품다한 차 양 : 5g
사용한 물 : 지리산수(생수)
우려낸 시간 : 1회 세차 후
윤차없이
1회 10초
2회 6초,
이후 2~3초씩
증가하여
총 12회 우림
물의 온도 : 90도c 전후
사용한 다구 : 200cc 개완
좋은 차를 마시는 일은
무더위에 깊은 산속에 들어가는 일과 같다.
온 몸을 감싸는 싱그러운 기운과 향이
신록의 물결처럼 너울대기 때문이다.
오늘 그 초록의 바닷속에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진주 하나를 찾아본다.
마음이 통하는 다우들과의 찻자리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2020년 햇차 건엽 상태는 매우 좋습니다.
색상은 주로 검은 색으로서 고수차의 특질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건엽에서 맑은 청향과 화과향이 납니다.
건엽에서 화과향을 느껴보긴 오랜만이네요.
다만 백호와 아엽이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이 부분에선 모두 의견 일치를 봤습니다.
5g을 계량했습니다.
1회 세차 후 윤차없이 10초간 우린 첫회.
침윤포에서 일쇄향이 조금 약합니다.
뒤에 설명 드리겠습니다만
이 차는 가을차가 약간 병배된 듯 합니다.
아마 가을차는 홍청차가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
세차한 물에 거품이 많은 걸 보니
이 차는 왁스질이 두터운 차라고 보여집니다.
시음평을 하대체로 쓴 점,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1회차.
수색은 등황색으로 연한 연둣빛같은 색이다.
은은한 맛이 있다.
아니,
어쩌면 싱겁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맛이 탁하다고 느낀 분도 있다.
난향과 밀향, 화과향이 있다.
부드러운 고삽미와 첫회부터 생진작용이 올라온다.
배저에서 진한 밀향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마치 아카시 꿀을 담아 놓은 듯 하다.
첫 잔부터 트름이 나오는 걸 보니
아미노산 등 무기질 성분이 풍부한 듯 하다.
2회차.
단맛이 좋아짐.
고미가 삽미보다 강하고
기운은 주로 가슴 쪽에서 머문다.
기운이 상기한다고 말씀하신 분도 있다.
오늘 모인 분들은
차 기운에 대해 잘 느끼지 못한 분이 대부분이다.
초편이 더러 보인다.
3회차.
바디감이 두터워짐.
농밀한 맛에 단맛과 화과향도 깊어졌다.
언뜻 잡미와 잡향이
스쳐 지나간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
기운은 상기하지 못하고
계속 가슴 쪽에서 머문다.
인후에서 향기가 치고 올라오는 후운이 부족하다.
4회차.
바디감, 밀향, 화과향이 절정에 이름.
농밀한 맛이 좋다.
수색도 깊어졌다.
이 점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느꼈다.
혓바닥을 쎄하게 자극하는 느낌이 있다.
조금 걸리는 부분이다.
배저에서 깊은 밀향이 계속 올라온다.
5회차.
다들 이 정도면 크게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다.
바디감 좋고,
화과향도 계속 치고 올라온다.
6회차.
수색이 연한 황금색으로 깊어졌다.
맛과 향에서 크게 변화가 없다.
생진작용과
혓바닥을 자극하는 느낌 또한 계속된다.
혀에 느껴지는 자극을 못 느낀 분도 있다.
7회차.
혀끝으로 단맛이 몰린다.
회감이 두드러 진다.
여전히 농밀한 맛과 향기가 있다.
기운은 여전히 상기하지 않고,
열감은 평이한 수준이다.
열감이 평이하다는 점에는 모두가 긍정적이다.
8회차.
바디감과 맛,
향이 조금 꺽였지만 여전히 마실 만하다.
배저에서 올라오는 밀향은 여전히 두터움.
기운이 어깨를 짓누른다.
9회차.
수색이 다시 연해 졌다.
삽미가 두드러지기 시작함.
농밀한 맛은 줄었으나 여전히 마실만 하다.
인후에서 향기가 치고 올라오지 못하는 게 아쉽니다.
10회차.
단맛이 참 오래간다는 의견들이다.
이 때문에 12회 이상 우리라고 한 듯 하다.
배저의 밀향도 조금 꺽였다.
혀를 자극하는 느낌은 여전함.
11회차.
많이 꺽였지만 그래도 마실만 하다.
단맛과 화과향, 밀향이 은은하게 유지된다.
내포성이 좋다는 점에는 모두 인정한다.
바디감은 많이 줄었다.
12회차.
단맛이나 향기에 관해서는 절정의 내포성을 지녔다.
다만,
기운이 가슴과 어깨 쪽에 머물고,
혀를 자극하는 느낌이 오래된다는 게 조금 걸린다.
찻자리를 마치고 난 후에도
단맛과 화과향의 회감과 회운은 오래 지속된다.
이런 느낌은 아주 좋다.
심연의 바다에 가라앉은 기분이다.
다 우리고 난 후 엽저.
1아3엽 위주로 채엽을 했다.
껑과 마티도 조금 보이고
전년도 가을차를 병배했다는 생각에 의견 일치를 봤다.
엽저에 주맥이 발달하고 탄력이 있는 걸로 보아
고수차로 보인다.
다만,
산화가 많이 진행된 걸로 보아
위조 시간이 길었고,
살청 온도는 조금 높았으며
유념은 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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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홀로 시음기
품다한 차 종류 : 2020년 햇차
품다한 차 양 : 3g
사용한 물 : 지리산수(생수)
우려낸 시간 : 1회 세차 후
윤차없이
1회 10초
2회 6초,
이후 2~3초씩
증가하여
총 12회 우림
물의 온도 : 90도c 전후
사용한 다구 : 150cc 개완
차는 홀로 마시는 게 가장 좋다.
다선일미(茶禪一味)의
경지를 느끼기 위해서라도
역시 혼자 마시는 차가 으뜸이다.
초의선사는 다신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혼자 마시는 차가 으뜸이요.
둘이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고,
서넛은 괜찮으나,
대여섯은 너무 많고,
일곱여덟은 그저 차를 퍼주는 것이다"라고...
나 역시
혼자 차를 마실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
'차를 우린다'라고 쓰고,
'행복을 마신다'라고 읽는다.
3g을 계량했다.
건엽에서는 청향보다 화과향이 더 깊다.
황편이 하나 보인다.
1회차.
1회 세차 후 윤차없이 10초간 우림.
침윤포에서 약한 일쇄향과 화과향이 느껴진다.
수색은 연한 등황색이다.
단맛과 화과향, 밀향이 좋고
부드러운 고삽미가 있다.
고미가 바로 설면에 깔린다.
배저에서 올라오는 밀향의 여운이 좋다.
2회차.
열감이 좋다.
인후에서 치고 올라오는 향기의 후운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향기가 비강까지 미치지 못한다.
침샘을 자극하는 생진작용이 좋다.
기운은 가슴 쪽에 머물고 있다.
3회차.
물질감, 단맛, 화과향이 깊어짐.
인후에서 향기가 살짝 치고 올라온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화사한 박하향이 느껴진다.
기운이 살짝 상기한다.
네 명이서 마실 때는
열감과 기운을 못 느꼈으나
오늘은 몸 컨디션이 조금 다른 듯 하다.
4회차.
수색에 황금빛이 감돈다.
물질감, 단맛, 화과향이 역시 절정에 올랐다.
입안을 꽉 채우는 바디감이 좋다.
인후에서 올라오는 향기는 조금씩 지속된다.
그러나 비강까지 미치지는 못한다.
5회차.
단맛은 살짝 꺽였으나 화과향과 밀향은 여전히 좋다.
배저에서 올라오는 밀향도 좋다.
배저향은 농밀하다.
고미가 두드러지기 시작함.
삽미보다 고미가 강하다.
기운이 다시 가슴 쪽으로 내려간다.
6회차.
물질감이나 단맛이 조금 꺽였지만 여전히 마실만 하다.
열감과 생진작용이 좋다.
7회차.
수색이 여전히 황금빛을 띤다.
많이 싱거워졌으나 화과향과
입안을 채우는 화사한 박하향은 여전하다.
고미가 설면에 깔리는 느낌도 여전하다.
8회차.
기운이 다시 상기함.
오늘 기운은 들쭉날쭉하다.
고미가 더 깊어졌다.
인후에서 쓴맛이 치고 올라온다.
9회차.
삽미가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탄닌 성분이 많이 용출됐으리라...
열감은 여전히 좋고
혀를 자극하는 쓴맛도 여전하다.
10회차.
수색이 엷어졌다.
많이 꺽였으나 단맛과 화과향,
박하향은 은은하게 지속이 되고 있다.
우리네의 질긴 삶을 닮은 차다.
11회차.
인후에서 쓴맛이 많이 머물고 있다.
이런 느낌은 별로 좋지 않다.
12회차.
약한 단맛과 화과향, 박하향은 오래 지속된다.
내포성이 좋다.
오늘은 열감이 좋게 느껴졌으나
기운이 들쭉날쭉하다.
다 우리고 난 엽저.
1아3엽의 봄차 위주이나
가을차가 병배됐다는 느낌이고
마티도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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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엽저에 탄력이 있고 주맥이 발달한
1아3엽 봄 고수차로 보입니다.
세차한 침윤포에서 일쇄향이 부족한데,
이는 병배된 가을차가
홍청차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전년도 가을차가 섞여 있고
마티와 껑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로 보아 수령이 200년 이상된
나무 높이가 높은 고차수가 아닌가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
산차 형태가 아닌,
병차나 전차로 긴압을 한 차인데,
강하지도 느슨하지도 않은
적당한 강도로 긴압을 했습니다.
물질감과 단맛, 화과향이 좋습니다.
궁극적인 내포성을 지녔네요.
열감과 기운은
상황이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이 차의 특질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엽저에 산화가 많이 진행된 걸로 보아
위조 시간이 길었고,
초편이 더러 보이는 걸로 보아
살청 온도는 약간 높았으며,
내포성이 좋은 걸로 보아
유념이 강하지는 않았습니다.
찻자리가 모두 파한 후,
오랫동안 단맛과 화과향이
입안에 머무는 느낌은 아주 좋습니다.
땅 속 깊은 샘에서 퍼올린
달콤하고 시원한 물을
오랫동안 입안에 머금고 있는 기분입니다.
설면을 자극하는 느낌이나
쓴맛이 인후에서 치고 올라오는 점은 조금 걸립니다.
찻잎이나 맛만 가지고서 지역을 논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임창 남부 지역 중,
빙도 근처가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
어떤 분은 이무차라고 말씀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여성적인 차라는 뜻이겠죠.
고급 차라긴 보단,
가성비가 좋은 고수차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단해 봅니다.
좋은 차로
맛있는 시음을 하게 해주신
카페지기님께 깊은 감사 말씀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땅속 깊은 샘에서 퍼올린 달콤하고 시원한물, 저도 마셔보고 싶네요
시음기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늘 즐차하세요
차는 이렇게 향미를 음미할 수 있어야 제대로 마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저의 둔한 입맛의 한계를 실감하게 하는 시음기 잘 마셨습니다 ^^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주어들은대로 읊은 수준일 뿐입니다
무설자님께서 너무 겸손하게 말씀하신 까닭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