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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베르그만 법칙
석늑은 결합한 두 자루 창을 십칠 선생에게 건넨다.
십칠 선생은 새롭게 만든 창을 받아 들고, 창날과 자루의 이음새 부분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다.
그때,
갑자기 대문 바깥이 소란스러워진다.
나귀가 ‘히이~ 힝’ 울부짖으면서 날뛴다.
나귀의 주인, 중부와 한준은 얼른 문밖으로 뛰쳐나간다.
낯선 소년 두 명이 막대기를 들고
“이놈의 나귀가 남의 강아지를 밟아 죽였네” 하면서 이중부의 나귀를 양쪽에서 마구 때리고 있다.
나귀는 고삐가 대추나무에 묶여있어 도망가지도 못하고 대책 없이 매를 맞고 있다.
나귀 옆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배를 하늘로 노출 시킨 체, 옆으로 누워 있으며,
그 옆에는 한 소녀가 강아지를 보며 울상이 되어있다.
화가 치민 이중부는 또다시 나귀를 때리려고, 허공으로 치올리는 소년의 막대기를 잡고 비틀어 당긴다.
소년은 막대기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양손으로 잡고 당기니 중부도 이에 질세라,
양 손에 힘을 주어 막대기를 당기기 시작한다.
그러자 막대기를 이중부에게 잡힌 소년이 “이 녀석이 감히….” 하면서 왼발로 이중부를 걷어찬다.
이중부는 양손으로 막대기를 잡고 있어 상대의 발길질을 피할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오른 다리 무릎을 위로 올려 막는다.
두 사람의 정강이가 ‘타 딱’ 둔탁한 소리를 내며 맞부딪친다.
마치 굵은 통나무에 부딪히는 듯한 아픔이 느껴진다.
상대방도 비슷한 통증을 느꼈는지 순간적으로 멈칫한다.
이번엔 이중부가 왼 다리로 상대방의 오른쪽 무릎을 가격한다.
서로가 양손으로 막대기를 철봉처럼 양쪽에서 쥐고 있으므로 공격 가능한 신체는 양다리뿐이다.
다리의 활용 가능 범위도 한정되어 있다.
둘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무릎 위쪽은 공격하기가 어렵다.
상대방도 오른 다리를 들어 방어한다.
그러면서도 서로가 막대기를 놓지 않고, 양팔로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서로의 다리가 교차하며 다시 부딪친다.
다리의 통증은 조금 전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그때, 나귀 반대편에 있던 소년이 막대기를 들고, 이중부의 허리를 겨냥하여 휘두른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준이 왼발로 막대기의 중간을 겨냥하여 차버린다.
막대기가 주인 손을 떠나 저 멀리 날아가 떨어진다.
잠시 황망한 표정을 짓던 소년, 오른 주먹으로 한준의 면상을 겨냥하고 후려친다.
한준은 얼른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면서, 오른발로 상대의 가슴을 올려 찬다.
그러자 상대 소년은 옆으로 비켜나며 왼 주먹으로 한준의 오른쪽 눈을 가격한다.
십칠 선생의 집 앞은 돌연, 싸움터로 변하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갑자기 나타난 눈요기를 구경하기에 정신이 없다.
당시는 싸우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권장하는 풍토다.
힘 있는 자가 선 善이며, 힘이 없는 약골 弱骨은 별 쓸모없는 악 惡이라고 생각하는 시대다.
현재 자본주의 資本主義에서는 돈이 힘이 되는 원리와 같다.
당시는 공부를 잘하고 기술이 뛰어난 것이 자랑이 아니라, 힘이 센 녀석이 최고다.
조선 시대나 대한민국에서는 남남북녀 南男北女란 용어를 흔히 사용하였지만,
중국에서는 북남남여 北男南女란 말이 예부터 통용 通用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상반 相反 된 표현이다.
이는 북방 출신의 힘이 세고 건장한 남자를 최고로 인정해주며, 남방 출신의 작고 심성이 부드러운 귀여운 여성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이다.
동이족 출신이나 동이족과 관련된 방계 혈족 후손들의 신체적인 크기가 순수 하화족들에 비해 한 뼘 정도 더 크다.
키나 몸집이 더 큰 만큼, 힘도 더 센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중학생과 대학생의 신체 차이다.
쉽게 생각하자면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게 실상이다.
그러니 성질이 사납고 뻣뻣해 보여도, 힘 있는 사내가 가정을 지키고 바깥일을 잘하니까, 북방 출신의 덩치 큰 강건 强健한 남자를 선호 選好한다는 것이다.
이는 ‘베르그만 법칙(Bergmann’s Rule)’과도 일치 一致하는 것이다.
‘베르그만 법칙’이란?
1847년에 독일의 동물학자인 베르그만이 주장한 것으로, 정온 定溫 동물은 동종 同種 또는 진화적으로 유사 類似한 종 種일 경우, 추운 지역에 사는 동물일수록 몸 크기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이다.
법칙 法則이라고는 하지만 영어로 'rules'(규칙)이지 'law'(법)는 아니다.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들도 상당수 있다.
그렇지만, 그 지역 자연계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야생 동물들을 보면, 그 이론이 상당히 적용되고,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우리나라는 왜?
‘베르그만 법칙’과는 역행 逆行하는 ‘남남북녀 南男北女’란 속담 俗談이 생겨났을까?
이는 2부에서 거론 擧論하기로 한다.
우리 속담에 ‘덤불이 커야 토지비가 나온다’라는 이치와 같은 맥락이다.
자신의 안위와 가정을 지키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공자왈 맹자왈’ 하면서 실내에 앉아서, 비싼 죽간 竹簡을 펼쳐보는 것 보다, 체력 단련과 무술연마로 가상의 적 敵으로부터 나와 가족, 동료와 부족을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 센 힘이 우선이다.
이러한 단순 논리가 성립된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싸워도 꾸중을 하거나 구태여 말리려 하지 않는다.
칼 같은 쇠붙이를 들고 상대에게 상처를 줄 정도의 흉기 凶器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구경하고 응원하는 실정이다.
당시 어린이들이 싸우는 것은, 체력단련을 하는 체육 體育 시간이라고 보면 된다.
십칠 선생을 비롯하여 집 안에 있던 사람들도 바깥으로 이미 나와 있으나, 소년들의 싸움을 말리지 않고 오히려 무료 관람 無料觀覽 하고 있다.
한편 이중부와 상대하는 소년은 키가 이중부보다 조금 더 커 보인다.
소년이라고 칭하기에는 덩치가 크고, 청년으로 치부하기에는 앳되어 보인다.
큰 키를 이용하여 막대기를 잡은 두 손을 하늘로 번쩍 쳐든다.
상대 소년의 의도는 자신보다 키가 작은 이중부의 중심을 흩트린 후, 넘어뜨릴 계획이다.
상대방보다 키가 작은 이중부는 상대의 작전을 눈치채고, 상대의 의도대로 끌려가는 척하면서 안면 顔面 가까이 접근하더니, 그대로 이마로 상대의 왼쪽 눈을 들이 받아버린다.
“으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상대 소년은 막대기를 놓쳐버리고, 비틀거리며 뒤로 세 걸음 물러난다.
이중부도 주인 잃은 막대기를 놓아버리고, 뒤로 물러가는 소년의 허리를 오른발로 강타하고 연이어 왼발이 상대의 오른 발목을 돌려찬다.
소년의 한 손은 중부의 박치기에 당한 왼 눈을 싸매고, 속절없이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고 만다.
다시 주저앉는 소년의 머리를 향하여, 마지막 결정타 決定打를 구사 驅使하기 위하여 다시 돌려차기 자세를 취할 때, 죽은 강아지 옆에 있던 소녀가,
“이 녀석이 감히….”라며 앙칼지게 소리 지르더니, 막대기를 들고 이중부의 오른 어깨에서 허리를 향해 사선 斜線으로 비스듬히 힘차게 내리친다.
소녀답지 않은 매서운 봉술이다.
이중부는 불의 不意의 기습에 몸을 돌려 피하려고 하였으나 이미 늦었다.
등짝을 스치듯이 맞고 말았다.
이에 분노한 이중부가 몸을 돌려 공중으로 뛰어올라, 자신을 기습 가격한 상대를 향해 이단 옆차기를 시도한다.
그런데 허공으로 뛰어오르는 순간, 자신을 때린 상대가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땋은 또래의 계집애 임을 비로소 알아차린다.
순간적으로 혼란이 온다.
머릿속이 혼란 混亂스러우니 동작도 매끄럽질 못하다.
발길질을 거두고 그냥, 소녀 옆으로 엉성한 자세로 불안스럽게 착지한다.
그러나 이를 알지 못하는 소녀는 또다시, 막대기로 이중부의 머리를 힘껏 가격한다.
“딱”하는 소리와 함께 이중부는 “어이쿠” 하면서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그러자 옆에서 구경하던 향기가 “요런 못된 것이” 하며 지게 작대기를 집어 들고 양 갈래머리 소녀를 향해 찌른다.
그러자 소녀는 막대기를 모로 세워 향기의 막대기를 쳐내며, 오히려 향기의 어깨와 목 두 곳을 노리고 연이어 찌른다.
향기도 몸을 옆으로 돌려 상대의 공격을 피하면서, 몸을 돌리는 원심력을 이용하여 상대 소녀의 허리를 가로로 자르듯이 막대기를 횡으로 휘두른다.
소녀는 허리를 비틀어 피하면서, 막대기를 곧추세워 향기의 머리를 찌른다.
수비 자세를 이용하여 역공격하는 모습이 아주 매끄럽다.
두 소녀 모두 곱상스러운 외모와는 달리 매서운 봉술을 시전한다.
상당한 실력자들이다.
한편, 한준은 상대방이 상당한 무술 고수임을 알아차린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싸움의 승부가 쉬이 날 것 같지 않다.
현장은 이제 두 명의 소년이 맨손 격투기로 싸우고 있고, 또 다른 두 명의 소녀는 양쪽이 막대기를 들고 봉술로 싸우는 진기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구경꾼들도 넋이 빠진 듯 소년 소녀들의 결투를 손에 땀을 쥐고 바라본다.
소년, 소녀들의 싸움은 점차 격렬해져 간다.
조만간에 쌍방 누군가는 크게 다칠 지경이다.
그때,
석늑이 십칠선생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피더니, 큰 소리로 외친다.
“모두들 그만!!”
석늑의 목소리가 얼마나 우렁찬지 구경꾼들은 손으로 귀를 막고, 나귀와 말들도 놀라 “히이힝” 하고 운다.
체구 體軀가 장대 壯大하니, 터져 나오는 목소리도 대단하다.
장내의 싸우던 네 명도 각자 손속을 거두며, 소리친 석늑을 한 번씩 바라보고는 모두 씩씩대며 상대를 노려보고 있다.
이중부와 키 큰 소년도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자기 패들이 있는 곳으로 슬그머니 찾아간다.
“잠깐~ 이유도 없이 모두 왜 싸우지?”
석늑이 큰 소리로 말한다.
그러자 양 갈래머리 소녀가 “저 나귀가 우리 강아지를 발로 차서 죽여 버렸어요” 한다.
강아지가 나귀 가까이 다가가자 오전에 삽살개에게 물리고 쫓겨, 혼난 적이 있는 나귀가 개가 다가오자 지레 놀라 강아지를 뒤발로 차서 죽게 만든 것이다.
강아지 주인들은 그 분풀이를 나귀에게 하다가 이중부와 몸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이중부는
“나무에 묶인 나귀가 강아지를 찾아가서 고의로 죽인 것도 아닌데, 왜 나귀 잘못으로 치부하지? 오히려 목줄 풀린 강아지가 나무에 묶어 놓은 나귀를 찾아가 귀찮게 하니까 뒷발로 차버린 거지”라고 나귀의 주인 입장에서 항변한다.
“강아지는 좋다고 같이 놀자고 다가갔는데, 저 못된 나귀가 발로 차서 죽게 했으니까, 저 나귀도 죽어야 하지” 뭔가 이상스러운 논리를 내세우는 양 갈래머리 소녀다.
이중부는 소녀가 주장하는 논리가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겠는데, 이상하게도 반박하기가 수월찮다.
속으로 ‘남자 같으면 저 입을 한 대 때려 줄 것인데’ 하면서도 다른 대꾸할 말을 생각한다.
그때 소녀가 이중부를 한 번 더 쳐다보더니
“아니 산동 북해 오빠네” 한다.
그 소리를 들은 이중부가 소녀를 자세히 보니 안면이 있다. 바로 설비야다.
“어! 너 설비야 구나”하고 뒤늦게 아는 체 인사한다.
설비야에게는 이중부가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어두운 밤에 잠시 만나 헤어진 후, 7~8개월가량 시간이 지나니 얼른 알아볼 수가 없었다.
더구나 당시 이중부가 설비야를 칡넝쿨에서 풀어 줄 때는 눈물 콧물로 얼굴이 엉망이었던 터라, 상대가 먼저 인사를 하지 않으면 알아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둘이 처음 만난 장소는 산동성 북해 北海에서 가까운 양안 마을이지만, 큰 지명만 기억하고 있는 설비야다.
그때 구경꾼 중 한 사람이 소리친다.
“어! 강아지가 살아있네”
강아지가 죽은 것이 아니라 나귀의 발길질에 순간적인 충격을 받고, 기절해 있다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깨어난 것이다.
깨어난 강아지는 꼬리를 말고 멀둥멀둥하게 눈알을 굴리며 주변 상황을 살피더니, 주인을 발견하고는 꼬리를 흔들며 설비야에게로 기어간다.
다람쥐의 유인술에 빠져 위험에 처했던 설비야의 호위견 護衛犬으로 강아지를 선택하여, 작은고모 설초란이 한 달 전에 선물한 것이다.
죽지 않은 강아지를 죽었다고 우기며 서로 싸운 소년 소녀를 모두 할 말이 없다.
그러자 강아지를 안은 설비야는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상대는 몇 달 전,
위험에 처해있던 자신을 구해주었는데도 자신은 그걸 모르고 막대기로 그 은인을 때렸으니까. 그것도 아주 세게 두 번씩이나….
“북해 오빠 내가 때려서 미안해, 모르고 그랬어”
“아…. 아니야, 나도 몰라봤으니... 미안해”
서로가 사과한다.
다른 싸움꾼들도 오해로 인하여 쓸데없이 싸운 자신들이 쑥스럽다.
장내의 분위기가 어색하게 변해 버리자, 석늑이 웃으며 말을 한다.
“자 이제 싸울 이유가 없어졌네, 모두 안에 들어가 차나 한잔하지”
향기네 평상에서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
설비야가 소년 둘을 소개한다.
고종사촌이란다. 그러니까 설목란, 초란의 큰 언니 설주란의 아들이란다.
흉노족의 천부장인 위지 尉遲 준야의 큰아들 위지율와 작은아들 위지영이다.
큰아들 위지율는 15세며, 동생 위지영는 12세로 이중부, 한준과 동갑내기다.
위지가 형제들은 강줄기를 따라 말을 타고, 승마술을 겨루기도 하며 이곳 박달촌에 자주 오는데, 설비야는 오늘 처음으로 오빠들을 따라, 꽃구경을 나왔다가 이 사건이 벌어졌다.
둘 다 천부장의 아들로서 어릴 때부터 무술을 연마하여 실력이 뛰어난 것이다.
흉노족 중에도 위지가 尉遲家 부족은 명문대가로 알려져 있었다.
위지가 형제들의 무예 실력을 이미 알고 있던, 십칠 선생과 석늑은 이참에 이중부와 한준의 무예 실력을 가늠하고자, 싸움을 말리지 않고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를 한 잔씩 마시고 설비야와 위지 형제들이 돌아갔다.
십칠 선생은 석늑이 만든 창을 중부와 한준에게 각 한 자루씩 나눠준다.
새 창을 받은 소년들의 가슴이 두근거린다.
꿈에도 그리던 신무기인 철창을 내가 가지게 된다니. 그것도 새 창으로.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이중부가 십칠 선생에게 묻는다
“이렇게 귀한 창을 어찌 저희에게 주시는 것입니까?”
“자네들의 기상이나 체력, 담력이 맘에 들어 선물하는 게야”
“그래도 그렇지요, 첫 만남에 이런 귀물 貴物을 주시다니...”
“흠…. 새 창이 그렇게 자네들 맘에 드는가?”
“예, 마음에 꼭 듭니다. 감사합니다”
“흐음…. 그렇게도 맘에 든다니 다행이군, 그럼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에 들려보게, 내 더 좋은 것도 준비해 둘 터이니”
이중부와 한준 한동안 어리벙벙하다.
“그게 무슨 말씀인지요?”
“자네들 무예 솜씨가 상당한 수준이더군”
“네, 조금 할 줄 압니다만, 아직 미천 微賤합니다.”
“흠. 한 닷새 후에 시간이 되겠나?”
“네, 저희는 언제라도 가능합니다”
“그럼, 오 일 후, 정오 무렵에 이 곳으로 와보게”
“넵, 알겠습니다, 그때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아주머니 오늘 잘 먹고 갑니다. 아저씨도 편히 쉬세요”
새 창을 소중히 나귀 안장에 잘 갈무리하고는 나귀에 올라탄다.
“향기도 다음에 봐~~”
이중부의 목소리가 작아진다.
한준은 혼자 ‘씨익’ 웃더니 못 들은 척, 나귀의 고비를 당겨 먼저 출발한다.
한참 동안 향기가 대문 앞에서 손을 흔든다.
오전에 땔감을 하던 자리에 다시 가서 대충 큰 가지 몇 개를 주워 나귀 등에 싣고, 둘은 각자 나귀의 고삐 줄을 잡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을 먹은 후, 둘은 촌장댁을 방문했다.
강 촌장을 만나 낮의 일들을 간략히 설명하니, 강 촌장은
“너희들 오늘 특별한 인연을 만난 것이다. 앞으로 십칠 선생을 잘 따르면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거야”
“사실 작년에 이곳에 자리 잡게 된 것도 박달거세 대군과 산동대군 그리고 십칠 선생의 도움으로 된 것이다”라며 동이족이 이곳에 이동한 숨겨진 이면 裏面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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