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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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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할머니, 벌레예요! 내가 소리 지르자, 할머니가 뛰어오셨어요. 작은 메뚜기처럼 생긴 벌레가 아주 까맸어요. 마당에서 몇 번 봤지만, 집 안으로 들어온 건 처음이에요. 그런데 할머니가 벌레를 보시더니 엉뚱하게도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할머니는 벌레가 반가운가 봐요.
“드디어 무더운 여름이 끝날 모양이구나.”
“여름이 끝난다고요?”
“아마도 그럴 것 같구나, 가을 배달부가 왔으니까.”
“가을 배달부요?”
“그래, 귀뚜라미란다. 가을이 온다는 소식을 너에게 전해주러 온 거지.”
“가을 소식요? 하지만 너무 징그럽게 생겼어요.”
“그래도 반가운 소식을 가지고 왔는데 죽이지는 말 거라.”
나는 벌써 양손에 에프킬라를 들고 있었어요. 할머니가 그 에프킬라를 보시고 죽이지 말라고 하신 거예요. 그래도 방까지 들어온 벌레를 어떻게 살려둘 수 있을까요? 함께 잘 수는 없는데요.
사실 나는 곤충을 좋아해요. 잠자리, 매미, 여치, 방아깨비, 사마귀 등 다 귀엽거든요. 잠자리는 가볍게 나는 모습이 귀엽고, 여치는 날개가 예쁘고, 방아깨비는 방아 찌는 모습이 재밌고, 사마귀는 기다란 앞다리와 세모난 얼굴 모양이 독특해서 좋아해요. 하지만 시커먼 바퀴벌레와 귀뚜라미는 징그러워요.
그때 구석에 세워놓은 매미채가 보였어요. 매미채를 들고 방바닥에 있는 귀뚜라미를 잡으려고 하는데 펄쩍 뛰어 책상 밑으로 들어갔어요. 귀뚜라미는 통통 높이뛰기를 잘하나 봐요.
매미채로 책상 밑을 쑤셨어요. 귀뚜라미가 펄쩍 뛰어나왔지요. 귀뚜라미가 다급했는지 내 얼굴에 부딪혔어요. 에구! 나는 뒤로 발랑 나자빠졌지요. 그 바람에 귀뚜라미를 놓쳤어요.
오기가 생겼어요. 꼭 잡고야 말 거야! 그렇게 서너 번 숨고 찾는 숨바꼭질 하다가 드디어 귀뚜라미를 잡았어요. 귀뚜라미가 매미채 안에서 꼼짝 못 했지요. 불쌍하게도 귀뚜라미가 시무룩했어요.
그때 옆집 아이, 진서가 생각났어요. 진서네 식구는 지난주에 이사 왔어요. 진서가 수줍음이 많은지 이사 온 날 내가 ‘안녕?’하고 인사했더니, ‘응’이라고만 대답하고는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지요. 또 학교에서도 만났는데, 자꾸만 나를 피했어요. 낯설어서 그럴까요? 아니면 내가 싫어서 그럴까요? 나는 좋은데 말이에요. 진서는 아주 귀엽게 생긴 남자아이거든요. 킥킥.
그런데 진서가 처음 전학 와서 자기소개할 때 곤충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진서에게도 가을 소식을 전해주고 싶었지요. 곤충을 좋아한다고 했으니까요.
매미채를 들고 옆집으로 갔어요. 초인종을 두 번이나 눌렀는데 대답이 없었어요. 대문은 키 작은 나무 대문이에요. 대문 너머로 마당이 다 보여요. 대문을 살며시 밀었더니 열렸어요. 안으로 들어가서 진서를 불렀어요. 진서네 식구가 일요일이라서 나들이했는지 인기척이 없었지요.
진서를 부르며 진서 방 창문 앞으로 갔어요. 어제 진서가 그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었었거든요. 어찌 된 일인지 창문이 살짝 열려있었어요. 속으로 생각했지요.
‘왜 창문을 열어놓았지? 진서가 가을 배달부를 기다린 걸까?’
또 생각했어요.
‘어쨌든 가을 배달부를 보면 좋아할 거야. 곤충을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창문 안으로 매미채를 넣었어요. 그러고는 매미채를 돌려서 가을 배달부를 풀어줬지요. 진서가 좋아할 거예요. 크크,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지요.
우리 마을은 시골에 있는 전원 마을이에요. 마을 앞에 논이 있고 마을 양쪽엔 작은 밭들이 층층이 있어요. 또 마을 뒤는 온통 산이에요. 마을 이름은 초승달인데 산 아래 있는 마을이 초승달을 닮았대요.
할머니 밭에서는 이것저것 농작물이 자라요. 요즘엔 호박과 고추, 노각이 익어가고 있지요. 얼마 전에 노각이 뭐냐고 여쭸더니 누렇게 익은 늙은 오이라고 하셨어요. 우리가 먹는 녹색 오이와는 품종이 다른 토종 오이라고 하셨지요.
“늙은 오이는 어떻게 먹어요? 왠지 딱딱할 것 같아요.”
실제로 늙은 오이를 만져봤더니 딱딱했거든요.
“그래, 보기엔 딱딱해 보이지만 속은 아주 부드럽단다. 속을 얇게 썰어서 무쳐 먹으면 아주 맛나지.”
그렇게 할머니와 나는 둘이서 살아요. 마을에 친구가 없어 조금 심심할 때도 있지만, 할머니도 마을도 엄청 좋아요. 엄마 아빠는 도시에서 식당을 운영하세요. 식당에서 먹고 자고 일하시는 거예요. 식당에 작은 방이 있거든요. 나도 유치원 다닐 때까지는 그 방에서 살았어요. 그러다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이 마을에 온 거예요. 그때 아빠가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아이들은 시골에서 자라는 게 좋아.”
하지만 나는 엄마 아빠와 헤어지는 게 싫었어요. 울먹이며 왜 좋으냐고 물었어요.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거든.”
나는 건강도 좋지만 싫다고 했어요. 엄마 아빠와 함께 살겠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엄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손을 잡았어요.
“여긴 방이 너무 좁아. 네가 생활하기가 불편할 거야.”
“저는 불편하지 않아요.”
“아니, 이제 학교에 다녀야 하는데 이 방은 너무 작아, 식당에서 공부할 수도 없고 말이야.”
눈물이 나오려고 했어요. 엄마가 등을 토닥이며 이렇게 달랬지요.
“엄마 아빠가 돈 많이 벌어서 새집 살 때까지만 할머니랑 지내. 그럼, 할머니도 심심하시지 않고 좋으실 거야.”
“할머니요?”
“그래, 할머니도 좋다고 하셨어.”
“저도 할머니랑 사는 게 좋지만…….”
“그래, 맞아. 지금 할머니께서 네가 올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계셔.”
물론 나는 할머니랑 사는 게 좋았어요. 결국, 엄마 아빠랑 떨어져 지내는 게 싫으면서도 알았다고 했지요. 언젠가 할머니께서 엄마 아빠 말씀을 잘 들어야 착한 아이라고 하셨거든요. 또 좋아하실 할머니를 생각하면 조금 슬퍼도 괜찮았어요. 그리고 엄마 아빠가 수요일마다 나를 보러 오신다고 하셨어요. 수요일은 식당이 쉬는 날이거든요.
할머니랑 산 게 벌써 일 년이 넘었어요. 할머니는 내가 있어서 날마다 행복하시대요. 물론 나도 행복해요. 식당에서는 항상 시끄럽고 음식 냄새 나고 밖에 나갈 수가 없어 답답했거든요. 시장 골목은 시끄럽고 복잡해서 아이들이 놀 수가 없으니까요. 반면, 초승달 마을에선 언제나 밖에 나가 놀 수가 있어요. 논에도 가고 밭에도 가고 개울과 산에도 갈 수 있으니까요. 다만, 친구가 없어서 이따금 심심했어요. 그런데 진서가 이사 온 거예요.
진서 식구는 서울에서 살다가 이사 왔어요.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았어요. 하지만 아직 진서랑 대화를 못 한 거예요. 왜 이사 왔는지도 알지 못해요. 할머니도 아직 진서네 부모님이랑 대화하지 못했대요. 진서 부모님이 두 분 다 직장에 다니셔서 낮에 집에 없으니까요. 속으로 생각했어요.
‘어쩌면 가을 배달부가 내 마음을 진서에게 전달해 줄지도 몰라.’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마당에서 진서네 집을 쳐다보고 있는데 할머니가 물으셨어요.
“현정아! 진서랑 얘기는 해봤니?”
“아니요. 진서가 자꾸만 저를 피해요.”
“그러니? 왜 그럴까? 너처럼 귀여운 여자아이를.”
“그러니까요. 알 수가 없어요.”
사실은 진서 식구가 이사 온 첫날 진서 엄마 아빠가 나와 할머니에게 잘 부탁한다고 하셨거든요. 그러고는 한 번도 대화를 못 한 거예요. 그래서 그런지 가을 배달부의 역할이 너무 기대됐어요. 이번엔 어떻게든 대화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저녁이 되어도 진서네 식구가 돌아오지 않았어요.
저녁을 먹고 진서네 집을 다시 살폈어요. 저 멀리 앞산에 해가 넘어가면서 마을이 천천히 어두워졌지요. 할머니랑 내가 저녁을 다 먹었을 때 드디어 진서네 식구가 돌아왔어요. 진서네 집 앞에 불빛을 밝힌 자동차가 섰지요. 진서네 식구는 곧바로 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잠시 후 진서 방에 불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도 조용했어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요. 아마도 가을 배달부가 책상 밑에 숨었다가 잠들었나 봐요.
아, 그런데 갑자기 뭔가 불안했어요. 그제야 걱정되기 시작한 거예요. 진서가 잠자다가 귀뚜라미가 얼굴로 뛰어오르면 깜짝 놀랄 텐데, 어떡하죠? 아무리 곤충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건 너무 끔찍한 일이잖아요. 아, 벌써 두 시간이 지났는데도 조용했어요. 시계를 보니 아홉 시가 넘었지요. 어쩌면 귀뚜라미가 밖으로 나왔는지도 몰라요. 창문이 살짝 열려있었으니까요.
그때 진서 방에 불이 꺼졌어요. 나도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어요. 그리고 막 잠이 들려는 순간이었어요. 갑자기 진서네 집에서 비명이 들려왔어요. 진서 목소리에요. 벌떡 일어났어요. 곧이어 진서 방에 불이 켜졌지요. 그렇다면 가을 배달부가 출몰했나 봐요. 그런데 진서 아빠가 진서를 업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어요. 아, 뭔가 안 좋은 일이 있나 봐요.
할머니랑 나도 밖으로 나가 진서네 집으로 갔어요. 진서가 자동차 안에 있었어요. 기절이라도 했는지 눈을 감고 있었지요. 할머니가 진서 엄마에게 물으셨어요.
“이 밤중에 무슨 일이에요?”
진서 엄마가 차에 타면서 다급하게 말씀하셨어요.
“진서가 쓰러져서 병원에 가야 해요.”
“갑자기 무슨 일로요?”
“벌레 때문에요.”
차가 곧바로 출발했어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지요. 그렁그렁하던 눈물이 순식간에 뚝뚝 떨어졌어요. 집 안에 들어서다가 나도 모르게 엉엉 울음이 터졌어요. 할머니가 왜 그러냐고 물으셨지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그러다가 사실대로 고백했어요.
“저 때문이에요.”
“뭐가 너 때문이라는 거니?”
나는 뭐라 말을 못 하고 계속 울었어요. 할머니가 물을 주시며 마시라고 하셨어요. 그러고는 침착하게 물으셨지요.
“혹시 진서가 쓰러진 게 너 때문이라는 거니?”
“네, 맞아요. 제가 진서 방에 가을 배달부를 넣었거든요.”
“뭐라고? 그게 사실이야?”
“네, 할머니! 진서에게도 가을 소식을 전해주고 싶어서 넣은 거예요.”
“아, 저런!”
할머니가 기가 막히는지 아무 말씀을 못 하고 한숨을 쉬셨어요. 그 모습에 다시 울음이 터졌어요. 할머니가 고개를 저으며 말씀하셨어요.
“아, 그렇구나. 이 할미가 괜한 말을 해서 네가 그랬어.”
“그런데 진서가 학교에서 자기 소개할 때 곤충을 좋아한다고 했었거든요.”
“그랬니? 그래도 방 안에서 벌레를 만나면 놀라지 않을까?”
“죄송해요. 저는 진서가 좋아할 줄 알았어요.”
내가 계속 울었더니 할머니가 괜찮을 거라며 나를 안으셨어요. 별일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지요. 하지만 할머니도 걱정되는 눈빛이었어요. 병원까지 갈 정도면 심각하니까요. 조마조마 가슴을 졸이며 진서를 기다렸지요.
12시가 막 되려고 할 때였어요. 자동차 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갔어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자동차가 진서네 집 앞에 섰어요. 할머니랑 함께 밖으로 나갔어요. 자동차가 두 눈을 감자 진서가 보였어요. 엄마 손을 잡고 있었지요. 다행히 별일 없나 봐요. 할머니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셨어요. 가까이 다가갔을 때 진서가 엄마에게 말했어요.
“제 방에 있는 벌레를 잡아주세요.”
“엄마도 벌레는 무서운데.”
사실대로 고백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멈칫멈칫하자 할머니가 내 손을 잡으셨어요. 그제야 사실대로 고백했어요. 진서 식구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요. 죄송하다고 했어요. 또 진서에게 미안하다고 했더니, 나를 빤히 쳐다봤어요. 나를 미워하는 눈빛으로요. 그때 진서 엄마가 나를 원망하는 말투로 말씀하셨어요.
“어떻게 그런 장난을 칠 수 있니?”
순간 무서웠어요. 그래도 내 생각을 말했어요.
“사실은 진서가 곤충을 좋아한다고 했거든요. 학교에서 자기 소개했을 때요.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던 거예요.”
진서 엄마가 진서를 쳐다보고 정말 그렇게 말했냐고 물었어요. 진서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진서 엄마가 다시 나를 보고 말씀하셨어요.
“그래,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런데 말이야. 진서는 곤충을 좋아하지 않아.”
“그래요? 진서가 분명히 곤충을 좋아한다고 했었는데요.”
모두 진서를 쳐다봤어요. 그제야 말이 없던 진서가 이렇게 말했어요. 진서가 처음으로 나에게 말한 거예요.
“미안해. 사실 나는 곤충이 무서워. 곤충 혐오증이 있거든.”
“아, 정말?”
“응, 엄마도 그래. 내가 엄마를 닮았나 봐.”
“그런데 왜 곤충을 좋아한다고 한 거야?”
“내가 곤충을 좋아한다고 말한 건, 나의 소원이었어. 사실은 내가 동식물 도감 책을 많이 읽거든.”
“동식물 도감?”
“응. 그러니까 나도 곤충을 좋아하고 싶어서 그렇게 말한 거야.”
진서는 곤충을 책에서 보면 무섭지 않은데 실제로 보면 무섭다고 했어요. 그때 진서 아빠가 말씀하셨어요. 시골로 이사 온 이유 중의 하나는 진서와 진서 엄마가 곤충과 친해지기 위해서라고요. 나는 다시 죄송하다고 했어요. 진서 엄마 아빠가 괜찮다고 하셨지요.
그런데 진서가 방에 들어가기 싫다고 했어요. 벌레가 무섭다면서요. 재빨리 나섰어요. 내가 잡아주겠다고 했지요. 진서네 식구가 나를 쳐다봤어요. 할머니가 말씀하셨어요.
“그래요. 우리 현정이가 벌레를 아주 잘 잡거든요.”
집으로 들어가 매미채를 들고나왔어요. 그러고는 진서 방으로 들어갔지요. 진서 식구와 할머니가 문밖에서 쳐다봤어요. 귀뚜라미가 보이지 않았어요. 매미채로 책상 밑을 쑤셨으나 없었어요. 침대 밑을 쑤셨어요. 그때 귀뚜라미가 펄쩍 뛰었지요. 이번에도 내 얼굴을 향해 뛴 거예요.
귀뚜라미를 피하며 뒤로 넘어지자, 진서가 까르르 웃었어요. 순간, 귀뚜라미가 내 머리 위에 앉은 걸 느낄 수 있었지요. 내가 손으로 잡으려고 했더니, 귀뚜라미가 침대 위로 폴짝 내려앉았어요. 재빨리 획 매미채로 잡았지요. 이번엔 진서가 놀랍다며 손뼉 쳤어요.
귀뚜라미를 밖에 놓아줬어요. 그러고는 다시 죄송하다고 했더니 진서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그래, 괜찮아. 모르고 그런 거니까. 하지만 앞으로는 조심했으면 좋겠어.”
“네, 아줌마. 죄송해요.”
진서가 물었어요.
“그런데 너는 곤충이 하나도 무섭지 않아?”
“처음엔 무서웠는데. 시골에서 살다 보니까 좋아졌어. 너도 이젠 좋아질 거야.”
“정말 그럴 수 있을까?”
“물론이야. 그때까지 내가 네 옆에서 너를 지켜줄게.”
“네가 나를 지켜준다고?”
“응, 옆에 꼭 붙어서 지켜줄게. 나는 벌레가 하나도 무섭지 않거든.”
“정말 그렇게 해 줄 거야?”
“응, 나만 믿어.”
진서 엄마도 아빠도 고맙다고 하셨어요. 옆에서 할머니도 빙그레 웃으셨지요. 진서 아빠가 말씀하셨어요.
“그럼, 현정이가 우리 진서 경호원이네.”
“경호원요?”
“그래, 경호원. 현정이가 진서를 지켜주니까.”
경호원이라니! 나는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만 같아 좋았어요. 그런데 그때 내가 나도 모르게 쫙 하품하고 말았어요. 그 모습을 보고 진서 아빠가 빨리 가서 자라고 하셨지요.
2
가을 배달부 출몰 사건이 발생한 이후 나는 진서의 경호원이 됐어요. 곤충으로부터 진서를 지키는 거예요. 진서도 서서히 곤충과 친해질 거예요. 초승달 마을의 가을은 온통 곤충이라서 진서도 익숙해질 테니까요.
어느 날 선생님이 곤충채집 숙제를 냈어요. 일주일 동안 열 종류의 곤충을 잡아 보라고 하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말이야. 곤충을 죽이면 안 돼! 잡은 후에 사진을 찍고 그 이후엔 다시 살려줘야 해. 그리고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려야 하니까, 사진은 위에서 밑에서, 앞에서 뒤에서, 양쪽 옆에서 잘 찍어야 해.”
손을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핸드폰이 없는데 어떻게 사진을 찍어요?”
“현정이는 진서가 옆집에 산다고 했으니까, 진서에게 부탁하면 어떻겠니?”
“그럼, 진서랑 함께해도 괜찮아요?”
“물론이야. 둘이 함께하면 더 좋을 것 같아.”
“네. 선생님! 알겠습니다.”
방과 후에 집에 가다가 진서가 말했어요.
“정말 잘 됐어. 사진을 여러 방향에서 찍으려면 곤충을 손으로 잡아야 하는데, 나는 아직 손으로 잡을 수가 없거든.”
“그래, 내가 손으로 잡으면 네가 사진을 찍어.”
우리는 당장 곤충을 채집하자고 했어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매미채를 들고 나섰지요. 안전을 위해 모자도 쓰고 장화도 신었어요. 멀리 갈 필요도 없었어요. 할머니 밭에는 곤충이 많거든요.
진서가 매미채로 곤충을 잡았어요. 그러면 내가 손으로 잡았지요. 고추잠자리, 방아깨비, 여치, 메뚜기를 잡았어요. 또 사마귀도 잡았지요. 사마귀는 도망가지 않아서 매미채가 필요 없어요. 손으로 직접 잡았지요. 조금 무섭기는 하지만 기다란 가슴 부분을 등 뒤에서 잡으면 괜찮거든요. 앞다리를 움직이지만, 할퀴지는 못해요. 사마귀 잡는 방법은 할머니가 알려주셨어요.
그리고 커다란 말벌도 매미채로 잡았는데 손으로 잡을 수가 없었어요. 쏘이면 큰일 나니까요. 대충 사진을 찍고 얼른 놓아줬지요. 그때 꿀벌이 날아와 하얀 들깨꽃에 앉았어요. 그런데 말벌이 하얀 들깨꽃에 앉은 꿀벌을 순식간에 물고 날아갔어요. 우리가 놓아준 그 말벌이 꿀벌을 물어간 거예요. 꿀벌은 꿀을 만드는데 말이에요. 그렇다면 말벌은 해로운 곤충인가 봐요. 다음엔 잡아서 죽여야겠어요. 내가 잡아서 죽이겠다고 했더니 진서가 이렇게 말했어요.
“선생님께 여쭤보는 게 좋겠어. 뭔가 좋은 일을 한다면 함부로 죽이면 안 되니까.”
“말벌이 좋은 일을 한다고?”
“응. 책에서 봤는데 모든 동물은 다 필요한 일을 한다고 했어.”
“그래? 알았어.”
이튿날 선생님께 여쭸어요. 말벌이 좋은 일도 하느냐고요. 좋은 질문이라고 하시고는 이렇게 답변해 주셨지요.
“말벌은 다른 벌 뿐 아니라 메뚜기, 파리, 딱정벌레 등을 모두 잡아먹지. 곤충 세계에서 최상위 포식자거든.”
“최상위 포식자요? 그게 뭐예요?”
“포유류와 비교하자면 무시무시한 사자나 호랑이지.”
“아, 그러면 무서운 거네요. 아무래도 잡아 죽이는 게 좋겠어요. 다른 곤충을 다 잡아먹기 전에요.”
선생님이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셨어요.
“꼭 그렇지는 않아. 물론 다른 이로운 곤충을 잡아먹기는 하지만 해로운 곤충도 잡아먹어.”
“해로운 곤충요?”
“그래, 예를 들면 나방 애벌레를 사냥해서 산림해충의 대발생을 막아주기도 하거든.”
“그럼,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네요?”
“굳이 말하자면 그렇지. 그리고 말벌은 죽은 동물을 먹기도 해. 청소 기능을 하는 거지. 그러니까 생태계에선 없으면 안 되는 거야.”
그때 진서가 어려운 말을 했어요.
“그러면 말벌이 생태계 조절 기능을 하는 건가요?”
이번엔 선생님이 다소 놀란 듯 진서를 쳐다보며 말씀하셨어요.
“그래, 맞아. 생태계 조절 기능을 하는 거야. 그러니까 초원에 사자가 없다면 들소나 얼룩말이나 가젤 같은 동물의 수가 끝도 없이 많아질 거야.”
이번엔 내가 여쭸어요.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
“물론 동물의 수가 많으면 좋지. 하지만 초원엔 초식 동물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열매나 물이 한정되어 있거든. 그런데 초식 동물의 수가 끝없이 늘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아,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초식 동물이 끝없이 늘어나면 먹을 게 없어서 모두 죽고 말 거예요.”
“그래, 맞아. 그래서 사람들이 함부로 동식물을 죽이면 안 되는 거야. 생태계를 망치면 안 되니까.”
“네. 선생님!”
진서도 나도 가슴이 뿌듯했어요. 선생님이 숙제를 잘하고 있다며 칭찬해 주셨거든요. 집에 가는 길에 진서에게 물었어요.
“너는 생태계 조절이라는 말을 어떻게 알았어? 그것도 책에서 읽은 거야.”
“응. 동식물 도감을 읽다 보면 어려운 말도 알게 돼.”
“그래? 나는 그림책 좋아하는데.”
“나도 그림책 좋아해. 하지만 동식물 도감도 읽어 봐. 재밌으니까.”
알았다고 했어요. 우리는 또 매미채를 들고 곤충채집에 나섰어요. 고추잠자리, 방아깨비, 여치, 메뚜기, 사마귀, 말벌, 이외에 다른 곤충을 찾았지요.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비를 발견했어요. 진서가 그 나비를 잡고는 가까이에서 살피더니 책에서 본 호랑나비라고 했지요. 내가 호랑나비 날개를 잡자, 진서가 사진을 열심히 찍었어요.
우리는 새로운 곤충을 찾기 위해 산 밑까지 갔어요. 떡갈나무가 있는 곳이었지요. 진서가 나뭇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 같더니, 한순간 소리쳤어요.
“현정아! 여기 있어!”
진서에게 뛰어갔어요.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눈에 띄는 이상한 곤충을 발견했어요. 나무처럼 생긴 곤충이 떡갈나무잎에 바짝 붙어있었지요. 떡갈나무잎처럼 초록색이라서 눈에 띄지 않았던 거예요. 보호색을 했나 봐요.
“이게 뭐야? 나는 처음 보는 거야.”
“대벌레라고 하는 거야. 대나무처럼 생겼잖아.”
그런데 뭔가 아주 이상했어요. 진서는 분명히 곤충 혐오증이 있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곤충에 대해 잘 아는 걸까요?
“그런데 너는 곤충 혐오증이 있다면서, 책에서 보는 건 어떻게 괜찮은 거야?”
“처음엔 책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 자꾸 보다 보니까 괜찮아진 거지.”
“그래? 그런데 이젠 실물을 봐도 괜찮은 거야?”
“그런가 봐. 하지만 나 혼자서는 곤충채집은 못 할 거야. 네가 옆에 있어서 괜찮은 거니까.”
“그래? 그러면 대벌레를 손으로 잡아 보는 건 어때? 위험해 보이지 않는데.”
한순간 진서의 얼굴이 몹시 어두워졌어요. 잠시 뭔가를 고민하는 것 같더니 이렇게 말했지요.
“싫어. 못해.”
“아니, 할 수 있어. 한 번 해봐.”
진서가 생각이 많은 얼굴을 했어요. 그러더니 좀 더 가까이에서 대벌레를 쳐다봤지요. 대벌레는 낮잠을 자는지 전혀 움직이지 않았어요. 진서가 손을 가까이 가져갔어요. 하지만 대벌레를 잡지는 못했지요. 내게 부탁했어요.
“아무래도 안 되겠어. 다음엔 내가 잡을 테니까, 오늘은 네가 잡는 게 좋겠어. 부탁할게.”
내가 잡았더니 대벌레가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움직였어요. 진서가 여러 방향에서 사진을 찍었지요.
우리는 또 다른 곤충을 찾아 나섰어요. 밭 옆에 있는 개울이었어요. 우리가 개울로 들어섰을 때 그곳에 커다란 거미줄이 있었어요. 진서가 말했어요.
“우와~, 이 거미줄에 수많은 곤충이 붙어있어. 벌과 나비, 잠자리, 모기, 파리, 메뚜기, 나방도 붙어있어.”
그런데 그때 아주 예쁜 잠자리가 거미줄에 걸려 발버둥 쳤어요. 어디선가 거미가 다다다 다가오더니 잠자리를 거미줄로 둘둘 말기 시작했지요. 나는 재빨리 거미줄을 만졌어요. 거미가 순식간에 어디론가 도망갔지요. 거미가 나를 천적으로 생각했나 봐요. 거미줄에서 잠자리를 떼어냈어요. 진서가 말했어요.
“물잠자리야! 책에서 봤어.”
“물잠자리? 검은 날개도 초록 꼬리도 반짝거려. 진짜 예뻐.”
우리는 물잠자리도 사진 찍었어요. 그러다가 진서에게 물었어요.
“거미도 곤충이야?”
“아니, 곤충처럼 절지동물에 속하지만, 곤충은 아니야. 절지동물에 속하는 거미류라고 생각하면 돼.”
“그럼, 곤충과 어떻게 다른데?”
“곤충은 머리와 가슴과 배, 이렇게 세 부문으로 구분되지만, 거미는 머리와 가슴이 붙어있어서 머리가슴과 배 이렇게 두 부분으로 구분돼.”
“그러고 보니까 그러네.”
“그리고 곤충은 다리가 6개인데 거미는 8개야.”
“맞아. 나도 조금 전에 거미 다리를 세봤는데 8개였어.”
“그래, 맞아.”
나는 또 머릿속에서 궁금한 게 생겼어요. 말벌이 해충 같았지만 좋은 일을 한 것처럼, 거미도 곤충을 잡아먹지만 좋은 일도 할 것 같았거든요.
“그럼, 거미는 좋은 거야? 나쁜 거야?”
“그러게. 거미도 말벌처럼 뭔가 좋은 일을 하지 않을까?”
“무슨 좋은 일을 하지?”
진서가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고 했어요. 동물 박사, 진서도 모르는 게 있나 봐요. 선생님에게 여쭤보자고 했지요. 우리는 거미 사진도 열심히 찍었어요. 사진에 찍힌 거미줄이 정말 신기했어요. 거미가 사냥하러 다니지 않고 집에서 느긋하게 먹잇감을 기다리는 게 신기했던 거예요.
이튿날 선생님께 거미에 관해 여쭸어요. 생태계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여쭸지요.
“그래, 아주 좋은 질문이야. 그런데 현정이는 거미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지?”
“무섭고 징그러워요.”
“그럼, 진서는?”
“혐오스러워요.”
“그렇구나. 징그럽고 혐오스럽구나. 그러면 말벌이 인간에게 더 위험할까? 거미가 더 위험할까?”
잠시 고민해야 했어요. 말벌에게 쏘여서 죽었다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거미에게 물려서 죽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어요. 물론 독거미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았거든요.
“말벌이 더 위험한 것 같아요.”
“그래, 아마도 그럴 거야. 그러면 거미가 무엇을 잡아먹을까?”
이번엔 진서가 대답했어요.
“어제 거미줄에 걸린 곤충을 봤는데 나비랑 메뚜기랑 잠자리랑 파리랑 모기랑 나방이 있었어요.”
“음, 그랬구나. 그렇다면 거미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겠구나.”
내가 대답했어요.
“말벌처럼 익충도 잡아먹지만, 해충도 잡아먹어요. 그러니까 생태계 조절 기능을 하나 봐요.”
“그래, 맞았어. 거미야말로 생태계에서 꼭 필요한 동물이야.”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어제처럼 우리를 칭찬하셨어요. 우리는 가슴이 뿌듯했지요. 우리는 고추잠자리, 방아깨비, 여치, 메뚜기, 사마귀, 말벌, 대벌레, 호랑나비, 물잠자리까지 모두 9종의 곤충을 조사했어요. 이제 하나만 더 하면 곤충 조사는 끝이에요.
오늘은 진서가 손으로 직접 곤충을 잡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덜 징그럽게 생긴 곤충을 찾기로 했지요. 바로 딱정벌레나 매미예요. 그런데 가을이 되고부터는 매미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요.
할머니께 여쭸더니 딱정벌레는 상수리나무 숲에 많다고 했어요. 우리는 뒷산에 올라갔어요. 할머니가 말씀하신 장소에 상수리나무가 있었지요. 그런데 나무가 커서 우리가 올라갈 수가 없었어요.
상수리나무 숲을 한 바퀴 돌았는데 딱정벌레를 찾지 못했어요. 잠시 햇볕이 드는 언덕에 앉아 쉬었지요. 그때 어디선가 윙, 윙 소리가 들렸어요. 그때 진서가 ‘앗 따가워!’ 하더니 벌떡 일어나 뛰었어요. 진서가 일어난 자리에서 땅벌들이 윙윙거렸어요. 우리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마을로 뛰어 내려갔어요.
나는 뛰면서 계속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꾸기 소리를 냈어요. 언젠가 밭에서 벌이 내게 달려들었을 때 할머니가 뻐꾹 했거든요. 뻐꾸기 소리를 내면 벌이 도망간다면서요. 그래서 그랬는지 다행히 땅벌들이 쫓아오지 않았지요.
하지만, 우리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 진서 얼굴이 퉁퉁 부었어요. 빨갛게 부풀어 오른 곳이 두 군데나 있었지요. 아무래도 두 군데 쏘였나 봐요. 이마와 볼이에요. 진서가 엉엉 울었어요. 내 눈에서도 눈물이 핑 돌더니 새어 나왔어요. 할머니가 보시고는 119구급대에 전화하셨지요. 그러고는 진서 엄마에게 전화하셨어요. 10여 분 후 구급차가 와서 진서를 병원으로 데려갔어요. 할머니와 내가 따라갔지요. 진서 엄마는 직접 병원으로 간다고 하셨고요.
그런데 응급실에 들어가기 전에 진서가 주먹에 쥐고 있던 뭔가를 내게 주었어요. 나는 그것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주머니에 넣었지요. 진서가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서가 자랑스러웠어요. 그때 진서 엄마가 어두운 얼굴로 오셨어요. 화난 것도 같고 금방 울 것도 같았지요. 진서가 몹시 걱정되시나 봐요.
3
진서는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병실에서 잠들었어요. 다행히 의사 선생님이 별일 없을 거라고 하셨지요. 하지만 진서 엄마의 표정이 좋지 않았어요. 진서 엄마가 나를 혼낸 건 아니었지만, 나는 뭔가 죄를 지은 것만 같아 마음이 불편했어요. 내가 경호원이 되겠다고 약속하고는 진서를 지켜주지 못했으니까요. 내가 죄송하다고 했을 때 진서 엄마의 두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어요. 그래서 더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지요.
할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어요.
“할머니! 어떡해요?”
“별일 없을 거야.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으니까. 너도 걱정하지 마.”
“그래도 아픈 진서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그래, 진서가 많이 놀랐을 거야.”
“그런데 진서 엄마가 눈물을 흘리셨어요.”
“맞아. 진서 엄마도 많이 놀랐을 거야. 하지만 내일이면 다 좋아질 테니까 걱정하지 마.”
“하지만 제가 경호원이 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요.”
“너도 어쩔 수 없었잖니. 그곳에 땅벌 집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으니까.”
할머니가 괜찮다고 하셨지만, 자꾸 눈물이 났어요. 밤새 꿈꿨어요. 벌들이 날아다니는 꿈이에요. 윙, 윙, 윙, 윙, 벌들이 밤새 날아다녔어요.
아침 일찍 진서를 찾아갔어요. 토요일이라서 학교엔 가지 않았지요. 그런데 진서 엄마의 표정이 여전히 좋지 않았어요. 진서 얼굴을 보니 아직도 부어있었지요. 그래서 걱정이 많으신가 봐요.
“아줌마! 죄송해요. 제가 경호하겠다고 하고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요.”
“아니다. 어린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진서 엄마는 괜찮다고 하시면서도 표정이 계속 굳어 있었어요. 할머니가 진서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하셨어요.
“진서 엄마! 내가 미안해요. 내가 상수리나무 숲에 가보라고 한 거예요. 그곳에 딱정벌레가 많으니까요.”
“네, 현정이 할머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진서 엄마가 또 괜찮다고 하셨지만, 웃지 않으셨어요. 할머니 말씀대로 많이 놀라셨나 봐요. 그때 담임 선생님이 찾아오셨어요. 진서가 벌에 쏘여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오신 거예요.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진서 어머님! 죄송합니다. 제가 곤충채집 숙제를 내는 바람에, 이렇게 됐습니다.”
“아닙니다. 선생님! 심려 끼쳐 죄송합니다.”
선생님이 이번엔 진서에게 괜찮으냐고 물으셨어요.
“진서야! 미안하구나. 선생님이 너무 위험한 숙제를 냈구나.”
“아니에요. 선생님! 저는 이 숙제가 정말 재밌고 좋아요.”
“그게 정말이니?”
진서 엄마가 진서를 쳐다봤어요. 뭔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요.
“네, 선생님! 현정이랑 함께 해서 그런지 더 재밌어요.”
선생님과 진서 엄마가 나를 쳐다봤어요. 선생님이 다시 진서에게 말씀하셨어요.
“그래, 그렇구나. 그래도 벌까지 쏘이고 큰일 날 뻔했구나.”
그때 진서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선생님과 엄마에게 말했어요.
“사실은 제가 곤충을 손으로 잡았어요.”
진서 엄마가 깜짝 놀라 되물었어요.
“응? 네가 곤충을 손으로 잡았다고?”
“네. 엉겁결에 잡았지만, 벌을 잡았어요.”
“뭐? 하필 벌을 손으로 잡았다고?”
“벌이 얼굴을 쏘아서 나도 모르게 잡은 거예요.”
진서 엄마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았어요. 진서에게 물었어요.
“그래? 그런데 너는 괜찮은 거야?”
“무서웠으나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다만, 내가 너무 세게 쥐는 바람에 벌이 죽었어요. 벌에게 미안해요.”
진서 엄마가 믿기지 않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어요.
“그랬구나. 그런데 정말 괜찮아?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 곤충이 무섭지 않아?”
“네, 엄마!”
“그럼, 그 벌은 어디에 있니?”
진서가 나를 쳐다봤어요. 진서가 응급실에 들어가기 전에 나에게 준 것이 바로 죽은 땅벌이었어요. 그러니까 진서가 얼굴을 쏜 땅벌을 손으로 움켜쥐었나 봐요. 너무 세게 잡는 바람에 땅벌이 죽은 거예요. 그래도 진서가 드디어 손으로 곤충을 잡은 거지요. 나는 주머니에서 죽은 땅벌을 꺼냈어요. 진서에게 다시 보여주려고 버리지 않았거든요. 진서에게 가져갔더니 벌을 손가락으로 집어서는 엄마에게 보여드렸어요. 진서가 부은 얼굴로 환하게 웃었지요.
진서 엄마가 벌을 유심히 살폈어요. 이번에도 걱정하는 눈빛이었지요. 진서가 말했어요.
“이젠 곤충을 손으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빨리 잠자리를 손으로 잡아 보고 싶어요.”
“네가 잠자리를 손으로 직접 잡겠다고?”
“네. 현정이가 잡는 방법을 가르쳐줬거든요.”
“그랬어?”
진서 엄마가 그제야 나를 보며 빙그레 웃으셨어요. 그러고는 고맙다고 하셨지요.
“비록 경호는 실패했지만, 여러 가지로 고마워. 현정아!”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해요. 아줌마!”
“아니야. 너는 충분히 약속을 지켰어. 진서가 곤충을 좋아하게 됐으니까. 이게 다 네 덕분이야.”
“네. 아줌마. 고맙습니다.”
그때 진서가 엄마에게 말했어요.
“엄마! 저 퇴원할게요.”
“괜찮겠어?”
“의사 선생님께서도 괜찮을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좀 더 쉬는 게 좋지 않을까?”
“아니에요. 집에 가서 곤충채집 숙제해야 해요.”
선생님이 숙제는 지금까지 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셨어요. 무리하지 말라고 하셨지요. 그런데도 진서는 한 종류만 더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러자 진서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그래, 좋아. 하지만 당분간 산에는 가지 않는 게 좋겠어. 산에는 아빠가 쉬는 날 함께 가면 되니까.”
“네, 알았어요. 엄마!”
진서는 곧바로 퇴원했어요. 의사 선생님이 약만 잘 먹으면 다 나을 거라고 했지요. 우리는 딱정벌레를 채집하고 싶었으나, 산에는 가지 않았어요.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땅에 떨어져 있는 참매미를 발견했지요. 감나무 밑인데 참매미가 천천히 기어갔어요. 우리가 바짝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았어요. 진서에게 물었어요.
“어디가 아픈가? 왜 매미가 도망가지 않지?”
진서가 참매미를 요리조리 살피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아마도 죽으려고 하나 봐.”
“죽는다고?”
“응, 책에서 봤는데 매미는 5년에서 15년 정도 땅속에 있다가 성충이 되어서는 겨우 한 달 정도 산다고 했어. 벌써 가을이니까 매미가 더는 살 수가 없나 봐.”
“그렇구나.”
왠지 매미가 가여웠어요. 수년 동안 땅속에 있다가 한 달밖에 못 살다니! 매미가 불쌍했지요. 그래서 그렇게 시끄럽게 울어대나 봐요. 그런데 그때 놀랍게도 진서가 참매미를 오른손으로 잡아서는 왼손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어요. 이젠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가 봐요. 환하게 웃었지요. 그런데 매미가 정말 죽을 모양이에요. 날아가지 않았어요. 우리는 참매미도 사진 찍었어요. 그런데 매미 날개가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였어요. 찌어진 곳도 있었지요. 그래서 날지 못하나 봐요. 참매미를 감나무 밑에 놓아줬어요. 이제 그림만 그리면 숙제는 다 하는 거예요.
우리는 진서 방에서 그림을 그렸어요. 내가 그림을 그리면 진서가 그림 옆에 관찰일지를 썼지요. 진서는 그림 그리기보다는 내용을 정리하는 게 더 재밌대요. 벌레나 곤충이 저마다 다르듯 진서와 나도 다른가 봐요. 달라서 좋아요.
다음 날 아침 감나무 밑에 갔어요. 아, 참매미가 죽어있었어요. 우리가 관찰한 매미가 죽어서 그런지 눈물이 살며시 새어 나왔어요. 마음이 울적하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봐요. 다른 때는 곤충이 죽어있어도 그냥 지나쳤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참매미가 뒤로 발랑 누워 있었어요. 곤충은 죽으면 왜 뒤로 눕는 걸까요? 진서도 모르겠다며 선생님께 여쭤보자고 했어요.
월요일,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께 여쭸어요.
“선생님! 곤충은 죽으면 왜 뒤로 발랑 눕는 건가요?”
선생님이 우리를 쳐다보며 되물으셨어요.
“그럼, 누가 죽은 거니?”
“네. 토요일에 관찰한 매미가 어제 아침에 보니까 죽어있었어요. 토요일에도 거의 움직이지 않았거든요.”
“그래, 그렇게 됐구나. 그래서 둘 다 마음이 안 좋았겠구나.”
“네. 눈물이 찔끔 나왔어요.”
“그래, 맞아. 살아있는 건 다 죽기 마련이지. 그걸 알면서도 누군가 죽는 건 참 슬픈 일이야. 그럼, 매미가 왜 뒤로 누웠는지 생각해 볼까?”
진서가 말했어요.
“네. 학교에 오면서 생각해 봤는데 바람이 불어서 뒤로 넘어간 것 같아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현정이는 어떻게 생각하지?”
“다른 동물이 죽은 매미를 만졌나 봐요.”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곤충이 죽으면 몸의 신경계가 마비된단다. 그러면 다리가 뻣뻣해지면서 꼬이게 되지.”
진서가 대답했어요.
“맞아요. 선생님! 다리가 모두 꼬여 있었어요.”
“그래, 맞아. 벌리고 있던 다리가 꼬이는 과정에서 곤충이 뒤로 넘어간 거야. 그렇다고 해서 모든 곤충이 다 뒤로 넘어가는 건 아니야. 주어진 환경에 따라 넘어가지 않는 것도 있어.”
“네, 선생님!”
선생님이 우리에게 숙제를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다른 친구들도 잘했다며 손뼉 쳤지요. 진서가 환하게 웃었어요. 나는 무엇보다 진서가 곤충을 좋아하게 되어 좋았어요. 이젠 가을 배달부가 와도 기절하지 않을 테니까요.
집에 오는 길에 진서가 잠자리를 잡았어요. 풀잎에 앉아 있는 잠자리를 잡은 거예요. 할머니에게 배운 방법을 진서에게 알려줬더니 그대로 잡은 거지요. 잠자리가 풀잎이나 나뭇가지에 앉으면, 먼저 잠자리를 마주 보고 일 미터쯤 앞에 서요. 그런 다음 집게손가락을 펴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잠자리에게 점점 다가가요. 그러면 잠자리의 눈깔이 빙글빙글 돌아가지요. 그러다가 어지러운 잠자리가 최면에 걸린 듯 잠들어요. 그때 날개를 살며시 잡으면 잠자리는 자기가 잡힌 것도 몰라요. 진서가 세 번째 도전에 성공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날 밤 진서네 집에서 다시 비명이 울려 퍼졌어요. 진서 목소리에요. 진서네 집으로 달려갔어요. 다행히 진서가 기절한 건 아니었어요. 진서네 식구가 방문 앞에서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도대체 누가 나타났을까요? 나도 진서 뒤에서 얼굴을 빼꼼히 들이밀었어요. (끝)

첫댓글 산골에서 살던 때가 떠오르네요.
장난감도 없던 그 때는 벌레, 곤충도 놀이에 쓰이는 소모품이었지요
환경이 그렇게 만드는 듯 합니다.
맞아요. 잠자리 깨나 잡았어요. 매미도 그렇고 .
잠자리, 여치를 잡고 놀던 그 시절.. 동심이 무럭무럭 자라나던 시골 생활이 떠오릅니다. 찬찬히 한 번 더 읽어 보겠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십시오.
네 . 서로 달라도 개의치 않고 놀던 동무들 ㅡ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곤충채집, 땅벌 쏘인 일 생각나요. 잠자리 잡는 기술 몰랐어요. 잠깐이라도 동심에 빠져들었어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네 . 땅벌 많이 쏘였지유 . 그렇게 사는 것도 좋은데
요즘 아이들은 지나치게 안전한 것만 해요
역시 동화작가님입니다.
가슴 찡 눈물 훌쩍~
짝짝짝!!!
이 이야기는 조금 재미 없어요 . 더 고민해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