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76>
피부노화 · 입마름 · 마른기침 -- 둥굴레(萎蕤)
나이 들어 노인이 된다는 것을 계절에 비추면 서늘하고 들뜨고 마르는 가을에서 차고 가라앉고 사그라지는 겨울 어디쯤이 될 것이다. 이날이 오면 너나없이 기력이 쇠약해지고 형색이 수척해지며 원인모를 여러 잔병들에 시달리게 된다. 입마름, 눈마름, 목마름, 숨참, 어지럼, 가려움, 귀어둠, 가슴두근거림, 소화불량, 탈항, 자궁하수, 불면, 빈뇨, 변비, 혈압, 결림, 떨림, 화병 등 딱히 병원을 찾기도 그런 불편한 증상에서 종양, 당뇨, 요폐, 전립선비대, 류머티즘, 골다공증, 혈액과 림프이상, 치매 등 만성적 퇴행적 중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는 하나같이 몸의 정미물질인 원기(精)가 흐려지고 원천(혈과 진액)이 메말라가는 데서 오는 증후들이다. 그래서 노인병에 보법(補法) 적용은 기본이다. 보익보양(補益補陽)의 대표 약초는 인삼, 황기, 백출, 산약, 녹용, 두충, 음양곽, 토사자, 속단, 자오가 등이고 보음(補陰)약은 사삼, 맥문동, 천문동, 위유, 황정, 구기자, 한련초, 백합, 구판, 여정자들이 있다.
현대의학에는 이러한 부족증을 더하고 돕는 보법 치료기전이 없고 모두 억제하고 저항하는 본질의 항염증제, 항불안제, 항경련제, 항고혈압제 따위의 사법(瀉法)적 치료에 의존한다. 만성질환이 생기게 된 근본적인 이유 보다 국소치료 또는 증상완화에 열중함으로써 일부 치료가 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근래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는 가정의학과의 마늘, 감초, 태반, 비타민, 미네랄, 백옥(글루타티온) 등 수액주사요법이 시행되지만 병질의 심천에 따른 천연물 배오의 근원적 복합적 전일적 맞춤치료와는 큰 차이가 있다.
보음을 통한 한방치료기전은 예컨대 혈액이나 체액이 모자라 점조해지면 순환장애와 함께 혈압이 오르는데 이때 음혈(생지황)을 더해 혈열을 맑히면 혈압이 절로 내려간다. 역시 기관, 폐, 인후의 건조와 함께 오는 마른기침은 유즙이 많은 양유(더덕)나 사삼(잔대)으로 폐를 적셔 가라앉히고, 피부가 거칠고 기미, 검버섯, 잔주름이 많으면 점액이 풍부한 산약(마)이나 위유(둥굴레)가 비․폐․신을 도와 개선시킬 수 있다. 같은 이치로 폐암, 인후통, 해수, 각종 창상의 염증반응도 화를 끄고 폐기를 보태는 사삼, 천문동, 맥문동이 활용된다. 간화가 커서 위로 뇌를 치는 중풍에 간의 음혈을 기르는 구기자, 작약의 성질을 취하는 것들도 모두 정기를 북돋아 사기를 물리치는 이치에 잇닿아 있다.
따라서 조열(燥熱)이 폐를 상하게 하여 마른기침을 하고 가래가 있을 때 또는 입, 눈, 코, 피부가 건조할 때 <황기 위유 상엽 구기자 천문동 사삼 각 3, 지모 길경 각 2, 오미자 1>을 바탕으로, 장이 말라 변비가 생겼거나 열병으로 진액이 상해 기침할 때 생지황 3을, 당뇨병이 있으면 천화분 황정 각 3, 골다공증이 있으면 골쇄보 토사자 각 3, 비장이 약해 소화력이 부족하면 백출 3, 과식 등으로 습담이 쌓여 비만한 경우 의이인 3을 가해 방제를 구한다.
위유(萎蕤/玉竹)는 백합과에 속한 다년생초본 둥굴레 및 동속근연식물의 뿌리줄기를 건조한 것으로 위유는 한약규격집에 수재되어 있고 중국에서는 옥죽을 기원으로 한다. 『신농본초경』에서 ‘위(萎)’는 이 약이 여자의 간반(皯斑, 기미)을 없애 안색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의미이고, ‘유(蕤)’는 그 약의 효능이 성실하게 나타난다는 뜻이라 하였다. 후대로 내려오면서 『명의별록』에서 옥죽(玉竹)이라 하였는데 이름의 유래가 다소 불분명하다. 옥처럼 고운 잎(玉葉)이 죽엽(竹葉)을 닮았다거나 뿌리가 백옥 같고 잎은 댓잎을 닮았다는 등의 의미일 것이다. 보통 둥굴레, 퉁둥굴레, 왕둥굴레, 산둥굴레를 말하며, 층층갈고리둥굴레와 진황정의 뿌리는 누래서 따로 ‘황정’이라 부른다. 봄과 가을에 채취하여 볕에 말린다. 성미는 달고 조금 차며 폐와 위경으로 들어간다. 폐와 위가 마르고 열이 나서 생기는 만성기관지염, 폐결핵, 해수에 패모, 길경을 더하고, 담에 혈이 섞이는 증상에는 사삼, 백급, 맥문동을 더하여 쓴다.
『한약집성방』에서는 ‘오래 복용하면 얼굴의 흑간(黑䵟, 검버섯)이 없어지고 안색이 좋아지면서 윤기가 돌고 몸이 거뜬해지며 늙지 않는다.’ 하였다. 이 약재의 색이 희다는 것은 이것이 폐에 작용하여 폐가 주관하는 호흡기계와 피부 및 모발에 두루 약성이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생태약성론으로 보면 위유는 눅눅한 수음(水陰)을 받았으므로 볕에 오래 말려도 바짝 마르지 않고 곧 곶감처럼 말랑거리는데 생지황, 숙지황, 구판, 아교, 맥문동, 천문동, 사삼, 황정, 연근들이 그와 같아 모두 정혈(精血)을 잘 보익한다. 중풍을 치료할 때 보음보혈제를 쓰는 것도 혈이 풍족하면 간풍이 동하지 않아 풍기가 절로 소멸되기 때문이다.
위유는 혈압, 혈당, 고지혈의 수치를 낮추며, 강심작용과 함께 급성심근허혈에 대해 일정한 보호작용이 있다. 위유가 안색을 좋게 하여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는 것은 신진대사를 높이고 혈액순환을 돕는 사포닌의 약리가 포함되며, 심장의 수축을 느린 듯 강하게 하여 혈압을 조절하는 능력은 콘발라린 성분 덕이다. 활성산소 과다로 인한 몸의 산화는 노화의 다른 이름인바 위유가 함유한 풍부한 베타카로틴과 비타민A는 세포산화를 억제하여 질병을 예방해준다. 또한 트립토판 성분은 신경계에 작용하여 무기력과 우울증도 개선해준다.*
둥굴레
퉁둥굴레
왕둥굴레
층층갈고리둥굴레
둥굴레(뿌리)
둥굴레(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